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라니아를 향해 군대를 일으킨 데르벤트 공작, 스테파노스 2세 미흐란.
지난날, 추악한 이교도인 우콸리드 일족을 사도가 잠든 신성한 땅인 아르메니아로부터 몰아내는데 큰 공을 세운 그는, 자신의 주군, 아르메니아의 왕 슴바트 바그라티오니의 묵인 하에 친히 군대를 이끌고 알라니아의 카간, 콘스탄티누스의 근거지를 공략하고 있었다.
[이대로라면 그 잘난 콘스탄티누스를 거꾸러뜨릴 수 있겠어...!]
사방에서 불길이 치솟는 가운데 이따금 비명 소리가 울려퍼지는 콘스탄티누스의 본거지.
멀리서, 말 안장에 앉아 이 광경을 지켜보던 스테파노스는 자신의 승리를 확신했다.
[그래, 이게 맞는거지. 이게 그 더러운 혈족에게 어울리는 대가인게야.]
이 말을 하는 그의 시선은 갈가리 찢겨져나간 채로 땅바닥에 아무렇게나 내팽겨진, 헤라클리우스 가문을 상징하는 황금 독수리가 새겨진 깃발을 향해 있었다.
과거, 페르시아 제국이 건재했을 당시 위대한 일곱 가문 중 하나였던 가문, 미흐란 가.
이러한 미흐란 가의 후예로서, 스테파노스에게는 반드시 실현해야 할 두 가지 사명이 있었다.
첫째, 아라비아의 더러운 족속에게서 신음받는 페르시아 인들을 구원하고 제국을 바로세울 것.
둘째, 페르시아의 존엄을 짓밟고 모욕한 헤라클리우스의 후예들을 엄중하게 치죄할 것.
이번 알라니아 원정은 이 두 사명 모두를 실현하기 위한 원정이었다.
옛 페르시아의 강역을 수복하기에 앞서 배후를 정리하고, 헤라클리우스의 후예를 절멸하고자 하는.
얼마 전까지만 하더라도, 스테파노스는 감히 알라니아에게 선공을 걸 엄두를 내지 못했다.
압도적인 열세 속에서 콘스탄티누스가 어찌 우콸리드를 물리쳤는지, 스테파노스는 보았으니까.
때가 오기만을 기다렸다. 언젠가는, 콘스탄티누스의 심장에 칼을 꽂을 날이 오리라고 믿었다.
그리하여 마침내 콘스탄티누스가 마자르를 치기 위해 먼 길을 떠났을 때, 스테파노스는 움직였으니...
그러나, 스테파노스는 미처 눈치채지 못했다.
고향에서 양을 치던 병사들이 주변의 가축을 차지하기 위해 날뛰느라 무뎌지고 있음을.
승리를 확신한 자신과 각 군 지휘관들이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경계의 끈을 늦추고 있음을.
그리고... 분노한 콘스탄티누스가 말을 달려 무서운 속도로 회군하고 있음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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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화에서, 데르벤트의 공작 스테파노스 2세의 빈집털이가 매섭게 들어왔습니다.
[데르벤트의 공작 스테파노스 2세 : 이 싸움은 내가 이겼다!]
그러나 전군이 기병으로 이뤄진 콘스탄티누스의 회군은 그의 예상보다 훨씬 빨랐습니다.
[콘스탄티누스 : 네 놈, 고작 수가 조금 많은 정도로 날 이길 수 있다 생각했나!]
[데르벤트의 공작 스테파노스 2세 : 콘스탄티누스, 저 자는 대체 뭔가! 대체 뭐길래 이렇게...!]
분노한 떼이귀가 게임 터뜨리듯, 분노한 콘스탄티누스가 스테파노스 2세를 때려잡았습니다.
(이것도 사실은 매우매우 위험한 상황이었습니다. 보이시죠? 스코어가 -97%였던거.
콘스탄티누스가 회군하기 직전에 목초지 하나라도 더 빼앗겼다면 끝장이었습니다.)
결국 전 병력이 갈갈 갈려나간 스테파노스 2세가 선택할 수 있는 길은 하나 뿐이었습니다.
[콘스탄티누스 : 패배를 인정하거라, 스테파노스. 인정하는 김에 배상금도 두둑하게 내놓고.]
[데르벤트의 공작 스테파노스 2세 : 크으, 가문의 선조들이시여! 소손이 불민하여 이런 치욕을...!]
이제, 콘스탄티누스의 위세는 최고조에 달했습니다.
스테파노스 2세로부터 지급받은 배상금 덕택에 금화가 꽤 많이 쌓였습니다.
당분간 병력의 원천 노릇을 할 명예도, 이쯤하면 충분히 끌어 모았네요.
