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년 9월 14일. 그러니까 벌써 9년 전 일이다. 요환이형을 처음 만나고 아흐레 뒤, 난생 처음 e스포츠 경기장에서 직접 관람했고, 요환이형의 경기를 직접 볼 수 있었던 역사적인 날이었다. 모든 게 처음이라 낯설었지만 당시 분위기는 활기에 차 있어서 ‘이게 e스포츠 경기장의 공기구나.’ ‘팬심이 굉장하네.’ 라고 생각했다.
프링글스 MSL 시즌 2 16강 B조 승자전. 심소명 선수와의 경기. 초반에는 요환이형 얼굴에만 집중했었다. 생각해 보면 그렇게도 팬이었던 사람의 얼굴을 두 번째 볼 수 있음이 마냥 좋았었던 모양이다. 맵은 롱기누스. 테란 11시 저그 2시 상황. 거리는 좀 먼 편. 그런데 웬걸? 8배럭스 플레이다. 나는 이렇게 중얼거렸다.
“저 형은 진짜 뭔가 다르구나.” 그러고는 혼자 실실 거렸다. 8배럭스 플레이를 했다고 해도 벙커 러시가 성공할 줄 몰랐다. 헌데 저글링과 드론, 성큰 콜로니까지 무참히 패배시키고 돌아갔다. 그 와중에 요환이형의 알 수 없는 입모양은 지금도 궁금하다. 혹시
‘냠냠’이려나? 크크
저그를 난감하게 해놓고, 유유자적 멀티하고 배럭스를 늘렸던 테란. 사실 그 다음부터는 자기 플레이만 하면 이길 수 있는 상황이었다. 마음을 푹 놓고 경기를 관전하고 있었다. 사실 경기가 시작되기 전에 나보다 먼저 오신 다른 분들이 나를 보고는 감사하게도
“파이터 포럼에서 기사 봤어요. 피지알에 글 쓰시는 분이죠?” 하고는 흔쾌히 자리를 양보해 주셨다. 물론 요환동의 도움도 있었지만 그 분의 도움이 없었다면 좋은 자리에서 관전하지 못했을 것 같다. 다시 한 번 감사의 말씀을 전한다.
카메라는 내 주위를 맴돌고 있고, ‘언젠간 내가 너를 찍고 말겠어.’라는 기세로 내 앞에 떡하니 있었다. 카메라는 날 싫어하지만 난 카메라를 싫어하지 않기에 앞을 응시하고 있었다. 아니나 다를까 내가 대문짝만하게 나왔다. 그 때 나를 놓치지 않고 김철민 캐스터께서 이렇게 말씀하셨던 기억이 난다.
“방금 카메라에 잡히신 분이 몸이 조금 불편하신데, 임요환 선수가 입대하기 전에 치르는 경기를 꼭 좀 보고 싶다 하셔서 먼 길 오셨습니다. 감사합니다.”
그리고 이어서 이승원 해설의 한 마디,
“임요환 선수의 팬 분이었죠?” 그랬다. KCM과 Coolwen의 기억 속에 내가 있었다. 음화화화~…… 죄송하다. ㅠㅠ 그리고 무엇보다 임요환 선수의 팬이라는 말이 마음에 많이 남았다.
평탄하게 가도 낙승할 수 있던 경기를 소수의 병력으로 드론 테러하고 업그레이드에 신경을 써 줬다. 그리고 최대한 변수가 될 수 있는 요인은 없앴다. 결과는 심소명 선수의 GG.
사실, 이 경기에서 승리해도 남은 일정을 다 취소했어야 했기 때문에 굳이 열심히 할 필요는 없었다. 하지만 주어진 상황에서 열심히 하는 것이 옳은 것을 알았을 것이고,
자신의 좌우명처럼 하물며 ‘지고 나서라도 후회하지 말아야’ 할진대 승부를 게을리 하기 싫었으리라.
경기 후 헐크호건 세리모니를 시도했지만 카메라가 안 잡혀서 다음 기회로 미룬 기억이 난다. ^^ 모두가 경기장을 빠져 나오고, 요환이형이 날 마주하며 했던 말은 MSL을 쉬게 돼서 아쉽다는 푸념이 아니었다.
대신 수퍼 파이트가 날 위해 준비 된 이벤트 전인만큼 열심히 준비해서 이기는 모습 보여준다고 했었다.
그는
뼛속 깊이 게이머였고, 또
노력하는 사람이었다. 9년 전의 일을 어제처럼 기억하는 것은 그 때 요환이형의 진심이 내게 전해졌기 때문이 아니었을까? 또, 열심히, 빈틈없이 임했던 게임은 내게 ‘끝날 때까진 끝이 아니라’는 메시지를 주고 싶었던 이유가 아니었을까 추측해 본다.
Written by Love.of.Tear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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