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10여년 스타를 거의 안하고, 친구들하고 놀다가 오랜만에 다시 스타를 하는 30대 입니다.
오랜만에 스타를 하고, 소닉 리그도 보고 하다보니 요즘 종종 추억에 잠겨서 옛날 얘기나 한번 해보려고요~
그동안 수많은 게임을 즐겨왔습니다. 그런데 본격적으로 게임 폐인(?)이 된 것은 중3때 스타크래프트라는 게임을 접하면서였죠
그동안 천사의 제국, 영걸전, 삼국지 등의 게임만 하다가 반 친구들이 스타크래프트라는 게임을 하기 시작했습니다. 저는 그당시 스타 시디의 겉표지가 징그러워서(저그랑 플토 보고 잔인한 게임인줄알았습니다) 안하고 있다가, 동갑내기 사촌 집에 놀러가서 몇판을 하게 되었고 거기에 푹 빠져버립니다. 특히 저그 밥집건물이 뭐인지 계속 못찾아서 저그만 하면 컴퓨터에 엘리당하던게 생각나네요.
그리고 친구에게 스타 시디를 빌려서 하게 되었고 중3 여름방학 전 처음으로 알게되죠. 아 사람과 전략 시뮬을 하는 재미를요..
당시만 해도 충격이었습니다. 그전에 토탈어날레이션 같은 게임을 집에서 혼자 해본적은 있어도 사람과 모뎀으로 일대일을 한다는건 처음이었거든요.
이후 스타크래프트에 완전히 빠진 저는 33.6k 모뎀을 이용해서 당시 이용하던 유니텔의 게임매니아에 가서 스타크래프트라는 게임에 대해 미친듯이 공부하게 됩니다. 특히 당시 피시통신은 인터넷을 하려면 따로 돈을 냈어야 했어서 배틀넷은 거의 못하는 분위기였고 칼리(KALI)라는 프로그램을 이용해서 팀플을 하던 분위기였습니다. 저도 겨우겨우 방법을 배워서 칼리에서 이후 미친듯이 스타 팀플을 하게 됩니다.
집에서 어머니가 게임하는 것을 매우 싫어했고 주말만 가끔 게임을 해주게 했었기 때문에 새벽 1시까지 자는 척을 하다가, 부모님이 잠들면 1시부터 새벽 5시까지 맨날 게임을 했죠. 그러다가 중간에 잠을 깨신 아버지가 화장실에 가다가 전화기 통화중 불이 깜박깜박(당시 모뎀사용하면..)하는 걸 보고 걸려서 무지 혼났지만요^^;
여튼 나름 실력을 올리던 저는 이제 반 친구들과 스타에 대해 대화를 하기 시작합니다. 저보다 먼저 시작했고 자기들끼리 토요일 학교수업끝나면 건대까지 가서 PC방이라는 곳에서 4:4를 한다는 친구들은 당시 제게는 매우 고수들로 보였습니다. 특히 말하는 것만 들으면요. 당시 아이들의 대화는 저그가 짱이었습니다. 저그최강, 플토 보통, 테란 병신 이런 소리였죠.
한가지 기억나는 에피소드가 친구들은 당시 10분이면 히드라 200마리가 무한대로 계속 나오기 때문에 그 어떤 종족도 저그를 이길 수 없다고 했죠.(당시에 제 실력이 오히려 친구들보다 앞선다는 것도 모르고) 친구들 말만 고대로 믿고 유니텔 게임매니아 게시판에 10분만에 히드라 200채우는 나오는 저그를 어케이겨야 하냐고 되서 게시판이 발칵 뒤집어졌던게 생각납니다. 다들 말도 안된다는 분위기였는데 친구들이 증명할 수 있다고 해서 바득바득 우겼는데 나중에 알고보니 친구들은 요즘의 무한맵 스타일로 노러쉬로 게임을 했던 겁니다..;
여튼 그러다가 유니텔이 그해에 유니윈98인가를 통해 인터넷에 공짜로 접할 수 있게 되면서 배틀넷이 접속되기 시작했습니다!!
노랑핑에 행복해하며 이후 미친듯이 배틀넷을 시작했고, 그해 겨울 부르드워가 발매되어 게임을 시작했죠. 이후 유니텔 게시판과 친구들의 하이텔과 나우누리 아이디를 빌려 KGA 개오동과 나우누리 게시판까지 달달 읽으며 스타 공부를 하며 게임을 시작합니다. 이제 중학교 때 같은 친구들은 실제로 헌터에서 1:1을 하면 상대가 안되었고요..
