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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04/07/29 13:57:06
Name 난폭토끼
Subject [亂兎]사랑할 수 밖에 없기 때문에 당신을 사랑합니다…….
"인생의 절벽 아래로 뛰어내린대도, 그 아래는, 끝이 아닐 거라고, 당신이 말했었습니다. 다시 만나 사랑하겠습니다... 사랑하기 때문에 사랑하는 것이 아니라 사랑할 수 밖에 없기 때문에 당신을 사랑합니다..."



어린왕자라는 소설, 다들 아실겁니다.

읽을 때마다 다른것이 느껴지는 소설. 어린이에겐 동화, 청소년들에겐 꿈의 상자, 어른들에겐 삶의 이정표 같은 책이죠. 아마, 많은 분들이 읽어왔고, 앞으로도 수많은 사람들이 읽어갈 책일것 입니다.

제겐 어린왕자와 같은 영화가 있습니다. 바로 김대승 감독의 '번지점프를 하다' 입니다.

그녀를 처음 만난건 그녀의 고교 졸업일 이었을 겁니다. 졸업후 과 아이들이 모이는 술자리에 그 과도 아닌 제가 참석하게 되었고, 우연이란 이름속의 필연을 통해 그녀의 곁에 앉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몇시간이란 짧은 시간속에 사랑에 빠졌고, 지금까지도 그녀를 사랑하고 있습니다.

일부로라도 만들 수 없던 사건들, 언제든지 마주쳐도 이상할것 없던 3년간의 시간, 그녀의 과에 속한 모든사람들을 아는데도 그녀만은 모르는 신비한 시간의 소용돌이 끝에 우리는 만나게 되었고, 싫증이 나더라도 이상하지 않을만큼 오랜 기간인 5년이란 세월이 흐른 지금도, 그녀를 생각할때면, 그녀를 기다릴때면 가슴이 설렙니다.

그녀가 소녀에서 숙녀로, 어른으로 자라는 과정동안 함께해왔고, 그녀의 변화를 지켜보며, 우리의 사랑을 키워가며 보았던 '번지점프를 하다' 는 매번, 저에게 비슷하지만 다른 감동을 주었습니다.

전 영화나 드라마 같은걸 보면 어지간히 슬픈 내용을 보더라도 마음에 동요가 잘 일어나지 않습니다. 어차피 시나리오 라는 꾸며진 상황속의 이야기라는 생각이 앞서서 일까요...(아, '태극기 휘날리며' 를 볼땐 너무너무 화가나서 눈물이 글썽이긴 했습니다만...지인들 중엔 '쉰들러 리스트' 를 보고도 별 감흥이 없었던건 저밖에 없다더군요...) 그러나 '번지...' 를 볼때면 늘 가슴이 메입니다. 특히 영화의 후반부인 용산역에서의 재회와 기차 유리창에 비친 현빈속의 태희, 그리고 함께 뉴질랜드로 떠나 인우가 가게에서 뭔가를 사서 나오자 친구가 그러듯(그러나 애정이 담긴)어깨를 감싸쥐는 현빈의 모습, 기차안에서 인우에게 기대어 잠이든 현빈과 늘 잊혀지지 않는 엔딩씬에서의 낙하.... 이유도 모릅니다. 그러나 늘 가슴이 메였고, 눈물이 나올것 같았고, 다른상황 같은 아픔속에서도 늘 저를 지탱해주고, 사랑해주는 그녀의 모습이 오버랩 되며 뭔가 지금까지완 다른 모습의 사랑이 가슴속에서 피어나곤 합니다.

어렸을적엔, '성당(카톨릭 교회)' 엘 가면 '교리수업' 이란 이름으로 또래 아이들과 20대 초반의 선생님(?)이 함께 대화하고, 교류하는 시간을 가졌었습니다. 한번은 오천만원이란 금액을 가졌다고 가정하며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것에 경매를 한적이 있습니다. 그때 나왔던 신발, 옷, 집, 차, 맛있는 음식, 우정, 사랑, 학벌, 외모등의 유·무형의 수많은 항목들중에 제가 all-in 한것은 '사랑' 이더군요. 왜 그랬는지는 저도 모르겠습니다. 다만 무척이나 냉정하다는 얘길 자주 듣던 저같은 사람에게도, 사랑 만큼은 꼭 필요해서였을까요……

오늘, 더위를 먹었는지 몸에 힘이 하나도 안들어 가더군요. 잠시 공부는 접어두고 집에 멍하니 앉아 티비를 틀었습니다. 마침 '번지...' 가 하더군요. 채널을 돌릴 수 가 없었습니다. 2시간여의 러닝타임동안 또 새로운 무언가가 머릿속에, 아니 가슴속에 차오르더군요. 그리고 그녀가 너무도 보고싶어져, 일을 하고있는 그녀에게 전화를 걸었습니다. 사랑한다고, 너무나도 사랑한다고, 다시 태어난대도 사랑할 거라고 말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꼭 사랑하세요, 누군가를 사랑하고, 그 사람과 같은 하늘아래 있는것만으로도 행복할 수 있다는건, 그 어떤 기적보다도 놀라운 일이 될겁니다.



