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GR21.com
- 경험기, 프리뷰, 리뷰, 기록 분석, 패치 노트 등을 올리실 수 있습니다.
Date 2004/08/06 13:50:38
Name 안전제일
File #1 C7969_15.jpg (105.3 KB), Download : 29
Subject [잡담] 얼굴없는 미녀 - 목표를 충실히 수행한..(스포일러?)



굉장히 오랫만에 극장에 갔습니다.
뭐.. 주말도 아니었는데 죄다 영화만 보러왔는지 보려했던 시간대는 다 매진이더군요.
덕분에 고민하던 두 작품중에서 그나마 일찍 시작하는 것으로 낙찰!
'얼굴없는 미녀'를 선택했습니다.^_^

요새는 무슨 마가 끼었는지 영화를 보기전에 수집하는 그 얼마안되는 사전지식이 죄다 틀리는 경우가 많더군요.
'심리 스릴러'라고 알고있었는데 로맨스 물이었습니다.
혹 영화를 보러가실 분이 계시다면 이점 유의하시기를 바랍니다.(전 그래도 충분히 즐거웠습니다만.^_^)

-스포일러 자제-를 위해서 스토리를 안쓰려고 굉장히 노력했습니다.
그래도 혹 묻어나올수 있으니 영화를 보러가실 분들은 참아주시는게 좋겠군요.^^;





김인석 감독의 전작인 '로드무비'에서 보여줬던
조금은 잔학하고 거친 편집은 '상업영화'라는 타이틀을 단 이번영화에서 많이 완화되기는 했으나 여전한 개성으로 다가오는 느낌입니다.
물론 아직도 '상업영화'를 보는 느낌은 덜 하더군요.^^

영화의 스토리 라인은 간단합니다.
다만 그 스토리를 구성하는 상징과 각종 코드들이 조금 불친절 하게 배치되어 있기는 합니다.
그렇지만 '장화홍련'을 즐길수 있었던 관객들이라면 그러한 코드가 별로 어렵지는 않을것 같군요.
장화홍련이 코드와 스토리 모두가 비틀린 영화였다면
얼굴없는 미녀는 코드는 비틀어져 있지만 스토리 라인 자체는 굉장히 단순한 편입니다.
그러한 단순한 스토리에 감독이 원하는 코드들이 박혀있어서
앞으로 나아가려는 관객의 발을 잡아채는게 이 영화의 매력이지요.
간단히 말해서 '장화홍련보다 쉽고 다소 극단적인' 이라는 거죠.


이 영화에 대해서 말할때 어찌 [김혜수]라는 배우를 빼놓을수 있곘습니까.
스포츠 신문처럼 그녀가 얼마나 벗었나..라는 것보다는
한 영화에서 배우가 가질수 있는 장악력의 끝을 보여주었던것 같습니다.
김혜수가 나오는 한장면 한장면..
그녀가 내뱉는 대사 한줄 한줄이 깊게 각인되는 느낌이었습니다.

그녀가 연기한 '유지수'라는 여자를 어떤 배우가 연기할수 있을까...
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부담스러울수도 있는 그녀의 아름다움은 비현실적인 인물과 아귀를 맞추면서
본래 영화의 의도에 충실하게 [그녀만이 기억에 남는] 영화를 만들었습니다.
비록 김태우씨가 다소 무력하게 밀린감이 없지 않습니다만
그것은 국내 여배우들중 몇안되는 카리스마를 가진 김혜수라는 배우 자체의 한계일 뿐더러
영화의 스토리의 특성상 어쩔수 없는 일이기도 합니다.

영화의 스토리 자체가 '그녀'에게 휩쓸려 가는 '그'의 이야기이기 때문이죠.
그런 의미에서 김태우씨의 호연에도 박수를 보냅니다.



