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펨코 롤갤 글을 보다가 좋은 번역이 있어서 가지고 옵니다
- 해당 글은 번역하신 Pleiades님의 허락을 맡고 퍼왔음을 알립니다
- 기분좋게 읽으셨다면 링크를 따라가서 펨코 롤갤 원글에 추천 한번씩 눌러주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https://www.fmkorea.com/3951783020
- 원문 글을 복붙한 상태이므로 작성된 글 내에 있는 링크는 작동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 해당 시리즈는 4편으로 구성되었고 번외로 번역하신 분의 후기글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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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문 링크:
https://www.upcomer.com/usurping-the-unkillable-demon-king/
불사대마왕 찬탈하기
(Usurping the Unkillable Demon King)
목차 (클릭하면 이동합니다)
페이커 - "불사대마왕"이라는 가면 속 남자 (현재 페이지)
쇼메이커 - "정당한 후계자"
쵸비 - "무관의 괴물"
비디디 - "그림자"
역주 및 후기
*들어가기 전에
원문 칼럼의 표현을 가급적 그대로 옮기려고 했으나
제 미흡한 실력으로 일부 뉘앙스나 표현이
제대로 전달되지 않았을 수 있습니다.
일부 표현이 노골적일 수 있으나
저는 선수 비하 및 분란의 의도가 없음을 밝힙니다...
오역이 있다면 지적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올해 MSI 직전에 업커머에 기고된 칼럼
"불사대마왕 찬탈하기" 의 번역.
원래는 하나의 게시물이지만 분량상
4개의 파트로 쪼개서 올릴 예정입니다.
칼럼이 다루는게 마침 올해 롤드컵에 진출하는 미드
4명에 관한 이야기여서 한번 옮겨 봤습니다.
기왕이면 4편 순서대로 감상하는 것을 추천드립니다.
즐겁게 읽어주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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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SI가 다가오며, 다시 한번 제기되는 의문 :
페이커를 끌어내릴 새로운 미드 라이너의 등장은 가능할 것인가?
2013년 4월 6일 대한민국 서울.
수백명의 들뜬 팬들이 앉아있는 스튜디오 방청석에서
17살 소년이 그의 프로게이머 데뷔를 앞두고 있었다.
“Faker” 이상혁.
고등학교 도서관에 있는걸 더 편하게 느낄 법한 풋풋한 얼굴의 소년은
그의 모든 움직임을 멀리서 지켜보고 있을
시청자와 방청객 앞에서 무대에 오르기 시작했다.
이 어린 미드라이너는 한국의 e스포츠팀
SKT T1의 차세대 유망주로 각광받고 있었다.
이미 스타크래프트 트로피로 가득 채워진 SKT의 트로피 진열장은
프로 데뷔를 코 앞에 둔 페이커에 의해 더 늘어날 예정이었다.
만약 팬들의 기대대로 이루어진다면 말이다.
6분하고도 29초가 게임 속에서 흘렀을 무렵,
유망주의 유산은 그 윤곽을 드러냈다.
페이커가 한국의 올스타 미드라이너
“Ambition” 강찬용을 상대로 솔로킬을 낸 것이다.
관중들의 경악과 함성이 울려퍼졌다.
그렇게 불사대마왕의 전설은 시작됐다.
그날 밤 이후, 페이커는 리그 오브 레전드 씬에서
주목해야 할 플레이어로 자리매김했다.
몇 달 뒤, “Ryu” 류상욱과의 1대 1 대결에서
거둔 슈퍼플레이가 퍼져나가며,
그는 리그 오브 레전드를 대표하는 플레이어가 되었다.
2013년이 끝날 무렵, 그는 레이커스의 홈구장
스테이플스 센터에서 월드 챔피언쉽 우승을 차지했다.
새로운 슈퍼스타의 탄생을 알리는 언론의 보도와 함께.
불사대마왕은 해를 거듭하며 전설이 되었다.
그의 커리어와 명성은 끊임없이 치솟았다.
잡지 표지 모델이 되기도 했고, 단순한 유명인을 넘어
그와 같이 게임 하기를 원하는 팬들을 거느린 팝스타가 되었다.
