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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04/07/28 20:55:26
Name lovehis
Subject 17살 사춘기.
  -1-
  
  내가 On-Line을 통하여 세상에 설래 이는 첫발을 나선지 벌써 강산이 두 번 정도 변할
만한 시간은 지난 것 같다. 아니, 정확히 말하면 17년 정도, 하지만 요즘은 강산이
예전보다는 조금 빨리 변하니 두 번 아니라 세 번쯤은 변했을 것 같다. 17년... 긴 인생
에서 보면 생각보다 긴 시간은 아니겠지만, 그래도 내가 살아온 모든 날들 중에서 반
이상의 시간이라면 나에게는 충분히 긴 시간이라고 생각한다.

  말한 것처럼 나의 통신에서의 나이는 이제 17살이다. 17살... 나 말고도 그런 경험한
사람들이 분명 많을 것 같지만, 내가 실제나이 17살 때에는

  "난 다른 17살 보다는 무엇인가 '인생의 진리'를 알고, 나는 남들보다 '조금은 더 성숙'
  하고, 남들이 '생각 못하는 것'까지 생각한다"
  
  라는 식의 헛된 망상 속에 빠져 허우적거린 시기였다. 지금 생각하면 참으로 철없고
서투른 생각이지만, 분명 그 당시 나에게는 그런 근거 없는 자신감 속에서 나름대로의
사고의 틀에 사로잡혀 지냈었다.

  요즘 난 17이라는 숫자가 나에게 주는 특별함에 놀랄 때가 있다. 하나 더해서 욕도
못되고, 하나 빼서 컴퓨터를 하는 사람에게 중요한 16 진수도 못 되는 그 평범한 숫
자가 나에게 주는 놀라움은 17살 때의 lovehis와 통신나이 17살의 lovehis가 무엇인가
비슷한 생각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뭐, 그때처럼 내가 '뭐든 잘났다' 라는 치기 어린
방식은 아니지만, 그래도 우리가 어떻게 하면 조금은 '더 즐거워 질 수 있겠다' 라는
조금은 건방진 생각을 하는 것을 보니... 이게 열 일곱 사춘기 소년에게 오는 무엇
이였을까?


  -2-
  
  요즘 시한부 백수인 나는 남들보다 조금 늦게 일어나 아점을 먹고, 책 몇 권을 주섬
주섬 챙겨서 집 근처 공원으로 향한다. 뭐... 우리집도 시원하지만, 그래도 공원에
있는 나무 그늘이 뭔가 더 시원하고, 무엇보다 공원에서는 담배를 필 수 있는 이유
이다.

  요즘 읽고 있는 책들은 주로 새로운 책보다는 주로 예전에 읽었던 책을 다시 한번
읽고 있는 중이다. 뭐 '온고지신 ' 이니... 사실 책 사러 나가는 것이 귀찮아서 이다.
아무튼 오래된 책의 누르스름한 색과 곰팡이 냄새의 즐거움... 그건 책의 내용을
넘어선 그 무엇 일 것이다. 또한, 오래 전 그 책을 읽고 있는 나와 시간과 공간을 뛰어
넘어 만나는 이색적인 경험일 것이다.

  오늘도 난 나의 백수적 취미를 즐기면 공원 벤치에 누워 있었다.
  
  "... 그런데... 너 그거 알아?"
  
  어디선가 어떤 아이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거 있잖아... 옛날 옛날에 안드로메다에 어떤 사람이 있었는데 그 사람이 안드로
  메다에만 있는 무지게 떡을 먹었다... 그래서 어떻게 됐는지 알아?"
  
  초등학교 1~2학년쯤으로 보이는 어떤 아이가 다른 아이들에게 말을 하였다. 난
읽던 책을 멈추고 궁금증이 생겨 그 아이의 말이 이어지기를 기다렸다.

  "있잖아... 그 사람은 레이보우 '똥'을..."

