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통 리그를 진행할때 죽음의 조가 많고 그에 따라 팬들의 이목이 집중되는 경우도 많았죠. 뭐 역대 스타 1 리그에서 죽음의 조는 정말 많았습니다. 지금 소개할 올림푸스 온게임넷 스타리그 16강 A조, 바로 다음 시즌인 마이큐브 온게임넷 스타리그 16강 B조, 뭐 로스트사가 MSL 32강 F조, DSL 등등....
물론 때로는 소문난 잔치에 먹을게 없을때도 있었지만 대부분 그에 걸맞는 퀄리티를 경기를 보여준 조가 많았습니다. 그러나 저는 이 조가 제일 먼저 떠오르네요. 비록 네임밸류나 커리어로 보면 마이큐브 스타리그 16강 B조에 딸리겠지만...(홍진호-강민-이윤열-조용호 4명은 당시에 전부다 결승전 무대를 최소 한번씩은 밟아봤으니) 그리고 이윤열-임요환이라는 스타 역사에 절대 빼놓을수 없는 인물 2명에 비해 당시에도, 지금도 박경락,이재훈의 커리어가 딸리는건 사실이었지만 그만큼 워낙 박경락,이재훈선수의 당시 테란전 포스가 장난 아니었고 그래서 기대치가 굉장히 어마어마했던 조였습니다.
조지명식
전대회 온게임넷 스타리그 뿐만 아니라 MBC게임(당시에는 겜비씨), 겜티비 리그를 전부 석권하며 그랜드슬래머가 된 이윤열. 그러나 조지명식 시작부터 넘어야할 산이라고 생각한다며 임요환을 지목하면서 관중들과 중계진, 지켜보던 선수들마저 충격에 빠트립니다. 그 당시에 온게임넷 스타리그에서는 소위말해 우승자 징크스가 있었는데도요...(임요환선수의 3연 결승이후에 우승자들은 다 차기대회에서 성적이 좋지 않았었죠.)
이런 이윤열의 지명을 예상한 임요환은 아예 죽어보자는듯 프로토스중 당시 최고의 테란 킬러였던 이재훈선수를 지명하게 되고, 이재훈선수에게 갚아줘야될 빚도 있고(네이트 2002 온게임넷 스타리그 16강) 이윤열선수에게 좋은 경기를 많이 펼쳐서 지명을 했다고 밝힙니다. 당시 스타리그 16강은 무조건 종족배분을 해야하는지라 지명에 제한이 있었기에 이재훈선수는 저그를 지명해야하는 상황.... 이왕 이렇게 된 김에 아예 이윤열,임요환도 지옥을 느껴보라는듯 전시즌 '공공의 적'이라는 별명을 얻으며 엄청난 테란전 포스를 보여주며 4강까지 갔던 박경락선수를 지명하면서 죽음의 조를 완전히 완성짓습니다.
그렇게 많은 이들의 충격과 공포, 그리고 기대를 받으며 올림푸스 온게임넷 스타리그가 개막되고....
16강 A조 1경기 이윤열 VS 임요환 네오 비프로스트
역대 모든 스타리그를 살펴봐도 이만한 개막전 매치업은 거의 없던것 같습니다. 이윤열과 임요환이 스타리그와 죽음의 A조의 시작을 알렸습니다. 초반 수싸움은 임요환이 멀티를 빨리 가져가면서 분위기가 좋아보였지만, 이윤열선수가 좋은 자리를 선점하여 조이기 시작했고 임요환선수의 배럭을 깨면서 상대의 팩토리 늘어나는 타이밍을 늦춥니다.
그 이후에는 좀 놀랐던 양상이 펼쳐졌는데 임요환선수가 오히려 우직한 힘으로 이윤열선수를 누르려 하고 이윤열선수가 드랍쉽 견제로 임요환선수를 괴롭혔지요. 결과는 이윤열선수의 드랍쉽 견제가 제대로 먹히면서 오히려 역으로 힘에서 밀리게 된 임요환은 결국 GG를 선언. 이윤열선수가 자신의 지명이 틀리지 않았음을 증명하며 기분좋게 1승으로 시작합니다.
