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경기-
김준호 VS
정명훈
2경기-
한지원 VS
김도우
3경기-
이승현 VS
Lilbow
4경기-
이신형 VS
주성욱
5경기-
조성주
VS 이병렬
6경기-
신동원
VS 조중혁
7경기-
원이삭 VS
김유진
8경기-
정윤종 VS
최성훈
위와 같이 오늘 블리즈컨 이전 마지막 WCS 경기가 마무리 되면서 16강 대진이 완성되었습니다. 당연히 이런 멋진 행사에는 여러 설레발이 달려야겠죠? 저도 설레발 한 번 쳐보려고 합니다. 팀리퀴드에서도 아마 파워랭킹을 올려줄텐데, 그걸 보면 제 주관이 영향을 받을 것 같아 미리 써봅니다. 팀리퀴드와 같이, 이 랭킹은 몹시 주관적이며, 윗 순위의 플레이어가 아랫 순위의 플레이어보다 실력적으로 못하다는 것을 의미하지는 않습니다.
오늘은 어제에 이어 지극히 주관적인 8위 ~ 1위 파워 랭킹을 매겨보고자 합니다.
8위 조성주 (Jin Air Greenwings)
작년 말부터 올해 초까지 이승현과 함께 97라인을 결성하며 단기간에 SSL 우승, IEM 준우승, 미칠 듯한 포스를 내뿜었던 그의 질주는 최근 들어서 주춤한 상태입니다. 물론 양대 8강, 그리고 다음 시즌 GSL 4강의 성적이 결코 나쁜 것은 아니지만, 그의 이름값에 비하면 조금은 부족하다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의 무서운 점이라고 한다면, 탁월한 성적을 내지 못하는 지금 이 순간에도 조성주라는 세 글자에 그의 상대가, 그리고 스타2의 팬들이 전율하게 만들 수 있다는 것입니다. 본인이 테란 유저이거나, 부종으로 테란을 플레이해 보았다면 그의 해불의가 거신을 따는 모습을 재현하려다 본인의 손을 따고 싶어졌을 겁니다. 콘솔 게임인 완다와 거상에서 완다는 거상(Colossus)을 부수기 위해 무릎을 잡고 기어오르고 바닥에 내쳐지며 불가능에 도전하는 소년처럼 그려집니다. 하지만 조성주가 거신(Colossus)를 잡는 모습은 전혀 그렇지 않습니다. 그의 불곰이 던진 충격탄에 거신의 다리가 꺾이고, 번개처럼 설치한 지뢰에 거신의 머리가 터져나갑니다. 그의 저돌성은 다른 종족전에서도 빛을 발합니다. 그의 메카닉은 메카닉임에도 불구하고 저그 유저로 하여금 진출 타이밍을 몰라 긴장하게 만듭니다. 그의 공성전차는 틈만 나면 전차 모드로 변신하며 언제라도 달려가 공격적인 위치를 선점할 준비가 되어 있습니다. 이런 그의 공격성은, 그러나 테란전에서는 통용되지 않는 것 같습니다. 최근 그는 이영호-이신형에게 연달아 패배하며 테테전에서의 그의 기량은 옛날같지 않다는 것을 방증했습니다. 그에게 다행인 것은 이 토너먼트에 그가 테란을 만날 확률이 그리 높지는 않다는 점일 겁니다. 물론 결승을 제외한다면요.