영화는 조금은 극단적인 영상미를 자랑합니다.
감각적인 영상은 화면을 채우지만 그것은 뮤직비디오와는 다른 '사진'의 느낌입니다.
자꾸만 이상하게 장화홍련이야기를 꺼내게 되는데...(갸웃.)
장화홍련이 뮤직비디오였다면 얼굴없는 미녀는 사진에 가깝습니다.
조명에 대한 굉장한 집착을 보여주면서 화면안의 정보를 우리가 완벽하게 통제할수 없게 하는 것이지요.
이것은 관객들에게 다소 불편한 느낌을 줄수 있습니다만
김혜수라는 배우에게 완벽하게 포커스를 맞추는 효과를 내면서 시나리오와 촬영 모두가 다 '그녀'를 위한 영화를 만들고 있다는 것을 노골적으로 뽐내고 있습니다.
(그런 면이 굉장히 마음에 들었습니다.)

화려하지만 막상 들여다보면 '그녀' 자체가 화면의 주인공이자 소품이 되어있는 것이랄까요.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사실 기억에 남는 것은 죄다 김혜수씨 얼굴입니다만.)
마지막의 엘리베이터에서 보여준 김혜수씨의 눈입니다.
예전 '쓰리'에서 나왔던 때보다도..그녀는 더 슬프더군요.
쓰리에서 보았던 단순하고 떨리는 감정선의 그녀가 이번 영화에서는 굉장히 깊은 눈을 보여줬습니다.
앞서도 말한 것이지만 김혜수라는 배우가 아니라면 '유지수'라는 캐릭터에 짓눌릴수도 있었던 것을
그 카리스마와 슬픔으로 그 유지수가 된것 같았습니다.
마음 깊은 곳의 절망과 괴로움에 공감했다고나 할까요...?
살면서 사랑외에도 무언가에 괴로워본적은 있지 않으십니까? 마음이 다칠만큼이요.



이 영화는 지독한 사랑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전염병같고 죽을만큼 괴로운 사랑말이죠.
복수하지만 그렇다고 자유로울수는 없는 것..가질수 없으니 혹은 가지지 못했으니
더 탐나는 그 무언가 처럼요.
치명적이게 유혹적이지만 절대 손에 넣을수 없는게 사랑이라고 하는 것 같았습니다.
어쩌면 '아무도'사랑하지 않고 그저 사랑을 '하고'있는 지도 모를 만큼이요.



---------------------------------------------------------------------------
간만에 마음에 드는 영화를 보고 많은 분들과 나누고 싶었는데
마음이 급해서 하고싶은 말의 반도 못하는 것 같군요.
큰일입니다. 좋은 것은 머리속에서 다 달려나가 버려서 손가락 끝으로 빠져나올게 없으니...먼산.


통합규정 1.3 이용안내 인용

"Pgr은 '명문화된 삭제규정'이 반드시 필요하지 않은 분을 환영합니다.
법 없이도 사는 사람, 남에게 상처를 주지 않으면서 같이 이야기 나눌 수 있는 분이면 좋겠습니다."
coolasice
04/08/06 14:06
수정 아이콘
마지막 반전 임팩트가 상당한걸로 들었는데..
얼굴'없는'미녀와 최면이란 소재를 엮어서
알고보니 김태우가 최면에 빠져있는 상태일것이다....라는 식의 예상을
했더니 그 보다 한술 더 뜬다고 하더군요.
보고 싶습니다...19세이상관람가만 아니라면 -_-
육계장맛호빵
04/08/06 14:53
수정 아이콘
저는 어제 봤습니다..
워낙 기대를 많이했던 영화라 실망도 조금 있었지만 볼만했습니다..특히 비쥬얼적인 면이 뛰어나 눈은 즐거웠습니다..
그리고 내용을 쉽게 이해하자면 굉장히 단순한 영화라 할 수 있지만 생각을 깊이 할수록 난해하더군요..-_-;;
지금도 계속 생각하는 중입니다..
04/08/06 15:17
수정 아이콘
상당히 기대하고 있는 영화입니다. 김인식 감독이 김혜수를 캐스팅했을 때부터, 상당한 관심을 가지고 있었거든요. 보아하니 매우 상반된 평가를 낳고 있는 듯하더군요. 그래도 아직은 우호적인 반응이 더 눈에 띄기는 합니다만. 그래서 더욱 궁금합니다. 과연 어떤 영화길래 이런 반응이 나오는지 직접 눈으로 빨리 확인하고 싶은 마음입니다.
04/08/06 16:16
수정 아이콘
사실은...
얼굴없는 미녀... 스포일러? 라는 제목만 보고 클릭했습니다.
전 보통 글쓴이의 닉을 보고 클릭하는데 말이죠. 혹시 내용이라도...?? 하는 호기심이 있었습니다. 예고편 동영상을 인터넷에서 보고 약간의 호기심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조금 읽어 내리다가... 이거, 영화사 마케팅부서 직원이 쓴 글 아냐? 아무래도 냄새가 나. 아주 멋지게 영화평 잘 뽑아 놓고 여기저기 싸이트에 알바 시켜 글 올리는 거... 하면서 스크롤을 주욱 올려 닉을 확인했습니다. 거의 확신했습니다. 분명 처음보는 닉일테고, 그러면... 야유하는 댓글 붙이려구요.

