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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
2004/01/03 23:40:01 |
Name |
Godvoice |
Subject |
[잡담] 스타 마스터 J |
실험대작 - '스타 마스터 J'
박성진은 즐거운 마음에 콧노래를 흥얼거리며 눈 앞의 큰 빌딩을 올려다본다.
한국 최고의 팀이라 불리는 케이티애플의 새로운 코치로 영입된 첫날이기 때문에 나름대로
신경쓴 양복을 갖춘 성진은, 곧 자신의 앞에 펼쳐질 행복한 미래를 떠올리며 희뭇하게
미소를 짓는다.
선수 시절도 거치지 않은 순수한 아마추어인 그에게 이런 큰 직책이 맡겨진 것은, 모기업인
애플그룹의 후계자라는 자신의 뒷배경이 작용하기도 했지만, 박성진 자신이 스타크래프트
게임계에 처음부터 큰 관심이 있었기 때문이다. 한국 최고의 스포츠라고 불리는 스타크래프트는
이미 야구나 축구의 인기를 뛰어넘은 지 오래였고, KPSA가 주최하는 페넌트레이스가 게임 전문
방송사를 통해 매일 송출되고 있었다. 유명 게이머들은 스포츠 찌라시 기자들의 스토킹으로
연습을 못하겠다는 한탄을 늘어놓고 있고, 토크쇼에 게이머가 등장한다고 하면 시청률 +20%은
떼어 놓은 당상이나 다름없었다.
이런 큰 시장에서, 그것도 최고의 팀으로 평가받는 케이티애플의 코치라고 하면 보통 직책이
아니다. 박성진이 기쁘지 않을래야 않을 수 없는 것이다. 여전히 그치지 않는 콧노래를 흥얼거리며
박성진은 주먹을 움켜쥐며 케이티애플 팀의 메인 베이스 - 게임단 본사 빌딩을 표현하는 말이다 -
를 올려다본다.
'꼭 노력해서... 게임계에서 최고의 인물이 되고 말겠어!'
...그러나 호사다마라고 했던가?
코치로서 그가 처음 겪게 된 일은 신참자인 그에게 녹록치 않다.
"뭐라구요? 복정식 선수가 부상이요?"
무심결에 내지른 소리에 8층 영업본부 전체가 신입 코치를 주목한다.
실수를 자각하고 손을 내저으며 관심을 돌리는 박성진. 하지만 수화기를 쥔 손은 떨리고 있다.
"무슨 소립니까? 오늘 플레이오프 진출을 위한 중요한 경기가... 네? 모바일 게임을 하다가
손가락이 부러져요? 그게 무슨 말도 안되... 이... 이봐요! 아... 복정식 선수? 예! 저는
오늘부터 케이티애플의 코치를 맡은 박성진입니다. 예. 예. 반갑습니다... 아 이게 아닌데!
무슨 소립니까! 손가락이 부러지다뇨! 오늘 중요한 경기가 있는데...... 예. 예. 하지만...
아니 죄송하다고 해서 손가락이 낫진 않아요! 오늘 경기는... 아? 복정식 선수! 정식 씨!!!"
하지만 성진 씨의 외침에도 불구하고 수화기 저편에서는 단절음만이 들려올 뿐이다.
머리를 벅벅 긁으며 마음을 진정시키려 애쓰는 박성진.
하지만, 이 일은 보통 일이 아니다.
케이티애플은 현재 16강 플레이오프에 네 명의 선수를 진출시킨 상태이다. 복정식 선수 한 명이
올라가지 못한다고 해도 충분히 자존심은 세운 상황이지만, 플레이오프에 진출한 프로토스 유저가
현재까지 두 명에 지나지 않고, 많아도 네 명이 될까말까한 상황에서 최고의 인기를 누리고 있는
복정식 선수가 '부전패' 로 탈락을 하게 된다는 건, 신입 코치인 박성진 씨의 경력에도 상당한
누를 끼치게 될 것이 분명하다.
이런 저런 생각에 안절부절하고 있는 박성진 씨.
하지만 마땅한 타계책이 떠오르지 않는 상황-
"성진 씨? 뭐하고 있어?"
