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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04/08/17 13:00:53
Name edelweis_s
Subject [픽션] 빙화(氷花) 16 + 종반부에 대한 간단한 설명
빙화(氷花)


-죽음을 재촉하는군.


옷깃 스치는 소리가 시끄러이 들릴 정도로 무거운 침묵. 이 곳 객잔에는 다른 사람 하나 없이 오직 그들만의 무거운 침묵과 팽팽한 긴장감만이 존재한다. 그 기세에 대기도 질렸는지 코로 맡는 공기의 냄새조차 전에 없이 역하다. 그 와중에 갑자기 들리는 발도음(拔刀音)은 차라리 귓불을 잘라내는 듯 했다. 서지훈의 발도에 이어 뒤통수를 때리듯 작렬하는 박태민의 호쾌한 고함이 시원시원하다.

“뭘 그리 멀뚱멀뚱 보고 있는 거야? 빨리 시작하지 않구!”

그러나 임요환은 박태민의 말을 묵살하고 서지훈에게 눈길을 돌렸다.

“능숙하군.”

서지훈은 역시 담담하게 응수한다.

“적에게… 칭찬인가?”

“그러나. 당신의 날에는 확신이 없소.”

“뭐……?”

여태껏 담담한 표정으로 일관해왔던 서지훈은 물론이고 박성준과 박태민까지도 흠칫 놀라 안색을 바꾸었다. 임요환은 그런 그들의 표정을 본 체 만 체하고 눈을 살짝 감으며 말을 이었다.

“사람들은 빙화(氷花) 당신을 보고 도법(刀法)의 최고라고 하곤 하지.”

“…….”

“모두 틀린 말은 아니오. 다만.”

“…….”

“당신 흔들리고 있소.”

“뭐가 말이냐.”

임요환의 말에 기분이 나빠졌는지 더없이 적대적인 말투였다. 그러나 말은 그리 하면서도 서지훈은 무언가 찔리는 것이 느껴졌다. 최근에 까닭 없이 가슴 한 구석이 답답했던 이유. 칼이 무겁고 붕 떠있던 것 같은 이유. 잠 이루지 못하고 밤중에 계속 발도와 납도를 반복했던 이유들을 임요환은 알고 있는 것 같았다. 적에게 약점을 들켜 곤란한 생각이 들기보단 그 이유가 더욱 궁금해진다.

“이유 없이 무기를 휘두르고, 살인을 반복하고 있소.”

“…….”

“즉, 목적이 없단 소리라오.”

하. 평소에 그리 잘 웃지 않았지만 이번만큼은 절로 웃음이 튀어나온다. 그 웃음이 진정 기뻐서 나오는 웃음이라면 좋으련만, 어이가 없음에 나오는 웃음이라는 것이 아쉽다. 목적이 없다라. 서지훈에게 언제나 목적은 존재했다. 강해지기 위해서. 오직 강해지기 위해서 칼을 휘두르고 뼈를 깎는 수련을 해 왔다. 그런 그에게 터무니없는 소리를 지껄이는 임요환은 과연 무슨 말을 하고 싶은 것인가. 단순히 적을 동요 시키려는 목적일까. 아님 진짜 무언가를 서지훈에게 말하고 싶은 것일까.

“웃기는군. 난 강해지기 위해서 칼을 쓴다. 여태껏 한 번도 생각이 변한적도 없어. 헛소리는 그만 하고 싸움이나 시작하지.”

“그럼 당신은 무엇 때문에 강해지려고 하는 것이오?”

쿵. 머리 위로 큰 바위가 떨어지는 것 같다. 후두부를 둔기로 얻어맞은 것처럼 머리가 띵하고 몸이 휘청거렸다. 뭐라고 대답해야 할지 생각은 나지 않았고 당연히 입 밖으로 튀어나가는 소리도 없었다. 무엇 때문에 강해지려 하는가. 생각해 본적이 없다. 생각을 하려 한 적도 없다. 그저 막연하게 강해지고 싶다고 생각했다. 난… 무엇 때문에 강해지려 하는가.

“당신에겐 수단적 목적만 있고 궁극적 목적이 없소.”

“…….”

“뿌리가 실하지 못한 나무는 얼마 못가는 법이지.”

이마에 식은땀이 흐르고 절로 침이 베어 나온다. 침을 꿀꺽 삼키고 마음을 진정시키려 해도 그게 잘 되지 않는다. 여태껏 그저 답답함만 느껴지더니 날의 흔들림이 자신에게도 보이는 듯하다. 마음의 동요는 곧 외부로도 드러난다. 하얗게 질린 서지훈의 얼굴을 보더니 박태민이 힘껏 소리쳤다.

“이, 이 놈들! 얕은 수를 써서 승리를 취할 셈이냐? 비겁하구나!”

“그럴 맘은 없소. 다만 저 자가 중요한 걸 잊고 있는 듯하여…….”

“으윽.”

“만약 빙화(氷花) 당신이 그 이유를 찾는다면 가히 중원의 최강으로 불리워도 손색이 없을테지.”