이후 패치가 되고 래더의 대세 맵이 건틀넷에서 로스트템플 이라는 맵으로 바뀌면서 승부욕이 강했던 저는 래더를 시작합니다. 중딩답게 래더점수에 집착했던 저는 일부로 맵을 스노우 바운드같은 섬맵을 골라서 했던 것도 기억나네요..좀비드론 버그도 이용했는데 부르드워였던지 오리였는지 기억이 가물가물합니다. 드론 피가 1인가 되는순간에 건물변신했다가 취소하면 드론이 무적이 되는 버그였는데 쓰기가 까다로워서 오히려 그거하다가 제 기지가 엘리되는 적도 많았죠^^;
여튼 중3에서 고등학생 넘어가는 방학은 내내 스타생각 밖에 없었습니다. 집에서 게임을 못하게해서 친구들과 학원끝나고 밤에 PC방도 자주갔고 학원과 학교에서 수업듣는 내내 스타 전략 생각밖에 없었습니다. 주변 친구들이 스타 잘한다고 떠받을어주니 더 신난 것도 있었습니다
또 그해 스타크래프트가 청소년 금지게임이 되면서 몰래 스타시켜주는 피시방 찾느라 고생했죠..그래서 친구랑 스타를 하는데 친구 아버지가 경찰이었는데 그 피시방에 찾아가서 문닫고싶냐고 화를 내서 난리났던 기억도 있고요
프로토스가 주종이었는데 저그 자체의 종족이 너무 강했어서 저그를 했던 기억이 납니다. 주로 상대에 맞춰서 했죠. 상대가 저그나 플토면 저그를 하고, 상대가 테란이면 플토를 하고..사실 지금 생각하면 래더점수에 너무 집착한 나머지 지는게 두려워서 실력향상이 안되고 몇몇 전략만 잘하고 실력이 답보였었던것 같습니다. 제일 게임 많이할 때가 래더 1400대였는데(당시 래더유저90%가 맵핵쓰던것을 생각하면 더 올랐을것 같긴 합니다.. 채널에서 연습게임은 더 잘했으니) 래더 순위 랭킹 1000등안에서 달랑달랑 했었죠.. 이정도만 되었어도 당시 고등학교에서 제일 잘한다고 소문나서 다른반 친구들이 돌아가며 입학 초기에 저희반에와서
"XXX야 오늘 수업끝나고 어디 피시방으로 오자 한판 붙자"
이런식으로 칠판에 많이 신청해서 가서 피시방비를 낸적이 한번도 없었습니다.. 결국 나중에는 팀플만 하자고 하더군요. 생각해보면 우리학교 애들은 잘하는 친구가 왜이렇게 없었지라는 궁금증이 들면서도 아마 나우누리, 개오동에서 전략공부를 하는 사람이 별로 없던 시절이라 그런것 같아요.
이때 유니텔에서 게임매니아에서 독립해서 Scmania라고 스타크래프트 전문 동호회가 생겨서 거기 길드 회장도 잠깐 했다가, 이상한 소문을 듣고 난장판으로 안좋게 나왔던 것도 생각나네요. 지금도 당시분들에게 미안한 마음이 많네요. 당시 유니텔 최고수 저그였던 키무라님에게 많이 배웠었었는데, 당시 나우누리와 유니텔에서 전략 저작권으로 싸움이 나서 스타 1:1로 붙어서 자존심 싸움도 하고 별의별 일이 다있었던 것 같습니다.
여튼 채널에 죽돌이가 되면서 고수들도 많이 알고, 게임도 많이 보고 해보게 되었죠. 당시야 워낙 저그가 강했지만 가장 유명했던 저그는 X'ds Grr 였습니다. 후대에 프로게이머가 되는 기욤패트리죠. 랜덤유저였긴 했지만 당시 래더최고수층에서 1위로 인정받는 유저였는데 주로 저그를 플레이 했습니다(그래서 나중에 프로게이머 시절 플토를 하는것 보고 놀랐네요)
그리고 당시 배넷에서 유명했었고 자주 들었던 사람들이 키무라, 엔투루키(김동준), 이글(김대건), 쌈장(이기석), 가림토 (김동수), 박서(임요환), 아오조라(김대기), 강도경, 프리무라(최진우), 굿데이( 황영재) 등등이었는데 이상하게 저그유저가 제일 많았는데 지금 생각나는건 테란이 많네요. 제 랭점수가 낮았어서 실제 게임해본 사람은 키무라, 가림토, 굿데이 였고 당시 day 길드 채널에서 자주 놀았어서 굿데이(황영재) 님과 제일 게임을 많이 해봤던 것 같습니다. 스플레쉬 프로토스로 유명했던 분이었는데 나우누리에서 프로토스는 이분 전략을, 테란은 개오동에서 '민아' 라는 아이디를 쓰던분의 전략을 많이 배웠던것으로 기억되요. 원래 주종이 플토였는데 당시 사우론 저그가 유행하면서 저그를 많이하게 되었죠..
