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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04/07/12 05:53:29
Name 수선화
Subject 저의 직업은 '웨이터' 입니다.
라고 제 직업에 대해 묻는 사람들에게 대답을 하면 대부분의 사람들이 두가지 정도의 반응

을 나타내곤 합니다.

하나는 "젊은 놈이 다른 일도 많은데 하필 웨이터냐"라는 반응과 다른 하나는 "그런 계통에

서 일을 하고 있으니 까질대로 까졌겠군..."의 반응을 보입니다.

두가지 모두다 부정적인 쪽의 반응들이죠.이렇게 '웨이터'같이 유흥업소 쪽에서 종사하는

사람들은 남녀를 불문하고 대부분의 사람들이 색안경을 끼고 바라보죠...

뭐 저도 사람들의 이런 생각에 저또한(제가 이런쪽에서 일을 하고 있음에도)많이 공감을

합니다.

저도 이 일을 시작할때는 다른 여타의 일보다 상대적으로 적은 노동력으로 많은 돈을 벌

수 있다는 것에 이끌렸고(요즘은 그렇지도 않지만...)아무래도 혈기왕성한 젊은 나이에 오

감을 자극 시킬만한 가십거리가 많을 거란 다소 불량스러운 생각으로 뛰어들었기 때문입

니다.

이런 단순한 생각만으로 '웨이터'(참고로 웨이터도 여러 부류가 있을 수 있는데 저는 가장

쉽게 웨이터하면 떠올려지는 나이트클럽 웨이터는 아니고 몇년전부터 유흥업계 쪽에서 크

게 히트치고 있는 1종노래방의 웨이터입니다.예를 들어 XX노래주점,XX가요뱅크 하는 식

의 유흥업소지요.)란 일을 시작한지 1년이 다 되가는 요즘에 많이 드는 생각이 있어 글로

한번 적어볼까 합니다.

가장 크게 느끼고 있는 것이 제가 글의 서두에 적었던 것처럼 이런 직업을 바라보는 사람

들 대부분의 생각(혹은 편견)이었습니다.

물론 제가 이 일을 지금껏 해오면서 봤었던 '웨이터'나'아가씨'들 중 대부분이 그리 올바른

사고방식들을 가지고 있지 않고 상대적으로 쉽게 돈을 벌어서인지 돈에 대한 개념이 약해

번 돈을 유익하게 사용하거나 저축하기보단 놀고 먹고 겉모습 치장에 돈을 펑펑 사용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하지만 '십실지읍 필유충신'이라는 말이 있듯이 걔중에 제가 많이 배워야 할 정도로 명확

한 자기 목표와 신념 그리고 굳은 의지를 가지고 일을 하는 사람들도 여럿 보았습니다.

뭐 저런 정신상태라면 다른 일도 많지 않느냐라고 반문하신다면 딱히 할 말은 없지만 저는

개인적으로 "어떤일을 하느냐보단 어떻게 일을 하느냐"가 더 중요하다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이런 생각이 '아가씨'들 쪽으로 넘어오면 더욱 부정적으로 변합니다.

이런 쪽 일을 할수 밖에 없는 정말 절실한 이유가 있다 손 치더라도 일단 여자들에게는 고

운시선이 가지 않기 때문입니다.

돈을 벌기 위해서 처음 보는 남자에게 웃음과 가식적인 호감 그리고 심지어 몸까지 허락하

는 것은 그 어떤 이유를 대더라도 이해는 갈 망정 납득은 되지 않기 때문입니다.

저 또한 이 일을 시작할때 이런 생각이 강했고 1년이 다 되가는 지금도 이런 생각을 완전

히 지우지는 못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일을 하면서 봤던 여자들중 말그대로 쉽게 돈버는 것에만 익숙해져서 특별히 힘든

상황도 아닌데 술집으로 출근하는 여자들도 있지만(특히 대학생이나 낮에 따로 일을 하면

서 자신의 겉치장이나 여가생활 즐길 돈을 벌기위해 나오는 여자들은 정말 안좋게 보이

더군요.)의외로 이렇게 술집에서 종사하는 여자들 대부분이 그리 평탄치는 않은 주변환경

을 가지고 있더군요.물론 이런게 적당한 변명이 될 수는 없지만 그래도 무턱대고 비난만

하기에는 뭔가 망설여지게 하는 부분이 있다는 겁니다.(예를 들어 부모님이 모두 이혼하

셔서 이제 갓 20살을 넘은 여자가 혼자 살고 있다던지 아니면 집안의 경제적인 가장 노릇

을 해야한다던지...)