곧이어 더 이상 무거운 분위기를 참지 못하고 달려 나간 박태민에 의해서 싸움은 시작 되었다. 텅 빈 객잔에서 6명이 뒤엉켜 싸우는 것은 역시 무리였다. 박태민과 박성준은 각각의 상대와 함께 어디론가 사라졌고 객잔에는 서지훈과 박용욱만이 남아있었다. 채앵! 멍하니 혼을 빼놓다가 갑자기 달려드는 박용욱의 도를 막아냈다. 그러나 다시 한 번 무시무시한 살기가 그의 미간을 향해 날아온다. 아차, 이도(二刀)……. 서지훈은 빙화(氷花-서지훈의 애도)를 빙글빙글 돌리며 막아냈던 것을 튕겨내고 재차 날아들었던 한 개마저 쳐냈다. 그리 큰 공격이나 어려운 공격은 아니었는데도 숨이 차온다.

-뿌리가 실하지 못한 나무는 얼마 못가는 법이지.

그 말. 임요환이 꺼낸 말이 여전히 귓속을 맴돈다. 하하. 만약 날 동요시키기 위해 꺼낸 말이었다면 아주 적중했군. 확실히 집중이 안 된다. 날은 눈앞에서 흔들리며 오히려 자신의 눈을 교란하고 있었다. 집병(執柄) 자세고 뭐고 엉망이어, 날 좀 죽여주어 하는 것과 같을 것이다. 한심하기 짝이 없다. 그리 오랜 시간은 아니었어도 자신을 다스리는 것쯤은 이미 예전에 완성 되어 있다고 생각했는데 무시무시한 칼이나 두근거리는 전장이 아닌, 그깟 말 몇 마디 때문에 이리도 흔들리다니.

“싸우는 중에 무슨 생각을 하는 것이오!”

퍼뜩 정신을 차려오니 양손에 도를 들고 달려오는 박용욱의 모습이 이미 코앞이다. 현란한 손놀림과 두 개의 병장기로 정신없이 공격해오는 박용욱을 상대로 역시 정신없이 손을 놀리며 상대했다. 허나 이리 정신없이 싸우는 와중에도 자꾸 딴 생각이 든다. 당혹했고, 화가 나고, 슬프다. 강해지려는 이유가 무엇인가. 다른 사람들에게는 한없이 쉬운 그것일지도 모른다. 허나 서지훈에게 그 것은 문인들이 주고받는 문답보다도 훨씬 어려운 것이다. 수련을 하는 것은 당연히 강해지기 위해서라고 생각했다. 정파와 사파가 기를 쓰고 서로를 죽이려들면서까지 대립하는 것도 자기들의 강함을 추구하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강하게 되면 모든 것이 해결 되는 줄 알았다. 그래서 강해졌다. 사람들은 이제 빙화(氷花) 서지훈이라는 이름을 기억한다. 그래서 기뻤다. 아니, 기쁜 줄 알고 있었다. 아니, 스스로에게 기쁨을 강요하고 있던 것이다. 가슴 한 구석에서 몰려오는 답답함을 애써 무시한 채, 목적을 이루었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그런데도…. 우울했다. 걷잡을 수 없이 우울했다.
“으헉!”

그러나 순간 찾아온 고통은 자신도 모르게 비명을 내지르게 하고, 머릿속에서 고민하던 그 모든 것들을 잊혀지게 했다. 고통의 근원지인 복부를 쳐다보았다. 복부에 깊숙이 꽂혀있는 두 개의 도가 보인다. 피가 옷을 적시며 흘러내렸다.

“어헉… 컥…….”

의지와는 상관없이 눈물이 흐르고 바람바진 소리가 난다. 이제 끝인가…….





******

하루 쉬고 나서 썼더니, 그나마 좀 잘써져서 다행입니다.

빙화 16을 늦게 올리게 되어 보아주시는 분들께 정말 죄송할 따름입니다.

드디어 종반부입니다.

왜 강해지려 하는가.

이 것이 종반부 키포인트입니다. 초반부가 나약함에 대한 내적 갈등

중반부가 전투씬의 연속이었다면 종반부는 다시 한번 고민을 거듭하는

서지훈의 내적 갈등이 중심입니다. 그래서 전투씬은 중요한 비중을 차지하지 않게

되고 따라서 박태민VS임요환 박성준VS최연성의 전투씬은 서술하지 않습니다.

뭐-_- '니가 못쓰겠으니까 적당한 핑계대는거 아냐?'라고 말하신다면;;

할말은 없습니다. 스스로 부족함을 잘 알기 때문에;;

빙화가 끝을 향해 치달으며 차기작에 대해 진지하게 구상중입니다.

그 것은 스타크래프트와 전혀 관련이 없는 소설이 될 예정이며

따라서 피지알엔 올리지 못하게 되겠지요.

그럼 지금까지 보아주셨던 분들, 마지막까지

격려와 질타 부탁드립니다.

빙화는 20화 완결 예정이며, 여력이 남는다면 번외편 같은 것도 한 두편 써볼

생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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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08/17 14:14
수정 아이콘
오옷 그럼 어디에?유명 판타지 소설 사이트에?아니면 무협류 소설 사이트?저도 판타지소설 쓰고 있는지라 어디에 가시는지?끝까지 보러 가겠습니다~^^
edelweis_s
04/08/17 17:21
수정 아이콘
legend//그, 글쎄요;; 물색해야죠.
04/08/17 19:58
수정 아이콘
너무 재미있습니다^^
다음편도 역시 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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