7위 정윤종 (mYinsanity)
노잼종으로 대표되는 그의 플레이스타일은 꾸준함으로 설명될 수 있습니다. 매우 안정적이죠. 그리고 그의 성적 또한 매우 꾸준합니다. 스타2로 데뷔한 이래 그의 이름은 항상 당대 최고의 프로토스, 최고의 선수들과 함께 적혀있었습니다. 하지만 올해 초, 그의 모습은 썩 좋지 못했습니다. 사람들은 정윤종을 두고, 해외팀으로 이적하여 실력이 떨어진 좋은 예라고 언급했습니다. 하지만, 그는 최근들어 예전부터 가지고 있던 안정감에 더해 전략성과 과감함까지 탑재하며, 조성주-이원표-한지원을 연파하고 우승을 거머쥐었습니다. 홈스토리 컵에서는 이예훈을 격파하고 커리어에 또 하나의 우승을 추가했고, 지난 SSL에서도 4강에서 아쉬운 패배를 당했습니다. 그는 너무 단단하고 완벽하여 경기를 재미없게 이끌고 나갈 지는 몰라도, 그가 승리할 수 있는 방법을 누구보다 잘 안다는 것은 확실합니다. 그리고 사람들은 마침내 그의 실력에 감화되어 그를 꿀잼종이라고 부르기 시작했습니다. 올인이 판치던 혼돈의 프프전을 그만의 방식으로 해석하고, 결국 현대 프프전의 기초를 정립한 그에게는, 프로토스가 가장 많은 이번 블리즈컨이 절호의 기회입니다.
6위 주성욱 (KT Rolster)
그의 이번 연도 유일한 우승은 신동원-이신형-정우용-조성호를 꺾으면서 따낸 IEM 월드 챔피언쉽 하나 뿐입니다. 지난 시즌 SSL, GSL 동시 8강을 밟긴 했지만 각각 전태양, 이신형에게 무너지며 그의 개인리그를 마감했습니다. 하지만 프로리그에서의 그는 꾸준히 좋은 성적을 내주고 있었으며, 특히 프프전에서만큼은 어떠한 불리한 상황에 처해져도 그의 승리가능성은 전혀 줄어들지 않는 다는 것을 우승자 김도우가 여실히 증명했습니다. 최고 수준의 저그전과 동족전을 구사하는 주성욱의 불안감은 두 가지입니다. 조성주를 상대로 연패한 끝에 얻게 된 테란전에서의 두려움, 그리고 가장 최근 플레이오프에서 연패하며 팀의 결승전 진출을 성공시키지 못한 죄책감입니다. 이 두 가지만 극복한다면 2014년에 이어 그는 2015년에도 최고의 선수로 기억될 수 있을 것입니다.
5위 이승현 (KT Rolster)
작년 7월, 맥없이 두 경기를 연달아 패하며 이승현은 한 때 군림했었던 GSL을 떠나 코드 B로 내려가게 됩니다. 그간 해외대회를 출장하며 벌어두었던 WCS 점수로 시즌 파이널 진출은 성공했지만, 그의 우승을 높게 점치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습니다. 하지만 그는 16강에서 어윤수를 비롯한 모든 저그 선수들이 탈락하는 와중 그의 약점이라 일컬어졌던 주성욱을 3:2로 간신히 꺾고 유일한 저그로써 8강에 진출하게 됩니다. 그리고 그는 강초원을 압살하고, 윤영서와 혈전을 펼치며 차근차근 우승으로 향한 계단을 걸어올라갔고, 결승에서 문성원을 만나 우승을 차지합니다. 우승 직후 그의 행보는 눈부셨습니다. 연이어 출전한 드림핵에서 준우승을, 바로 이어진 한국의 양대리그에서 동시 4강을 찍더니 GSL에서는 기어이 우승마저 차지합니다. 그 와중에 IEM에 출전해 조성주를 꺾고 하나의 우승을 추가합니다. 이 어린 저그는 누구도 막을 수 없을 것처럼 엄청난 성적을 거두었습니다. 이승현 선수의 장기라고 한다면, 눈부신 컨트롤과 난전 능력보다는 초중반 애벌레의 활용 능력을 꼽을 수 있습니다. 