이런 나름대로의 사연을 가지고 나오는 여자들이 일을 할때 룸에 들어가서 손님이 권해주

는 술을 마시느라 자기 주량을 넘기고는 비틀거리며 화장실로 향해 고통스럽게 토를 하고

는 힘겨운 발걸음으로 다시 룸으로 돌아가는 그녀들의 처량한 뒷모습을 볼때면 때로는 흔

히 말하는 '술집여자'라는 타이틀은 접어놓고서라도 인간적인 입장에서 참 안타깝더군요.

또한 가끔 아주 거친 손님을 만나서 그것을 감당해내기 힘들어서 룸을 박차고 나와 아가씨

들 대기실에서 정말 서럽게 울고 있는 모습을 보고 있노라면 "적은 돈도 아니고 비싼 돈내

고 노는건데 이정도쯤은 감수해야 하는 거 아니야?"라고 카운터에 나와서 항의하는 손님

들의 입장이 이해는 되지만 그들이 참 비인간적으로 보이고 '"꼭 이렇게까지 돈을 벌어야

하나.."라는 생각이 들며 그녀들이 애처로워 보이곤 합니다.

1년가까이 일하며 이런 상황들을 보고 접하며 아무리 '술집여자'라고는 하지만 그녀들을

무작정 차가운 눈으로만 바라보는 것은 너무 이기적인 생각이라는 많이 들더군요.

비록 지금은 술집에서 일하고는 있지만 "나중에 좋은 남자 만나서 현모양처 되는 것이 꿈"

이라고 대부분 말하는 그녀들에게 이 세상의 사람들이 조금은 따뜻한 시선을 보내는 것도

어떨까라는 생각을 해봅니다.

마지막으로 이런 술집에 드나드시는 여러 어른분들과 앞으로 드나들게 될 여러 청장년분

들이 술집에 가더라도 '웨이터'나'아가씨'들을 내가 하루 스트레스 해소하는데 필요한 도

구일 뿐이다라는 차가운 생각보다는 그들도 그들의 삶을 영위하기 위해 오늘도 열심히 살

아가는 이 사회에 하나의 구성원이다라는 따뜻한 마음을 가져주셨으면 하는 부탁을 드리

며 글을 마치겠습니다.

P.S 1-오늘은 일요일이라 손님이 별로 없어 틈나는 대로 간부의 눈치를 보며 쓰고는 이렇

         게 올려봅니다.

P.S 2-저처럼 밤일 하는 사람들 대부분은 남들이 보기에는 화려한 곳에서 일을 하니까 언

         제나 활기가 넘칠 것 같지만 '군중속의 고독'같은 고독함을 느끼는 사람들이 아주

         많답니다.

