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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
2004/01/01 04:52:18 |
Name |
정석보다강한 |
Subject |
교사의 바른 언어 생활 |
오랫만에 고등학교 홈페이지를 들어가봤습니다.
대학에 진학하고 잘 안들어가봤었는데 제 고등학교 1학년때 담임선생님
(국어선생님이십니다)인 장세호 선생님의 글이 있더군요
pgr여러분께서 읽으시면 좋을것같아서 퍼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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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주제 선정의 배경
2002학년도 문법 수업을 진행하면서 학생들에게 바른 말과 바르지 않은 말을 구별하는 과제를 수행하게 했다. 예상했던 대로 학생들이 평소에 표준어 규정에 맞지 않는 말들을 많이 사용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학생들에게는 올바른 언어 사용은 무엇보다 바르고 정확한 언어를 사용하겠다는 의식을 가져야 함을 강조했지만 나 역시도 모범적인 언어 생활을 하지는 못했다는 자괴감이 들기도 했다. 우리 교사들부터 바른 언어 생활에 대한 경각심을 가져야겠다는 취지로 이번 연수 주제를 선정했다.
2. 흔히 잘못 쓰이는 표현들
(1) '저희 나라'와 '우리 나라' / '저희 학교'와 '우리 학교'
'저희'는 '우리'의 낮춤말이므로 우리나라 사람끼리 말하는 상황에서 '저희'라는 1인칭 대명사를 사용하면 듣는 사람은 '우리(저희)'의 범위에서 배제되기 때문에 어법에 맞지 않는다. 또한 '나라'는 낮춤의 대상이 될 수 없으므로 다른 나라 사람 앞에서도 역시 '우리나라'라고 하는 것이 맞다. 같은 논리로 '저희 학교'는 '우리 학교'로 쓰는 게 맞다.
예) * 한때 동방예의지국을 자처했던 저희 나라(우리나라)가 욕에 관한 한 세계 최고 수준이라는 평가를 받는 것은 통탄할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예) * 이번 학년도부터 저희 학교(우리 학교)에서는 모든 지역을 금연 구역으로 선포할 예정이오니 아직까지 담배를 피우시는 선생님들께서는 유념하시기 바랍니다.
(2) '다르다'와 '틀리다'
'다르다'는 '같지 아니하다'란 뜻으로 사물이나 상태를 대조하여 설명할 때 쓰인다. 그런데 많은 사람들이 이 말을 써야 할 자리에서 '맞지 아니하다'란 의미의 '틀리다'를 쓰고 있다. 그야말로 틀린 말을 쓰고 있는 것이다.
예) * 올해 1학년 아이들은 작년 1학년 아이들하고는 많이 틀린(다른) 같습니다.
예) * 장 선생님! 이번에 담임 맡으신 반은 작년 반하고는 많이 틀려(달라) 보입니다.
예) * 제 생각은 박 선생님의 의견과는 틀립니다(다릅니다).
(3) '잊다'와 '잃다'
'잊다'와 '잃다'를 혼동하여 부정확하게 사용하는 경우도 많다.
예) * 수돗가에서 시계를 잊어버린[이저버린](잃어버린[이러버린] 사람은 생활부로 와서 찾아가기 바랍니다.
예) * 뭐야! 지난 시간에 그렇게 강조했는데 숙제를 깜빡 잃어버렸단(잊어버렸단) 말이야.
(4) '[깨그시]'와 '[깨끄치]'
'깨끗이[깨끄시]'를 '[깨끄치]'로 잘못 발음하는 경우가 많다.
예) * 오늘은 대청소니까 구석구석 깨끗이[깨끄치]([깨끄시]) 청소하세요.
(5) '계시다'와 '있으시다'
주체 높임법에서 서술의 주체를 직접 높일 때는 서술어 '있다'를 '계시다'로 쓰고, 간접 높일 때는 '있으시다'로 써야 한다. (간접 높임 : 높여야 할 대상의 신체 부분, 소유물, 생각 등과 관련된 말에 '-(으)시-'를 결합하여 간접적으로 높임의 태도를 실현하는 것)
예) * 교장 선생님의 말씀이 계시겠습니다(있으시겠습니다).
