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베트남에서 사이공 조커스라는 팀의 감독 일을 하던 이인철이라고 합니다. 최근 베트남 Esports 시장의 밝은 전망에 대한 기사에서 우연찮게 오래전에 했던 이야기를 다시 보게 되었고, 그 외에 베트남 Esports 시장에 대한 희망 섞인 관측에 대한 글들도 종종 보게 되면서 혹시 베트남 팀에 관심이 있으시면 이런 것도 재미있지 않을까? 라는 마음에 무겁기로 유명한 PGR의 글쓰기 버튼을 눌러봅니다. 재미있게 봐주세요.
ps1. 이 글은 베트남 팀과 선수들에 대한 간략한 소개와 이야기입니다. 경기를 보시는데 약간의 재미 요소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ps2. 외국 코치 생활이나 게임 전략에 대한 글을 써볼까 하는데 어떻게 풀어 내야할지 고민하고 있습니다. 어떤 부분이 재미있는지,
혹은 궁금 하신지 댓글로 알려주시면 다음 글을 써볼 때 좋은 참고가 될 듯합니다.
-모두들 잘 아실 갱맘과 눈꽃의 팀, 슈퍼 매시브-
갱맘과 눈꽃 선수가 있는 Super Massive의 경기는 한국에서도 꽤나 많은 분들이 챙겨 보시는 걸로 알고 있습니다. 다들 잘 아시듯 재미있는 경기를 하는 팀입니다. 넓은 챔피언 폭을 가진 영리한 갱맘 선수와 팀의 운영을 이끌어주는 눈꽃 선수를 데리고 허영철 코치가 그 폭을 잘 쓰고 있는 이상적인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 팀입니다. 허영철 코치 본인의 말로는 피지컬은 필요한 만큼만 쓰고 한타에 집중하는 식으로 팀이 서로를 도와주는게 시너지의 이유인 거 같다고 자평하더군요.
터키 선수들도 굉장히 좋은 모습을 보여주면서 운영에 신경 쓰는걸 보면, 이번 시즌의 좋은 출발은 서로에 대한 신뢰를 쌓기에 부족함이 없었던 것 같습니다. 신뢰라는 건 더 좋은 팀으로 발전하기 위해 꼭 필요한 부분이고, 지금의 구성이 앞으로도 더 기대되는 부분이기도 합니다.
-EVOS는 대체 무슨 팀이냐고 물으시는 분께-
EVOS는 지난 시즌 월드 챔피언쉽에서 활약했던 YG와 기가바이트 마린즈를 잡고 올라온 신예 팀이지만, 이 팀은 내면을 살펴보면 뿔뿔이 흩어진 지난 사이공 조커스의 주전 선수들을 다시 모아서 2부리그부터 1부리그 우승까지 한번에 치고 올라온 팀입니다. 선수들의 입장에서는 다시 돌아올 자리에 온 것이지요.
재미있는 것은 이 팀의 정글 Yijin, 미드 Warzone, 원딜 slay, 서포터 Ron op. 이 네 명의 선수는 현재 슈퍼 매시브 팀의 코치인 허영철 코치와 함께 선수 생활을 하던 선수들입니다. 심지어 아마추어 시절 선발부터 같이했었군요. 그래서 여러분이 아시는 것보다 터키팀은 베트남 선수들을 잘 알고 있는 상태입니다. 선수의 개인 버릇부터 특징적인 챔프풀까지도요. 아마도 터키팀을 응원하실 많은 한국의 갱맘, 눈꽃 팬들에겐 좋은 소식일 것 같습니다.
베트남 산 정글러중 지금 가장 유명한 선수가 누구냐고 물으신다면 Levi를 생각하시는 분들도 많겠지만, 그 원조는 중국 Snake 팀에 있는 Sofm 선수입니다. 베트남의 모든 정글러들의 롤모델은 이 SoFM 선수이고, Yijin 선수는 아마추어 시절 당시 small SoFM으로 불리던 선수입니다. 나이가 어렸기 때문에 작년에 프로 무대에 데뷔했고, 그 전에는 사이공 조커스의 유스팀으로 데려왔던 아이입니다.
