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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04/08/03 01:24:21
Name 산넘어배추
Subject 2002 월드컵, 그리스, 그리고 박성준 선수
먼저 이 글을 쓰기 전 저는 서지훈 선수의 팬임을 밝힙니다.

2002년 6월.

아직도, 아니 평생을 가도 내 피부의 세포 하나하나가 세세히 기억하고 있을 그 전율의 순간들...

작렬하는 뜨거운 태양의 열기마저 녹일 듯한 우리의 함성, 함성.

90분간 110여미터 남짓한 사각의 광장을 터질듯한 열정을 품고 달리던 우리의 젊은이들을 통해 저는 전율을 느꼈습니다. 온 몸에 피를 타고 신체를 빠르게 돌아가는 그 기분을 느
낀 건 저 뿐이 아니었을 그 때.

우리는 세계속에 대한민국의 열기와 정열, 잠재된 힘을 축구공을 통해 보여줬다고 생각합니다.

2004년 6월.
유로 2004.

처음 개막전이 열리고 나서부터 결승전이 있을 때 까지 이제는 우승국이 된 그리스는 제가 관심을 주는 국가가 아니었습니다.

필드의 마술사 지단, 그리고 앙리의 프랑스. 베르기가 없긴 하지만 아직도 가장 재미있는 공격적인 축구를 구사하는 네델란드.

그리고 마치 친구의 이름처럼 나에게는 친숙한 피구와 포르투갈.

결승전은 저 세 나라중 한 나라가 있기를 소망하며 본 개막전.

그 개막전에서 저는 열정의 또 다른 이름 '그리스'를 보게 되었습니다.

내가 아는 선수라고는 단 한명도 없는 나라.

수십년을 울타리에 갇혔다가 막 해방되어 잔디위를 미친 듯 뛰어다니는 야생마 같은 선수들.

처음 그들이 포루투갈을 꺾었을 때, '찻잔속의 태풍이겠지' 혹은 '포르투갈이 컨디션을 8강에 맞췄다가 일격을 당한 것이겠지'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그리스는 얕은 나의 지식을 너무도 무참하게 뛰어넘으며, 결승전에서 또다시 포르투갈을 맞아 1 : 0 승리를 하며 우승컵을 가져갔습니다.


2004년 8월 1일...

또 다른 경이로움을 한 선수를 통해 보게 되었습니다.

"박. 성. 준."

이미 모든 안목있는 팬들에게 눈도장을 받은 그지만, 처음 16강에 들었을 때 시선한번 주지 않았던 선수.

'대진운이 좋아서 올라왔겠지.' 어라? '임요환, 박정석 선수와 같은 조네? 그럼 뭐...'

쉽게 그에 대한 판단을 내리고 나는 그가 잊혀지기를 바랬던 것 같습니다.

내 머리속에 결승전 타임머신에 들어갈 선수로서 박성준 선수의 모습은 그려지질 않았습니다.

그런 그가 8강을 진출했습니다.

"음... 잘하는데 하지만 다음은..."

저는 한 선수의 이름을 떠올리고 씨익 웃었습니다.

"서. 지. 훈"

저그전 스페셜리스트라고 자부하는 또한 내가 가장 응원하는 선수.

1경기는 지훈군이 쉽게 가져갑니다.

"역시... 그럼 그렇지."

저는 쉽게 그의 미래를 결정내립니다. 그가 잘하긴 하지만 '나의 지훈군을 뛰어넘을 순 없지.'

그때 문득 김도형 해설위원의 '두 사람이 아주 친하고, 올림푸스 경기의 연습상대가 박성준선수였다'는 말을 듣습니다.

"그래 기특하긴 하구나... 하지만 기특한 일을 한다고 해서 결승에 갈 수 있을 무대는 아니지. 승부의 세계는 냉혹하니까.."

또 다시 그는 제 판단을 비웃으며 평범을 거부하는 집중력과 컨트롤로 지훈군을 상대로 내리 2연승을 합니다.

그날의 그 기분이란.......

그때 듀얼 결과를 알려주던 학원의 한 제자녀석이 그렇게 얄미울 수가 없더군요.

'우리 지훈군이 지다니, 대 저그전 스페셜리스트가....'

그제야 저는 비로소 박성준 선수에게 관심을 가졌습니다. 그것도 애정이 아닌 질투의...

이제 4강 상대는 최연성.

지훈군과 박성준 선수가 친하다는 것을 알면서도 어린 아이의 치기같은 심정으로 저는 지훈군을 이긴 박성준 선수를 최연성 선수가 무참히 짓이기고(이런 표현 죄송합니다. 하지만 제 솔직한 제 심정이었습니다.) 결승에 가리라 생각했습니다.

평소 응원한번 하지 않은 최테란에게 힘내라 파이팅도 해 주고요.

