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GR21.com
- 경험기, 프리뷰, 리뷰, 기록 분석, 패치 노트 등을 올리실 수 있습니다.
Date 2004/08/26 23:24:32
Name 비롱투유
Subject 저그 날다 (三年不飛又不鳴)

━ 1



춘추시대 초엽, 오패(五 )의 한 사람으로 꼽혔던 초(楚)나라 장왕이 즉위한 지 얼마 안되어 이렇게 선포하였다.

[간언 따위를 하는 자는 그 자리에서 베어 버려라.]


그 후 장왕은 3년간에 걸쳐 국정은 돌보지 않은 채 주색으로 나날을 보냈다. 이를 보다 못한 충신 오거는 죽음을 각오하고 간언할 결심을 했다.
오거가 말했다.
"큰 새가 우리안에 있습니다. 3년이나 날지 못하고 울지도 못하였습니다. 이 새는 무엇입니까?"
장왕은 크게 웃었다.
"3년이나 날지 못하였는가? 그것이 한번 난다면 하늘을 치솟을 것이며, 3년이나 울지 못하였으니, 한번 울면 모두 허리를 굽힐 것이로구나!"










━ 2


위워 솔져스라는 영화 보신적 있으신가요?
맬 깁슨 주연의 전쟁영화입니다.
끝없이 밀려오는 적군들 ..
그런 적들을 상대로 정말로 기적같은 승리를 이루어냅니다.


영화속에서 언뜻 보기에만 미군 한명당 베트콩 5명 이상은 죽인것 같더군요.
정말로 엄청난 전과죠?
하지만 그 전투는 성공이 아닌 실패로 기록되었습니다.
비록 적들이 많이 죽기는 했지만 아군의 피해도 많았다는거겠죠.
아니 .. 좀더 솔직히 말하자면 값싼 베트콩에 비해서 자랑스러운 미군의 손실이 컷다는거겠죠.  


미네랄 25 가스 75에 두마리씩 나오는 스컬지에 그 값비싼 베슬이 터지면 저그유저는 환호하고 테란 유저는 침통해합니다.
그래봤자 스컬지의 운명은 죽음일텐데 말이죠.
너무 센티한가요?


하지만 그게 저그의 모습같습니다.
상대보다 몇배의 물량을 내세워야지만 적을 이길수 있는 그런 모습..
그러다가도 간혹 영화에서 처럼 상식을 뛰어넘는 상대방의 컨트롤/지휘로 패배하기도 합니다.  
전 그래서 저그가 싫었습니다.  


그 약해보이는 모습이 싫었고 상대의 본대에 도망쳐 다니는 모습이 보기 싫었습니다.














━ 3



하지만 이제는 다릅니다. . .





저그의 최초우승 ..
지난 몇년간 조연으로만 남아있던 저그가 드디어 최고의 자리에 올랐습니다.

"대체 어떻게 하면 저그로 임요환, 서지훈, 최연성 같은 테란을 이겨?.." 라는 푸념을 정면으로 반박하는 모습에 그에게 반했습니다.
아니...
저그라는 종족에 반해버렸습니다.


도망치기는 커녕 마치 자신이 질럿인양 덤벼드는 저글링들을 보며 더 이상 약하다는 생각이 들지 않습니다.
상배보다 몇배씩의 물량을 보유해야지만 싸움이 되는 그런 모습이 아닌 같은 병력규모로도 동등한 싸움을 할수 있다는것만으로도
그의 플레이를 보고 있으면 저글링뿐만이 아닌 내 몸속의 아드레날린도 솟아오르는것 같았습니다.


그동안 참 많이 참아왔습니다.
항상 조연의 자리에 서서 그들의 멋진 드라마를 돕기만 했습니다.  
하지만 이제는 아닙니다.


