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년 전 오늘, 저는 박서와 만났습니다.


그날도 요즈음의 날처럼 더운 기운이 사라지고, 시원한 바람이 불 때였습니다. 해서 이맘때면 그때의 순간들이 머릿속에서 동영상처럼 자연스레 재생되기도 하고, 스틸 사진처럼 간직돼있기도 합니다. 생각해 보면 당시 기준으로 5년 전부터 팬이었던 사람을 만날 수 있다는 사실에 정말 설렜습니다. 그리고 마침내 그를 만나 이야기할 때, 손은 떨리고 말은 더듬어서 멋은 안 났지만 주위의 박수와 함께 교감할 수 있었단 사실에 감사하고, 형 동생 사이가 되었음도 감사합니다.


삶은 늘 팍팍합니다. 그래서 절망할 때도 많습니다. 하지만 이런 추억의 조각들은 저로 하여금 힘나게 하네요. 사실 기간만 오래됐지 형과 저의 친밀도는 그렇게 진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제가 해준 것도 많지 않고, 또 더불어 형과 자주 만나지는 못하니까요. 그래도 전 자부합니다. 세계 최고의 박서 팬은 아마 저일 거라고. 비록 스타크래프트에 발을 들여놓은 건 제 선택이었지만 사랑하게 된 계기는 그 때문일 거라는 것을 말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요환이형의 최근 스트리밍이 눈물 나는 이유입니다. 스타크래프트로 만나준다는 것만으로도 행복합니다. ASL 예선에서 추억 돋는 이름들 속에 그가 없어도 그가 치열한 경쟁의 장에 있지 않아도 만족합니다.


오늘은 추억에 한껏 젖을 수 있어서 참 좋네요. 바란다면 최고의 팬은 아니더라도 기억에 남는 팬, 아니 좋은 형제가 될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형, 우리 형… 서령이 하령이 아부지. 부디 늘 건강하고 행복하소.
     모든 일에 파이팅이오 내일 생일도 미리 축하하고."


Written by Love.of.Tear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