ㅠㅠ;;; 그런데 '안전제일'님이시네요. 으휴!~;;;

맨날 으하하하하 하고 호탕하게 웃기만 하시더니...
언제 이렇게 감성적인 글을 다 연마하셨단 말입니까?

주말에 얼굴없는 미녀 보러 가야 겠습니다. 이 영화사 안전제일님께 감사패 줘야 합니다.(안제님 글 때문에 영화 보러 갈 마음 생긴 사람, 저 뿐만 아니지 않겠습니까?)
04/08/06 17:31
수정 아이콘
장화홍련 얘기하시니 괜시리 보고싶어지는군요.
아직도 못잊고 있나 봅니다-_-;;
이영화 아직 안봐서 모르겠지만 광고들때문에 보기 싫어지더군요.
다 벗는데에만 초점을 두다보니 스포츠신문들만 보다보면 무슨 포르노물 선전같더랍니다-_-
다미아니
04/08/06 19:10
수정 아이콘
저는 오늘 강변CGV에서 신부수업, 분신사바, 화씨9/11을 연속으로 관람했는데요. 나름대로 다 재밌더군요. 신부수업도 생각보다 시나리오가 괜찮아서 두 인기스타에 의존한 영화일 뿐이라는 생각을 바뀌게 했구요. 분신사바는 뭐 그럭저럭... 깜짝 놀래키는데 주력한 영화. 화씨 9/11은 직접 보셔야 좋을 듯 하구요.
대들보™
04/08/06 19:35
수정 아이콘
아니 제일님 언제부터 평론일을 하셨습니까? 이거 너무 하시네요.
밥먹고 평론만 하는 이른바 평론가라는 타이틀을 달고 있는 사람들의 평론수준을 너무 쉽게 뛰어넘는 엄청난,제대로 된, 최고 수준의 평론을 이렇게 하시면 정말~!!! 너무 ~~~~~~ 좋아요. ^____^
저도 보러가고 싶습니다만, 같이 갈 사람이 없어서... 안 갑니다.
영화관에 혼자 간다는 것이 얼마나 용기를 필요... 아니 것보다 주변의 커플부대의 압박(?)을 견딜 자신이 없어서 안 갑니다.(슬퍼진다 ㅠ.ㅠ;;;)
트레이드마크 "으하하하"는 한번도 안쓰셨네요.
진지한 평론글이라서 그러신건가요? 그래도 제일님글에 그게 없으면 앙꼬없는 찐빵같은 느낌이 드는건 왜일까...
그거 빌립니다. 좋은 영화평 잘봤습니다. 으하하하하하하하하(이런 오버를 퍽~!)
인어의별
04/08/06 22:37
수정 아이콘
오늘 봤습니다..생각보다 괜찮은 영화였습니다. 안보신분들은 꼭 보시길..^^;
마요네즈
04/08/06 23:53
수정 아이콘
저도 오늘 이 영화 보고 왔는데..
개인적으로 비쥬얼 적인 면에서는 너무 마음에 들더군요. 그런데 영화자체는 그렇게 썩 와닿지는 않았습니다.
배우들의 연기는 나름대로 괜찮았었는데, 영화 중간에 집중력을 잃게 만드는 부분도 있었고, 나름대로 난해한 면도 없지 않아 있고..
기대를 너무 많이해서 그런지, 약간은 기대 이하였다는 생각이 조금 들었습니다..
낯선이
04/08/07 02:54
수정 아이콘
재미있게 보신 분들이 상당히 계시네요. 개인적으로 신기한.. ^^;;
저는 그제 봤는데 진부한 주제에 작위적인 티가 많이 나서 지루했습니다. 해리와 거미가 지나간 자리에 어서 제 취향의 영화들이 개봉했으면 좋겠다는... 뜬금없이 비디오 물로 "허니"를 추천합니다. 힙합과 춤을 좋아하신다면 만족할만 합니다. 행여나 제시카 알바를 사랑하신다면 더더욱.ㅋ
