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민머리요정입니다.
정말 오랜만에 글을 쓰게 되었습니다.
그동안 회사를 다니면서 바빴는데,
최근 회사를 그만두고 자격증 시험을 준비하느라 글을 쓰질 못했어요.ㅜㅜ
그래서 이제서야 결승전에 대한 글을 쓰게 되었습니다.
오늘 준비한 경기는 바로,
이승현 선수와 원이삭 선수의 GSL 결승 7세트 경기입니다.
결승전 7세트까지 양상이 참 미묘했습니다.
이승현 선수가 1,2세트를 잡으면서 먼저 유리한 고지에 올라섰고,
비록
3세트를 내줬지만, 4세트를 가져오면서
1세트만 더 가져오면 우승컵을 가져올 수 있는 유리한 상황이었죠.
게다가
5세트의 맵이 폭스트롯 랩이었기에 이승현 선수가 유리하다고 봤습니다.
하지만,
5세트부터 원이삭 선수의 불멸자와 역장이 정말 환상적이었습니다.
그리고
원이삭 선수가 5,6세트를 가져오게 되면서,
7세트로 들어가는 분위기가 원이삭 선수가 훨씬 좋았습니다.
어윤수가 없는 GSL에서 첫 우승을 노리는 원이삭,
그리고 어윤수가 이뤄내지 못한 저그의 우승을 이뤄내려는 이승현.
두 선수의 승부는 결국 철옹성에서 결정이 나게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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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p : 철옹성 (Iron Fortress)
경기영상 : https://youtu.be/TmJUKMo7JGY?t=37m7s
원이삭 : 5시 보라색 프로토스
이승현 : 11시 노란색 저그
경기가 시작되었습니다.
원이삭 선수의 진영은 5시 보라색 프로토스,
이승현 선수의 진영은 11시 노란색 저그입니다.
이승현 선수는 경기가 시작되자마자,
9못을 가져가며 먼저 승부수를 꺼내들었습니다.
이승현 선수의 첫 대군주 정찰은 1시 방향이었습니다.
그리고
일벌레 1기를 7시로 보내며 빠르게 정찰을 나갔습니다.
9못으로 이미 승부수를 꺼내든 상태에,
가스트릭을 하며 이미 타이트하게 운영을 시작했고,
저글링 6기를 생산해서 5시로 뛰기 시작했습니다.
이를 모르는
원이삭 선수는,
먼저 앞마당 연결체를 가져가는 빌드를 선택했습니다.
게다가
정찰을 나간 탐사정의 시야마저 엇갈리며,
자신의 진영으로 달려오는 저글링을 발견하지 못했습니다.
3분 31초, 이승현 선수의 저글링이 앞마당에 도착해 두들기기 시작합니다.
애초에
원이삭 선수는 저글링을 보지 못했기 때문에,
시간증폭을 연결체에 걸어주는 작은 실수를 하게 됩니다.
결국 원이삭 선수는
앞마당을 포기하고, 수비에 최우선을 두는 선택을 하게 되죠.
4분 23초, 이승현 선수는 저글링 발업을 눌러주며
자신에게 넘어온 분위기에 힘을 실어주기 위한 업그레이드를 시작했습니다.
원이삭 선수는 탐사정 정찰을 시도했지만, 여왕에게 잡혀버렸습니다.
그래서
본진에 가스를 채취하는 것을 확인하지 못하게 되죠.
4기의 일꾼을 잃은 원이삭 선수는 피해를 정말 최소화했습니다.
그리고
5분 10초, 모선핵을 뽑으면서 수비에 성공합니다.
그 타이밍에
이승현 선수는 앞마당에 부화장을 가져가며,
자신이 선택할 수 있는 최고의 선택을 합니다.
5분 32초, 원이삭 선수가 입구에 심시티를 한 이후,
앞마당에 연결체를 다시 가져갑니다. 그 사이
이승현 선수의 저글링 발업이 끝났습니다.
