팀전 1경기 샌드박스 게이밍 vs 원큐
리그 최강으로 평가 받는 팀과 리그 최약으로 평가 받는 팀의 대결이 첫경기 였습니다. 스피드전은 애초에 원큐 선수들도 다 마음 놓고 나가고 아이템전에서 그래도 잘해보자는 분위기.
나름대로 스피드전에서 한번 정도 비벼본 세트가 아예 없는 건 아니었는데, 전체적으론 그냥 역부족이었고 "샌드박스가 이렇게 강하다." 는 걸 보여주는 쇼케이스 장 같은 느낌이었습니다.
지난 리그 개인전 결승전 중요한 순간에서 문호준의 스탑 작전에 말려들며 패배했던 박인수.
오늘 똑같은 구간에서 똑같이 작전 걸며 의지를 보여준 장면.
1,2등 앞에 보내놓고 박인수가 3등인 상황에서 원큐팀 선수들이 필사적으로 쫒아오는걸, 스탑 한방에 전부 다 날려버리면서 추격에 제동을 거는 장면.
지난 시즌 플레임이 '어벤저스' 로 불리면서 박인수는 '타노스' 로 불렸는데, 해설진 말마따나 박노스가 손가락을 한번 튕기자 원큐 팀 절반이 날아가는... 그야말로 무시무시한 폼이었습니다. 너무 일방적이고 심지어 선수들조차 마음을 비워놓고 한 대진인만큼 긴장감은 전혀 없는 경기였습니다.
그래도 스피드 전 3대0을 당한 원큐 팀은 아이템전에서는 1승을 거두면서 퍼펙트는 당하지 않고 6대1로 패배했습니다. 아이템전이야 변수가 워낙 많아서 최고급 팀들도 3전 선승제 하면 1패 정도는 헌납할때 많으니 큰 의미는 없지만, 원큐가 실질적으로 리그에서 스피드로는 별 경쟁력이 없고 아이템전으로 승부보는 입장에서는 샌드박스와 잠깐이나마 비벼보는 그림 나온 건 어느정도 희망회로를 돌릴만 한것 같습니다. 승부 자체로는 완패였는데 원큐 선수들도 그렇게까지 기가 죽진 않았을듯. 무엇보다 2경기에서 긱스타가 보여준 경기력 생각하면 없던 희망도 생길 지경이라...
1경기는 너무 뻔한 경기라 몇개월만에 시즌 시작하며 맛보는 준비운동 느낌이었으면 2경기가 이날의 하이라이트였는데...
팀전 2경기 아프리카 프릭스 vs 긱스타
이 경기는 대진이 발표되었을때부터 개막전에서 가장 주목 받은 경기였고, 중요성도 엄청난 경기였습니다.
샌드박스, 아프리카 프릭스, 긱스타, 원큐가 속해 있는 A조에서 샌드박스는 이변이 없는한 전승할 거라 예측된 팀이었고, 원큐는 전패 후보로 꼽히던 팀이었습니다. 샌드박스가 3승으로 전승해서 올라가고 원큐가 3패로 전패로 탈락하면 결국 2승 1패팀이 2위로 진출하니, 이 두 팀은 개막 첫 경기가 사실상 4강 진출의 처음이자 끝인, 좀 당황스런 상황에 직면하게 된 겁니다.
그리고 전력 면에서도 서로 비벼볼 여지가 있었습니다. 레전드 유영혁이 있는 아프리카 프릭스. 역시 과거 빅3 일원이었던 전대웅이 있는 긱스타. 긱스타는 팀 조합 면에서 밸런스가 깨져 있지만 연습 과정, '연방' 에서 프릭스도 멤버 교체 여파 탓인지 질질 끌려가는 답답한 경기력이 많아서 서로 불안요소는 똑같이 존재 했었구요.