P.S 3-집안 사정때문에 대학을 포기하고 군 제대후 바로 돈을 벌어야 했던 제가 웨이터를

         하겠다고 하자 안그래도 자식에게 미안한데 꼭 그런 일을 해야하냐고 하시던 어머

         니의 어두운 얼굴이 아직도 기억납니다.하지만 제가 본문에 썻던 부탁처럼만 이 세

         상 사람들이 생각 해준다면 어둡기만하던 저희 어머님도 활짝 웃지 않으실까...하

         는 생각을 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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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츠하시
04/07/12 06:22
수정 아이콘
잘 읽었습니다. 나이트,룸싸롱에서 일해본 저로선 어느정도는 공감이 가는 내용이 많습니다. 몇가지 제 경험을 이야기 해보자면...
정확히 집안 사정이 어려워서 그런 일을 하는 사람을 봤습니다. 하지만 몇 안됐습니다. 그리고 그들의 목표는 그 분야에서 최고가 되겠다는 생각은 없고, 그저 눈 앞에 있는 돈을 쫓아갈뿐입니다. 자기 자신의 가치는 깍여내려가는것도 모른체 돈벌기에 혈안이 되있는 사람이 대부분입니다.
무슨일을 하느냐도 중요하고 어떻게 일을 하느냐도 중요하지만, 어떤 생각을 가지고 일을 하느냐도 상당히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다 그렇다는것은 아닙니다. 오해 없으셨으면 합니다.
저는 주로 나이트에서 일했었습니다. 직업의 특성상 사람도 엄청 많이 알게 되죠. 일반 회사에 다니는 여자, 술집에 다니는 여자, 공부하는 학생, 술집에 다니는 남자, 회사에 다니는 남자등등... 약 300명정도
사람은 다 다릅니다. 술집에 다니는 사람이 더 가난하고 힘든 사람이 많다는것은 고정관념이라고 생각합니다. 공부하고 회사다니는 사람들도 충분히 힘들고 가난한 사람 많습니다.
마지막으로 제 경험을 살려 주제 넘지만 충고좀 해보자면,
밤일 즉 술 따르는 직업을 하려면 인맥관계를 많이 열어두고, 사람도 많이 만나야하고, 여자같은 경우 접대부보다는 실장이라 칭하는 손님유치하는 일을 하시라는겁니다. 생각보다 어려운 일 아니고요. 연락처만 많이 가져놔도 나중에 다 도움이 됩니다.
마지막으로 눈 앞에 있는 이익만을 보고 자신의 가치가 깍여버린다면 그것보다 슬픈일이 있을까요?
PS - 저도 고독했답니다;;;; 웃어주실껍니다. 어머니시니까요.^^
밤일 하시는 분들 착한 사람 많습니다. 정말 많아요. 저부터... -_-;
04/07/12 06:30
수정 아이콘
어떤일이든 자신의 일이 있다는게 멋져보일분이예요. 아무리 잘났어도 자기 앞가림 못하고 잘난척 열심히 하고는 적성에 안맞다고 이것저것 직장 다 때려치는(혹은 시도조차안하는) 사람들보다야 백배는 났다는.. 어려워도 힘내시고 고독도 즐기세요!!!
04/07/12 06:32
수정 아이콘
요즘에 크게 느끼는것 중에 하나가 "사람 별거 없다" 죠.
정말로 나쁜사람도 착한 사람도 없다고 할까요..

한때 한참 방황하던 시절에 별별 짓거리를 다 하고 돌아다녔는데 .. 그러면서 느낀것이 그전에 내가 생각하던 양아치와
막상 양아치가 된 내 모습은 많이 틀리더라고요..

하긴 서태지도 한때 양아치였다죠? ^_^..

여하튼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힘드실텐데 열심히 최선을 다해 일하세요. 어딜 가나 열심히 하는 사람이 대우받는거 맞죠?
04/07/12 08:25
수정 아이콘
김남일도 웨이터였습니다 ^^
DeaDBirD
04/07/12 09:36
수정 아이콘
멋진 글이네요.. 월요일 아침이 상쾌해졌습니다.. 고맙습니다..
04/07/12 10:24
수정 아이콘
글 잘 읽었습니다.
자신의 직업에 대해 떳떳이 나서시면 그만큼 사람들도 다르게 보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화이팅입니다.
04/07/12 10:49
수정 아이콘
임성춘 선수도 웨이터 생활 꽤 오래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04/07/12 11:13
수정 아이콘
열심히 사세요...
스타도 재미있게 보시고
밤에 일하시고 낮에 주무시면 스타 보실 시간이 없을 것 같은데
GR은 어떻게 아셨죠?
04/07/12 12:56
수정 아이콘
목적이 있는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은 직업과 상관없이 다르다고 생각합니다. 아닌게 아니라 윗분 말처럼 자기 앞가림 못하고 수시로 직장바꾸는 사람보다는 웨이터라는 남들이 좋지 않게 보는 직업을 가졌더라도 그 안에서 비전을 가지고 열심히 꾸준히 일하는 사람이 훨씬 훌륭하다고 생각합니다. 열심히 일하셔서 목적하신 바를 꼭 이루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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