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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03/06 15:00
저도 전태양의 팬이지만, 4강까지의 경기력만 놓고 보면 우승하리라고는 예상하기 어려웠습니다.
24강 - 24강부터 존썬이 출현하면서 3등으로 힘겹게 진출했죠. 12강 - 그나마 가장 쉽게 통과한 게 12강인데, 전태양이 불사도에 대한 대책으로 다양한 전략을 준비해 온 게 주효했지만 경기력은 좀 불안정한 면이 있었고, 상대인 주성욱이 최악의 경기력을 보여서 무난히 올라간 느낌이 강했습니다(아마도 주성욱은 여권을 놓고 오는 실수로 제 때 비행기를 못 타고 대회 하루 전에 대회장에 도착해서 컨디션 난조를 겪은 것 같고요). 8강 - 전태양과 상대인 고병재 모두 경기력이 좋지 않았습니다. 전태양은 다소 허술한 기본기를 보여줬고, 고병재는 멀탯에서 아쉬운 모습이었죠. 고병재가 드랍한 의료선 2기 병력을 전태양의 정면 병력을 막기 위해 다시 회군시키는 치명적인 실수로 4세트를 내주고, 5세트에서도 빌드를 먹혀서 불리하게 출발했지만 전태양의 이상한 판단으로 유리해진 상황이었는데 고병재는 그걸 몰랐는지 계속 초조한 모습을 보이며 하드 쓰로잉을 거듭하다 패했습니다. 전태양의 경기력은 아쉬웠지만, 상대보다 침착함을 유지했고 결국 그 차이가 승패를 갈랐죠. 전태양이 기량보다는 클래스로 이긴 느낌이 강했습니다. 4강 - 전날까지 인생 경기를 펼치던 한이석이 전태양과는 진흙탕 싸움을 벌이며 그리 좋은 경기력을 보여주지는 못 했습니다. 마지막 5세트까지 가는 접전이 나왔는데, 전태양이 상당히 유리한 상황에서 한이석이 난타전을 통해 경기를 뒤집고 거의 잡나 했지만 침착함과 집중력을 유지하지 못 했고, 끝내 전태양이 승리를 거머쥐게 됩니다. 전태양의 경기력은 여전히 좀 아쉬웠지만, 사실 경기력이라는 게 그 날 그 날 다르고 상당 부분 허상이 있는 개념이죠. 이 경기의 승리를 통해 전태양이 클래스를 한 단계 더 끌어올린 것 같은 느낌이 들었습니다. 결승 - 전태양과 김대엽 두 선수 모두 매우 좋은 경기력을 보여줬습니다. 다만 예선부터 4강까지 신 급 플레이를 펼치던 김대엽에게 조금씩의 실수가 나왔고, 모든 경기에서 다른 빌드를 구사한 전태양의 준비성이 전태양을 우승으로 이끌게 되었죠. 전태양의 이번 우승을 보면서 새삼 느끼는 건 래더 성적과는 무관한 대회에서의 기세라는 게 있다는 겁니다. 전태양은 매 경기 똥줄 타는 승부를 펼쳤지만 끝 내 우승 트로피를 들었고, 자신의 클래스를 한 단계 더 높였습니다. 큰 대회에서 일이 술술 풀리면서 '될놈될'이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반면 김대엽은 예선부터 시작해서 4강까지 본인의 인생 경기를 펼쳤습니다. 매 경기마다 명승부를 연출했고, 특히 8강부터 결승까지는 역대 급 명경기를 만들어냈죠. 12강 - 유럽 최강 저그 너치오를 완벽하게 압도하면서 쉽게 이겼습니다. 8강 - 상대인 변현우도 좋은 경기력으로 상당히 접전을 벌였지만, 김대엽의 경이적인 수비와 운영에 끝내 압도당하며 눈물을 흘리게 되죠. 4강 - 박령우와의 종족 최강전이었는데, 1세트는 박령우가 저그로는 이기기 거의 불가능하다는 말이 나오던 200 황금함대를 경이로운 경기력으로 깨부쉈지만, 2세트에서는 김대엽이 완벽한 수비와 운영으로 초장기전 끝에 아슬아슬한 승리를 거둡니다. 박령우는 2세트 경기 후 장기전 운영으로는 힘들다고 판단한 건지 3세트와 4세트에서 각각 초반 올 인, 초중반 반 올 인 전략을 꺼내들었지만, 김대엽의 단단한 수비에 막히면서 GG를 치게 됩니다. 김대엽이 이긴 건 실력보다도 평정심과 멘탈의 승리가 아니었나 하는 생각이 들더군요. 개인적으로 토스 선수에게 이만큼 압도적인 느낌을 받았던 건 전성기 백동준, 공유 초기 주성욱 이후 세 번째입니다. 그 정도로 김대엽의 플레이는 완벽했고, 단단한 수비와 안정적인 운영의 끝판 왕이었습니다. 4강까지 유일한 오점이 있다면 24강에서 조의 최약체였던 하스템에게 0 : 2로 진 것 정도였죠(한이석에게 진 건 한이석도 인생 경기 중이어서 그랬던 거고). 하지만 결승에서는 끝내 전태양에게 패하게 되는데, 그 이유는 개인적으로 이렇게 분석합니다. 김대엽의 8강 상대였던 변현우도 기량만으로는 전태양에게 전혀 뒤지지 않는 좋은 모습을 보였지만 4 경기 내내 같은 빌드를 구사했던 반면, 전태양은 7 경기 동안 모두 다른 빌드를 썼습니다. 변현우의 획일적인 빌드에 기계처럼 완벽한 대처와 수비를 보여주던 김대엽의 철벽이 전태양의 다양하고 변칙적인 빌드에는 조금씩 틈이 생겼죠. 변현우는 획일적인 전략으로 작년 글로벌 파이널을 먹었지만, 스타2는 정형화된 플레이로는 장기 집권할 수 없는 게임입니다. 무엇보다 전태양은 다른 테란 선수들이 아직 제대로 대처하고 있지 못 한 토스의 불사도 체제를 상대로 다양한 대처법을 들고 나왔고, 이게 통하면서 우승의 가장 큰 발판이 되죠. 지금 김대엽의 경기력이라면 사실 우승을 했어야 했는데, 그게 실패하고 또 준우승을 적립하면서 이제는 김대엽에게도 슬슬 '콩 라인'의 향기가 나네요. ㅠㅠ 아무튼 이번 IEM 카토비체 정말 재밌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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