장점은 수준급의 피지컬입니다. 특히나 자기가 해결해야되는 챔피언을 잘하던 아이였어요. 니달리, 카직스, 리신, 올라프 등.. 하이 리스크 하이 리턴의 챔피언에서 하이 리턴을 잘 뽑아내는 선수입니다. 개인적으로는 Levi나 sofm만큼의 임팩트를 가진 선수라고 생각합니다. 어린 나이를 생각하면 아직도 미래가 더 기대되는 선수이기도 하구요. 심리적으로 흔들릴 때가 있거나, 세주아니같은 탱커 챔피언에서 초반이 흔들린다는 단점을 제외하면, 슈퍼 매시브에서 가장 경계해야할 선수입니다.
미드인 Warzone 선수는 베트남 이스포츠에서 인내와 끈기의 아이콘입니다. 열 손가락 깨물어 안 아픈 손가락 어디 있겠냐만, 이 선수는 유독 저한테 아프고 미안한 손가락이기도 합니다. 저는 이 선수가 처음 테스트를 봤을 때 뽑지 않으려고 했는데 허영철 코치가 뽑자고 했었죠. 당시에는 지금은 없어진 망령의 영혼이라는 아이템 트리가 유행하던 시절이었는데, 테스트에서 얘가 운영은 생각도 안 하고 직스 + 망령의 영혼으로 CS를 주구장창 챙기더니 그 사이 터진 팀을 역전시켰었거든요. 그 후에 피드백하면서 팀원들 움직임에 신경을 좀 쓰면서 플레이해달라고 했었는데. 웬걸, 다시 망령의 영혼 파밍을 시작하더라고요. 4게임 정도 하는 테스트에서 10분 평균 130~150개 정도의 CS를 챙기는 걸 보면서,
저 " 야 쟤 저래서 나중에 쓸 수 있을까? CS 챙기는 건 좋은데 너무 팀게임을 안 하는데?"
허영철 코치 " 형 그래도 쟤 뽑아야 될 거 같아요. 그 정도 장점 가진 애가 없는 거 같은데 제가 잘 가르쳐 볼게요"
라는 대화를 주고 받았었죠.
그 후 이 선수에게는 눈물의 시간이 시작됩니다. 그 당시 저희 팀 미드라이너는 지난 롤드컵에서 좋지 않은 모습을 보였던.. 옵티머스 선수였는데 당시 서포터였던 Uzi 선수가 시즌 중간에 옵티머스와 왕창 싸우는 일이 있었죠. 결국 Warzone 선수가 서포터로 전향해서 경기를 뛰었었습니다. 무난히 진출했던 GPL 결승에서 1, 2 경기를 패하자 옵티머스는 Uzi와 극적인 화해를 하며 열심히 하겠다는 눈물의 화해..를 했고, 그 후 Uzi는 경기에 나와 패패승승승으로 경기를 승리했죠. Uzi와 옵티머스의 입장에서는 눈물나는 우정의 경기였지만, Warzone은 그때 큰 충격을 받았었습니다. 팀을 위해 무리한 포지션 변경을 했는데 결과는 좋지 못했고 선수들은 우승의 기쁨에 취해 챙겨줬던 사람은 저랑 허영철 코치뿐 이었거든요. 이후 눈물을 흘리며 아이디를 Curot 에서 Warzone으로 바꾸더니 이때부터 애가 눈빛이 바뀌었었죠.
그렇다고 그 이후에도 잘 풀린 것은 아닙니다. GPL에 우승했지만 비자가 나오지 않은 관계로 IWCI(현재의 Play in round)에 참가하지 못한 저희는 모든 구성원의 맨붕과 함께 리빌딩의 시기를 겪어야 했고, 저는 이때부터 SF5를 없애고 SAJ를 10인 엔트리로 구성해서 운영을 시작했었죠. 내내 포지션 경쟁자인 Lovida선수와 경쟁하면서 앞서거니 뒤서거니 했었지만, 1인자의 이미지를 가지지는 못했던 선수입니다. 이 선수 이야기를 다 하자면 시리즈로 해야 될 거 같아서 이만 줄이겠습니다.