다른 프로게이머가 일벌레를 찍을 때 엇박자로 생산한 그의 열 기의 저글링은 다른 프로게이머가 뒤늦게 생산한 스무 기의 저글링보다 많은 일을 곧잘 해냈습니다. 종종 게임을 끝내버릴 때도 있었습니다. 비록 사람들의 눈에는 그 행동이 속칭 '빡러쉬'로 비쳤지만, 그것이 그의 성공에 기여했다는 것은 부정할 수 없습니다. 그리고 그는 무너졌습니다. 그 무너짐의 시작은 IEM 월드챔피언십에서 이신형에게의 석패도, 케스파컵에서 박령우에게의 셧아웃도, SSL에서의 조중혁과의 재회 및 또 다른 패배도 아니었습니다. 그는 그의 메인 무대였던 GSL에서 그가 직접 뽑았던 김명식-최지성에게 연패하며 허무하게 탈락했고, 그 뒤 예전같은 성적을 내지 못하고 있습니다. 현재 이승현의 상태는 너무나도 간단합니다. 그가 작년 글로벌 파이널부터 한껏 끌어올린 저프전은 큰 문제가 없고, 항상 그의 장기였던 뮤링링도 여전히 강력한 카드입니다. 하지만 그의 저저전과, 대 메카닉 전은 너무도 불안정합니다. 오로지 스스로의 피지컬 만을 믿고 플레이했던 저저전은 더욱 수준 높은 난전을 구사한 다른 저그에게 패배했고, 피지컬이 아닌 전략과 전술로 승부를 걸어야하는 대 메카닉 전은 여타 저그들의 메타를 따라가지 못하고 유리한 상황 속에서 수많은 역전패를 경험했습니다. 그의 지상과제는 그 두 점을 보완하는 것입니다. 그 점에서 그는 운이 좋다 할 수 있습니다. 그의 첫 상대는 Lilbow, 그가 현재 가장 자신있는 프로토스 전입니다. 비록 최근 두 번의 개인리그에서 허무한 광탈을 겪었다고 해서 이승현을 우승 후보에서 제외할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겁니다.
4위 김유진 (Jin Air Greenwings)
그의 아이디 sOs에 빗댄 그의 별명은 $O$, 큰 상금이 걸린 대회에서 걷잡을 수 없이 강해지는 그의 실력을 보고 팬들이 붙여준 것입니다. 이번 대회는 올해 가장 많은 상금이 걸린 대회. 그렇다면 당연히 김유진이 제 실력을 발휘할 수 있지 않을까요? 글로벌 파이널이 다가와서 그런지, 최근 그가 보여주는 퍼포먼스는 다른 어떤 프로게이머도 따라하기 힘든 것이었습니다. 과연 정말 이 선수가 올해 초 양대리그를 백수로 지낸 선수가 맞는지 궁금할 정도로 그의 프로리그에서의 활약은 기막혔습니다. KT전 첫날에 주성욱을 거신 드랍을 통한 사파적인 운영으로 꺾어내고, 다음 날 3킬을 달성하고 한껏 기세가 올라있던 이영호를 꺾고 전태양-주성욱-김대엽으로 이어진 엔트리를 홀로 죄다 패배시키며 KT 롤스터를 무참히 꺾어냈습니다. 그리고 그는 다음 날 스톡홀름으로 날아가 드림핵 4강에 진출하고, 다시 한국으로 돌아와 CJ전 첫날에 한지원을, 둘째 날에 또다시 김준호-한지원을 압살하고 명실상부한 진에어 그린윙스의 수호신이 되었습니다. 그는 프로토스의 이병렬이라고 할 수 있을 만큼 다양한 시도를 보여주었고, 그 시도의 대부분을 승리로 이끌었습니다. 테란전에서 프로토스가 선 황금광물 기지를 가져가며 저그전에서 그의 집전사 조합은 스타1의 질럿-아칸 조합처럼 히드라와 바퀴를 도륙내버립니다. 과연 $O$라고 불리는 이 선수가 글로벌 파이널 시즌이 다가오자 귀신같이 폼이 올라온 것은 그저 우연일 뿐일까요?