이승현 선수가 조급했는지, 바로 앞마당에 저글링을 보냈고,
원이삭 선수는 빠르게 연결체를 취소하며 관문 2동 늘려주고,
우주관문을 가져가며 불리한 상황을 극복하려는 움직임을 보여줍니다.
* 이승현 선수가 이 타이밍에 저글링을 무려 24기 이상 생산했습니다.
원이삭 선수의 앞마당 연결체가 절반 정도의 공정을 보이고,
병력을 앞마당으로 내렸을 때, 저글링 발업을 활용해서 모아뛰기를 했더라면,
더 좋은 상황을 만들 수 있지 않았을까, 라는 생각을 잠깐 했습니다.
원이삭 선수가 우주관문을 가져갔는데,
정찰도 하지 않은 상태에서
이승현 선수는 포자촉수를 미리 건설합니다.
(과연 될 놈은…..)
우주관문이 완성되자,
원이삭 선수는 예언자 생산을 시작합니다.
이승현 선수는 그 와중에,
저글링으로 또 한번 앞마당 연결체 취소를 성공합니다.
8분 52초, 이승현 선수는 앞마당에 가스 2동을 짓기 시작했고,
번식지로 테크를 선택했으며,
바퀴소굴을 건설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세번째 부화장을 가져가며, 자신이 가져온 분위기를 더 좋게 만듭니다.
9분 6초, 드디어 원이삭 선수가 앞마당에 연결체를 가져갑니다.
예언자를 생산한 이후, 원이삭 선수는 공허포격기를 생산합니다.
원이삭 선수는, 견제를 나간 예언자로,
트리플 지역에서 여왕 1기, 일벌레 3기를 잡으며 소소한 이득을 챙깁니다.
이승현 선수는 번식지가 완성된 이후에, 히드라리스크를 선택합니다.
가시 홀 진화를 눌러주며 바드라 체제를 준비합니다.
그리고
경기 초반 생산해둔 저글링과 바퀴를 활용해서,
역장을 미리 빼내는 좋은 견제도 시도합니다.
* 원이삭 선수는 안타깝게도 히드라리스크 굴을 보지 못했습니다
13분 37초, 원이삭 선수가 트리플을 시도합니다.
그리고
14분 16초가 되서야, 환상불사조 정찰을 통해서 히드라리스크 굴을 발견합니다.
* 이미 이승현 선수는 12분 20초 대에 히드라를 준비했으니,
체제상으로나, 업그레이드 상황이나, 모두 이승현 선수가 유리한 상황이 됐습니다.
이승현 선수는 자신이 200에 가까워지자 먼저 공격을 시도합니다.
체제상으로도 이미 히드라리스크의 가시홀 진화가 완성된 상태이고,
앞선 견제에서
역장도 몇 차례 빼냈기 때문에 공격 타이밍이 참 좋았습니다.
교전이 진행되는 가운데, 양 선수의 공2업이 완성됐습니다.
이승현 선수는 16분 18초, 원이삭 선수는 16분 49초에 공2업이 완성됐기 때문에,
교전 가운데, 10초 정도는 이승현 선수가 업그레이드가 앞선 교전을 펼쳤습니다.
그리고 지속되는 교전에서 이승현 선수가 앞마당까지 병력을 밀고 올라갑니다.
원이삭 선수가 진영이 더 좋긴 했지만,
자신의 진영에서 수비를 하는 입장이었고
유닛의 상성상 교전에서 조금씩 밀리게되자,
탐사정을 대동한 수비를 단행합니다.
* 결과는, 탐사정 21기를 잃고, 교전에서는 겨우 상대병력을 밀어냈습니다.
이승현 선수는 더 확실한 승리를 위해서,
상대의 앞마당, 트리플 지역에 바퀴와 바드라로 다시 견제.
그 결과,
탐사정을 20기 가까이 더 잡아주며,
사실상 승기는 이승현 선수가 잡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이승현 선수는 더 많은 병력을 모아서 최후의 한방을 준비합니다.
일벌레까지 대동한, 저그판 치즈러쉬….