장점은 무한 멘탈입니다. 저는 이 선수를 유리천장을 깨지 못하니까 그걸 밀어 올려서 자신의 한계를 올린 친구라고 표현하는데요. 견디고 인내하는 데는 정말 최강인 선수입니다. 단점은 발전이 느린 친구라고 생각했었는데요. 글쎄요. 이제 보면 느리지만 틀리지는 않게 꾸준히 발전하고 있는 선수라고 생각됩니다. 인성이나 노력의 면에서는 표본으로 보여주고 싶은 선수네요.
이 선수는 앞서 이야기한 SAJ의 10인 엔트리 시절에 저희 팀으로 왔던 선수입니다. 당시 SAJ에는 Celebrity와 slay라는 두 선수가 있었는데요. 당시 저는 이 두 선수를 약간 특화형으로 사용했었습니다. 그만큼 서로의 특징이 달랐던 선수입니다. slay선수는 스킬형 AD 챔피언에 굉장히 장점이 있는 선수입니다. 이즈리얼, 진, 카이샤 같은 챔피언을 잘 다루는 선수죠. 평타를 잘 섞어서 때리는게 중요한 치명타형 원딜을 시켜놓으면 손이 자꾸 꼬인다고 불평을 하던 선수인데, 그 단점이 얼마나 고쳐졌을지 궁금합니다.
특징은 이 팀에서 유일하게 하노이 출신의 선수입니다. 베트남은 한국의 지역감정 비슷하게 남쪽의 호치민과 북쪽의 하노이 사람들의 성향이 다르다는 게 느껴지는 곳인데요. 호치민 사람들은 하노이 사람들을 약간 게으르고 늘어진다고 생각하고, 하노이 사람들은 호치민 사람들이 너무 빡빡하게 돈을 밝힌다. 뭐 이런 느낌의 마인드를 갖고 있는 사람들이 있더라구요. 물론 일부의 사람들이 그렇다는 겁니다. 한국의 지역감정과는 그 강도 자체가 비교가 안 될 정도로 약합니다. 앞서 이야기했던 옵티머스와 uzi 선수의 다툼도 이후에 알고보니 그런 지역적 생활 차이를 이해하지 못하는게 발단이었습니다. 저한테도 약간 게으른 천재의 느낌의 선수였는데, 지금 메타가 slay 선수에게 어울리는 것 같아서 장점을 보여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허영철 코치를 가장 잘 따르던 Ron op선수입니다. 허영철 코치를 아버지라고 불렀었어요. 밤에 악몽을 꾸고 울면서 내려와서 허영철 코치를 찾던 아이였는데, 허영철 코치도 선수 시절 포지션이 원딜- 서포터이기도 했고, Ron op를 뽑았던 시절에는 주전이었던 Tsu 선수는 팀 운영에 대해 잘 숙지 되어있었던 시절이었기 때문에 허영철 코치가 굉장히 공을 들인 선수입니다. 허영철 코치의 선수 시절과는 다르게(미안하다 영철아) 당시에는 피지컬 - 라인 몰빵형 서포터였습니다. 라인전에서 비슷하다면 이후 미드 바텀 사이의 정글 운영에서 Evos가 불리할 여지가 많다고 생각이 됩니다.
당시 조커스는 서포터들에게 '서포터는 모든 챔피언을 다 할 줄 알아야해'가 챔프풀에 대한 입장이었기 때문에 잘하던 챔피언이 뭐였는지는 사실 기억이 나질 않아요. 쓰레쉬는 모든 서포터가 잘하는 챔피언이잖아요. 이번게임에서는 밴도 해야되고.
팀 전체적으로 놓고 보면, 피지컬로 압박하려고 하는 Evos와 운영으로 승부하려는 슈퍼매시브라고 말할 수 있겠지만, 그 운영도 기본 철학은 거의 비슷할 것으로 보여서 화끈하게 부닥치는 그림이 많이 나올 거로 생각되는 터키 vs 베트남전입니다. 운영이 비슷하면 서로 원하는게 같아지고, 원하는게 같으면 싸워서 얻어야 할 테니까요. 추첨식 이후 허영철 코치는 자신있게 “이깁니다.” 라고 말했는데. 여러분들은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저는 같이 일하던 코치와 선수들이 맞붙는 경기라서 맘 편히 이기는편 우리 편을 시전할 계획입니다. 화요일 밤에는 치맥이나 뜯으면서 경기를 봐야겠군요. 이상 MSI 베트남 vs 터키전 영업 글이었습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