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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19/08/28 18:56:45
Name Vesta
Subject [LOL] 7년차 SKT팬의 뇌리에 남은 타팀 선수들 (수정됨)

상당히 뜬금없는 타이밍에 올리는 예전부터 써보고 싶었던 글입니다.




스코어
제가 다른 팀 선수들 중에 가장 좋아하는 선수입니다. 저는 롤을 할 때도 정글밖에 안하는데요. 그래서 프로씬에서 정글러들의 효율적이면서도 센스있는 동선 및 설계나 영리한 플레이를 할 때 개인적으로 카타르시스를 느끼는 편입니다. 그런 점에서 다른 팀 정글러들 중에서 가장 애정을 가졌던 선수가 바로 스코어입니다. 2015 서머부터 저는 항상 이 선수에 대해 높이 평가했습니다. 다만 완성형 정글러였던 그에게도 강타와 클러치 히터로서의 폭발력은 다소 부족했다는 점이 아쉽습니다. 그러나  평균적으로 누구보다 꾸준히 상위권 폼을 보여준 정글러입니다. 올해를 마지막으로 더이상 프로씬에서 볼 수 없게 되었다는게 안타깝지만, 이제 제2의 인생을 앞둔 그의 앞날에 좋은 일만 있길 바랍니다.



페이커를 상대로 이겨본 미드라이너들은 많지만, 제압했다고 느껴지는 선수는 아직까지도 2014년 선발전-2015년 MSI의 폰이 유일합니다. 이 시기의 폰은 허리 부상 이후 그가 듣게 된 평가와는 다르게 크랙 그 자체였습니다. 페이커 못지 않은 방대한 챔프폭과 카운터펀쳐로서의 역량이 돋보이는 강력한 라인전, 공수 양면으로 엄청난 균형감각까지. 페이커나 루키가 그래도 공격지향적인 점이 있다면 폰은 그 둘보다 좀더 무게중심이 가운데에 위치한 선수였습니다. 그래서인지는 몰라도 페이커를 제외하고는 가장 높게 평하는 미드라이너이며, 롤 역사에서도 페이커에 이은 두번째의 위치에 놓아 마땅한 선수라고 생각합니다. 많은 사람들이 이 선수에 대해서 안티 SKT 혹은 안티 페이커로 이용한 면이 있고 그래서 극성팬들에게 시달리기도 했었습니다만, 저는 개인적으로 페이커의 커리어 동안 극복의 대상이라 볼 수 있는 거의 유일한 미드라이너였던 이 선수에 대해서는 항상 경의를 표했습니다. 물론 폰 이전에는 다데가 있었지만, 다데에게 1 대 1로 밀린다는 생각은 잘 안했거든요. 하지만 폰은 세체미 시점에서는 잠깐이나마 팬인 저에게도 벽처럼 느껴진 선수였습니다. LCK 복귀 이후 건강할 때 보여준 경기력은 여전히 클래스를 드러내는 모습이었지만, 최근들어 경기 내외적으로 다시 어려움을 겪는 듯 합니다. 다시 좋은 모습으로 돌아오길 바랍니다. 페진아 폰대관 밈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편입니다.


클리어러브
롤드컵 잔혹사로 인해 이젠 잘 언급도 되지 않지만 2015 MSI의 MVP 클리어러브는 2018 롤드컵의 MVP 닝보다도 더 무서운 상대였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닝을 다른 분들에 비해서는 상대적으로 높게보진 않는 편이었구요. 잘할 때나 그 이후로나... 그런데 전성기 솔랭버스기사였던 순수한사랑은 '얜 약점이 뭐야?'라고 생각한 첫 '외국선수'였습니다. LPL 최고의 스타 우지도, 짐승같은 마라샹궈도, 2018년을 LPL의 해로 만든 IG와 RNG 소속의 선수들도, 올해 MSI의 주인공인 G2의 선수들도... 아직까지도 저는 이때의 클리어러브만큼의 느낌을 받지 못했습니다. 얘는 진짜 강하긴 한데 대응법이 없어보이진 않는다는 시각을 항상 가지는 편인데 저때의 클리어러브는 그냥 모든면에서 더 잘하는게 답이다...정도밖에 없었어요. 누누로 쿼드라킬을 하질 않나 뭘 잡아도 다 터뜨리고 다니는 그 위력은 그야말로 놀라움 그 자체였습니다. 그 이후에 하향세로 접어들면서 리신으로 흑역사 쓰고 전성기와는 다르게 커버형이라는 평가까지 듣게 되었지만 전 사실 별로 동의가 안되더군요. 2015년 상반기의 클리어러브는 그냥 제가 생각하는 LPL 역대 최고의 완성도를 지닌 중국인 선수였습니다. 전 가끔 지금의 클리드를 보면 전성기 시절의 클리어러브를 떠올리곤 합니다. 철갑을 두른 것 같은 안정감에 압도적인 효율성까지 겸비했고 라인전, 운영, 한타 그 무엇에도 모자람이 없는 선수라는 점까지.