다시 시작된 교전에서 원이삭 선수는 자신의 병력을 한계치까지 생산하며,
멋진 수비를 보여줬습니다.
하지만, 이승현 선수의 병력을 막기에는 부족했습니다.
결국 이승현 선수가 전투에서 대승하며, 병력을 쭉쭉 밀고 나갑니다.
이승현 선수는 상대의 병력을 모두 잡아내고, 연결체까지 파괴.
“GG 축하한다 Champion!”
원이삭 선수는 정말 멋진 GG 멘트를 보이며 이승현 선수의 승리를 인정했습니다.
이승현 선수는 자유의 날개 시절,
2012년 HOT6 GSL 시즌4에서 우승한 이후,
3년 만에 다시 GSL 무대에서 우승을 하게 되었습니다.
자유의 날개와 군단의 심장에서 GSL을 석권한 최초의 선수가 되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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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멋진 승부였습니다.
원이삭 선수는 생애 첫 GSL 결승에 진출해서
3년 전, 블리자드 컵에서 이승현 선수에게 패했던 복수를 다짐했지만,
마지막 세트에서 패배하며 우승을 눈 앞에서 놓쳤습니다.
지금껏 수많은 선수들에게 도발하며,
스타2의 악동으로 악명이 높았던 원이삭 선수였지만,
마지막 순간 상대에게 진심 어린 축하를 하는 원이삭 선수를 보면서,
정말 멋지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이승현 선수는 GSL 결승 직전에,
네이버 스타리그 4강전에서 조중혁 선수에게 마지막 세트에서 패배했으며,
IEM S9 월드챔피언쉽 8강전에서 이신형 선수에게 마지막 세트에서 패배했습니다.
GSL 4강전에서 김준호 선수를 상대로 철옹성에서 승리하며 결승에 진출하긴 했지만,
상대적으로 마지막 세트에 대해서 이승현 선수가 가졌을 부담이 어땠을지 상상이 됩니다.
이승현 선수는 결국 이 모두를 이겨냈고,
김준호 선수와의 최종전에 이어, 원이삭 선수와의 최종전에서
철옹성의 진정한 성주가 되며, 마침내 2015 GSL 첫 번째 시즌의 우승자가 되었습니다.
결승전에서는 보통 우승자와 패배자만 남는 결승이 참 많았습니다.
하지만,
이번 결승에서는
우승자 이승현과 아름다운 패배자 원이삭이 남는 결승이 아니었나 싶습니다.
GSL 결승 이후, 원이삭 선수는
지피니티 스프링 마스터즈, 코펜하겐 게임즈 스프링에서 우승을 거뒀습니다.
마지막에 보여준 멋진 매너 덕분인지,
원이삭 선수의 경기력이 더욱 좋아진 것처럼 느껴지기도 합니다.
'아직 원이삭이 죽지 않았다'고 인터뷰에서 말했던 것처럼,
차기 시즌에서도 원이삭 선수가 꼭 좋은 성적을 거두길 기대하겠습니다.
이제 차기시즌에는 어윤수 선수도 다시 GSL에 돌아오게 되는데,
다시 원이삭 선수와 어윤수 선수의 매치업이 성사되어,
멋진 승부가 또 한번 펼쳐졌으면 좋겠습니다.
이승현 선수는 2014 블리즈컨에서 우승한 이후,
IEM 타이페이 우승에 이어, 15 GSL S1까지 차지하며,
진정한 저그의 원탑으로 거듭나고 있습니다.
이제는, 이승현 선수의 한계가 어디까지일지 더 기대가 됩니다.
끝까지 최선을 다하는, 노력하는 천재,
차기 시즌에서도 이승현 선수가 원탑의 모습을 여과없이 보여줬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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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스타리그, GSL의 새로운 시즌이 시작될텐데,
더욱 멋진 경기들이 속출해서 꼭 스튜디오 결승이 아닌,
야외무대 결승전이 열렸으면 좋겠습니다. :-)
멋진 승부를 보여준, 이승현, 원이삭 선수에게 다시 한번 박수를 보내드리고 싶습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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