  그 아이의 말을 듣고 난 몹시 실망 하였다. 있을 수 없는 일 이겠지만, 난 그 아이가
우주의 비밀 혹은 안드로메다에 전해져 오는 전설을 나에게 들려줄 것으로 기대
하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 말을 들은 다른 아이들은 무엇이 그리 좋은지 한참을
웃다가, 갑자기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다. 아마 어떤 만화 주제가나 동요 리듬에 그
아이가 말한 이야기를 개사하여 부르는 듯 하였다. 그들은 내가 인지 하지 못하거나
나의 인지력의 한계 너머에 있는 그들만의 개그 센스의 세계에 존재하는 것 이였다.
31살의 lovehis는 초등학교 1~2학년의 개그 센스를 이해 하지 못하는 것이다.
  
  "좌절해야 할까?"
  
  
  -3-

  요즘 쓰고 싶은 몇 가지가 있다. 호러 스타소설, 팬픽... 그리고 무엇보다도 유아들을
위한 '동화'이다. 사실, 이제 100일된 내 조카를 위해서 뭔가 선물해 주고 싶은 생각이
들어서...

  동화를 쓰기 위해 몇몇 동화를 보았고, 여기 저기 싸이트를 돌아다니며 구상을 하
였다. 하지만 지금의 나는 동화를 절대 쓸 수 없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동화를 쓰기
위해서는 좋은 스토리가 있어야 하고, 그 스토리에 맞는 그림을 그릴 수 있어야 하며,
무엇보다 아이들이 무엇을 좋아하는지 이해하여야만 한다.

  좋은 스토리는 뭐... 만들어 낼 수 있다. 그림은... 난 못 그리지만 누군가에게 부탁
해서 그릴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난 아이들에 대한 이해력이 없는 것 같다. 그로
인해 아이가 좋아할 만한 '좋은 스토리'를 구상할 수도 없을 것이다. 제길... 그러면
내가 동화책을 위해서 지금 할 수 있는 것은 오직 다른 사람에게 그림을 부탁 하는
일 뿐 이다. 하지만 다른 사람에게 무엇을 그릴 것 인가는 말할수 없을 것이다. 누군
가를 이해하지 못하고 그에게 즐거움을 줄 수 있는 무엇인가를 한다는 것은 불합리
하고, 불가능 한 것 인 것 같다.


  -4-
  
  난 그 때 그 녀를 이해하지 못했다. 난 그 때 이해 할 수 없었다. 솔직히 말해서 몇 년
의 시간이 더 지나고, 좀더 성숙해진 지금도 확실히 이해하지 못하는 것 같다. 그런
이유일까?
  
  난 그때 차였다. 지금도 차이고 있는 것 같다. 그리고... 계속 차일 것 같다.
  
  강아지가 고양이를 이해 못하는 것은 죄악이 아니다. 그건 고양이가 강아지를 이해
하지 못한다는 것과 같은 일이다. 하지만 왜...
    

  -5-

  가끔 이해 못한 글을 읽으며 이해 못해 하는 나를 발견한다. 통신나이 17살의 lovehis
가 생각하기에 이건 너무하다 싶은 글을 보며 조금 더워하는 나를 발견하기도 하고,
17살의 건방진 생각으로 충고한마디쯤 하려 애를 쓸 때도 있다.

  내가 '레인보우'를 이해 못했고, 내가 '동화'를 쓸 수 없으며 내가 고양이를 알지 못한
다는 것은 항상 잊어먹고... '레인보우'가 나에게 보이기를 바라고, '동화'가 현실이
되기를 기대하며, 고양이가 나를 이해 하기를 원한다.

  "난 세상사람들을 충분히 이해하고, 이해하려고 하고, 이해 할 수 있다. 그러나 남들은
나를 전혀 이해해 주지 않고, 이해하려고 하지도 않고, 이해 할 수도 없다."

  라고 생각하는 인류의 오래된 못된 버릇이 나에게도 계승 된 것이다.
  

