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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18/04/05 20:33:34
Name roqur
Subject [LOL] 부활하지 않아도 좋다 (수정됨)
13 LCK 서머 우승.
14 LCK 윈터 전승 우승, 스프링 8강, 서머 8강, 롤드컵 진출 실패
15 LCK 스프링, 서머 우승, MSI 준우승, 롤드컵 우승
16 LCK 스프링 1라운드 7위까지 떨어졌다가 우승, 서머 3위, 롤드컵 우승
17 LCK 스프링 우승, 리프트 라이벌즈 패배, 패배 이후 LCK 서머 4연패, 플레이오프에서 도장깨기로 결승전까지 올라간 후 3:1로 패배. 이후 롤드컵 준우승.
18 LCK 서머 4위

페이커의 커리어입니다. '선수 생활을 오래 했고' '그럭저럭 탑티어에 여러 번 올라본 선수'는 하나같이 우여곡절을 지니고 있죠. 프로생활에서 가장 중요한 국면마다 SKT한테 진 쿠로도 그럴테고, 어제 경기 전까지만 해도 온갖 드립의 대상이었던 스코어도 그렇고, 이거 뭔 소년만화 주인공(혹은 주인공 팀 주장) 아닌가 싶은 선수생활의 앰비션도 그렇고 말입니다.

하지만 제게는 페이커의 프로 인생 굴곡이 좀 더 각별하게 느껴집니다.

14년과 13년은 제가 안 봤으니 말을 아끼고 싶고.

15년도 스프링 초반기에는 그리 대단한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던 걸로 기억해요. 이때도 페이커에게 향하는 조롱이 엄청 많았던 걸로 기억합니다. MSI 준우승 이후야 뭐 말할 것도 없고(이후 폰에게도 이해 못할 비난이 쏟아진 것으로 압니다만)

16년도 스프링도 그렇고, 16년도 서머도 그랬죠. 특히 16년도 서머 때는 전 라인의 폼이 좋았지만 정글러의 폼이 미묘해서 3위에 그쳤었고요. 끝끝내 롤드컵에서 우승을 차지하긴 했습니다만, 벵기가 각성하지 않았으면 아마 4강에서 끝났을 거라고 봅니다.

그리고 17년. 완벽한 폼으로 스프링에서 3:0 셧아웃. MSI때 컨디션 조절 실패인지 1세트에 세번 연속으로 갱을 당하며 팀을 위태롭게 했었지만 어쨌든 우승. 그리고 서머에 돌입하고 리프트 라이벌즈 이후 팀이 한꺼번에 폼이 내려오면서 순위가 쭉 떨어지고, 다시 포스트시즌 때 폼을 바짝 올려 결승전까지 밀어붙였지만(그 와중에 KT전은 3:2 대혈전이었죠), 끝내 킹존의 벽을 넘지 못했죠. 롤드컵 때야 말할 것도 없고요.

정말 화려한 커리어를 가진 선수고, 클템 말마따나 "롤의 역사가 12년쯤 더 가지 않는 한 이런 선수는 다시 안 나올 것" 같은 선수이지만, 15년 이후 그의 프로 인생이 늘 순탄하지는 않았어요.

하지만 페이커는 그 칼날처럼 좁고 날카로운 길을 계속 걸어왔습니다. 5년 넘게요. 그리고 이번 스프링 때는, 번뜩이는 플레이를 거의 보여주지 못하고 KT전 패배에 일조했습니다. 페이커의 시대는 한번 더 끝났습니다. 고양이라도 되는지 끝났다 다시 시작하고 끝났다 다시 시작하고 끝났다 다시 시작하는 게 신기하긴 한데, 이번 종언은 좀 더 무겁고 오래 갈 것 같은 예감이 듭니다.

페이커는 그 예감을 신명나게 깨부수면서 "내가 페이커다." "내가 아직도 최고다." "롤알못 새X들아 누구 캐리?"를 선언했던 선수고, 저 역시 페이커가 멋지게 부활했으면 좋겠습니다.

하지만 부활하지 않아도, 부활하지 못해도 상관없어요.

저번에도 말했다시피 원치 않는 군생활 동안 인생의 활력소가 되어준 팀이 SKT입니다. 부진을 딛고 일어서서 정상에 서는 모습을 몇 번이고 보여줬고, 페이커는 그 중에서도 가장 멋지고 대단한 선수로 보였습니다.

