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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21/01/03 21:41:49
Name RapidSilver
Subject [기타] Getting Over It - 괴짜들을 위한 러브레터 (수정됨)
2020년을 끝으로 어도비 플래시의 공식 지원이 종료되었습니다.

많은 플래시 게임들을 이제는 아카이브를 통해서만 즐길 수 있게 된 가운데, B-게임에 대해 누구보다 큰 관심과 애정을 표현해왔던 개발자 베넷 포디(Bennett Foddy)가 그의 게임 Getting Over It에 담고 있는 메시지를 다시한번 상기시켜 보고자 본 글을 작성하게 되었습니다.

영문 출처에서 따온 글들은 의미 전달을 위해 적절하게 요약 의역했음을 밝히는 바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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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때로 별것 아닌 일에 목숨을 걸 때가 있습니다.
타인이 당신의 노력을 얼마나 하찮고 보잘것없이 보든, 자신만의 작지만 큰 성취를 위해 자존심을 거는 것들이 다들 있으실거라 생각합니다.
누군가는 아무도 보지 않는 블로그를 매일매일 수시간씩 투자해 열심히 꾸미고 가꾸기도 하고, 또 누군가는 자신만의 굿즈 컬렉션을 완성하기 위해 큰 돈과 시간을 들이길 마다하지 않기도 하지요.

그런 당신에게 가장 큰 상처는 다름아닌 다른사람들이 무심코 던지는 말 한마디일겁니다.
당신의 자존심따위는 전혀 신경쓰지 않은채 무심하고 날카로운 말들을 던져댑니다.
"뭐 그런 쓸데없는데 돈하고 시간을 들이냐?"
"뻘짓하고 있네."
"다큰 어른이 유치하게 뭐 그런걸 아직까지 하고있냐"
사실 내 자신조차도 그것이 별로 의미있는 일이 아님을 알고있지만, 그 누구도 당신만의 이 싸움을 응원해주지 않는다는 사실이 때론 큰 절망감으로 다가오기도 합니다.

오늘은, 한참 유행이 지났지만 흔히 '항아리 게임'으로 알려진 getting over it의 제작자 베넷 포디가 '별종, 괴짜'라 불리는 당신만의 그 사투에 보내는 찬사에 대한 이야기를 해볼까 합니다.

베넷 포디가 B-게임을 존중하는 방법

This game is an homage to a game that came out in 2002 titled “Sexy Hiking”. The author of that game was Jazzuo, a mysterious Czech designer who was known at the time as the father of b-games… and b-games are rough assemblages of found objects. Designers slap them together very quickly and freely, and they’re often too rough and unfriendly to gain much of a following. They’re built more for the joy of building them than as polished products. In a certain way Sexy Hiking is the perfect embodiment of a b-game. It’s built almost entirely out of found and recycled parts, and it’s one of the most unusual and unfriendly games of its time.
이 게임은 2002년에 나온 "Sexy Hiking"에 대한 오마주입니다. 그 게임의 제작자, 미스테리한 체코출신 게임 디자이너 Jazzuo는 B-게임의 아버지로 불리곤합니다. B-게임은 사전에 구축된 여러 오브젝트들의 조악한 모음이지요. 디자이너들은 그 오브젝트들을 빠르고 자유롭게 작품에 쳐바르기에, B-게임은 많은 관심을 끌기엔 너무 조악하거나 불친절합니다. 다듬어진 제품이라기 보다는 만들어지는 즐거움에 의해 제작되지요. 그런 의미로 Sexy Hiking은 B-게임의 완벽한 실체화라 할 수 있습니다. 그 게임은 거의 재활용되거나 미리 구축된 파츠들에 의해 만들어졌고, 그 시대의 게임 중 가장 일반적이지 않으며 불친절한 게임입니다

- Getting Over It의 도입부 인게임 내레이션 중


베넷 포디는 언제나 Getting Over It을 소개할때, 원전 'Sexy Hiking'과 B-게임에 대해 말하는 것을 잊지 않습니다.

Sexy Hiking은 아마추어 개발자 Jazzuo가 개발한 플래시 게임으로, 굉장히 조악하다는점만 빼면 Getting Over It의 플레이방법과 정확히 일치하는 게임입니다. Sexy Hiking을 포함한 Jazzuo의 작품들은 그야말로 B-게임의 전형이라고 말해도 될 정도로 투박하고 거침없습니다. 하나같이 조악한 퀄리티와 외설적인 컨셉, 불편하기 짝이없는 조작감 등을 공통분모로 가지고 있습니다. 그의 다른 작품 중 하나인 "Hermies the game"은 상대의 거시기를 피해 내 거시기를 상대의 머시기에 찔러넣어야 하는 게임으로, 컨셉만 들어봐도 Jazzuo의 작품세계(?)가 어떤지 짐작이 갈 정도지요. 그런데 재밌게도, 서양권 인디게임 개발자 커뮤니티 사이에서는 Jazzuo와 그의 게임들이 2000년대 중후반부터 컬트적인 인기와 관심을 받고 있었던 것으로 보입니다.