(三年不飛又不鳴)

3년동안 날지 않은 새가 난다면 하늘을 치솟고, 3년동안 울지 못했으니 한번 운다면 모두가 허리를 숙인다고 했습니다.
이제는  날개를 펴고 하늘높이 날아오를거라 믿습니다.
그동안 흘렸을 눈물 만큼  웃음을 보여주었으면 합니다.


이것이 약자의 슬픈 모습이 아닌 당당한 강자의 당신을 사랑하는 이유입니다.

















ps : 쓰고나 박성준 선수를 위한 응원글이 된것 같네요.
하지만 이 글은 박성준 선수뿐 만이 아닌 저그를 위한 글입니다.
아니 솔직히 처음글을 쓸때는 어제 멋진 경기를 보여준 "조형근"선수를 생각해두고 썻는데 어디서 부터 꼬였는지.. ^^
어찌 되었든 가장 좋아하는 팀인 한빛도 화이팅이고 조형근 선수도 화이팅입니다 !




통합규정 1.3 이용안내 인용

"Pgr은 '명문화된 삭제규정'이 반드시 필요하지 않은 분을 환영합니다.
법 없이도 사는 사람, 남에게 상처를 주지 않으면서 같이 이야기 나눌 수 있는 분이면 좋겠습니다."
Return Of The Panic
04/08/26 23:45
수정 아이콘
추게로 고~

ps. 왜 제 저글링 러커는 같은 저글링 러컨데 테란한테 녹아날까요~ ㅠ.ㅠ
Return Of The Panic
04/08/26 23:47
수정 아이콘
그리고 어제 조형근 선수의 승리는 정말 황당했습니다.. 중간 해처리 날아가고.. 앞마당 드론 도망다니고.. 디파일러가 강력한 역할을 했던 것도 아닌데.. 결국 그 병력을 다 잡아내다니..
04/08/26 23:56
수정 아이콘
조형근 선수의 승리..
정말 당황 스러웠죠.
보면서 아 테란이 다 이겼네 저거 저그가 죽어도 못이겨.
이렇게 동생한테 이야기 했는데, 어어 하는 사이에 역전이....
Sulla-Felix
04/08/27 00:10
수정 아이콘
최근 트랜드인 업그레이드 저글링에 대한 분석을 보고 싶습니다. 과거 저그는 항상 테란에게 업글에서 뒤진다는 핸디캡을 안고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현재의 특히 포스트 박성준류의 저그 플레이어들은 이러한 공식이 통하지 않습니다. 부족한 자원을 아껴가며 업그레이드에 목숨을 걸고 있습니다. 고수 분 중 누구 한명이 이러한 경향에 대해서 분석 한 글을 보고 싶습니다.
04/08/27 00:21
수정 아이콘
아 앞마당 왜 안밀었는지-_-
안전제일
04/08/27 01:53
수정 아이콘
조형근 선수의 침착함과 명확한 상황 판단력..그리고 너무나 신이난 테란선수의 오판이 만들어낸 멋진 한판 뒤집기였지요!
으하하하 아아 조형근 선수! 첼린지도 프로리그도 모두 화이팅 입니다!!!gogogogo!

저그 유저들의 마인드 변화가 가장 주목되는 부분입니다.
이러이러한 승리공식이 점점 희미해진다랄까요.
이것만 하면 이겨! 혹은 이곳만 내가 가져가면 이겨!라기보다는 좀더 유연해지는 모습이 보입니다.
저그 팬으로써..즐겁고 또 기쁩니다.^_^
박용열
04/08/27 08:03
수정 아이콘
어제 김민현선수의 압박은 과거 한승엽선수가 이미 그에 못지 않은 플레이로 보여 주었는데... 해설진들은 오바(?)가 좀 그렇더군요...

단점을 뒤엎을만한 장점이라...

그냥 제가 보기엔 장점을 뒤엎을만한 단점이 더 보이더군요...

앞마당 멀티 지역 방어나 일꾼 숫자나 일꾼 보내는거나

베슬 관리나 각종 상황대처능력등...