제게는 보여줄 만큼 보여줬습니다. 그러니 부활하지 않아도 괜찮아요. 흔히 하는 평가처럼 중위권 미드, 상위권 미드에게 비비지 못하는 미드가 된다 해도 그동안 보여준 것 쌓은 것이 어디로 가는 건 아니니까. 이 선수가 어떤 선택을 하고 어떤 결말을 맞이해도 끝까지 응원할 겁니다. 페이커잖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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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리츠크랭크
18/04/05 20:42
수정 아이콘
13년 부터 페이커를 보면서 어린시절 임요환을 보던 그 기쁨을 다시 느꼈고, 항상 최고였던 것은 아니지만, 결국 최고가 되는 그리고 소설과도 같은 커리어를 써온 선수에게 언제나 감사한 마음을 가지고 있습니다. 글쓴 분이 언급하신것 처럼 15년 스프링에서 좋지 못했고 16년도 흔들렸던 때가 있었죠. 그리고 지금도 힘든 시기를 보내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더 이상 역사는 쓰이지 않을지 모릅니다. 하지만 이제까지 걸어온 길로서 이미 충분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럼에도 부진을 떨쳐내고 다시 일어서는 모습을 보고싶습니다. 간만의 휴식기가 그에게 도움이 되었으면 합니다.
18/04/05 21:00
수정 아이콘
네. 저도 간만의 휴식기가 도움이 됐으면 싶습니다. 팀과 함께 우뚝 일어섰으면 좋겠네요.
흰둥몬
18/04/05 20:55
수정 아이콘
페이커 파이팅.
18/04/05 20:58
수정 아이콘
페이커를 기다리는 팬들도 파이팅입닏나.
나이트메어
18/04/05 21:02
수정 아이콘
(수정됨) 전 페이커가 무조건 부활해줬으면 싶은 팬입니다. 이대로 (구 CJ 선수들 일부처럼) 시간이 점차 흐르며 역사의 뒤안길로 흘려보내기엔 마음이 너무 아플 것 같습니다. 그 반대로 스1의 이영호처럼 정상의 자리를 움켜쥐고 놔주질 않는 끝판왕 포지션을 재현해줬으면 하는 바램이 큽니다.

그래서... 페이커 본인에게는 이런 팬들의 기대감이 큰 부담으로 다가오겠지만서도, 그걸 꼭 극복해내고 다시금 일어서주기를 기원합니다.
물론 LOL 이란 게임이 본인 혼자 멱살캐리한다고 해봐야 한계가 있는 단체전이지만, 새 시즌에서는 (멤버 보강 혹은 자체 전력강화를 통해) 불사조처럼 부활한 SKT, 그리고 페이커를 만나고 싶습니다.

페이커는 브론즈, 실버를 오가는 한 명의 아재가 아직도 LOL을 놓지않게 해주는 이유니까요.
18/04/05 21:04
수정 아이콘
저도 다시 절대지존 느낌의 페이커를 만나고 싶어요.....
압도적인 라인전을 바탕으로 한 창의적인 킬각 그리고 그에 못지않게 서포트해주는 정글 제2의 버팀대 바텀 이 위에서 페이커가 춤추는게 그리워요
지금은 잘쳐줘야 그레이스급이에요.......
18/04/05 21:10
수정 아이콘
저도 보고야 싶죠. 하지만 페이커가 그동안 걸어온 길과 느끼는 압박감을 생각하면 기대한다고 말하는 것도 좀 미안해질 지경이라...
18/04/05 21:12
수정 아이콘
2018시즌 주제가 Legend Restart죠
주인공이 페이커 선수이길 바랍니다
파이팅!
18/04/05 21:13
수정 아이콘
카오스의 코치를 좋아해서 푸만두가 T1 K에
입단할때부터 고전파 페이커라는 존재를 알게 되었는데
5년이 지난 지금은 제 최고의 선수가 되었네요
Not anymore 한 번 더 가능하다고 생각해요
재충전하고 다시 돌아와주길 바랍니다
18/04/05 21:41
수정 아이콘
저랑 같은테크를 타셨군요 흐흐
아마 많이들 계실듯 그런분들이
페이커 화이팅! 성적과 상관없이 화이팅입니다
kartagra
18/04/05 21:44
수정 아이콘
페이커가 다시 비상하기 시작한 15년부터 과거 일정을 보면 스프링 결승까지 달리고, msi 참가, 다시 서머 결승, 롤드컵 결승까지 그 이후에는 올스타.