  -6-
  
  "난 당신을 진정으로 이해 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하루에도 몇 번씩이나  혼자서
  당신에 대한 욕을 하곤 합니다. 하지만, 그래도 난 끝임없이 이해하려 노력 할 것
  입니다. 내가 당신을 이해하려 노력한다는 것이 그리도 당신에게는 가식적인가요?"

  ----------------------------------------------------------------------------------------------------


  지금 쓸려고 하는 것이 '콩나물 3형제'의 모험 쯤인데... 유아들에게 먹혀 들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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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ycreepradio
04/07/28 21:36
수정 아이콘
저의 나이는..4살인거 같군요..lovehis님은..사춘기 따위는..넘어버리신거 같습니다..통신나이 17살은..실제 17살과..약간..개념이 다른거 같습니다^^ 그리고..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아케미
04/07/28 21:48
수정 아이콘
저도 이제 네 살 정도 됐네요. 어렸을 때(실제 나이 초등학교 4학년) 뛰어들어서 나름대로 많이 적응한 온라인…이라고 생각했는데 그것도 아닌 것 같습니다, 요즘은. ^^;
모두가 서로를 이해할 수 있다면 꿈만 같겠습니다. 글 잘 읽었습니다.
안전제일
04/07/29 00:27
수정 아이콘
여...........ㄹ......몇살입니다.
음음...프라이버시 보호를 위해..그이상은 비밀이어요!(울며 달려간다-)

주위에서는 저보고 팔춘기-라던데요.--;;;으하하하-
비롱투유
04/07/29 03:21
수정 아이콘
+_+ 멋진글인데요.
다른 사람을 이해한다는게 너무 힘들어요..
사실 제대로 이해하고 있는게 아무것도 없는것 같아서 더 슬프기만..
총알이 모자라.
04/07/29 08:22
수정 아이콘
정확하게 말해서 이해가 필요한게 아니라 포용할 수 있는 여유가 더 많이 요구되죠. 인터넷도 이성과의 문제도 머리로는 이해하는데 썰렁한 유머나 머리로는 아니야! 외치지만 두근거리는 가슴처럼...
슬픈비
04/07/29 09:58
수정 아이콘
아직 많이 어립니다만.. 그걸 깨닫는게 참 힘들더군요. 앞으로도 쭈욱 힘들것같습니다. 주변에선 니나이면 스스로에게 책임질 나이도 됐어. 라고 얘기하곤합니다만.. 피터팬 컴플렉스인가요. 아직 배워야할것도, 배울것도 많은것 같습니다.
게다가, 나이많음에 사로잡혀 스스로의 시야를 좁혀버리는 사람이 되는건..죽기보다 싫군요.
싸이코샤오유
04/07/29 13:44
수정 아이콘
음.. 같은 나이 31세.

같은 나이 17세

왠지 나와 정말 다른 lovehis님

.거기 담배 물려고 하는 당신 !! 이제 그만 끊지? 하하!
04/07/29 14:59
수정 아이콘
이해는 불가능하죠... 서로가 적대적인 행동은 절대로 안할 거라고 신뢰하는 분위기 정도가 가능할까요...? 그 다음에는 상대가 무슨 행위를 하더라도 나에겐 문제가 되지 않아라고 초탈하는 마음가짐이 필요할 듯...
어쨌거나, 학교가 사회가 다수의 억압을 통해서 기본적인 메타포어에 대해서 동일한 느낌을 갖도록 강제하고는 있지만, 세부적인 면에서 서로 다르게 세상을 바라보는 거니까요...
안다고 하더라도 잘 안 되는 거지만... 나의 존재에 대해서 강하게 자아를 가지고 있을 경우 그 자아를 건드리려는 것에 대해서 강하게 반응을 하겠죠... 자아의 경지는 신체뿐 아니라 정신에 까지 확대되죠... (물론 역으로 자아에 대한 확신이 없어서 물리적으로 보이는 자신의 것에 강하게 집착하는 경우도 있겠지만...) 그래서, 무아의 경지에 빠져 해탈을 하게 되면, 화를 낸다는 등의 방어기제를 들춰내지는 않게 될 것 같은데...
흠흠흠... 요원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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