맨파워도 현 시점에서는 819명, 세 부대를 새로 편성할 수 있는 수준입니다.
이번에는 조금 무리해서, 고급진 병종도 섞어서 편성해보겠습니다.
[콘스탄티누스 : 역시 카타프락토이가 추가되니까 마음이 든든해지는군, 그래.]
호드 메뉴에서 금전 100을 쓰면 경기병 100, 중기병 150이 징집됩니다.
이렇게 세 번 징집했더니, 병력 구성이 스샷과 같이 되었습니다.
역시 로마하면 카탁, 카탁하면 로마지요!
[콘스탄티누스 : 영생의 비약을 제조한다고? 꺼져라! 어디서 그따위 말 같지도 않은 소리를...]
콘스탄티누스에게 누군가가 영생의 비법을 전한답시고 허풍을 친 모양이군요.
그러나 우리의 시니컬한 콘스탄티누스에게는 씨알도 안 먹히는 소리였죠.
사실, 이건 사신의 수확 DLC에서 새로 나온 영생의 비약 제조 이벤트입니다.
실제로는 저 이벤트 트리를 잘 따라가면 낮은 확률로 영생 트레잇을 달 수 있죠.
다만, 저 이벤트 트리를 따라가려면 돈이 꽤 필요한데 콘스탄티누스는 가난해서...
이번에는 인더스의 강물이 흐르는 동네에서 좋은 말씀 전하러 온 사람이 나타났습니다.
[티사데비 : 좋은 말씀 전하러 왔습니다. 지금 저희 불교에 귀의하시면...]
[콘스탄티누스 : ......]
콘스탄티누스는 말없이, 저 겁없는 꼬마를 친절하게 감옥으로 인도합니다.
사실 저건 수도사와 신비들 DLC 추가 이벤트로, 맨 윗 선택지를 누르면 인도계 종교로 개종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유목정에서는 어차피 후계자 지명 안 되니까, 인도계 종교를 골라서 얻을 수 있는 장점이 딱히 없죠.
보다 로마스러워지기 위해 카타프락토이를 편성한 콘스탄티누스.
그러나 카타프락토이는, 역사적으로나, 인게임으로나 돈먹는 하마입니다.
따라서 카타프락토이 운용할 돈을 마련하기 위해서는...
[콘스탄티누스 : 생각해보니까 스테파노스 그 놈, 배상금 덜 내놨지. 그럼 내가 친히 수금에 나서줄 수밖에.]
감히 빈집털이를 시전한 스테파노스의 영지를 약탈해 열심히 돈을 뜯습니다.
그 사이에 콘스탄티누스에게는 왼쪽 스샷에서처럼 아들이 태어났습니다.
첩실과의 사이에서 태어나, 무척 낮은 확률을 뚫고 강인함을 달고 있습니다.
이름은 마누엘로 정했습니다.
로마 역사상 가장 용맹한 황제 중 한 사람인 마누엘 1세의 이름을 따왔지요.
(물론 마누엘 1세는 인게임 기준으로 수백 년 뒤의 사람이기는 합니다만...)
그리고 첫째 아들이 태어난지 얼마 되지 않아,
둘째 아들이 또 다른 첩실에게서 태어났습니다. 겹경사네요.
그러나 경사가 있으면 불행도 찾아오는 법.
[반란군 : 콘스탄티누스 카간은 우리에게 정당한 영토를 허하라!]
알라니아 본토에서 벌어진 대규모 반란.
이는 콘스탄티누스가 너무 많은 목초지를 갖고 있어 벌어진 일이었습니다.
원래 유목정에서는 대칸이 소유할 수 있는 목초지가 전체 목초지의 2/3이거든요.
2/3을 넘어가는 목초지를 보유하고 있으면 상단 빨간 박스 안의 아이콘이 뜹니다.
그러고도 계속 무시한 채로 진행하면 스샷에서처럼 반란을 일으키게 됩니다.
콘스탄티누스 휘하 약소 부족들이 자신들에게도 목초지를 달라고 아우성치는거죠.
참고로 이렇게 일어난 반란의 경우는 규모가 상당하기 때문에 주의하셔야 합니다.
가능하다면 목초지를 제때 분배해주는 편이 반란 걱정 더니까 마음이 더 편하겠죠.
지금이야 병력을 최대한 빨리 모으려고 목초지 일부러 분배 안하고 있었습니다만.
일단 콘스탄티누스는 반란을 어떻게든 제압합니다.
그러나, 반란자의 요구도 일리는 있었기 때문에 하는 수 없이 목초지를 분배합니다.
문제는, 목초지를 분배하면 자동적으로 인구도 분배된다는 점에 있습니다만...