[Getting Over It의 원전이 된 Sexy Hiking. 타이틀화면부터 조악하기 그지없습니다.]


[Jazzuo의 다른 작품 "Hermies the game". 갑자기 볼륨이 커지는 포인트가 있습니다. 정 궁금하시면 아무도 없는데서 혼자 보세요]

스펠렁키 시리즈의 개발자 데렉 유 (Derek Yu)와 베넷 포디는 2018년 PC Gamer와의 인터뷰(원문 : www.pcgamer.com/the-creators-of-spelunky-and-getting-over-it-with-bennett-foddy-on-sexy-hiking-and-b-games/)에서 Jazzuo의 영향력에 대해 언급한 바 있습니다. 데렉 유가 인디게임 개발자들의 커뮤니티인 TIGSource에 2007년 Sexy Hiking에 대해 언급하였고 그 당시에 커뮤니티 안에서 개발자들 간의 굉장한 논쟁이 있었다고 합니다. 베넷 포디는 당시에는 Sexy Hiking을 별로 대수롭지 않게 여겼으나, 인디 개발자들 사이에서 밈이 되기 시작하면서 다시한번 게임을 곱씹어보게 되었고, 이후에 이 게임의 디자인이 얼마나 훌륭한지 깨달으며 의견을 바꾸게 되었다고 밝힌바 있습니다. "Timeless"라는 극찬의 표현까지 써가면서요. 그가 강의를 하고있는 뉴욕대학교 게임디자인 수업에서 이 게임을 다루었을때에도 학생들의 호불호가 심하게 갈렸다는 후문도 전했습니다.

Jazzuo와 B-게임이 왜 그렇게 인상적이었는지에 대해서 데렉 유는 "Jazzuo의 게임이 특별한 이유는 그것들이 정말로 날것이기 때문이다. 그의, 혹은 그와 유사한 제작자들의 게임을 플레이하다보면 언제나 정직하고 도발적이다는 인상을 받는다. 게임개발자로써 플레이어들이 멋지고 편안한 시간을 보내도록 만드는것이나 게임을 깔끔하게 마감하는것은 매력적인 선택지이나, 그의 게임들은 우리가 또한 게임을 통해 무언가를 표현하고자 하는 예술가이기도 하다는 생각을 상기시킨다"라고 말했습니다. Jazzuo의 게임이 조악하고 불편해 보일지언정, 그가 표현하고자 하는바를 거침없이 표출한다는 점에서 많은 인디 개발자들을 매료한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반-디자인이라는 개념의 의미는 정석에 대한 의문에서 출발합니다. 완전히 정석적인, 좋은 게임 디자인의 필수요소 같은 것들에 대한 의문이요. 좋은 게임디자인이란 무엇일까요? 혼란을 겪지 않고, 뭘 해야할지 난처해지지도 않고, 짜증나지도 않고, 지루해지지도 않고, 완벽한 난이도 곡선을 가지고 적절한 도전을 제공하며 비슷한 노력을 들이면 비슷한 수준으로 올라가는 그런 것들이겠죠. 많은 노력이 들어간 디자인이요. 저는 이미 닌텐도 게임과같은 매우 좋은 게임들에 의해 이미 좋은 게임디자인이란것이 구축되어 표준화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저는 어느순간부터 그런 '좋기만한 디자인'에 점점 질려가는걸 느꼈어요. 여전히 좋은 게임을 즐기기는 하지만 그리 흥미롭지도 않았고요. 이런 면에서 저의 흥미를 유발한 게임이 데몬즈 소울이었는데 그게임의 많은 요소들이 실제로 좋은 디자인이 아니었기에 흥미를 끌었거든요"

"의도한건 아니었지만 그대로 두어야겠다고 마음먹은게 한가지 있는데, 사람들이 QWOP을 처음 마주쳤을 때 마치 다른사람들이 아직 아무도 못해본걸 발견한것처럼 느꼈다는 점이에요. 인터넷 한 구석에서 의도치않게 이상하고 엉뚱한 게임을 발견한거죠. (중략) 저는 반-디자인의 일부는 사람들에게 날것의, 정제되지 않은, 다듬어지지 않은 경험을 전달하는것이라고 생각해요"