사실상 이 패턴이 거의 유지됐죠. 16년 서머만 3위였는데 그것조차 플옵 달리면서 제대로 쉬었을리도 없고요. 솔직히 사람이 기계도 아니고 이렇게 달리는게 가능한가 싶을 정도로 페이커는 계속 달려왔습니다. e스포츠 특성상 속도가 빠른 편이라(패치 하나에도 메타가 바뀌고) 정상에 오르는 것도 힘들지만 아래서 치고 올라오는 유망주들 꺾으면서 그걸 유지하는건 더 힘들다는걸 감안하면 페이커는 정말 유니크한 선수죠.

다만 결국 사람은 기계일 수 없는 것이고, 저렇게 하드코어한 일정을 선수생활 내내 소화하는건 무리가 있는것도 사실이죠. 지금까지 해온 것만으로도 남들보다 훨씬 가혹한 일정을 소화해온 것이나 다름없는데요. 페이커 선수를 존경하는 한명의 개인으로서는 페이커 선수가 은퇴할때까지 빛났으면 하는 바람도 없진 않았습니다만, 가만히 페이커 선수생활을 반추해보니 어찌보면 이런 날이 오는건 필연이 아니었나 싶기도 하고 그렇습니다. 그리고 이대로 페이커가 무너져도 끝까지 응원하겠지만, 역시나 언제 그랬냐는 듯이 'Not anymore'를 외치는걸 보고 싶은건 어쩔 수 없네요 크크..
Semifreddo
18/04/05 22:23
수정 아이콘
다시 잘 했으면 좋겠습니다. 하지만 그렇지 않는다 해도 계속 팬으로 남을 거예요. 그만큼 페이커가 준 기쁨이 큽니다.
첫걸음
18/04/05 22:53
수정 아이콘
페이커가 준 즐거움이 너무 크기에 뭐 끝까지 응원 하겠습니다. 페이커 화이팅!!!
cienbuss
18/04/05 23:13
수정 아이콘
저도 못했다고 엄청 분노했다는 사람들에게 공감가기 보다 그냥 응원하게 되네요. 축구에서 레전드가 부진하기 시작했다고 바로 교체하지 않고 회사에서도 실무능력이 떨어졌다고 바로 교체되진 않죠. 교체할 준비는 하지만 예우 차원에서 한동안 지켜보죠. 까는 사람들도 본인이 즉시 교체대상이 된다면 납득하지 못할테고. 페이커는 지금까지 기대 이상으로 잘해왔고 더이상 노력하지 않고 있는 것도 아니고. 저는 계속 응원하고 싶습니다, 프로의식이 결여된 모습을 보여주는 게 아닌 한, 그럴 것 같지도 않고. 다만 일시적인 슬럼프에 그치고 부활했음 좋겠네요, 꼭 예전처럼 독보적 원탑이 아니어도 괜찮으니.
18/04/05 23:31
수정 아이콘
저도 2013년까지하다 롤접고 이제 skt경기만보는 초 라이트팬인데요.... 부활하지 않아도 감사하고 부활한다면 더 감사하고 감동적일것 같네요
굳바이SKT
18/04/05 23:37
수정 아이콘
페이커 선수 그동안 수고 많았죠. 향후에 그전과 같은 기량은 아니더라도 모두가 리스펙트할만한 선수라고 봅니다.
한가지 바람이라면 1티어 정글러랑 다시 호흡을 맞추고 플레이 하는 모습을 보고 싶네요.
작년부터 솔직히 기량이 떨어지는 정글러 때문에 고군분투하느라 너무 힘들어 보였어요.
파이몬
18/04/06 00:07
수정 아이콘
거의 2달이나 쉬니까.. 기왕 이렇게 된 거 푹 쉬었으면 합니다!
1등급 저지방 우유
18/04/06 00:48
수정 아이콘
부활했으면 좋겠어요.
어찌되었든 결과는 나왔고, 꽤나 긴 기간 휴식 및 충전 시간을 가질텐데..
서머에 부활해서 "내가 돌아왔다~~"라고 다시금 외치길 바래봅니다.
정은우
18/04/06 03:34
수정 아이콘
저는 이런 글 자체가 '부활하기 힘들겠다'라는 생각에서 쓰여진다고 생각해서 그다지 기쁘진 않네요.
어느 순간부터 SKT가 아니라 페이커를 응원했고, 그 솜씨뿐 아니라 마음가짐부터 대단하다고 생각한 제 개인적인 E스포츠 최고의 선수라
그 선수가 내 선수생활은 여기까지라고 선을 긋기 전까진 최고의 선수가 되길 바라고 여보란듯 부활하길 바랍니다.

물론 모든 순간에 최고가 아니라도 상관 없죠. 제게는 언제나 역대 최고의 선수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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