목록 삭게로! 맨위로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추천
6757 재밌는 MBCgame14. [19] cli5603 04/08/07 5603 0
6756 [픽션] 무색의 남자 - 프롤로그(약간수정) [6] 그녀를 기억하3239 04/08/07 3239 0
6755 WEG 스타크래프트 엔트리 발표!! [27] 아키[귀여운꽃5779 04/08/07 5779 0
6754 황제와 대통령 [12] 비롱투유5616 04/08/07 5616 0
6753 [픽션] 빙화(氷花) 6 + 잡담. [10] edelweis_s3500 04/08/07 3500 0
6752 중독은 무섭다 [6] 타임머슴3302 04/08/07 3302 0
6751 [짧은 글] 두 남자 이야기 [15] 탐정3560 04/08/07 3560 0
6750 [길고 재미없음]정의란 무엇일까? - 롤즈(J. Ravls)의 정의론 [14] 총알이 모자라.3899 04/08/07 3899 0
6748 파리의 여인 VS 풀 하우스 [84] Siestar5125 04/08/07 5125 0
6746 가끔씩 회상에 빠져보지는 않으세요?? 추억속의 그 날로 ..... [4] 민아`열심이3346 04/08/07 3346 0
6745 강민 선수에게 ArcanumToss라는 작위를 하사해야 할 것 같습니다. [43] 초보토스5749 04/08/07 5749 0
6744 박성준 선수의 경기를 보고 그에 대해 느낀점. [9] 석현3087 04/08/07 3087 0
6743 프로게임단 엔트리 [37] Altair~★6552 04/08/07 6552 0
6741 에이리언(저글링 리스크) vs 프레데터 (질럿) [15] 마음속의빛4077 04/08/06 4077 0
6740 [픽션?아니 공상!]마지막 프로토스-프롤로그 [3] legend3470 04/08/06 3470 0
6739 이해해 주시기 바랍니다. [6] hero6003021 04/08/06 3021 0
6738 ‘필살기’와 ‘기본기’ [18] 타임머슴4006 04/08/06 4006 0
6737 Tip.. 쉬프트키의 활용.. [12] jjjtoss5060 04/08/06 5060 0
6736 [픽션] 빙화(氷花) 5 [9] edelweis_s3358 04/08/06 3358 0
6735 정말 소름돋는 강민이네요. [31] 마동왕6370 04/08/06 6370 0
6734 스트레스 관리를 잘해야 성적도 좋아진다 [1] 이승재3109 04/08/06 3109 0
6732 [잡담] 얼굴없는 미녀 - 목표를 충실히 수행한..(스포일러?) [10] 안전제일5213 04/08/06 5213 0
6731 글쓰기와 코맨트에 대해서 지겨운 이야기를 하나 할까합니다. [3] 信主NISSI3448 04/08/06 3448 0
목록 이전 다음
댓글

+ : 최근 6시간내에 달린 댓글
+ : 최근 12시간내에 달린 댓글
맨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