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광안리에서 프로리그 결승전이 있었습니다. 10만의 인파가 모였다는, e스포츠사상 규모 면에서 최대의 행사가 성공적으로 치러졌다고 여기저기서 떠들썩했습니다. 하지만, 그 뒷면엔 매끄럽지 못한 행사진행에 대해서 말들 또한 많았습니다. 여기 게시판에도 그 때문에 당한 피해에 대한 글들 또한 올라왔고요. 더해서 줄서기와 관람문화에 대해서도 많은 말들이 있었지요. 그때 대부분의 사람이 했던 이야기는 온겜넷의 대처에 대한 성토였습니다. 아침 일찍 온 사람이 2000번에 가까운 번호표를 받게 된다는 건 누가 뭐라고 해도 기본적으로 시스템에 문제가 있는 겁니다. 온겜넷의 진행과정 미숙이 가장 큰 문제였던 거죠. 그리고 처음 있는 일도 아닌데 여전히 그런 일들이 반복되는 온겜넷의 대처에 대해 많은 불만을 말씀하셨습니다.

그리고 어제, 그제 WCG예선 어뷰징에 관한 일이 뜨거운 감자가 되었습니다. 사실 올해만의 일도 아니고 작년에도 재작년에도 온라인 예선이 있는 대회면 항상 불거졌던 일입니다. 여러 선수의 글로도 확인되었고 어뷰징 없이 한번 준비해보다가 결국 떨어진 선수에 대한 이야기도 하루이틀의 일이 아닙니다. 하지만, 어뷰징으로 인해 징계가 있었단 이야기는 한 번도 들어본 적이 없습니다. 작년에도, 재작년에도 WCG나 KBK온라인 예선에선 깨끗하게 준비했던 선수들은 불이익을 당했고, 어뷰징을 통했던 선수들이 예선을 통과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어뷰징을 했던 선수들에게만 화살을 돌린다는 것은 너무 가혹한 처사 아닙니까?

무엇보다 우선 시스템이 잘못되어 있습니다. 그 시스템 하에선 열심히 해도 노력한 결과를 얻을 수 없습니다. 많은 분들이 '그래도 프로라면...'이라고 말씀하십니다. 하지만 그 말은 '프로이기 때문에'라고도 쓰일 수 있습니다. 프로라면 자신들이 노력한 결과를 보상받는 시스템이 갖춰져야 합니다. 차라리 아마추어라면 그냥 포기해 버릴수도 있겠지요. 침한번 뱉어버리고... 하지만 그들에겐 이것이 일이고 밥줄입니다. 어느 직장에서 어떤 사람은 12시간동안 열심히 일합니다. 다른 사람은 매일 상사와 사우나나 다니고 골프를 치러 다닙니다. 그런데 열심히 일한 사람은 성과급을 받지 못하고 상사와 놀러다닌 사람은 1000%의 성과급을 받습니다. 그 이유는 성과급을 주는 기준이 상사마음이기 때문입니다. 결국 열심히 일하던 사람역시 상사와 놀러디니게 되지 않겠습니까?? 상사에게 잘보여야 성과급을 받는 시스템하에선 열심히 일하는 것은 쓸데없는 짓입니다. 아마추어라면 그래도 열심히 일하겠지만 프로라면 상사에게 잘보이는데에 더 노력할 것입니다.

지금의 WCG온라인 예선 시스템은 누가 열심히 예선을 준비하느냐가 아니라 누가 어뷰징을 잘하느냐를 판가름하는 시스템입니다. 국어시험을 본다는데 영어공부해서 시험대비를 하는것은 쓸데없는 짓이 됩니다. 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기준에 의한 도덕적 잣대로 게이머들을 판단하고 있지만 그들이 게이머들에게 밥을 주는것은 아닙니다. 게이머들에겐 그들이 밥줄이 달린 일이고 그 일이 요구하는 것은 도덕적으로 깨끗한 것이 아니라 수단 방법을 가리지 않고 예선을 통과하는 것입니다. 부정한 방법을 쓴다해도 어떠한 처벌도 없는 규정은 규정이 아닙니다. 얼라이 마인이 반칙이라 규정되어 있다고 하더라도 얼라이 마인을 쓴 선수가 처벌받지 않고 승자가 된다면 피해를 보는 사람은 얼라이 마인을 쓰지 않는 선수입니다.

왜 선수들에게만 가혹한 비판을 하십니까? 그렇게 할 수 밖에 없는 시스템에는 아무런 말씀도 없으시면서....우리는 많은 경우 파업을 하는 노동자들을 욕하면서 왜 그들이 파업을 했는가는 관심이 없습니다. 미군이 우리나라에서 저지른 범죄엔 분노하지만 미국과 우리나라사이의 불평등한 관계에 대해선 별 관심이 없습니다. 대부분의 일들은 원인이 있고 그에 따른 결과가 있는 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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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수들이 가진 선택권은 깨끗하게 탈락하느냐 어뷰징을 해서 통과하는냐밖에 없습니다. 무엇이 문제입니까? 우선적으로 개선해야 할 것은 선수들의 의식이 아닙니다. 시스템입니다. 깨끗하게 준비해도 통과할 수 있는 시스템이 마련된 후에도 어뷰징을 하는 선수에겐 도덕적 비난을 해도 상관 없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선수들에게 달랑 두가지 선택지만 주고 한가지를 선택했다고 비난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양심에 비추어 부끄럼없이 준비하는 선수들은 당연히 칭송을 받아 마땅하다고 생각합니다. 세상은 현실적 이해앞에서도 청렴할 수 있는 사람들에게 항상 박수를 보내왔습니다. 하지만 그렇지 못한 선수들에게 비난을 보내지는 맙시다. 그들에겐 그들의 당장의 생활이 걸려있는 일입니다. 정당하게 경쟁하고픈것들이 대다수의 선수들의 마음이라고 생각합니다. 매번 있는 조지명식때마다 대부분의 선수들을 실리보다 명분이나 자신이 싸우고 싶은 선수들을 지명합니다. 그러한 선수들이 온라이 예선만 되면 다른 사람으로 변해서 어뷰징을 하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무엇보다....우리가 사랑하던 선수들입니다. 그들이 옳지못한 어뷰징에서 자유로와질 수 있도록, 제대로된 시스템이 갖춰지도록 도와주는것이 우선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그리고 나서 그들의 잘잘못을 가리는 것이 맞는게 아닌가 생각합니다.

물론 그렇다고 어뷰징이 당연한 것이다, 잘못된 것이 아니다라는 이야기가 아닙니다. 단지 지금의 분위기는 선수에게 너무 가혹한 것이 아니냐는 생각이 들 뿐입니다. 선수들을 사랑한다고 하셨던 말씀들이 그렇게 가볍게 던진 말씀들이 아니시라면 선수들에게 그렇게 쉽게 실망하지 마시고, 그들이 보다 자유롭고 떳떳하게 경쟁하는 환경이 될때까지 도와주시고 지켜봐 주시면 안될까요?? 아직 e스포츠는 걸음마를 뗀지 얼마 안되는 아기일 뿐입니다.


긴 글 읽느라 수고 많으셨습니다. 다들 더위에 건강 조심하시구요, 조금 있으면 펼쳐질 결승전이 명승부가 되길 빕니다.

리치 화이팅!!!!(왜 결론이 이렇게 되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