문득 들려오는 중후한 목소리에 성진은 고개를 돌린다.
케이티애플의 감독. 남두성이다.
감독을 보고 급히 고개숙여 인사를 하는 성진. 웃으며 고개를 내젓는 남두성 감독.
"그런 인사는 안해도 돼. 근데 무슨 일이야?"
"...저기..."
자초지종을 설명하는 성진. 남두성 감독은 고개를 찬찬히 끄덕인다. 이상하리만큼 침착한
감독에게 성진은 불안감과 의아함을 동시에 느끼며 급히 묻는다.
"감독님. 무슨 묘안이 없을까요? 오늘 경기는 정말 중요한데요... 안그래도 지금 이보유 선수마저
탈락하는 바람에 프로토스 팬 여러분이 벼르고 계신데... 만약 복정식 선수마저 부전패로
탈락하게 되면 좋지 않은 파장이 일어날 겁니다. 안그래도 프로토스가 적은 마당에..."
"그도 그렇겠구만. 아무래도 정식이는 올라가야 할 텐데..."
"막상 당사자인 정식 씨는 죄송하다고만 하고 연락을 끊었습니다..."
"그렇겠지. 자기도 꼭 플레이오프에 올라가고 싶어했으니 말이야."
"어쩌죠? 이제 경기 시각까지 8시간 정도밖에 남지 않았어요..."
남 감독은 침착한 표정으로 박성진을 바라보고 있다.
"...자네는 모르고 있는 것 같군."
"...네?"
'?' 표정을 머리 위에 띄우는 박성진 씨를 제쳐두고, 어딘가로 전화를 거는 남 감독.
"...아. 준비해주게. '그' 가 필요할 것 같네. 음. 음. 빨리 부탁하네."
수화기를 내려놓은 남 감독은 박성진 씨에게 따라오라는 사인을 보낸다.
의아함을 감추지 못하는 와중에서도 일단 감독을 따라 차에 올라타는 박성진.
두 사람이 차를 타고 도착한 곳은 지하철 삼성역이다.
"여긴 삼성역? 코엑스에서는 이제 경기가 없지 않나요?"
"코엑스에는 볼일이 없네. 삼성역 게시판에 가 봐야겠네."
성큼성큼 앞서가는 남 감독을 급히 따라가는 박성진.
감독은 말없이 게시판에 글귀를 남긴다.
'스타 마스터 J가 필요한 곳은 케이티애플'
이 의아한 행동에 박성진 씨는 고개를 갸웃거린다.
하지만 남 감독은 이것만으로도 충분하다는 듯 차가 있는 곳으로 발길을 돌린다.
"감독님... 스타 마스터 J가 뭔가요?"
성진의 질문에 남두성 감독은 미소를 띄우며 입을 연다.
"자네는... 게임 중계를 보면서 의구심을 가진 적이 없었나?"
"네?"
"왠지 방송에 나오는 선수가 부자연스럽게 보인다든지, 평소보다 더욱 강력하게 느껴진다든지
하는 것 말이야. 그런 것 느끼지 못했나?"
"...글쎄요..."
성진의 애매한 대답에 남 감독은 예상했다는 듯 말을 잇는다.
"3종족을 완벽하게 구사하며, 모든 선수들의 플레이 스타일까지 카피할 수 있는 게이머가 있다면
믿을 수 있겠나? 그것뿐만이 아니라 모든 선수들의 손빠르기까지도 비슷하게 따라한다면?"
감독의 말에 성진은 어이없다는 표정으로 반문한다.
"그런 선수가 있다면 무적일 겁니다. 거의 신이군요?"
"그게 바로 스타 마스터 J라네. 500만 원의 슈퍼 게이머."
할말을 순간 잊는 성진.
"일반인에게는 전혀 알려지지 않은 절정의 고수. 완벽한 게이머. 선수들에게 큰 일이 생기면
그를 대신해 게임에 나서는 대리 플레이어. 그가 한 경기를 대신해 받는 돈은 어떤 선수든,
어떤 팀이든 상관없이 500만 원이지."
"500만 원이요!? 한 게임에?!"
"그만큼의 가치가 없다면. 고용하지도 않아."