당시 래더점수에만 집착하고 게임하기를 두려워했어서 거의 한가지 전략만을 썼었던 철부지 고딩이었죠..그래서 점수도 1400대가 한계였고.. 주로 쓰던 전략이 저그대 저그에서는 9드론 정찰일꾼 성큰러쉬+저글링6 러쉬로 끝내는 경우가 많았어요. 당시 저그대 저그는 무탈이나 저글링스커지 쌈이었어서 초반저글링 러쉬 대비를 잘안했는데, 특히 초반 일꾼 정찰돌리니 당시 맵핵유저들이 맵핵이 아니구나라고 방심도 많이했고..성큰러쉬까지 오는거는 대비를 잘못했어서 많이 꿀빨았죠. 특히 배넷 래더80%가 저그였으니깐요..
테란전은 처음에 너무 약했어서 맨날 지다가(당시 저그로 테란한테 지면 바보라불렸는데도) 1해처리 저글링후 럴커3센치 드랍으로 점수좀 올리다가 이후 맵핵이 많아지니 힘들어졌죠. 그래서 앞마당 히드라 럴커로 시간좀 끌다가 3멀티하고 바로 하이브가서 쥐어짜내서 디파일러 어케든 뽑아서 디파일러 러커로 자주이겼는데 당시만 해도 디파일러 쓰는 사람이 거의 없었어서 이것만 줄창썼습니다. 이게 무려 몇개월을 학원에서 수업도 안듣고 머리로 고민하다 생각해낸 전략이었는데, 다크스웜안에 있어도 탱크 스플뎀지는 입는데 러커가 박으면 뎀지 0이네..? 어 그러면 테란은 막을게 없겠는데? 하고 머리를 쥐어짜내서 발견해낸 전략이었죠.. 나중에 드랍쉽과 사베가 유행하고 쥐어짜낸 저그의 한계를 느꼈습니다
프로토스전은 제가 제일 잘 상대하던 종족이었는데 1400대였던 제가 당시 최상위 랭커와도 해볼만하게 했던 전략이 있었어요. 초반에 하드코어 질럿러쉬만 안당하면 거의 이겼는데, 제 전략은 그냥 3해처리 가면서 히드라 럴커로 프로토스 앞마당 조이면서 해처리 짓고 성큰과 러커도배에 무한확장..그리고 스포어 콜로니 하나와 스커지 패트롤 이거밖에 안썼는데 다들 잘 못막더라고요. 당시에 나우누리 게시판에 이 전략을 올렸었는데 제가 올린 전략 중에 처음으로 조회수도 매우 높고 당시 배틀넷 고수분들도 참 좋은전략 발견했다고 칭찬해줬었는데, 칭찬받고 얼마나 기분 좋던지 고등학교랑 학원 내내 자랑을 엄청 했던 기억이 납니다. 너무 기분이 좋아서 집에서 2km되는 학원에서 집까지 거의 쉬지 않고 조회수가 얼마나 올라가고 추천받을까 생각하며 쉬지않고 달리기도 했어요 ^^;
그리고 언제부턴가 스타크래프트가 대회가 많이 열리기 시작하더군요. 게임큐였던가에서 인터넷 중계도 하고 했는데 보통 16강에 저그가 대다수였고 테란은 1명..이정도여서 언제나 테란을 응원했죠. 테란은 맨날 지고 약한 종족이었어서 언제나 테란을 응원했는데 기억나는게 스타크래프트 소설까지 생겼었어요. 주인공은 게이머 임대건이었는데 바이오닉만 잘하던 임요환과 메카닉만 잘하던 김대건을 섞은 이름이었죠. 임대건이라는 주인공이 저그와 프로토스를 무찌르고 결국 테란이 기적적으로 우승하는 줄거리였는데, 당시 사람들이 엄청 재밌게 보고 진짜 이렇게 되기를 염원할 정도였죠.
마지막으로 생각나는 에피소드는 국기봉과 기욤패트리의 왕중왕전때 기욤이 다크템플러가 국기봉의 드론을 학살해서 대역전극으로 우승했는데 드론이 전멸할때까지 국기봉이 이를 모르자..해설분이 "아니 아직도 왜 눈치를 못챌까요" 라고 말했었는데 당시 방송 게시판에다가 제가 신랄하게 비판을 했었습니다.."유닛이 공격당하면 We are the under attack, 기지가 공격당하면 base is under attack 이라고 소리가 나는데, 원샷 원킬은 이런 메세지가 안뜨기 때문에 다른데 집중하면 알수가 없다..왜 해설자가 이런것도 모르느냐" 라는 식으로 심하게 비판했는데, 별것도 아닌일로 남을 심하게 비난하고 지금의 롤에서 욕설하는 중고딩 애들과 다를게 없었죠.. 엄해설위원님에게 지금이라도 사과드립니다.