결국 콘스탄티누스는 줄어든 인구를 보충하고자 Humilitate로 타 부족을 휩씁니다.
그리하여 인구가 총 15,000명을 돌파하자, 콘스탄티누스는 모종의 결정을 내립니다.
[콘스탄티누스 : 아직 아시나 가문의 위세는 굳건하다. 그렇다면 남쪽을 향하는수밖에.]
유목정은 인구가 15,000명을 돌파하면 마치 성전처럼, 공작령 전체를 얻는 명분으로 선전포고를 할 수 있게 됩니다. 일전에 제가 말씀드린 바 있는, 인구 수에 따라 사용 가능한 전쟁 명분 가운데 낮은 단계의 전쟁 명분입니다.
이 명분을 쓸 수 있게 되면, 그 이후로부터 유목정은 굉장히 쉬워집니다. 영토 확장에 가속도가 붙게 되거든요. 공작령 전체를 삼킨 다음에 영지 불태우기 명령(이건 2.6.3버전부터 자동화되었습니다. 굳이 노가다 안 해도 됩니다.)을 반복하여 돈을 끌어모으면, 그걸 바탕으로 다른 공작령 삼켜서 똑같은 작업 반복하고.
이번에 콘스탄티누스는 아르메니아 왕국의 카르틀리 공작령을 대상으로 전쟁을 선포했습니다.
이 싸움에서 이기면, 스샷에 표시된 영역, 카르틀리 공작령 내 모든 영주가 콘스탄티누스의 봉신이 됩니다.
한편, 콘스탄티누스를 상대해야 하는 아르메니아 왕의 병력 상황을 보면...
[아르메니아의 왕 슴바트 : ...콘스탄티누스는 강하다. 과연 짐의 군대가 그를 막을 수 있을 것인가.]
숫자는 많지만, 전력으로만 보면 콘스탄티누스의 압도적인 우위입니다.
병력 구성에서 중기병의 비중이 말이 안 되게 높습니다. 궁기병 딜링도 상당하고.
저걸 징집병으로 막는다? 최소한 2배 이상의 병력에 우월한 장군, 지형 버프 다 있어야 합니다.
카프카스 산맥을 넘어, 접경지인 카케티 백작령에 발을 디딘 콘스탄티누스.
[콘스탄티누스 : 일단은 적의 모습이 포착되는 즉시, 카케티에서 철군한다.]
이 명령에 따라, 콘스탄티누스의 병사들은 아르메니아 군이 카케티 백작령 옆 타오 백작령에 진주할 때에 맞춰 철군을 감행합니다. 아르메니아 군은 콘스탄티누스 휘하 군대의 이러한 움직임에 의구심을 품지만, 알라니아 방면으로의 방어선 재구축이 시급하다는 판단에 결국 카케티 백작령에 발을 들입니다.
하지만 이 모든 것은, 콘스탄티누스의 함정이었습니다.
[아르메니아 군 : 뭐, 뭣?! 콘스탄티누스가 아군 진영을 습격했다고?!]
[콘스탄티누스 : 돌격하라! 집중 사격으로 적의 중앙을 꿰뚫어내라!]
카케티 백작령에 발을 들인 아르메니아 군이 미처 전열을 가다듬기도 전에 알라니아의 기습이 시작되었고,
[콘스탄티누스 : 적의 중앙이 분쇄되었다. 이제는 양익을 포위, 섬멸하라!]
중앙이 무너지자, 양익도 삽시간에 붕괴하고 맙니다.
카케티에서의 대패 이후, 살아남은 아르메니아 군은 인근의 타오 백작령으로 후퇴하였습니다.
험준한 지형에 의지해, 아르메니아의 왕궁이 있는 멜리테네로의 길을 막아서려던 아르메니아 군.
그러나,
[콘스탄티누스 : 소용없다! 이까짓 한 줌도 안 되는 군세로 날 막으려 했는가!]
타오 백작령에 모여든 병력 또한, 콘스탄티누스의 말발굽 아래서 허망하게 스러졌습니다.
이 와중에 근심에서 헤어나오지 못하던 슴바트가 시름시름 앓더니 그만 세상을 떠났습니다.
슴바트의 뒤를 이어 새로이 아르메니아의 국왕으로 즉위한 이는 그의 아들, 아쇼트.
[아르메니아의 왕 아쇼트 : ...우리의 패배는 명백하다. 카르틀리 공작령을 내어주는 수밖에.]
이렇게, 처음으로 이뤄진 아르메니아 방면으로의 진격은 성공리에 끝을 맺었습니다.
위기를 넘기고 서서히 날갯짓을 시작한 콘스탄티누스.
그가 다음으로 칼을 겨눌 상대는 과연 누구일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