대체로 스피드전은 긱스타가 밸런스가 안 맞는다고 한들 개인전 실력자들이 워낙 많아서 기본 주행 역량에서 차이 나니 긱스타 우위라고 많이들 생각했고, 아이템전은 긱스타가 딱히 아이템전 실력자가 안 보이고 프릭스는 강석인이 있으니, 비록 연습과정에서 생각만큼 프릭스 템전이 기대만큼의 실력은 안나왔지만 그래도 프릭스가 좀 더 우위로 여겨졌습니다. 그래서 1대1 후에 에이스 결정전에서 유영혁 VS 전대웅의 대결도 예상되었구요.
그런데...
1등을 프릭스 이중선이 고정한 상태에서 긱스타가 2등, 3등, 5등을 먹어서 긱스타가 이길 수 있었던 걸
프릭스 홍승민이 라인 파고 들며 1등, 4등, 5등을 먹어 이기는 장면.
칼같은 쉴드 반응으로 상대 아이템전을 무력화 하는 홍승민.
자폭하며 상대팀을 단체로 묶어버리는 플레이
긱스타 선수들이 1,2등을 먹고 가는 가운데 한방에 두명을 날려버리는 프릭스 정승민.
이미 스피드전과 아이템전 2세트를 내준 긱스타가 어떻게든 한세트 잡아 승부를 더 끌고 가려고 안간힘을 써보지만 상대 라인을 파고들며 역전에 성공하며 긱스타의 숨통을 끊어버리는 강석인.
열세가 예상되었던 스피드 전에서 3대0으로 프릭스가 완승을 거두어버리는 충공그깽한 상황이 나왔고, 아이템전에서는 "실력은 있는데.." 라는 말 들었지만 연방 과정에서는 별 임팩트를 못 남긴 두 아이템 실력자, 홍승민과 정승민이 모두 잘해주면서 아이템전까지 3대0. 6대0 퍼펙트 승리를 거두어버렸습니다. 리그 최강팀 샌드박스가 최약팀 원큐 상대로도 1세트 정도는 내주며 6대 1 승리를 거두었는데 비슷하다는 평가를 받은 팀끼리 경기에서 6대 0이 나와버렸으니 이건 뭐...
프릭스는 '유영혁의 어깨가 무겁다' '유영혁이 많은걸 해줘야 한다' 는 평가를 받은 팀이었는데, 저 날은 이 말이 무색하게 유영혁이 존재감이 거의 안느껴질 정도로 다른 팀원들이 제몫을 너무 잘해줬습니다. 원래도 주행 실력은 최고 수준으로 평가 받은 이중선의 주행이 폭발했고 스피드전에서 늘 고생하는 강석인도 잘해주는 가운데 홍승민도 엄청났습니다.
특히 홍승민 이 선수는 아이템전 역랑을 보고 데려온 선수인데 마이웨이 스타일에 연습 전날에 호날두 보러 가는 패기(?) 및 연방에서 안나오는 지지부진한 경기력 때문에 유영혁, 강석인 같은 베테랑들이 "아이고 봉선" "저 철없는것" 짤 느낌으로 애도 타고 프릭스 팬들이 애간장을 많이 태웠습니다.
대충 이런 느낌.
그런데 반대로 패기가 쎄서 그런지 경기장에선 긴장도 전혀 없이 오히려 폼이 더 좋아져서 평소 끼랑 더불어서 팬들에게 인기가 폭발한 상황이고...팀원 두명이 핵 사용 적발로 자격 박탈되면서 팀이 한번 깨지고 예선에서 에이스 결정전까지 하면서 힘겹게 올라오고 연방에서 자주 털리는 등 다사다난 했던 프릭스 였는데 최고의 스타트를 끊은 셈입니다.
반면에 긱스타는 최악의 상황이 되었습니다.
경기력은 좀 심하게 말해서 뭘 연습했나.... 싶은 느낌으로 호흡이고 뭐고 전혀 없었고 내내 지리멸렬 했습니다. 이재인, 김승래의 폼은 나빠 보이진 않았는데 연방에서 1등 고정이던 전대웅이 별로였고 신종민은 모든 경기 내내 최악의 모습이었습니다.