이때까지가 아마 제 고1때였던 것 같은데 진짜 스타박에 생각안했던 소위 어떤것에 미쳐있던 때였던 것 같습니다. 스타크래프트 모든 유닛들 대사를 듣고 타이핑해서 출력한다음 날마다 보면서 외우고 다니고..학교에서 하교할때 뛰면서 Who wanna piece of meat boy, My life for Aiur, For Adun, ready to roll out 등등...스타 모든유닛 대사를 외우려고 집이나 학원갈때까지 이걸 머릿속으로 되뇌이고, 때론 흥얼거리고 다녔으니 지금 생각하면 미친놈이 따로 없었습니다(크크). 저희 중학교 바로 옆 고등학교에 당시 인기걸그룹이었던 핑클의 성유리와 옥주현이 학교를 다녀서 대부분 학생들은 내 남자친구에게를 흥얼거렸는데, 혼자서 시즈탱크 대사인 yes sir! Eradiate, Sir! 을 남들 들리게 외쳤으니 얼마나 웃겼겠어요
이런 생활도 결국 고2가 되니 스타에 질리기도 하고 공부도 해야하고 해서 이후 스타크래프트와는 인연이 많이 없어집니다. 고3때는 거의 안했고, 방송은 그래도 임요환과 김동수 결승전까지 꾸준히 봤지만 이후에는 방송도 거의 안보게 되었죠..오히려 한참이 지난후 마재윤 전성기시절에 스타 보는것에 다시 흥미가 생겨서 많이봤었어요. 이후 스타리그 중요경기시 인터넷 게시판이나 대회 결승 동영상들은 꼭 챙겨보았고요.
제 재수 생활을 버틴 원동력도 2002년 월드컵과 함께 스타크래프트 덕분이였습니다. 재수학원에서 공부하다가 주말에 밥먹고 점심, 저녁으로 친구들과 스타 팀플하는게 낙이었죠. 다들 스트레스 풀게 그거 밖에 없었는지라...피시방에서 헬프와 고고고를 외치며 신나게 게임했습니다. 이때 테란을 굉장히 잘하던 친구가 있었는데 고등학교까지 못보던 오프 친구에서의 스타 맞수를 재수학원에서 찾았더랬죠. 제가 테란이나 저그하면 이친구한테 지고 플토하면 조금 우세하고 비등비등 수준이었는데, 추석때는 재수 저희학원 반에들끼리 소규모 대회를 만들어서 하기도 하고 그랬습니다. 참고로 이친구는 이후 계속 정진해서 모대학진학 후 축제때 스타크래프트 1등을 차지했다고 하더군요
재수가 끝나고는 워3, 대학교1학년대는 리니지2... 이후 와우, 카오스, 스타2, 롤 ..이정도가 1년이상 한 게임이지만..더 오래 더 많은 시간 투자한 게임은 많지만... 아마 제 인생에서 여태까지 그리고 앞으로도 어떤 것에 순수하게 미쳐빠져있던 적은 스타크래프트가 유일무이 할 것 같습니다. 지금도 벌써 15년 가까이 지난일인데 이렇게 글로 쓰는데도 생생할 정도니깐요. 너무나도 좋았기에 하루종일 일년 내내 스타크래프트 생각만 했고, 피시 통신으로 친해진 친구나 형들에게 실수도 많이 했습니다. 래더에서 질때면 분해서 욕도 많이하고 매너게임 하자고 하고 상대 점수 못오르게 모뎀선도 뽑아버린적도 많고요. 롤을 1년반 했어도 스타할때 처럼 질때 욕을하거나 분해한 적은 없던것 같아요. 지금은 참 많이 후회도 되고 부끄럽기도 하지만 그래도 그 시절이 그립습니다.
가장 그립고 기분좋은 추억하면?
바로 중고딩 때 토요일 학교 끝나고 "스타하러가자~" 소리치며 PC방으로 달려가 부팅하는 모습이 떠오르니깐요..
(추억을 생각나는 대로 지금 적은거라 오류가 있을 수 있습니다. 시골에서 대체 복무를 하는 한 30대의 추억팔이를 적어봤습니다.
혹시 유니텔 관계자 분이 있다면 10년이 훌쩍 지났지만 다시 한번 그때일을 사과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