- Game Informer와의 인터뷰, 8분 35초 , Anti-design(반-디자인)이라는 개념이 무엇을 의미하느냐는 질문에

베넷 포디는 철학자 출신 답게 데렉 유의 의견을 조금 더 확장시켜 반-디자인이라는 개념으로 정의합니다. 게임 디자이너의 의도를 오롯이 전달하기 위해서 때로는 플레이어의 편의나 즐거움, 깔끔함등 일반적으로 '좋은 디자인'이라고 불리는 개념과 상충하는 점까지도 과감하게 받아들여야 할 때도 있다고 말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어떠한 경우에는 '좋은 디자인'보다 반-디자인이 흥미로운 결과를 도출할 수도 있음을 말합니다. 데몬즈 소울이라는 예시를 들어가면서요.

Getting Over It은 이렇게 인디 개발자들이 B-게임에 대해 가진 동경과 반-디자인 방법론에 입각하여 탄생했습니다. Getting Over It을 통해 사람들이 절망감이란 감정에 대해 더욱 더 고찰하기를 원하면서, 의도적인 불편함과 절망감을 위한 장치들을 여기저기 배치합니다.

"
Yeah, I mean I want to be able to express myself drawing from a full palette of, of human experience. I want to be able to use those feelings. I want to be able to explore what frustration is like. Maybe it’s richer and more interesting than people have given it credit for.
인간의 경험이란 팔레트를 활용해 그림을 그리는 내 자신을 표현할수 있기를 원했어요. 그 감정들을 이용할수 있기를 원했구요. 절망감이란 무엇인가에 대해 탐구할수 있기를 원했어요. 절망감이 사실 사람들이 생각하는것보다 더 흥미롭고 풍부한 감정일 수도 있다는걸요.
"
- medium.com의 Design note podcast 7편, 베넷 포디와의 팟캐스트에서 발췌

굉장히 흥미로운점은, 베넷 포디와 Getting Over It 이 반-디자인의 컨셉에만 완전히 매몰되지 않았다는 사실입니다. 그는 반-디자인의 한계 또한 명확하게 인지하고, Getting Over It의 '일부러 불편하게 만들어진 디자인'의 거부감을 완충하기 위해 어떤 장치를 도입했는지 여러 인터뷰를 통해 밝히고 있습니다. 게임의 제목, 소개문구, 게임이 진행되는 내내 재생되는 내레이션을 통해 '나는 베넷 포디라는 인간이고, 이 산을 오르려는 너를 계속해서 괴롭히려고 이 게임을 만들었다'는 의도를 반복적으로 주입시킴으로써 '이 게임은 디자이너의 의도를 전달하게 위해 일부러 이렇게 설계된 게임이다'라는 프레임을 만들었다고 말합니다.

"
Now having said that, if I just put it out there with no framing whatsoever it would just be viewed as the most broken pathetic, badly designed piece of rubbish in video game history. So, you have to do a, a lot of framing. That’s what I’m doing there. So, to answer your question, who is the person? It’s really everyone, but I think most people don’t realize that there is something to be enjoyed in frustrating experiences that you can derive pleasure, or interest, or at least a kind of memorable experience from something that is, uh, on its face just a negative sensation.
아무런 프레이밍 없이 그냥 내놓았다면, 아마 이게임은 망가지고, 한심하고, 그저 나쁘게만 디자인된 쓰레기 정도로밖에 인식되지 않았을거에요. 그래서 필요한게, 어, 많은 프레이밍이에요. 그게 제가 한것들이죠. 그래서 (제가 괴롭히고 싶었던)그 사람들이 누구냐는 당신의 질문에 답하자면, 사실 모든사람들이에요. 하지만 전 많은 사람들이 절망스러운 경험에서도 즐길만한 것들이 있다는걸 알아차리지 못한다고 생각해요. 표면적으로는 부정적인 경험이지만 거기서 파생되는 기쁨, 흥미, 아니면 최소한 기억에 남을만한 경험 같은것들이요.
"
- medium.com의 Design note podcast 7편, 베넷 포디와의 팟캐스트에서 발췌

Getting Over It을 관통하는 이런 베넷 포디의 게임 디자인론은 단순히 인터넷에 널린 쓰레기들이라고 치부될 수 있는 B-게임에 대해 존중과 경의를 표하며 이들의 방법론을 양지로 끌어올리기 위한 노력의 일환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우리는 종종 게임시장의 가장 뿌리에 위치한 인디게임의 개발자나 인디게임 애호가들 조차도 B-게임, B-음악, B-문학, B-문화에 대해 경멸어린 시선을 보내는 것을 자주 볼 수 있습니다. 조악하고 투박한 표현을 언제나 '나쁜 것'으로 치부하며, 게임이 가진 무한한 가능성을 좁은 우리 안에 가두는 것을 볼 수 있지요. 하지만 반대로 유튜브의 조악한 야인시대 합성물, 스팀에 널려있는 천원짜리 시뮬레이터 게임, 카툰 연재 갤러리에 올라오는 그림판 수준의 만화가 때로는 보란듯이 주류 문화에 까지 큰 영향력을 행사하는 경우를 자주 목도하기도 합니다.