이 팀은 이전에도 지적 되었지만 선수들 개개인의 실력은 좋지만 조합이 너무 안 좋습니다. FM으로 치면 아이마르, 리켈메, 외질 이런 선수만 서너명씩 산 느낌이라고 해야 할지... 다들 러너로서의 역량은 있지만 밑에서 싸워주며 비비면서 팀을 지켜주는 스위퍼 역할은 검증된 적이 없는 선수들입니다.
지금 팀에서 이 포지션을 맡고 있는 선수가 신종민인데... 이 선수 개인전 실력은 출중하지만 스위퍼로 어울리냐 하면 절대 아닙니다. 그냥 빨리 앞으로 가서 라인 잘 타고 치고 나가는 선수지 스위퍼는 지금까진 별 재능도 없어보이고 지난 리그 데뷔 신인이라 경험도 없습니다. 애초에 그냥 팀전 자체가 경험 부족 탓인지 개인전 만큼의 기량이 안나오는 편인데...
그러다보니 최악의 악순환으로 뭐 좀 해보려고 하다가 말아먹고 7,8등 고정하는 식으로 눈이 썩는 경기력을 보여줬습니다. 상황 자체가 잘할 수 없는걸 해야 하는 상황이 되다보니 어거지로 하다가 더 말아먹고 있고, 해설들도 그래서 프릭스 vs 긱스타 경기 내내 "차라리 신종민이 뭐 좀 하려고 하지 말고 그냥 하던대로 달리는게 낫다" 고 부르짖은것도 그런 이유고.... 본인 입장에도 답답한 상황이긴 합니다. 물론 그런걸 감안해도 못한건 못한거지만.
프릭스가 진짜 최악인건, 앞서 말했듯이 A조에서 샌드박스는 거의 전승을 할 것으로 예상 되고 있고, 원큐는 거의 전패를 할것으로 예상되고 있습니다. 그러면 결국 프릭스 VS 긱스타는 본인들 맞대결 결과로 4강 진출을 결정지을 수 있는데 여기서 졌습니다.
즉 긱스타는 기적적인 각성과 대이변을 일으키지 않는 이상, 우리들의 싸움은 여기서 끝났다 엔딩이 될 가능성이 지금으로선 높습니다. 리그 시작한지 하루만에 다 끝나버리는 셈...
물론 그렇다고 손 놓을 수만은 없는 일이고.... 그래도 팀전 연습하면서 멘탈 챙기기가 쉽지 않을 것 같긴 하네요. 개막전 경기력은 샌드박스에 비비긴 커녕 원큐 상대로 이변이나 안 당하면 다행이다 싶은 정도의 졸전이어서...
원래도 딱히 한화의 문호준이나 프릭스의 유영혁 처럼 베테랑 리더와 어린 선수들 조합으로 쓴소리도 하고 다독이기도 하는 식으로 케미를 다지는 조합은 아닌 인상이었고 리그 나가는 김에 뭉쳐진 조합 느낌이었는데, 분위기가 어떨까 싶습니다. 처참한 패배 이후 현장에서는 긱스타 선수들어 서로 언쟁을 높였다는 목격담도 있고...
개인전 32강 A조
개인전은 무난하게 문호준과 이재혁이 1,2위를 다툴 것이라 예상 되었고, 실제로 그렇게 되었습니다.
2~3위 경합하던 상황에서 순간적으로 라인을 치고 나가며 1등으로 올라가면서 선두였던 이재혁에게 동시에 블로킹을 해서 멀리 보내버리는 문호준의 클래스.
문호준과 이재혁 모두 최상급 선수들이고 나머지 선수들은 네임맬류 떨어지거나 신인급이었던지라 크게 특기할만한 일도 없었고, 이재혁이 지난번에는 32강에서 광탈한 불상사가 터졌는데 이번에는 2위를 하면서 명예회복을 했습니다.