프로리그의 간만에 재밌는 테 vs 저였지만

최고의 명경기는 아니라는(명경기는 양선수다 최선의 플레이를 보여줘야 하므로~)
04/08/27 09:42
수정 아이콘
압박과 압박시의 콘트롤 보면서 잘하는구나, 단단하구나, 이기겠구나 생각했지만 멀티 늦는 거 보면서 저러다 역전 당하지.. 첫 무대라서 조급하구나 생각했고, 진출병력 잡힌 후에 여기 저기서 놀고 있는 일꾼들 보면서 당황했구나 졌구나 생각했습니다. 조금 더 갈고 닦으면 훌륭한 선수가 될 것 같습니다.
(라뉘야, 글솜씨가 나날이 느는 것 같다. ^^)
귀안의Sai
04/08/28 18:18
수정 아이콘
박용열// 김민현선수가 아니라 박민현선수입니다.-_-;
그나저나 어제 조형근선수 멋있었습니다ㅠ.ㅠb
목록 삭게로! 맨위로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추천
7230 [잡담]내가 없으면 아무것도 아닌게 되죠. 내가 주인공입니다! [9] 미츠하시3102 04/08/28 3102 0
7229 특별히 그에게 강한 맵이 있다 (?) [38] 영웅저그5829 04/08/28 5829 0
7228 [잡담] 미국농구 드림팀.. 무너지다.. [17] Untamed Heart4663 04/08/28 4663 0
7227 [영어가 GG칠 때까지] [3-1회 영어의 기본 문장구조 주어편 (1부)] [13] 하와이강5046 04/08/28 5046 0
7226 올림픽...... 보고 계십니까? [12] Siestar3374 04/08/28 3374 0
7225 '팬'이라는 이름으로 [6] 초콜렛3102 04/08/28 3102 0
7224 음.. 버그에 대해서 궁금한게 있습니다. [7] 영웅저그3191 04/08/28 3191 0
7223 헉 스타중에 이런 버그 있으셨나요?? [29] swflying4193 04/08/28 4193 0
7222 올림픽 폐막을 앞두고 [8] 캔디3112 04/08/28 3112 0
7221 gorush 박태민 선수 아쉽네요... [19] swflying4719 04/08/28 4719 0
7220 Ever 오프닝 스틸컷 사진. [43] 여미5609 04/08/27 5609 0
7219 [잡담] 작은 바람 [14] 아케미4009 04/08/27 4009 0
7218 이윤열 고도의 심리전... 천재테란 [47] 최강나다6351 04/08/27 6351 0
7217 KTF EVER 2004 온게임넷 스타리그 오프닝입니다 [68] 꿀만먹는푸5863 04/08/27 5863 0
7216 어제 심권호 해설 녹음 입니다^^ [14] 보노4745 04/08/27 4745 0
7215 마음속의 자 [8] 비롱투유3550 04/08/27 3550 0
7214 [잡담..]웹상에서. [4] zenith3123 04/08/27 3123 0
7212 [잡담] 決鬪(결투) [25] 총알이 모자라.3070 04/08/27 3070 0
7211 박찬호......그의 승전보가 너무나 그립습니다. [36] Connection Out4617 04/08/27 4617 0
7210 그렇게 할일이 없나? [23] skzl4058 04/08/27 4058 0
7209 프로게이머들에게 팬들의 무서움을 알려야 할 때 [25] newwave5100 04/08/27 5100 0
7208 서지훈 선수가 GG를 치지 않은 사건에 대해서... [56] 클레오빡돌아9111 04/08/26 9111 0
7207 저그 날다 (三年不飛又不鳴) [9] 비롱투유3278 04/08/26 3278 0
목록 이전 다음
댓글

+ : 최근 6시간내에 달린 댓글
+ : 최근 12시간내에 달린 댓글
맨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