귀로는 지훈군이 박성준 선수 연습을 해준다는 말이 들리지만 갈등은 없습니다.

그런데 또 다시 들려오는 박성준선수의 승리소식.

충격이었습니다. '아.. 이 선수도... 누구의 표현처럼 인간은 아니구나.'

마침 운좋게 전장영웅을 통해 박성준 선수의 모습을 머리가 차가운 객관적인 시선으로 보게되었습니다.

레퀴엠 4드론... 마린 1방업으로 7성큰을 뚫어내는 모습......

그리고 머리속에 스치는 이름.. 임요환, 서지훈, 최연성....

짧은 기간에 한 선수를 싫어하는 것도 처음이지만 또 짧은 기간에 한 선수에게 그 싫어하던 감정만큼의 애정을 준 선수는 박성준 선수가 처음이었습니다.

생방송을 보지 못한 일요일 저녁.

가슴졸이며 살짝 눌러온 결승리포트.

1경기 박정석 승!

아... 짧은 탄식. 그러나 곧 올라오는 박성준 선수의 3승!!!

그가.. 그 선수가 우승하는 것을 보았습니다.

서지훈, 최연성, 박정석... 8강에서 겨룬 상대만으로도 가히 역대최강에 손색없는 경쟁자를 뚫고 승리한 그에게서,

2년전 포르투갈을 꺾고 이탈리아를 침몰시키고, 스페인을 좌절시킨 대한민국 축구의 열정과 힘을, 두달전 유럽의 한 곳에서 거침없이 정상을 향해 질주해간 그리스의 패기가 동시에 느껴집니다.

박성준 선수!!!

축하합니다.

당신은 우승할 자격이 있었고, 축하받을 의무가 있으며, 기뻐할 수 있는 권리를 부여받았습니다.

한 분야에서 정상에 서 보았다는 것도 큰 인생의 경험이지만 그런 것 제쳐두고 지금은 우승에 기뻐하시고 그 기분을 만끽하십시오.

그리고 이제 당신도, 다른 우승자들이 그러하는 것처럼 '우승'에 중독되어 늘 우승을 갈구하는 사냥꾼이 되십시오.


제 선배들, 형님들이 하시는 말씀. "나는 알리와 펠레, 그리고 미들급의 4대천왕의 의 시대를 살았다" 라고 자랑하셨습니다.

"저는 타이슨을 보았고, 허재를 보았으며, 선동렬 선수의 야구를 보았다고 했습니다."
그러나 그분들도 타이슨, 허재, 선동렬 선수는 보았습니다.

이제 저는 그분들에게 이렇게 말 할 수 있습니다.

나는 "임요환, 이윤열, 서지훈, 최연성, 박정석, 그리고 박성준을 보았노라고... 우승을

향해 땀을 흘리는 이땅의 청년들의 열정을 보았노라고" 말입니다.



결승전을 재방송으로나마 보고도 잠이 오지 않아 글을 남깁니다.

부족한 글 읽어주실 분들께 미리 감사드립니다.

행여 제가 박성준 선수를 칭찬하다가 다른 선수 팬들의 미묘한 심기를 건드리지 않았나 조심스럽게 생각합니다. 그분들이 따르는 선수들의 노력과 실력을 폄하할 의도는 전혀 없음을 미리 알려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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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리버싸가지
04/08/03 01:42
수정 아이콘
저도 그랬다죠^^
멋진테란나도
04/08/03 08:51
수정 아이콘
박성준 운좋았음 나도현만났으면 바로끝나는데 찌질이같은쉐키
BrownEyes
04/08/03 09:42
수정 아이콘
멋진테란나도현 // 말 조심 하세요
김준용
04/08/03 10:54
수정 아이콘
벙빠들중 일부 무뇌들은 요즘 눈에 뵈는게 없군요.
김준용
04/08/03 10:55
수정 아이콘
P.s 전 벙빠들중 일부 무뇌라고 했고, 나도현 팬 분들께는 욕하지 않았습니다. 오해하지 마시길.
대들보™
04/08/03 11:48
수정 아이콘
본문글을 잘 읽고 댓글을 보는 순간 느껴지는 이 난감함...ㅠ.ㅠ;
브라운아이즈님과 준용님/ 무반응이 최선일 듯 합니다.
산넘어배추님/ 많은 공과 시간을 들여서 쓰셨을 좋은 글 잘 보았구요. 월드컵때의 한국,유로의 그리스, 이번의 박성준선수... 적절히 매치가 되는듯 합니다. 모두 주목받지 못하다가 좋은 성적을 낸 공통점이 있군요. 글 내용에 대체적으로 공감하며 앞으로도 좋은 글 부탁드립니다.
서정호
04/08/03 16:32
수정 아이콘
멋진테란나도현 // 뭐하는 분인지 몰라도...앞으로 pgr 출입을 삼가했으면 하는 바램이 있네요...ㅡ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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