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민머리요정입니다.
최지성 선수 글 이후에 다시 찾아뵙게 되었습니다. :)
오늘 제가 분석해볼 경기는,
20125 케스파컵 결승전 마지막 7세트.
김준호 선수와 박령우 선수의 최종전 경기를 다뤄보려고 합니다.
당시 상황은 이러했습니다.
김준호 선수가 1,2세트 미친 경기력을 보이면서.....
아 잘하면 셧아웃될수도 있겠구나 라는 느낌을 강하게 받았습니다만....
하지만 이런 분위기를 이겨내고,
박령우 선수가 3,4세트 를 따내면서 승부를 원점으로 돌려놓게 되죠.
동점이 된 상황에서 진행된
5세트는 다시 김준호 선수가 승리 하며,
1승만 추가하게 되면 우승컵을 들수 있는 상황.
하지만
6세트에서 다시 박령우 선수가 경기를 잡으면서,
7세트에 들어가는 입장에서 기세는 오히려 박령우 선수가 좋게 되었습니다.
그렇게 시작된 7세트,
이제 우승컵을 앞둔 승부는 바니연구소에서 승부가 가려지게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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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p : 바니연구소 (Vaani Research Station)
경기영상 : VIDEO
김준호 : 12시 노란색 프로토스
박령우 : 6시 보라색 저그
경기가 시작되었습니다.
김준호 선수는 12시 노란색 프로토스,
박령우 선수는 6시 보라색 저그 입니다.
바니연구소라는 맵의 특성상,
양 선수 중 한명은 전략적인 승부수를 띄울 것으로 예상했지만,
예상과는 다르게, 두 선수 모두 앞마당을 먼저 가져가는 빌드를 선택 했습니다.
이후
김준호 선수의 빌드 입니다.
김준호 선수는 선 연결체 이후,
관문 - 인공제어소 - 차원관문 업그레이드 - 입구 우주관문 / 이런 빌드를 선택했습니다.
정말 정직한 빌드로, 김준호 선수는
예언자 트리플을 생각하며 빌드를 구성 했습니다.
박령우 선수의 빌드입니다.
박령우 선수는 선 부화장 이후,
산란못 - 가스 2동 - 저글링 발업 - 진화장 2동 - 근접 공방 1,1업 /
빠르게 진화장 2동을 올리며 빠르게 공방 1업을 눌러주는 선택 을 했습니다.
김준호 선수는 예언자 1기를 눌러주고, 제련소 건설을 시작 했습니다.
트리플을 건설하면서 심시티까지 생각한 빌드 구성입니다.
양 선수의 트리플 타이밍 입니다.
박령우 선수는 7분 1초,
김준호 선수는 7분 34초에 트리플을 시도 합니다.
* 박령우 선수가 움직여야 할 타이밍 은 지금 타이밍,
상대의 관문병력이 많은 상황이 아니며, 트리플 지역에 심시티가 완전하지 않은 상황.
자신이 모아둔 저글링이 많고, 발업이 완성된 상태 이기에,
저글링으로 상대의 트리플을 강하게 견제해야 될 타이밍 이 나왔습니다.
박령우 선수의 판단은 좋았습니다.
8분 21초, 상대 병력의 규모, 심시티의 상태를 생각해봤을 때,
트리플 지역을 취소시키면 가장 좋은 상황이 만들어질 타이밍입니다.
김준호 선수의 선택 역시 최고의 판단 이었습니다.
보통 트리플을 올려놓은 이후,
예언자로 상대 진영으로 날아가 일꾼 견제를 하는 경우가 많은데,
김준호 선수는
예언자로 적은 관문병력들과 함께 수비에 집중하는 선택 을 했습니다.
결국
박령우 선수의 저글링은 큰 타격을 주지 못한 채 후퇴 하게 되죠.
저글링 찌르기가 실패로 돌아가자,
8분 43초, 박령우 선수는 감염구덩이 건설을 시작 했습니다.
9분 15초, 김준호 선수는 황혼의회를 건설하기 시작 합니다.
박령우 선수는 감염충과 군락테크를 생각했고,
김준호 선수는 공2업 타이밍에 점멸 추적자를 생각한 것처럼 보입니다.
10분 10초, 박령우 선수는 병력 생산을 위해 부화장 1동을 추가,
그리고 11분대에 감염충이 생산됐습니다.
10분 30초 , 김준호 선수는
지금껏
모아둔 파수기와 소수의 추적자로 견제 에 나섰습니다.
그리고
11분 17초, 로봇공학시설을 다소 늦게 올리게 되었습니다.