마라샹궈
저는 피지컬이라든가 예상치 못한 기민한 플레이가 터질 때 감탄하긴 하지만 충격먹는 사례는 별로 없는데요, 그 드문 케이스 중에 한 명이 바로 이 mlxg입니다. 2016년 MSI 당시에 마라샹궈의 니달리는 충격과 공포였습니다. 저는 아직까지도 정글 니달리를 그보다 더 공격적으로 잘 다룬 선수를 보지 못했어요. 또한 리 신으로 보여주는 말그대로 짐승같은 공격성은 동준좌의 비명을 불러일으키는 단골 손님이었습니다. 2016 MSI 당시의 이 선수처럼 극단적인 공격성을 가진 정글러가 진짜 몇이나 있었을까 싶은데, 심지어 mlxg 본인 조차도 그 이후로는 이때만큼의 짐승스러움을 보여주진 못하더군요. 그리고 저에게 해외리그의 수준이 LCK와의 격차가 그리 크지 않다는 것을 각인시킨 선수기도 합니다.


쿠로
큰 무대에서 페이커에게 약했기 때문에 필요 이상으로 폄하당했던 선수입니다. SKT, 페이커의 팬인 제가 변론해봤자 진정성이 별로 느껴지진 않을 수도 있겠지만 그냥 봐도 쿠로는 다재다능합니다. 챔프폭도 앞서 언급한 페이커나 폰에 버금갈 정도로 넓은 극히 드문 선수 중 한명이고, 이는 어느 메타든지 적응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춘 선수라는 의미입니다. 물론 페이커나 전성기 폰만큼 장르를 넘나드는 역할을 할 수 있는 스타일은 아닙니다. 이점이 어느 정도 한계로 작용할 수는 있고 라인전에서도 일반적인 인식과는 다르게 준수하지만 강력하다고 보긴 어려운 면이 있죠. 하지만 어느 팀에서도 제몫을 해낼 수 있는 선수라는 점으로 인해 미드라이너로서는 드물게 롱런하는 이유를 스스로 입증해나가는 중입니다.


루키
페이커, 폰 다음으로 언급되어야 할 미드가 아마 루키라고 생각합니다. 올타임 미드 3명을 꼽는다면 아마도 순서대로 이 셋이겠지요. 루키는 현존하는 프로들 중에 가장 페이커와 닮은 스타일을 가진 선수입니다. 다만 페이커의 어떤 특정 부분에 더 특화된 면이 있습니다. 페이커보다 더 공격적인 모습이 있죠. 2018년에는 원숙함까지 무르익어서 절정의 기량을 보여줬습니다. 닝이 2018 롤드컵의 메타 자체를 뒤흔들었다는 복한규의 말처럼 MVP의 자격이 충분하다는 퍼포먼스를 보여주긴 했지만 저는 사실 진정한 MVP는 루키라고 생각합니다. 2018 롤드컵에서 보여준 루키의 미드라인 지배력은 페이커나 폰이 예전에 보여준 지배력 못지 않은 것이었습니다. 루키는 페이커나 폰만큼 다재다능한 롤을 보여줄 수 있는 선수는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게임의 주역일 때, 미드라이너로서의 캐리력과 라인전의 강력함이라는 점에서는 저 둘의 전성기와 대등한 모습을 보여줍니다. 개인적으로 페이커나 폰과 서로 붙었을 때 가장 흥미진진한 상대입니다.


카사
동선 예측이 잘 안되는 정글러입니다. 상당히 즉흥적인 느낌마저 들 정도라 까다롭죠. 특히 교전을 앞두고 FW 시절 소드아트와 함께 큰 그림을 그리던 모습은 정말 인상적이었습니다. FW 특유의 의외성을 보여주는 매복 플레이와 변수창출은 카사와 소드아트가 만들어낸 합작품이었고, 라인전 단계에서 카사가 보여준 창의적인 동선은 놀라운 면이 있었습니다. 특히 한타단계의 캐리력까지 갖추고 있어서 더 까다로웠고, 이런 부분은 약간 지금의 타잔을 연상시킵니다. 전술적인 면이 아니라 전략적 측면에서 게임을 본다는 인상을 받는 정글러는 정-말 드문데, 카사나 타잔은 이런 점에서는 동류처럼 느껴질 때가 있습니다. 다만 타잔이 좀 더 변화의 폭이 넓다고 해야 할까요. 대신 카사는 전략적 핵심을 읽었다 싶으면 굉장히 저돌적인 면도 있어서 명치에 얻어맞으면 어떤 팀도 넘어뜨릴 수 있다는 강점이 있었죠. 대신 그만큼 안정감은 떨어지는 느낌.