ps.사랑방 같던 피지알에선 이런저런 얘기, 살아가는 얘기들을 함께 하기가 무척이나 쉬웠는데, 광장같은 피지알에선 그러기가 무척, 망설여 지네요. 난폭토끼의 글 속에선 광장안의 사랑방이 될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ps2. 이래저래 두서없이 횡설수설한 글입니다. 무척 간지럽기도 하고(쓴 제가 봐도 그렇긴 하네요.) 어쩌면 불쾌할 수 도 있는 글일지도 모르겠네요. 그런 모든분들의 소중한 시간에 대해 미리, 사과드리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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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라우디오
04/07/29 14:17
수정 아이콘
그동안의 님글과는 안어울리게 쫌 느끼한 글... 이라는... 히힛
제이디
04/07/29 14:23
수정 아이콘
동감합니다.. 저도 비슷한 경우가 있는데.. 김범수의 "보고싶다"를 들을때마다 애인생각이나고 괜히 눈물이 날려는.. 제여자친구는 지겹다고 그만좀 들으라하지만 빙긋이 웃어주고 말없이 노래만 듣는 제 모습이 좋습니다..^^
난폭토끼
04/07/29 14:33
수정 아이콘
네, 평소의 전 냉소적이고 날카로운 편이니까요..^^

뭐, 그래도 이런면도 안고 살아가고 있는 중이랍니다...

흠, 그냥, 왠지 모르게, lovehis님이랑 총알~님이랑, 싸이코 샤오님이 보고싶네요. 저와 별 교류도 없었지만, 그분들의 글을 볼때면 예전의 피지알이 생각나곤하거든요...
04/07/29 14:56
수정 아이콘
<번지점프를 하다> 저도 같은 느낌입니다. 개봉 때 극장에서만 6번인가 보고, 지금도 틈나는 대로 DVD 돌려 보는데... 매번 느낌이 다르면서도 매번 가슴이 덜컥 내려앉곤 하죠. 재상영할 때마다 감독님을 비롯한 스텝들이 아직도 흘릴 눈물이 남아있냐고 묻곤 하지만, 이상하게 마음 한 구석이 뻥 뚫려버린 듯한 느낌과 알 수 없는 기대들이 뒤섞여 묘한 기분을 자아내거든요. 영화에서는 편집되어버린 시나리오 초고의 또다른 장면들 또한 하나하나 가슴에 와 닿고요.
'사랑하는 사람이 동성이라면 어떻게 될까?'라는 물음에서 비롯되었다는 고은님 작가님의 시나리오는 단순히 사랑이 아니라 인간에 대한 근원적인 애정을 담고 있는 것 같습니다. 그건 고 작가님의 성향(?)이기도 하고요. 그래서 망한 영화였던 <아유레디?>도 전 매우 좋아하죠.^^
영화를 만든 감독님께서는 언젠가 그런 말씀을 하셨습니다. "많이 사랑하시고, 많이 아파하세요. 우리네 사랑이란 아프기 마련이니까요."라고요...
어쩌면 사랑이라는 것은 우리들에게 '알 수 없는 현재진행형'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p.s.
사실 저도 조금은 놀랐습니다. 난폭토끼 님의 글은 대부분 날카롭다는 느낌, 저도 받았으니까요. 그런데 그런 사람일수록 가슴속에 담아두고 있는 것들이 많이 있더군요.^^ 그리고 사람이란 건... 다양한 모습들을 지니고 살아가는 존재이기도 하니까요. 제 삶의 일부분이 되어버린 영화에 대한 좋은 느낌, 정말 잘 봤습니다. 왠지 제가 고마운 느낌마저 드는데요...^^
슬픈비
04/07/29 17:39
수정 아이콘
으하하 헤어진 여자친구와 마지막으로 본 영화. 였습니다.
04/07/29 19:08
수정 아이콘
굉장히 감명깊게 본 영화중에 하나였지요... `번지점프를 하다`..^^
Darkmental
04/07/29 20:28
수정 아이콘
저는 영화보단 드라마가 네멋대로해라 20부작인데도 8번봤음
볼때마다감동
04/07/30 00:26
수정 아이콘
이 영화하면 기억나는게 전 이병헌 씨가 학생들에게 인연이라는거에 대해 말한게 떠오르네요.
우주상에 수많은 별들 중 지구에서 지그안에 있는 수많은 나라중에 대한민국이라는 나라안에서 그 나라안 수많은 도시 중에서.....여러분과 만난 확률은 몇분의 몇(확실히 기억이 안나네요.-_-;;)이라고... 사람과 사람의 만남속에서 인연이라는 게 얼마나 중요한지를 말해주는 대목이 기억나네요.
대한민국 수많은 사람들 중에 스타를 좋아하는 그 많은 사람들 중에 이 곳 pgr을 알게 되어 오프라인을 통해 만나는 지금 우리 인연들도 참 소중하겠죠?^^ 이 인연을 소중하게 여겨 난폭토끼님이 말하시는 사랑방 같이 늘 따사롭고 화목한 pgr이 되었으면 합니다.^^
eternity..
04/07/30 20:24
수정 아이콘
아직도 내 가슴속에 남아있는 최고의 영화 '번지점프를 하다' 특히 그 대사는 한동안 제 가슴속에 남아서 제게 아련한 감동을 주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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