이런 관점에서, 철학자 출신의 점잖아보이는 게임 개발자가 B-게임에 대한 지속적인 관심과 존경을 환기시키는 것은 게임시장 전체에도 굉장히 긍정적인 영향을 불러온다고 생각합니다. 베넷 포디의 B-게임에 대한 조예는 그 폭과 깊이가 상당한 수준인데, 그의 트위터에서 국산 플래시게임 '슈의 라면집'이나 '밀크 쮸쮸'같은 작품들도 언급할 정도입니다. 그의 B-게임에 대한 관심과 사랑이 어느정도인지 알 수 있는 대목입니다. 데렉 유는 PC Gamer와의 인터뷰에서 "Getting Over It이 훌륭한 이유는 변두리의 예술 (outsider art)에 대한 존중을 잊지 않으며 주류 안으로 들여왔기 때문이다"라고 표현하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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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크 쮸쮸'와 '슈의 라면집'을 언급하며, 와중에 '밀크 쮸쮸'는 놀라운 게임이라는 찬사를 보내는 베넷 포디]

당신이 노력하는 바로 그 순간, 의미를 가지는 쓰레기의 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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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Imaginary mountains build themselves from our efforts to climb them, and it’s our repeated attempts to reach the summit that turns those mountains into something real.
.. 이 가상의 산은 우리가 그것을 오르려는 노력에 의해 성립하며, 정상에 도달하려는 우리의 끊임없는 시도가 그 산을 비로소 '진짜'로 만듭니다.
"
- Getting Over It의 '악마의 굴뚝'구간 인게임 내레이션 중

Getting Over It이 B-문화에 대한 존중을 표현하는 방법은 게임 디자인 방법론에만 그치지 않습니다. 게임을 진행하는 내내, 베넷 포디는 내레이션을 통해 아무도 인지하지 못한채 쓰레기로 취급되어 버려지는 수많은 B-문화 산물이 의미를 가지는 과정에 대해 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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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When everything around us is cultural trash, trash becomes the new medium- the lingua franca of the digital age- and you can build culture out of trash, but only trash culture: b-games, b-movies, b-music, b-philosophy. Maybe this is what digital culture is. A monstrous mountain of trash, the ash-heap of creativity’s fountain. A landfill with everything we ever thought of in it. Grand, infinite, and unsorted.
.. 문화적인 쓰레기가 우리 주변을 가득 채우면, 쓰레기는 새로운 미디어가 됩니다. 디지털 시대의 lingua franca (다른 두 언어 사용자의 의사소통을 위한 제3의 공용어)인 셈이죠. 쓰레기로부터 문화를 만들 수 있습니다만, 그것들은 또한 쓰레기 문화일 뿐이죠 : B-게임, B-영화, B-음악, B-철학 같은거요. 이것이 디지털 문화의 정체성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쓰레기의 흉물스러운 산, 창의성의 분수에서 나온 잿더미. 우리가 생각하는 모든것이 있는 쓰레기 매립지. 거대하고, 무한하고, 분류조차 되지 않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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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verything’s fresh for about six seconds- until some newer thing beckons- and we hit refresh, and there’s years of persevering disappearing into the pile; out of style, out of sight. In this context, it’s tempting to make friendly content - that’s gentle, that lets you churn through it but not earn it. Why make something demanding if it just gets piled up in the landfill, filed in with the bland things?
모든 것들이 새로고침을 누르기 전 대략 6초 정도동안 신선합니다. 수년의 인내의 결과물이 파묻혀 사라집니다. 유행에 지나고, 관심밖에 난 것으로요. 이런 맥락에서, 쉬운 컨텐츠를 만드는것은 매력적인 선택지입니다. 가볍고, 쉽게 휘말릴수 있지만 얻을걷은 별로 없는것들요. 쉽게 무미건조한 쓰레기속에 파묻혀 사라질 것들을 왜 노력을 들여 만들겠습니까?
"
- Getting Over It의 공사장~가구 구간 인게임 내레이션 중