16강 A조 2경기 이재훈 VS 박경락 신 개마고원
역대 최고의 테란들의 전쟁 이후 바로 다음 경기에서 당시 최고의 테란 킬러들의 전쟁이 펼쳐졌는데요. 이 경기에서 이재훈선수는 본진 스타게이트에서 하늘의 왕자 스카웃을 쓰는 특이한 운영을 보여줍니다. 오버로드 2기 잡고 이후 발업 질럿으로 적당히 압박이후 뒷길로 돌아오는 저글링도 막고 분위기가 괜찮았지만... 10시쪽 러커에 질럿이 많이 긁히고 뮤탈에 휘둘리면서 결국 히드라 러커 러쉬를 막지 못합니다. 박경락선수가 테란전 포스에 가려져서 그렇지 토스전도 굉장히 출중한 선수였습니다.
16강 A조 3경기 임요환 VS 박경락 노스텔지아
조의 3번째 경기는 임요환과 박경락의 대결이었습니다. 임요환선수로서는 꽤 심각한 상황이었습니다. 첫경기 테테전은 반드시 잡고가야했는데 이윤열에게 패배했고, 이번에 만날 박경락에게도 전대회(파나소닉 온게임넷 스타리그) 8강 외나무다리 싸움에서 패배했죠. 개마고원에서 임요환의 치즈러쉬를 아무렇지도 않게 막아내고 이후에 완전히 밀봉시켜버리던 박경락의 포스는 정말..... 게다가 맵 노스텔지아에서도 테란이 저그에게 초반 밸런스에서는 분위기가 안좋았던지라 좀 고전이 예상되었죠. 설령 이기더라도 테란의 단두대라 불렸던 기요틴에서 이재훈을 상대해야 되었고....
뚜껑을 열어보니 완전히 압승을 거뒀습니다. 당시 테란전에서 2가스만 줘도 무시무시한 위력을 발휘했던 박경락을 상대로 앞마당 노가스인 노스텔지아의 특징을 활용하여 본진 3배럭 압박 테란으로 박경락의 2가스 멀티를 원천봉쇄한것이죠. 그 천하의 박경락이 저렇게 아무것도 못하고 테란에게 지다니.... 아무튼 자신이 괜히 임요환이 아니라는것을 말해주는듯한 경기력으로 2패 위기에서 벗어납니다.
16강 A조 4경기 이윤열 VS 이재훈 노스텔지아
4번째 경기는 이재훈선수와 이윤열선수의 경기였습니다. 두 선수간의경기하면 뭐 그 유명한 50게이트 게임이 가장 먼저 떠오르겠지만 이재훈선수의 테란전 기량은 매우 출중했었고, 그 기량이 거짓된게 아님을 보여줍니다. 초반에 앞마당은 이윤열이 빨랐지만 리버 견제와 1시쪽 몰래가스멀티를 포함한 트리플 넥으로 노가스긴 하나 앞마당 먹은 이윤열의 물량을 잘 제압해내고 캐리어까지 뽑아 승리를 거두면서 자신에게 아픈 기억을 안겼던 이윤열에게 복수하는데 성공합니다.
이렇게 되면서 A조가 매우매우 긴박해졌는데, 조에 포함되어있는 전원이 1승 1패로 지면 탈락 이기면 8강이라는, 그야말로 이기는자가 모든것을 가지는 그런 상황이 펼쳐진것입니다. 이 긴박한 상황을 온게임넷 측도 의식한듯 16강 5,6주차의 마지막 경기를 A조의 경기로 배정해버립니다.
