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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04/08/02 12:22:21
Name morncafe
Subject 누드 김밥
제 아이디를 빌려서 제 아내가 쓴 글입니다.

하나, 작년 가을 쯤..

남편과 함께 아파트에서 가까운 공원에 놀러 갔었습니다. 한국에서 미국으로 온 후에, 첨엔 분위기 적응을 위해서 집안에만 박혀 있다가, 조금 익숙해지면서 밖으로 나가고 싶었었지요. 여기 사람들은 날 좋은 주말이면 그냥 가족들끼리 또는 친구들끼리 근처 공원에 가서 바비큐파티를 하거나 먹을 것을 준비해 가지고 와서 오후 느즈막까지 놀다가 집에 가곤 합니다. 저도 기분을 내고, 내내 답답하다 바람도 쐴 겸, 주말에 남편과 함께 간단히 먹을 것들을 준비해서 근처 공원에 놀러 갔었습니다.

넓은 잔디밭과 많은 나무들, 그리고 바로 앞에 펼쳐져 있는 바다 같은 호수... 그리고 그것들을 즐기는 사람들..

말 그대로 그림 같은 피크닉의 풍경이었지요.

깔개를 깔아서 자릴 잡고, 이것저것들을 펼쳐 놓고 그냥 먹으면서, 주변 사람들의 모습도 구경하고, 도심 속의 자연을 만끽하고 있었습니다. 그러다가, 우리가 자릴 잡은 곳으로부터 약 10미터 전방, 젊은 백인 커플이 잔디에 누워서 얇은 담요를 두르고 누워 있었는데, 갑자기 두 사람이 담요를 둘둘 말더니 함께 그 속으로 들어가는 것이었습니다. 그러면서, 서로 낄낄대고, 장난을 치더군요, 담요를 말았다 풀었다 하면서 말입니다. 흔히 생각할 수 있는 민망할 정도의 수준은 아니었지만,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괜시리 호기심을 끌기엔 충분했습니다. 남편도 함께 보고 있었지요.

어느 정도 시간이 흘러 담요를 둘둘 말고서는 그 속에서 장난을 치는 시간이 길어지자, 옆에 있던 남편 왈,

"쟈들이 지금 머하노? 김밥 마나?"

전 그냥 뒤로 넘어 가버렸습니다.  얼마나 웃었던지요...


둘, 올해 여름, 바로 오늘 있었던 일 입니다..

저와 남편, 그리고 생후 첨으로 제인이가 함께 나들이를 나가게 되었지요. 특별히 장소를 정한 것은 아니고, 제가 사는 곳의 북부 지역이 드라이브하기 좋은 길이 있고, 풍경도 좋으며, 아주 고급스러운 집들이 많아서 구경하기 좋은 곳이지요. 제인이를 출산한 후에 아직 몸이 완전하게 회복한 것이 아니지만, 그동안 집에만 있어서 많이 답답했었습니다. 모처럼 날도 좋고, 몸의 컨디션도 좋은 거 같아서, 남편에게 드라이브 가자고 졸라서, 제인이도 함께 나들이를 했습니다. 작년 겨울에 눈 쌓인 길을 따라 갔었던 적이 있었지만, 여름에 가는 길은 완전히 다른 느낌을 주더군요. 많은 숲들과 숲들 사이에서 보이는 그림 같은 집들, 상당히 잘사는 미국인들의 동네라는 얘긴 들었지만, 그곳을 지날 때마다 역시 동네가 다르구나 라는 느낌을 가지게 되더군요.  

작년 겨울에 이 길을 가면서, 우연히 발견했던 조그만 비치가 있었습니다. 그 날 안개가 자욱했었는데, 호수임에도 불구하고, 제가 좋아하는 겨울 바다의 분위기를 그대로 느낄 수가 있었습니다. 당시엔 추운 겨울이라 사람도 아무도 없어서 저와 남편 단 둘이서 데이트하기엔 그만이었지요. 그 기억 때문에 여름의 그 비치는 어떤 모습일까 궁금하기도 하고, 또 사람들도 별로 없을 거라 생각해서 그곳으로 가기로 했었지요. 기억을 더듬어 그 비치에 도착을 했더니, 웬걸.. 무슨 사람들이 그리 많은지.. 그 뿐 아니라 그 지역 주민들에 의해서 입장료를 받더군요. 물론 그 지역 주민들도 그 비치를 이용하기 위해서 입장료를 내구요. 외지인은 조금 더 받더군요. 저희는 그냥 멀리서 비치만 구경하고, 사진 몇 컷만 찍었습니다. 비치는 작았지만, 전형적인 여름의 모습이었습니다.

이제는 몸도 조금씩 피곤해지고, 그래서 집으로 돌아 갈려고, 주차장으로 걸어 나오는데, 중간에 잔디밭을 가로질러서 나오던 중.. 한 쌍의 데이트 중인 백인 커플을 보게 되었습니다. 여자는 비키니 차림이었고, 남자는 선글라스에 통 넓은 반바지만 입고 있었는데, 누워서 서로 마주 보며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었습니다. 뭐 특별히 관심(?)갈만한 행동은 없었으니 엉뚱한 상상은 하지 마시구요..^^ 여기선 그런 곳에서 그런 모습이야 별로 흉이 될만한 건 아니구요. 저희들도 그런가 보다 하고 지나쳐 가는데, 갑자기 남편 왈..

"쟈들 머하노? 누드김밥 마나?"

안그래도 힘 없이 걷던 전, 갑자기 다리에 힘이 빠져 버리면서, 그 자리에 주저 않고 말았습니다. 그러면서 작년 가을의 김밥 말던 커플이 생각나면서 얼마나 웃었던지요...

감사의 말: 제인이의 탄생을 여러모로 축하해 주신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이쁘고 건강하게 키우도록 하겠습니다. 저도 많이 회복되어 가고 있습니다.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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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알이 모자라.
04/08/02 13:19
수정 아이콘
음..더울것 같아요..-_-;; 헥헥..
제인이 예쁘게 키우세요^^
04/08/02 16:59
수정 아이콘
제 친구도 한살 차이나는 남동생과 집에서 이불로 말며 김밥 놀이를 한다더군요. 듣고나서 얼마나 황당했던지;;
동생이랑 이불에 나란히 누워 "엄마 말아줘!"를 외치면 친구 어머님께서 발로 지근지근 밟으며 말아주신다더군요;;
제인이 이름이 아주 예쁘네요^^
예쁘게 키우세요^^
비롱투유
04/08/02 17:56
수정 아이콘
참 행복해 보이는 가정이네요 ^^..
부럽기만 합니다.
-rookie-
04/08/02 17:59
수정 아이콘
나중에 사진 올려주세요. 너무 이쁠 것 같습니다.
04/08/02 18:00
수정 아이콘
음... 저도 김밥이나 말고 싶군요.

요즘 100일된 조카가 매일 집에 놀러와서 즐거워 하고 있는 중 입니다.
이쁘게 잘 키우시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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