케이티애플 게임단 본사에 두 사람이 돌아왔을 때, 그는 그들의 앞에 서 있었다.
회색 코트로 온 몸을 감싸고 검은 선글라스로 얼굴을 가린 채.
키는 두 사람보다 조금 큰 정도였으며, 꽤나 탄탄한 체구를 지니고 있었다.
"당신이... 스타 마스터 J?"
"그렇다."
"J군. 삼성역에 적힌 글은 봤겠지? 사정도 알고 있나?"
"대충. 복정식 선수의 대리게임을 의뢰하려는 건가?"
"그렇네. 알고 있다면 이야기는 빠르..."
"거절한다."
감독의 표정이 갑자기 급변한다.
"뭐지?! 이유가 뭔가!?"
"게이머의 혼이 보이지 않아."
"무슨 소립니까! 복정식 선수는..."
"그는 프로토스의 희망일세! 정식 군은..."
두 사람의 항변에 J의 표정이 갑자기 굳어진다.
"그런 선수가 모바일 게임을 하다 손가락이 부러진단 말인가!"
침묵에 잠기는 두 사람. 이미 J는 모든 걸 알고 있었다.
"진정으로 게이머의 혼이 불타고 있다면, 누구보다도 연습에 매진하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
이렇게 여유로운 마음가짐으로 게임을 한다면,
어느 누구를 감동시킬 수 있겠는가!!!"
J의 외침에 침묵할 수밖에 없는 두 사람.
그때.
"출전하겠습니다. 감독님, 코치님."
뒤에서 들려오는 낯익은 목소리에 고개를 돌리는 남두성 감독과 박성진 코치.
그들의 눈앞에 서있는 사람은 오른손 검지손가락에 붕대를 맨 복정식 선수였다.
"J씨의 말이 옳습니다... 게임을 앞두고 여유를 부린 제 탓입니다. 출전하겠습니다."
"하지만 정식 군!"
"오늘 경기는... 플레이오프가 걸린 경기입니다. 전 이번에야말로...
제 선수 생명이 끝난다고 해도 꼭 플레이오프에 올라가고 말겠습니다!"
평소의 나긋한 목소리가 아닌 비장함이 담긴 목소리에 박성진은 전율을 느낀다.
남두성 감독은 눈가에 눈물이 고인 채 지긋이 복정식 선수를 바라본다.
하지만 그때. J의 한 마디가 그들의 머리 위에 떨어진다.
"어리석은 짓이다."
다시 찬물을 끼얹은 듯 싸늘해진 분위기.
"선수 생명을 건다고? 프로게이머 생활은 길게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그 짧은 기간 동안 이룰 수 있는 것은 한정되어 있다. 그걸 겨우 손가락 하나 때문에
날려버리겠다는 건가? 마치 오늘 경기가 인생의 마지막 경기처럼 이야기하는 것 같은데,
응석부리지 마라. 아직 너에게는 많은 날들이 남아있다."
"...그럼... 전 어떻게 하면 좋겠습니까..."
J의 일침에 조용히 되묻는 복정식.
J는 말없이 자신의 코트를 열어젖히며 외친다.
"그 마음을 내가 받아, 너의 플레이를 모두에게 보여주겠다!!!"
순간 탄성을 내지르는 박성진 씨.
J의 회색 외투 안에는 수많은 키보드와 마우스가 숨어있었던 것이다.
이제 단종되어 찾아볼 수 없는 마우스부터 최신의 마우스까지...
프로게이머가 사용하는 모든 마우스와 키보드가 집대성되어 있었다.
남두성 감독의 표정이 다시 밝아진다.
"J군... 그럼 500만원은..."
"이번만큼은. 받은 걸로 해두겠다. 복정식을 잘못 생각한 것에 대한 속죄다."
영업본부를 나서는 J의 뒷모습은 뭐라 할 수 없이 찬란하게 보인다...
"아!!! 완벽합니다!!! 지지!!! 지지가 선언됩니다!!! 복정식 선수 플레이오프에 진출합니다!!!
전철용 캐스터의 외침을 들으며 박성진 씨는 마음속으로 중얼거린다.
'고맙습니다... J...'
패러디 졸작 연작 시리즈 첫번째. (이걸로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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