보통 32강 즈음에서는 사고도 엄청 나는 편인데 이번 개인전 경기에서는 그런것도 별로 없었고....
이런건 있습니다. 이번 시즌 맵이 전체적으로 소위 '운동장' 형태의 맵이 대거 뽑혔는데, 이런 맵들은 경험없는 선수들도 좀 부담없이 달릴 수 있는지라 '실력차이' 가 생각보다 확 드러나지 않고 사고도 덜 터집니다. 때문에 박 터지는 사건도 별로 안나면서 다들 안정적으로 주행 한 것 같고...
잘하는 선수들 입장에서는 실력 차이가 제대로 안 드러나게 되니까 답답한 면도 있고 사고가 적으니까 그건 좀 편한 면도 있는데 이번 조는 하도 널널해서 그런지 문호준이나 이재혁이나 별 사고 없는 환경에서도 그냥 1,2위를 고정하고 갔네요.
그래도 눈에 띄던 선수가 있다면 양민규 선수는 지난 대회에서는 32강에서 사고만 터뜨리다가 탈락했던 걸로 기억하는데, 이번 경기에서는 무난하게 좋은 모습을 보였습니다. 카트 경력도 2년 밖에 안된다는데 어느정도 포텐이 있을것 같기도 하네요.
2주차인 다음주는 잠깐 정규리그는 멈추고, 대신 이벤트전으로 '국가대항전' 이 펼쳐집니다. LOL로 치면 리프트 라이벌즈 느낌이라고 할 수 있겠네요.
한국에서는 팬투표로 뽑힌 4명의 대표로 문호준, 박인수, 유영혁, 전대웅이라는, 구 빅쓰리에 더불어 현존 최강 선수 중 한 명 박인수가 더해진 정말 꿈에서나 볼법한 팀이 구성 되었고, 여기에 대만과 중국 지역에서 선발된 4명, 그리고 전프로 선수들이 포함된 카트 관련 스트리머들로 구성된 팀인 두두카가 같이 끼어서 경기를 합니다.
대만 대표를 뽑던 현지 대회 장면들
대만에서의 LIU CHANG-HENG 같은 선수는 원래 '닐' 이라는 닉네임을 쓰고 이 선수의 빌드를 '닐빌드' 라고 해서 국내 유저들, 선수들도 소위 '인섹킥' 느낌으로 자연스레 다들 닐빌드라고 부를 정도로 좀 이름 있는 선수들 입니다. 다른 선수들도 나름 한가닥 하는 선수들일테고... 중국과 대만에서도 카트라이더가 제법 인기였기 때문에 이런 국가대항전이 이벤트 형식으로 만들어질 수 있었습니다.
물론 객관적인 실력으로 보면, 문호준은 이미 중국 카트 쪽에서도 한번 평정을 하고 돌아온 적 있었으니 만큼 한국 팀이 훨씬 우위에 있다는 평입니다. 중카 쪽에서는 문호준에 더불어 전대웅이 유명하다고 하는것 같더군요.
스트리머 팀은 곁다리 포지션이긴 한데 전프로들인 만큼 실력들은 충분히 됩니다. 다른 사람들은 그렇다 쳐도 전성기 시절 천하의 문호준도 경계하고 리스펙트 하던 실력자인 강진우는 요즘도 가끔 선수들 연습 도와주면서 달리는 거 보면 워... 대단하더군요.
다음주는 이렇게 이벤트전으로 한주 쉬어가고 다다음주에 다시 리그가 열립니다. 리그가 오래 기다렸다가 열렸는데 개막전도 진짜 딱 20초 만에 전좌석이 매진될 정도의 인기라 리그 인기는 이번에도 상당할 것 같습니다. 개막전 가고 싶었는데 티켓팅 하려고 바로 들어갔는데 자리 잘못 찍어서 다시 찍으려고 들어오니 그 몇초 사이에 자리 다 나가버려서 못가고 말았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