3위 김준호 (CJ Entus)
2015 WCS 포인트 1위. 그를 이보다 더 잘 설명할 수 있는 단어는 없습니다. 그는 작년 말부터 현재까지 수많은 대회를 쉬지 않고 치뤘으며, 그러는 와중에도 대부분의 대회에서 준수한 성적을 내며 아무도 모르게 그의 명성을 떨쳐왔습니다. 그의 GSL-SSL로 이어지는 연속 4강 진출, IEM에서의 우승, 케스파컵에서의 우승은 그를 준수한 플레이어로 인식하게 하는 데에는 충분했지만, 과연 그가 최고인지에 대해서는 여전히 논란이 벌어졌습니다. 그리고 그는 SSL에서 압도적인 모습으로 우승하며 대중에게 스스로가 최고라고 못박았습니다. 그의 별명, 점춘호에 걸맞게 그의 관문병력 운용은 독보적입니다. 저그전 관문 트리플에서 이어지는 점멸자 올인 콤보를 막기 위해 수많은 저그 유저들이 피를 뿌렸고, 마침내 그의 운영이 파훼되는 순간 그는 스타일을 바꿔버렸습니다. 그는 항상 웃고있지만, 그것이 승부욕의 부재를 의미하는 것은 아닙니다. 이병렬의 히링링에 패배할 때 그는 웃었지만, 다음날 그는 독한 운영으로 이병렬을 통렬하게 제압하고 멋진 세리모니를 선보였습니다. 김준호는, 이제 작년에 그에게서 1억을 빼앗아 간 김유진에 대한 복수를 하고 싶을 겁니다. 결승에서 김유진을 만나 그에게 멋진 복수를 하는 것. 그런 그의 의지를 막을 선수는 많지 않아 보입니다.
2위 한지원 (CJ Entus)
이 열 여섯명의 선수들 중 이보다 2위에 더 잘 어울리는 선수는 없습니다. 시즌 2, 첫 결승 무대에서 준우승을 한 그는 절치부심하여 다음 시즌에는 동시 양대 결승 진출이라는 놀라운 기록을 세웠습니다. 양대 동시 결승의 결과는, 작년 한 해를 평정한 어 모 저그가 연상되는 모습이었죠. 그가 SSL, 케스파컵, 프로리그 등 중요한 고비마다 프로토스에게 무너지는 모습을 보고 사람들은 그의 프로토스 전이 문제라고 평하지만, 그가 그 자리까지 올라가면서 수많은 프로토스를 꺾어냈다는 것을 기억해야 합니다. 그가 이신형에게 결승에서 무너지는 것을 보고 사람들은 그의 정신력이 문제라고 말하지만, 그가 한 시즌을 준우승하고 그 다음 시즌에 곧바로 양대 결승에 올랐다는 것을 인지해야 합니다. 그는 다방면으로 지극히 뛰어난 플레이어입니다. 초반 날빌의 수비 능력부터 중반 견제 대처 능력, 후반 난전 수습 능력 또한 월등하며 초중후반 어느 타이밍을 잡아도 누구보다 날카롭게 찌를 수 있습니다. 그의 대 바이오닉 전은 이신형이 그를 결승에서 꺾어내기 전까지 어떤 프로게이머도 넘을 수 없는 벽처럼 보였으며, 그의 바퀴 + 히드라 조합은 조합된 메카닉도, 프로토스의 고위기사도 막아내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그도 완벽한 프로게이머는 아닙니다. 그의 전술은 누구보다 훌륭하지만, 그의 전략은 매우 고착화된 면이 있습니다. 그의 경기는 새로운 것을 시도하고 허를 찌르기보다는 그가 평소에 하던 것을 더욱 갈고 닦는 것을 기반으로 합니다. 저프전에서의 뮤탈 고집은 그의 고집 중 가장 유명한 것입니다. 하지만 한지원은 그런 스스로가 틀렸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그는 아마 이번 글로벌 파이널에서도 히링-뮤탈-바드라살-무리군주으로 이어지는 그의 대 프로토스 전 칼과, 바드라-무리군주-울트라로 이어지는 대 메카닉 전 창을 더욱 벼려서 그의 상대를 쓰러트릴 겁니다.
1위 이신형 (SK Telecom T1)
그렇습니다.
나름 쓴다고 썼는데, 역시 전문적인 칼럼니스트 분들이 얼마나 많은 조사를 하고 글을 쓰는 지만 알게된 것 같네요. 저그 선수들을 제외한 나머지 선수들에 대한 단편적인 생각은 가지고 있었지만, 아무래도 주종이 아니다 보니 선수들의 특징을 짚는 것이 힘든 것 같습니다.
여러분은 이번 글로벌 파이널, 누가 우승할 거라고 보시나요?
전 누가 우승할 지는 모르겠지만, 누가 준우승할 지는 알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