그가 항상 무적이었던 것은 아니지만,
페이커와 SKT는 흔들릴 때 마다 진화했고, 저력을 발휘했다.
2015년과 2016년, 페이커는 연달아
세계 최고의 팀에게 주어지는 성배–
소환사컵을 들어올렸다.
롤드컵은 더 이상 최고의 선수를 가리는 자리가 아닌 ,
이 게임의 주인공을 상대로 버텨낼 수 있을지 없을지
알아보는 자리가 되었다.
2017년 롤드컵에서, 불사대마왕은 짐덩어리 팀원들을 데리고
3연속 롤드컵 결승에 오르는 절정의 기량을 뽐냈다.
그리고, 베이징 국립 경기장에서 가장 큰 e스포츠 대회를 보기 위해
수많은 관중들이 모였던 싸늘한 밤, 모든 것이 바뀌었다.
삼성 갤럭시가 기념적인 승리에 환호하던 방음 부스의 반대편에서,
페이커는 의자에 몸을 웅크린 채 눈물을 흘렸다.
중국의 관중들은 충격으로 침묵에 휩싸였다.
SK 텔레콤 T1이 3대 0으로 완패했다.
그 순간, 불사대마왕의 경이는 산산조각 났다.
벗겨진 슈퍼맨의 가면 뒤로 드러난 건
붉게 상기된 얼굴의, 그의 어깨에 얹어진 비현실적인 기대에
부응하지 못했다는 괴로움으로 몸부리치는 청년이었다.
2017년 11월 4일.
그렇게 불사대마왕은 전세계의 수억 명이 지켜보는 앞에서,
쓰러졌다.
E스포츠의 모든 것이 바뀌었던 그 날 저녁 이후,
네 명의 남자는 그날 밤 경기장에 남겨진 유령을 좇고 있다.
한국의 미드라이너 4명은 불사대마왕이 남긴
완벽의 의미를 깨닫기 위해 쉼 없이 달려나가고 있다.
- 그 모든 걸 시작했던 소년까지도.
이것은 그들의 이야기다.
“불사대마왕”이라는 가면 속 남자
(The man behind the Unkillable Demon King mask)
“페이커” 이상혁의 유산을 쫓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오직 극소수, 심지어 그 극소수조차 그 유산의 발치에도 이르지 못했다.
(시드니 존스 그림.)
인생에서 한번 쯤 타임머신이 있었으면 하는 때가 있을 것이다.
고등학교 시절 짝사랑에게 고백했는데 면전에서 차인 순간이라든가,
아니면 단순히 제 시간에 알람이 안 울려서 지각했던 순간일 수도 있다.
우리가 되돌리고 싶은, 미래를 바꿀 수도 있는 그런 순간들 말이다.
페이커는 베이징에서 겪은 그 날의 고통에서 도망치지 않았지만,
분명 그 날 이후 페이커는 바뀌었다.
그 시리즈, 시간은 페이커에게 있어 되돌리고픈 그런 순간일 것이다.
그가 지키려 부던히 노력했던 이상적인 페이커는 더 이상 없다.
지난 4년 간, 그는 계속해서 불사대마왕을 따라잡으려 했다.
2019년 페이커가 베이징 이후 처음으로 우승컵을 잡았을 때,
그의 열렬한 팬들은 이 우승이 한 때 세계를 지배했던 불사대마왕의
화려한 귀환을 알리는 신호탄이 되기를 바랬다.
그러나, 그렇지 못했다.
결승 직전 페이커는 인터뷰에서 그가 느끼는 실력이
아직 전성기 때로 돌아오지 않았음을 밝혔었다.
“제 실력이 옛날과 비교해서 더 좋지는 못한 것 같아요.”
2019년 4월 스프링 결승을 앞두고 페이커가 한 말이다.
“제 생각에 지금 실력은 70에서 80% 정도인 것 같아요.
결승 때는 30에서 40%까지 끌어올릴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후 우승했지만, 이어지는 MSI에서 그날의 잔향은 고스란히 남았다.