수많은 배설들이 인터넷을 가득 채웁니다. 누군가는 쉽게 댓글로 감정을 발산하고, 누군가는 연예인들의 관계에 대한 가십을 지어냅니다. 인터넷에서 수많은 이들에 의해 생성되는 정보는 누군가 그것을 보는 짧은 순간에만 의미를 가질 뿐, 그 이후에는 거대한 새로운 정보에 파묻혀 다시 구닥다리가 되어버립니다. 그렇게 빠르게 파묻혀가는 정보의 하수처리장에서, 어떻게보면 노력과 정성을 들여 자신만의 문화세계를 만들어가는 행동은 미련한 일일 수도 있습니다. 베넷 포디가 말한것처럼 무미건조한 쓰레기속에 묻혀 사라질 것들인걸 뻔히 알면서도 그것에 시간과 노력을 들이는 것은 굉장히 미련한 일처럼 보입니다. 여기까지만 보면 베넷 포디는 디지털 시대의 B-문화를 금방 사라질, 의미없는 것이라고 말하는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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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ut on the off-chance that you’re playing this, what I’m saying is: trash is disposable, but maybe it doesn’t have to be approachable. What’s the feeling like? Are you stressed? I guess you don’t hate it if you got this far, feeling frustrated- it’s underrated.
하지만 만약 당신이 이걸 진짜로 플레이하고 있다면, 제가 하고싶은말은 : 쓰레기는 버릴수 있지만, 굳이 쓰레기에 접근하지 않을수도 있습니다. 기분이 어떠신가요? 열받으셨나요? 여기까지 온걸로 봐서 좌절감을 느끼는게 싫지많은 않으신가보군요. 좌절감은 과소평가된 감정일수도 있겠어요.
"
- Getting Over It의 오렌지 구간 인게임 내레이션 중

하지만 게임의 중반부, 오렌지 구간부터 새로운 관점을 제시하기 시작합니다. 좌절하는게 싫으면 게임을 당장 꺼도 된다, 니가 포기하면 이 난관은 실재하지 않는것이 된다, 쓰레기를 굳이 정복할 필요가 없다는 등의 조롱과 가까운 말을 꿋꿋이 참아내며 게임의 중반부까지 올라온 당신에게 베넷 포디는 '좌절감이 생각보다 그리 나쁜 감정은 아닐걸?'이라는 말을 건네기 시작합니다. 이 게임이 거대한 쓰레기의 산인걸 이미 알고있으면서도 굳이 올라보려 하는 당신에게 새로운 관점을 환기시켜 줍니다.

인터넷이 거대한 쓰레기 매립지에 불과하지만, 그 속에서도 자신이 생산하는 B-문화에 자부심을 느끼며 끊임없는 노력을 들이는 많은 제작자들 또한 존재합니다. 그들은 컨텐츠를 제작하는 과정에서 수많은 좌절감과 마주합니다. 창작과정 그 자체가, 주변의 시선이, 공들여 만든 작품이 아무런 관심도 받지 못하고 금새 파묻혀버린다는 사실이, 그 모든 것을 감수하고 '다시 처음부터 창작을 시작해야 한다는(starting over)' 사실이, 그들에겐 큰 좌절감으로 다가오곤 합니다. 베넷 포디는 그 좌절감이 단순히 부정적이지만은 않기 때문에 당신이 여기까지 왔으며, 좌절감에도 맛볼만한 측면이 있다는 말을 건네며 여러분을 위로하기 시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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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 feels like we’re closer now, composer and climber, designer and user. You could have refused, but you didn’t. There was something in you that was hidden that chose to continue. It means a lot to me that you’ve come this far, endured this much, every wisecrack, every insensitivity. Every setback you’ve forgiven me is a kingly gift that you’ve given me.
우리가 점점 가까워지는것같군요. 창작자와 등반가, 디자이너와 사용자. 당신은 그냥 거부할수도 있었지만 그러지 않았어요. 당신안에 숨겨진 무언가가 계속 하길 선택했죠. 당신이 여기까지 왔다는건 나에게 큰 의미로 다가옵니다. 제가 당신에게 던진 헛똑똑이 같은 말들, 무신경함, 이렇게 많은 것들을 견디면서요. 제 모진 방해공작을 용서해준 당신의 아량은 저에게 황송한 선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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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Getting Over It의 눈덮인 바위 구간 내레이션 중

'우리가 점점 가까워지고 있다'는 내레이션은, 당신은 플레이어이기도 하지만 인터넷 공간 안에서의 생산자일수도 있다는것을 넌지시 암시하고 있습니다. 물론 여기까지 버텨온 플레이어에 대한 경의의 표현이기도 합니다만, 동시에 이 게임이 은유하는 'B-문화의 쓰레기 산을 나름의 노력을 통해 정복하고자 하는 여러 아마추어 제작자'에 대한 존중의 표현이기도 합니다. 타인이 보면 그저 쓰레기더미일 뿐인 B-문화의 흉물스러운 산을 당신이 정복하려하는 그 순간부터 당신에겐 큰 의미를 가지게 된다는 것을 다시한번 상기시키며, 주변의 수많은 비아냥과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야 하는 좌절감을 딛고 올라온 당신에게 베넷 포디가 건네는 찬사이며 감사인사이기도 하지요.