16강 A조 5경기 박경락 VS 이윤열 기요틴
단두대매치의 첫 시작은 박경락과 이윤열이 장식했습니다. 하필 A조의 매치업들에 걸맞게 맵의 이름도 단두대였으니..... 정말 의미심장했던;; 아무튼 기요틴에서 테란은 종족을 가리지않고 초반에 많이 고전했었고, 이윤열도 그 점을 의식한듯 본진 플레이에 성큰을 무시한 빠른 마린+메딕 난입으로 박경락에게 큰 피해를 주려했습니다. 그러나 그 마린+메딕 난입은 실패. 뒤이어 더 많은 병력을 구성한 2차러쉬로 성큰을 돌파하려했던 그 시도마저 막히고 저그의 뮤탈이 테란의 본진을 공격.... 저그는 2가스를 무난히 확보한 상태에 테크도 잘 올렸고 테란은 본진 플레이, 게다가 저그가 박경락이라 사실상 이미 승부는 여기서 갈렸다고 생각했는데....
이 불리한 상황에서 이윤열의 진가가 발휘되기 시작합니다. 이후 온 러커 러쉬를 막은것도 신기할 지경인데 다시 베슬+탱크를 포함한 한방 병력을 만들어냅니다. 그러나 그 사이에 저그 멀티는 더 늘어나고 히드라+러커 물량에 무난히 막히며 역시 안되나 싶은 순간.... 본진자원이 말랐고 앞마당만 먹고 있는 상황이었는데도 불구하고 미칠듯한 드랍쉽 견제로 저그의 가스 멀티를 깨고 다니며 한방 병력을 다시 만들어내는 말도안되는 상황을 연출합니다. 그것도 저그가 무난하게 하이브에 풀업 목동체제를 갖췄는데도 불구하고 그걸 윽박지르던 이윤열의 포스란..... 하지만 풀업 울트라는 풀업 울트라인데다가 자원줄 하나로는 매우 부족했기에 결국 박경락이 힘들게 8강 진출권을 따냅니다. 8강의 주인공은 박경락이었지만, 개인적으로 이윤열이 졌는데도 괴력을 보여준 경기중 최고로 꼽습니다. 박태민과의 당골왕 결승전 루나, 박성준과의 프리미어리그 리그 챔피언쉽 루나 경기도 있습니다만 이 기요틴 경기는 그냥 초중반이후 볼것도 없다고 생각했는데 그걸 어떻게 비벼볼줄이야;;
이윤열의 괴력에 역전당할뻔한 박경락이 경기 끝나고 얼굴에 송글송글 맺힌 땀을 닦던 모습은 잊혀지지 않습니다. 그러나 어쨌든 진출권만 얻으면 되는거였고, 이윤열은 자신이 지목했던 임요환을 당당히 이겼지만 다른종족 테란 킬러들을 잡지 못하며 아쉽게 우승자 징크스를 이겨내지 못했습니다. 박경락은 전 대회에서는 임요환, 이번 올림푸스 온게임넷 스타리그에서는 중요고비에서 이윤열을 탈락시키며 자신의 테란전 명성이 허명이 아니라는걸 입증했습니다.
16강 A조 6경기 임요환 VS 이재훈 기요틴
뭐 조의 마지막경기이자 16강의 마지막 경기는 워낙 유명해서 설명이 필요없을것 같습니다.
최종적으로 임요환 1위, 박경락 2위로 진출이 결정났고, 이 두선수는 4강까지 올랐지만 아쉽게 0:3으로 패배하며 서로 3,4위전에서 만나야 했습니다.
아무튼 네임밸류와 커리어는 좀 딸릴지 몰라도 이렇게 조 편성 과정, 경기 내용, 외적인 상황까지 잘 맞아떨어졌던 조는 스타리그 역사상 흔치 않은것 같습니다. 올림푸스 온게임넷 스타리그라는 대회 자체를 워낙 좋아하기도 해서 이 조는 스타판이 끝나도 절대 잊을수가 없는것 같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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