소아즈
다분히 개그캐릭적인 면이 있지만 꽤 오래동안 롤드컵에서 모습을 보여왔습니다. 그리고 2017년 롤드컵 8강에서 보여준 RNG 상대로의 대아즈 나르쇼는 저는 아직도 이렇게까지 탑솔러가 게임을 캐리할 수 있을까?라는 의문이 들 지경입니다. 워낙에 밈화 되어 있는 면이 있어서 정신없이 웃으면서 봤었지만 지금 생각해도 경이로운 플레이의 연속이었죠. 나르로 그 이상 할 수가 있나 싶습니다. 올해 스프링 시즌에 기인의 제이스 원맨쇼도 있었지만 저는 저때의 소아즈가 더 말이 안됐다고 생각합니다. 그냥 신내린 경기... 제가 아는 한 탑솔러의 원맨캐리 경기 중에서는 저만한 경기도 없던 듯.


프레이
1.5세대 원딜로서는 이만큼 폼을 유지한 원딜러가 없습니다. 물론 시즌 3-4의 암흑기도 있었고 시즌 8 이후 다시 내리막을 걷고 있지만, 동시기 데뷔한 다른 원딜들과 비교해보면 정상권에 머무른 시간이 가장 길었다고 볼 수 있겠죠. 통합 시즌 이후 라이벌리가 형성된 뱅과 비교해봐도 정점을 찍어본 적은 없으나(월드와이드 기준), 정상권에서는 가장 오래 머물렀다고 생각합니다. 특히 2015 시즌부터는 뱅과 함께 약 3시즌을 투닥투닥하며 원거리딜러의 지평을 더 넓히는 주역으로 활약했고, 뱅과 함께 원딜도 이젠 영리하고 시야가 넓어야 한다는 점을 각인시킨 선수입니다. 독보적인 글로벌 궁극기의 활용과 적중도, 준수한 캐리력, 강한 라인전 등을 통해 다재다능한 면모를 보여줬죠.


타잔
신인정글러가 이렇게 영리하면서도 침착할 수가 있구나라는 사실을 처음 알려준 선수입니다. 현재 LCK에서 제가 타팀 선수들 중에 가장 높게 평가하는 선수를 단 한명만 꼽으라면 2018년부터 계속 타잔입니다. 무시무시한 솔로랭크 성적도 성적이지만 프로씬에서 타잔이 보여주는 영리함이라는 건 정말 놀라울 때가 있습니다. 클리드가 보다 전술적인 단계에서 강한 면모가 있다면, 타잔은 상당히 전략적인 면에서 더 돋보이죠. 이런 면은 뭔가 원딜 라이벌리에서의 뱅vs프레이의 구도와 상당히 유사하다고 느껴집니다. 그리핀은 타잔이라는 선수가 없다면 클래스가 확 내려간다고 생각합니다. 그만큼 그리핀에 있어서 타잔의 영향력은 막대한 측면이 있죠.


앰비션
저는 앰비션을 정글러로서 그렇게 고평가해본 기억이 없습니다. 정글러의 소양은 어쨌든 라이너를 키워주는 것이라고 생각하는데, 앰비션의 정글링은 지극히 본인 중심이었거든요. 그런데 그러다가도 정말 절체절명의 순간에서는 뜬금없이 라인개입에 몰빵하면서 반전을 이끌어 내기도 했습니다. 그래서 젠지 선발전 밈이 생긴거라고 생각하구요. 그런데 본인만의 일가를 이루면 어느 순간에 기회는 오기 마련이고, 2017년 롤드컵은 앰비션에게는 최적의 메타였습니다. 향로 메타로 인해 라인전 단계가 그 어느 시절보다 영향력이 적었고, 그래서 한타만 잘하면 초반 몇 천골드라도 역전할 수 있는 발판이 상대적으로 더 용이하게 마련되는 케이스였죠. 이는 중후반 단단한 운영과 한타를 위시로 하는 당시 삼성(현 젠지)에겐 찰떡과 같은 기회였고, 앰비션은 특히 한타에서 놀라운 집중력을 보이며 이 기회를 잡았습니다. 이러한 스타일의 고정적 한계로 인해서 정글로 포변한 이후 LCK 결승진출은 하지 못한데다 작년처럼 맞라인전이 중요한 메타에서는 폭망해버리는 등 기복이 생길 수밖에 없었지만, 그래도 그 방면에서 정점을 찍어봤다는 점에서는 확실히 대단한 선수입니다. 무엇보다 베테랑으로서의 역할을 잘해주었다는 점에서, 제가 생각하는 정글러의 소양과는 동떨어져있는 선수였지만 결국 경의를 표하게 된 선수입니다. 증명해냈으니까요.





쓰고보니 정글러가 많네요. 저는 프로씬에서 정글러가 그만큼 중요하다고 생각하는데 그런 점이 은연중에 드러난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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