디오게네스와 당신의 의지

"
Have you thought about who you are in this.
Are you the man in the pot, Diogenes?
Are you his hand?
Are you the top of the hammer?
I think not - where your hand moves, the hammer may not follower, nor the man, nor the man's hand.
In this you are his WILL. His intent.
The embodied resolve in his uphill ascent.

당신이 이 게임 안에서 누구인지 생각해본적 있나요?
당신은 냄비안의 남자, 디오게네스인가요?
당신은 그의 손인가요?
당신은 망치의 끝인가요?
전 그렇게 생각하지 않아요 - 당신의 손이 움직여도, 망치는 따라오지 않을수 있죠. 남자도, 남자의 손도 마찬가지구요.
여기서 당신은 그의 의지입니다. 그의 의도이구요.
이 등반에서 실체화된 그의 결단입니다.
"

- Getting Over It의 설산 구간 인게임 내레이션 중


디오게네스는 냉소적(cynic)인 괴짜로 유명했던 고대 그리스 아테네의 철학자였습니다.
디오게네스는 사회적 규범이나 가치가 인간의 본성을 해친다고 생각하였고, 동시에 모든 철학은 말이 아니라 행동으로 성립한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는 자신의 철학에 입각하여 진정한 인간으로 살기위해 재산을 탐하거나 입신양명을 추구하는등의 행동을 일체 하지 않았기 때문에, 디오게네스를 표현한 많은 예술품에서는 그를 자신의 몸이 겨우 들어갈만한 항아리 속에 사는 거지꼴로 묘사합니다. 자기 자신을 개라고 표현하며 모든 사회적 지위와 재산을 버리고 자신의 철학에 충실하며 살아갑니다. 자신의 행동이 다른 사람들에겐 괴짜같고 미친것처럼 보이는것에 아랑곳하지 않고 평생을 바칩니다.

"
(알렉산드로스)대왕은 세상의 모든 것을 가졌다. 개는 그 어느 것도 갖기를 거부했다. 대왕은 다른 이에게 권력을 행사한다. 개는 권력을 오직 자기 자신에게만 휘두른다. 그러나 부와 권력의 정점에 서있는 대왕의 위력도 개에게는 아무 감명을 주지 못했다. 대왕이 되고 싶지 않은 개. 그러나 개가 되고 싶은 대왕. 여기서 우리는 대왕의 것보다 더 컸던 개의 '영혼의 크기'를 볼 수 있다.
"
- 진중권 미학 에세이 '앙겔루스 노부스'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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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화가 장 레옹 제롬의 <시노페의 디오게네스>]

베넷 포디가 항아리속 인물을 디오게네스로 표현한 데에는 이와 같은 이유가 있습니다. 사실 누구도 디오게네스에게 거지꼴로 살기를 강요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사회적으로 '정석적인 것'이라고 불리는 것들을 마다하면서까지 자신의 믿음과 철학을 관철해나가는 그 고귀한 영혼을 후대의 사람들은 높이 평가했습니다. 마찬가지로, 누구도 B-게임 향유자들에게 쓰레기의 산을 오르라고 강요한 적은 없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의지로 거대한 쓰레기의 산을 오르는 B-게임 플레이어와 B-문화 생산자들에 대해, 베넷 포디는 이들을 디오게네스에 빗대며 경의를 표하고 있습니다. 그들에게 바치는 새로운 B-게임을 하나 창조해내면서까지요.

세상의 모든 독종과 괴짜들에게.
저를 포함하여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이 당신의 열정을 응원하고 있다는 사실을 잊지 않아주셨으면 합니다.