2019 MSI에서 강력한 우승후보로 꼽혔던 페이커의 팀은,
결국 유럽의 G2에게 준결승에서 패배했다.
5달 뒤, 역사는 되풀이 되었고,
G2는 다시 한번 SKT를 롤드컵 준결승에서 꺾었다.
페이커에게 있어 대부분의 프로들이 삼는 최종목표들은
그저 정상으로 올라가는 과정에 불과하다.
그는 정점을 보았다.
2연속 롤드컵 우승, 셀 수 없는 지역 리그 우승,
이견 없는 넘버 원의 타이틀.
그 이하의 것들은 충분치 않다.
현재의 페이커를 따라잡고자 달리고 있는 다른 수많은 선수들과 달리,
2021년, 24살의 페이커가 노리는 건 오직 단 하나 :
과거의 자신이다.
우리가 그의 셀 수 없는 우승 트로피를 보고, 칭찬과 승리에 열광할 때,
페이커는 놓쳤던 기회를 떠올린다.
그가 참가했어야 마땅했지만 진출하지 못했던 2014년의 롤드컵,
키아나를 더 잘했다면 소환사컵을 들어올릴 수도 있었을 G2와의 경기,
세계가 별로 대수롭지 않게 여길 정규시즌 중의 패배조차,
침대에 잠들기 전 그의 마음속에 남아있다.
비록, 불사대마왕의 가면과 그가 지녔던
범접할 수 없는 아우라는 녹아 사라졌지만,
그의 소년기 때 알려졌던 차가운 모습 또한 녹아내렸다.
팀원들과 어울리는데 어려움을 겪었던 커리어 초창기와 달리,
페이커가 아닌 인간 이상혁으로서, 그는 성장했다.
페이커의 관심사는 여전히 어떻게 하면 정점에 다시 오를 지에 있지만, 분명 변한 것도 있다.
팀원이 부침에 빠졌을 때, 페이커는 더 이상
자기 자신에만 집중하지 않고 동료를 생각한다.
앞으로 계속해서 나아가야 할 동료의 어깨에 팔을 두른 채.
수억 명에 달할 그의 팬들은 불사대마왕의 귀환을,
그리고 페이커는 다시금 자신이 완벽해지기를 염원하고 있다.
가장 최근의 LCK 스프링 시즌에서 T1이 페이커를 벤치에 앉히고
17살의 신예 미드라이너 (익숙하지 않은가?)
“Clozer” 이주현을 내보냈을 때, 팬들은 들고 일어났다.
팬들은 2019년 말 새로 들어온 프런트가
SKT가 20년 간 쌓아온 유산을 망가뜨리고 있다 생각했다.
페이커가 경기에 없을 때, 그의 대타는 세계에서
가장 큰 현미경 아래 실수투성이 선수로 비춰졌다.
팀의 상태가 좋지 않으면, 감독과 코치진이 비난받았다.
페이커가 팬들이 바라는 이상적 모습에 못 미칠 때면,
그는 “퇴물”이거나 은퇴 직전의 선수로 몰렸다.
“아무도 다음 시즌이 어떻게 될지 몰라요"
페이커가 최근 유튜브 인터뷰에서 남긴 말이다.
“하지만 제가 다시 최고가 될 수 있을거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페이커 본인을 제외하고, 그 누구도
페이커의 여정이 언제 끝날지 알 수 없다.
롤드컵 우승이 그 답에 가까울거라 여겨지지만,
과연 그게 페이커에게 있어 과거의 자신을
따라잡았다 느끼기 충분할까?
2연속 우승? 3연속 우승? 그랜드 슬램은?
그 날이 올 때까지, 그의 팬들은
그가 다시 한번 정상에 서는 걸 기다릴 것이다.
그리고 강남의 T1 사옥에 있을 페이커는,
미지의 길을 계속해서 걸어갈 것이다.
더 이상 순진한 얼굴의 소년도
대마왕의 가면을 쓴 전설의 존재도 아니지만,
한 명의 남자로서 그는 상상도 못할
세계의 기대를 어깨에 짊어질 준비가 되어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