예) * 지금 교장실에 교장 선생님께서 있으십니까(계십니까)?
예) * 더 좋은 의견이 계신(있으신) 분은 자유롭게 말씀해 주시기 바랍니다.
(6) '건강하세요'와 '좋은 하루 되세요'
좋은 뜻으로 흔히 주고받는 인사말이 문법에는 맞지 않는 틀린 말인 경우가 있다. '부디 건강하세요'란 표현은 '건강하다'가 형용사이므로 명령형을 쓸 수 없는 경우다. "부디 건강하시기 바랍니다."로 고쳐 써야 한다. '좋은 하루 되세요'는 명령문의 구조상 '너는 좋은 하루가 되어라'의 뜻이 되므로 틀린 표현이다. "좋은 하루가 되기를 바랍니다."나 "좋은 하루를 보내시기 바랍니다."로 고쳐 써야 한다.
3. 듣기 좋은 말과 듣기 싫은 말
교사가 무심코 던진 한 마디가 학생들의 가슴에 비수로 꽂혀 쉽게 아물지 않는 상처를 주는 경우가 있다. 바람직한 교육 행위가 이루어지기 위해서는 교사와 학생 사이의 신뢰감이 우선되어야 한다는 차원에서 우리 교사들은 말 한 마디를 할 때도 세심한 주의를 기울여야 할 것이다. 학생들에게 설문지를 돌려 선생님으로부터 들었던 말 중에서 가장 좋았던 말(듣고 싶은 말)과 가장 듣기 싫었던 말(이 말만은 하지 마세요)이 무엇이었는지 적어 보게 했다.
(1) 선생님한테 들었던 말 중에서 가장 좋았던 말(선생님들한테 듣고 싶은 말)
* OO가 했다니 믿을 수가 있겠구나. / * 선생님은 널 믿는다. / * 너는 참 이래서 맘에 든다. / * OO야! (이름을 기억하고 불러주실) / * 너 참 열심히 하는구나. / * 넌 할 수 있어. / * 열심히 하니까 잘 될 거야. / * 넌 충분히 대학 갈 수 있어. / * 힘드니? 힘들지? / * 많이 야위었네. / * 힘들면 찾아와라.
학생들은 역시 교사가 자신을 알아봐 줄 때, 칭찬과 격려를 해 줄 때, 믿음과 위로의 말을 건넬 때 마음을 열고 교사에게 다가옴을 알 수 있었다.
(2) 선생님한테 들었던 말 중 가장 듣기 싫었던 말(선생님 제발 이 말만은)
* '야 이 XX야!' 등 욕할 때 / * 이 짱구야! / * 아무짝에도 쓸모 없는 놈 같으니... / * 너희 부모는 뭐 하는 사람들이니? / * 쟤는 안 그러는데 너는 왜 그러니. / * 왜 너만 그러니. / * 그 성적으로 대학 가겠니? / * 넌 대학 절대 못 간다. / 남한테 피해만 주지 말고 조용히 하든지 그냥 자든지 해라. / 니가 그렇지! / * 넌 그 동안 뭐했니? / * 넌 뭘 배웠니? / * 너 지금 나한테 대드는 거니? / * 너 반장 맞니? / * 니들이 고3이냐? / * 이건 초등학생들도 하는 거야. / * 솔직히 너희랑 나랑은 남이잖아. / * 무조건 머리 잘라! / * 너 남아! 아니, 전체 남아! / * 행복은 성적순이야 그것도 몰라? / * 내 교직 생활 OO년만에 너희 같은 놈들은 처음이다.
듣기 좋았던 말보다 듣기 싫었던 말을 훨씬 더 많이 적어냈다. 학생들의 버릇없음을 탓하기 전에 우리 교사에게도 많은 책임이 있음을 인정해야 하지 않을까?
'아이들은 잔소리하는 대로가 아니라 칭찬하는 대로 큰다'는 말을 누군가에게 듣고 고개를 끄덕였던 기억이 새롭다. 교사들의 따뜻한 한 마디가 아이들의 미래를 밝게 열어줄 수 있도록 우리 아이들에게 지금 "네가 세상에서 제일 멋있는 녀석이야!"라고 말해 주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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