"
I dedicate this game to you, the one who came this far. I give it to you with all my love.
이 게임을, 이렇게 먼 여정을 온 당신을 위해 바칩니다. 제 모든 사랑을 담아서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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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기영화
21/01/03 23:30
수정 아이콘
잘 읽었습니다! 댓글은 제가 처음인 것 같은데..추천은 벌써 8 이군요!
RapidSilver
21/01/03 23:47
수정 아이콘
(수정됨)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항아리게임의 제작의도는 베넷 포디라는 인물의 배경을 알지못하면 완전히 이해하기 힘든 작품이라 생각해 이 글을 쓰게되었습니다.
인터넷을 뒤져봐도 이 작품에 대한 진지한 분석과 고찰이 너무 찾기 힘들거나 피상적인 부분만 건들고 있는게 못내 아쉬웠지요.
게임 전체에 메시지와 경의를 담아낸 훌륭한 작품이라고 생각합니다. 오히려 겉만 번지르르한 게임보단 이런게 진짜 참여형 예술에 가깝지 않나 하는 생각도 들구요.
blacksmith01
21/01/04 01:13
수정 아이콘
겜할 때는 나레이션이고 뭐고 마우스 돌리기에 여념이 없었는데, 이런 내용이었군요.
재밌게 잘 읽었습니다.
RapidSilver
21/01/04 02:27
수정 아이콘
사실 안타까웠던게 이 게임의 내레이션 한글자막이 중간중간 이상한 부분이 꽤 많더라구요.
내레이션이 이 게임의 의도를 설명하는 굉장히 중요한 요소라고 생각해서 좀 아쉬웠었습니다
21/01/04 01:54
수정 아이콘
잘 읽었습니다.

[사실 내 자신조차도 그것이 별로 의미있는 일이 아님을 알고있지만, 그 누구도 당신만의 이 싸움을 응원해주지 않는다는 사실이 때론 큰 절망감으로 다가오기도 합니다.] 마음에 와 닿는 말이네요. 극소수 유명인이나 위대한 사람들을 제외하면 자신의 삶을 타인에게 인정받는 것은 불가능해 보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직장생활을 하고, 취미생활을 하고, 가정생활을 하면서 대부분의 시간을 보냅니다.

어릴 때는 나의 노력이 타인에게 인정받게 되리라는 조그마한 희망이라도 있었던 것 같은데, 나이를 먹어 가면서 그런 희망은 사라지고, 그냥 일을 하고 게임을 하고 독서를 합니다. 가끔씩 그런 삶과 시간이 허망하고, 그래서 절망감에 빠질 때도 있습니다. 그리고 사실은 디오게네스와 달리 우리의 삶은 응원받거나 인정받기 어렵다는 점을 알고 있습니다. 그래도 그렇게라도 시간을 채워가는게 대부분의 사람들이 경험하는 삶이고, 그래서 다들 비슷하겠거니 생각하면서 위로를 받곤 합니다.
RapidSilver
21/01/04 02:32
수정 아이콘
디오게네스는 대낮에 등불을 들고 아테네 거리를 거닐며 '인간을 찾고 있다'고 말한 적이 있다고 합니다.
쓰레기 산을 오른다는 사실에서 오는 좌절감 자체를 감내하고, 그속에서 기쁨을 맛보는 행위 자체가 '인간적'이고 위대하다고 베넷 포디는 말하는것같습니다.
스위치
21/01/04 02:18
수정 아이콘
전 비주류 창작자들과 장인 유저들이 작지만 다양한 시장을 만들어내고 창작욕을 불태우는 모습들이 아직 새롭고 뿌듯합니다. 인정받지 못하는 게임들에게 애정을 쏟으며 한글패치를 만들어내는 사람들도 그렇고요. 한 20년 전에 일본의 데스크림존 신도들을 보며 '어느 정도가 파생문화를 만들만한 진짜 오타쿠인가'를 논쟁하고 부러워했던 모습이 이런 거였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자신을 확인하려는 행동들이 결코 작지만은 않은 세상이 되지 않았나 싶기도 하네요.
RapidSilver
21/01/04 02:29
수정 아이콘
(수정됨) 저도 사실 좀 비주류 스타일로 게임을 즐기는 사람중 한명이기에 더욱 더 이런 베넷 포디의 메세지에 감화되는면이 있는것같습니다.
사실 이렇게 글을 쓴다는것도 어떻게보면 베넷 포디가 말하는 B-철학의 발현이겠지요

재밌는건 인터넷이 이런 B-문화의 쓰레기장이기도 하지만 반대로 비슷한 B-문화를 즐기는 사람들을 모아주는 장이기도 하다는겁니다.
합필갤 배설 수준의 영상 합성물이 유튜브 조회수 수만씩을 찍는 세상이 올거라고 전혀 생각을 안했었거든요 크크
21/01/04 02: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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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히 "××-! 오락하는데 이유가 어딨어 그냥하는거지!" 라는 정답이 존재합니다.
하지만 남의 인정을 받지 못한다는 사실은 많이 씁쓸하게 다가와요 .