* 로봇공학시설 타이밍이 굉장히 늦었기 때문에,
김준호 선수는 이후, 박령우 선수가 군락 체제를 갖추었을 때,
병력구성이 애매해지는 타이밍이 발생하게 됩니다.
김준호 선수가 트리플 지역 옆에 수정탑을 건설하며,
병력을 소환하며 강한 찌르기 타이밍을 생각했지만....
진균이 파수기가 모여있는 곳이 정확히 꽂히게 됩니다.
결국 김준호 선수는
대규모 귀환을 사용 하며,
게임 내내 가장 위험한 순간을 모면하게 되었습니다.
진균이 1방만 더 맞았다면 파수기가 모두 터졌을 것만 같은 아찔한 상황...
박령우 선수는 1차례 상대의 찌르기를 막고,
12분 8초, 8가스 멀티를 시도합니다.
저글링 바퀴 감염충이 적당히 섞인 조합.
이 병력의 규모를 김준호 선수가 확인 한 이후,
감염충 1기도 펄스광선으로 끊어줍니다.
김준호 선수가 지금껏 모아온 관문병력으로 타이밍을 잡았습니다.
박령우 선수는 현재, 울트라리스크 굴, 둥지탑을 건설하고 있는 상황.
관문 병력으로 주요 병력을 구성 한 김준호 선수는,
울트라가 등장하는 순간 경기에서 승리하기 어려워집니다.
그렇기 때문에, 김준호 선수가 진출한 이 타이밍은,
가장 적절 타이밍인 것이죠.
8가스 지역을 먼저 파괴하고 양 선수가 드디어 한타를 준비합니다.
김준호 선수의 병력은
첫번째 진균을 맞았지만,
2번째 날아온 진균을 점멸로 피하는 컨트롤 을 보여줍니다.
이어
역장, 수호방패, 시간왜곡을 모두 활용하며 크게 맞붙은 첫 전투에서
김준호 선수가 우위를 점하게 됩니다.
이후 지속된 싸움에서,
박령우 선수의 진균이 정확하게 2-3차례 들어가긴 했지만,
김준호 선수는 혼신의 힘을 다한듯한 점멸 컨트롤을 보여줍니다.
이미 전투에서 상당한 우위를 점한 김준호 선수,
추가 병력이 도착하며 완전한 승기를 잡았습니다.
그리고
승리를 직감한 김준호 선수의 3연 앞점멸...
김준호 선수는 자신에게 주어진 마지막 타이밍에,
자신의 트레이드 마크인 점멸 추적자 컨트롤을 통해서 교전을 압도 했습니다.
결국 박령우 선수가 GG를 선언하며 게임 종료.
김준호 선수가 국내대회 첫 우승을 차지하는 순간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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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에서 모든 경기를 지켜봤던 기억이 잠시 떠오릅니다.
마지막 전투가 시작됐을 때, 반반 싸움이라고 생각했지만,
엄청난 컨트롤을 통해서 교전에서 승리하는 과정을 보며 감탄을 금치 못했습니다.
이런 엄청난 승리가 있을 수 있는 이유,
바로 최고의 상대, 박령우 선수가 있었기에 이런 명승부가 나왔다고 생각합니다.
자칫 기세에 몰려 흔들릴 수 있는 상황에서,
자신의 역량을 모두 발휘하며 7세트까지 끌고간 박령우 선수에게도 박수를 보내드립니다. :-)
김준호 선수는 마침내 국내대회 첫 우승 트로피를 들어올리게 되었습니다.
2014 케스파컵 결승에서 주성욱에게 패배하며 우승의 문턱에서 고배를 마셨던 이 청년은,
1년 만에 같은 무대에 올라, 보란듯이 우승 트로피를 들어올렸습니다.
그동안 김준호 선수가 준우승하는 모습을 현장에서만 2번이나 지켜봤던 저로써는,
이번에야 말로 김준호 선수가 우승했으면 좋겠다는 마음이 참 간절했습니다.
(2014 케스파컵 결승, WECG 국대선발전 결승)
같은 무대에서 3번째 도전한 우승 타이틀을 이뤄낸 순간,
정말 기뻐서 소리쳤던 기억이 스쳐갑니다. :)
세레모니 타임을 마치고 무대에서 내려오는 김준호 선수에게 가서,
손을 꽉 잡고,
"그동안 너무 고생 많으셨어요. 우승 축하드려요" 라고 말씀드렸더니,
"감사합니다"라고 환히 웃는 김준호 선수를 보니 참 마음이 편해졌습니다.
이제 자신의 꿈이었던 국내대회 우승을 이뤘으니,
더 큰 꿈을 향해 정진하는 김준호 선수를 기대해봅니다.
긴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한줄 댓글은 저에게 큰 힘이 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