이런 응원메시지를 보니 가슴따듯해지네요 감사합니다
아이폰텐
21/01/04 12:26
수정 아이콘
원사운드의 그 메시지에 요즘 게이머들은 동의 안할겁니다
영화보는데 의미를 왜 찾니
만화보는데 이유가 어딨냐
소설보는데...

등등
똑같은 거죠
12년째도피중
21/01/04 20:13
수정 아이콘
그렇지요. 편리한 대답일 뿐, 본질은 아닌.
이유는 있을 겁니다. 있는데 ....그걸 설명해도 남이 납득할 것인가, 내가 그 이유의 하찮음(혹은 숭고함)을 감당할 수 있는가, 더불어 그것을 표현할 수 있는가. 그걸 인정받으면 그건 또 무슨 소용인가.... 등등의 이유로 저렇게 [그냥 한다]가 되어버렸죠. 진짜 그냥하는게 아니고 [피곤하게 따지지 말자]에 가깝다고 생각합니다.
양파폭탄
21/01/04 08:53
수정 아이콘
도전과제... 야리코미... 심지어 티어까지... 따지고보면 참 쓸데없고 의미없는거지만 어떻게든 아득바득 100% 찍으려고 하죠 심지어 일부는 재미마저 없는데!
아이폰텐
21/01/04 12:27
수정 아이콘
그래도 스트리밍이랑 이 게임을 떼어놓고 생각하긴 힘들듯 합니다
스트리밍과의 시너지가 게임성 자체를 올려버린 최초의 사례 같기도 하고요
RapidSilver
21/01/04 13:26
수정 아이콘
(수정됨) 게임인포머와의 인터뷰 영상에서 언급되는 내용이 있는데

게임을 클리어 한 후 특전을 스트리밍 혹은 녹화중이 아니라는 체크박스를 확인한 후에야 열어볼 수 있게 만든건 플레이어가 직접 게임을 플레이했을때 완성된 경험을 하도록 의도한 장치였다고 합니다.
내레이션 내용중에도 게임을 직접 플레이할때 비로소 와닿는 내용들이 많구요.

스트리밍과 직접 플레이는 서로 다른 경험이지만 전 오히려 직접 플레이할때 게임이 비로소 완성된다고 봅니다.

추가로 베넷 포디가 이 게임의 스트리밍을 보면서 자기가 의도하지 않았던 여러가지 사실을 배웠다는 말을 하기도 합니다.
뜨와에므와
21/01/04 12:50
수정 아이콘
남의 고통을 즐기는 인간의 성향에 대한 고찰이 있어야죠 이 게임은
RapidSilver
21/01/04 13:36
수정 아이콘
(수정됨) 사실 그건 보는게임으로 성공한 이유를 분석할땐 유의미하지만 오히려 더 많은 기획의도가 숨겨진 게임이거든요.
베넷 포디가 '괴롭히겠다'고 말한 사람이 결국 스트리머같은 특정계층이 아니라 '모든 사람들'이라고 밝혔다는 점에선 더더욱이요.

한가지 안타까웠던게 물론 이 게임이 스트리밍으로 보는 게임으로 성공한건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지만
그때문에 이 게임이 은유하고 있는 많은 것, 베넷 포디라는 인간의 배경에 대한 많은것이 별로 대수롭지 않은것처럼 축소되는게 아쉬웠습니다.

'똥겜'이라는 일축으로 많은 특징들이 가려져버리는 많은 B게임들처럼 이게임도 비슷한 숙명을 가지고 있다고 해야할까요.
21/01/04 14:06
수정 아이콘
https://pgr21.com/humor/387146
예전에 유게에 올렸던 글 링크합니다.
RapidSilver님이 저기에도 댓글 다셨었군요.

말씀하신대로 스트리머와 시청자들 사이에서 이 게임이 어떻게 소비되었는가를 보면 아쉽긴 하지만
모든 작품이 그렇듯이 작가의 의도와 대중이 이를 어떻게 받아들이는가는 반드시 비슷하게 가지는 않죠.
그리고 그 간극에서 얻을 교훈들도 분명히 존재하고요.

좋은 글들 감사합니다.
RapidSilver
21/01/05 12:39
수정 아이콘
맞습니다. 베넷 포디 본인도 QWOP을 플레이하는 사람들의 반응, getting over it 을 스트리밍하는 스트리머와 시청자의 반응을 보고 몰랐던 사실을 많이 배웠다고도 하지요.

메시지도 메시지지만 이 게임 자체가 또하나의 실험이 되고 후속작에 영향을 미치지 않을까 생각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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