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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13/10/20 09:51:45
Name Quelzaram
Subject [스타2] WCS GSL S3 FINALS 리뷰
"저그전 다전제에서는 1세트를 따내는 선수가 이길 확률이 6~70% 정도 되는 것 같다" - 김윤환, 전 STX SouL 프로게이머 및 코치

다전제에서의 1세트의 중요성은 수많은 해설자와 선수가 강조합니다.
기선제압의 의미도 있으며 심리적으로 앞서는 부분이 생기는 것도 있어서겠습니다만,
개인적으로는 일명 '10분 노 러시'에 가까운 싸움. 즉 양 선수가 전력을 다해 맞붙는 처음이자 마지막이 될 수도 있는
세트이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즉 '날빌'도 아니고, '빌드상의 엇갈림'도 아니고 자원 먹을만큼 먹고 내가 자신있는 타이밍과 병력 규모로
주도하는 전장에서 맞붙었을 때의 경기가 1세트가 될 확률이 높아서입니다. '탐색전'이라는 것이지요.

그리고 백동준 선수는 1세트에서 우주관문 이후에 빠른 로봇공학시설 체제를 구축하며 저그 어윤수 선수가 예상한 타이밍보다
훨씬 빠르게 진출해버렸습니다. 이 엇박자 타이밍 러시에 어윤수 선수는 소수의 바퀴를 우회시켜 상대의 병력을 지연시키고자 했지만,
결과적으로 본진 방어 병력의 규모가 줄어드는 결과를 낳았고, 손이 꼬인데다가 교전 컨트롤에서 아쉬운 모습을 보이며 패하고 맙니다.

1세트는 양 선수가 모두 긴장한 기색이 역력한 경기였습니다. 백동준 선수는 소규모 지상군을 보자마자 역장을 날렸고,
어윤수 선수는 상대의 진출 의도를 알아차리기 위한 감시군주를 너무 늦게 밀어넣었습니다.
하지만 백동준 선수는 본인의 타이밍 러시를 감행하면서, 파수기를 대부분 살려내는 뛰어난 교전 컨트롤로
선취점을 가져오는데 성공합니다.

2세트는 1세트의 여파가 그대로 드러난 한 판이었습니다.
백동준 선수는 초반의 예언자가 '삽질'에 가까운 선택이 되었을 정도로 거둔 이득이 없었음에도 불구하고,
상대의 시선을 묶어두는데 성공했고, 어윤수 선수가 다소 조급한 마음에 어두웠던 정찰의 사각지대를 이용하여 광전사를 소환,
저글링을 무용지물로 만들고 큰 이득을 거둡니다.

게다가 1세트와 달리 이번에는 상대의 전력 상황에 맞춰 공허포격기 위주의 부대를 편성해,
어윤수 선수가 저글링으로 빠른 대처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대공 능력을 갖추지 못한 약점을 파고듭니다.
프로토스의 체제 변환을 신기에 가깝게 맞춰내는 모습이라고 해도 크게 틀린 말은 아닐 것입니다.
이는 결승전 세트 내내 이어집니다. 우주관문 이후 빠른 지상군 전환, 우주관문 이후 공허포격기와 추적자 올인 등으로 패턴이 변하죠.

어윤수 선수의 2세트 종료 때 나타난 표정은 이미 많은 것을 드러내고 있었습니다.
팀의 수장인 최연성 감독이 적어도 포커페이스까지 주문하지는 않았을 것으로 생각합니다만,
자기 자신에 대한 분노, 회의, 실망이 역력한 그 표정은 결승전의 결과를 미리보여준 스포일러에 다름 아니었습니다.


2:0 상황에서 3세트에 많은 선수들이 승부수를 던집니다. 하지만 백동준 선수는 그리 하지 않았습니다.
어윤수 선수는 3세트 들어 공격적으로 저글링 바퀴로 찌르기를 시도하지만, 백동준 선수의 컨트롤에 피해를
'거의' 주지 못합니다. '거의'라는 부분은 9시 멀티를 한번 취소시킨 성과 외에는 사실상 손해였다는 점입니다.

하지만 이번 세트의 어윤수 선수는 상대의 의도를 정확하게 간파하고 그 약점을 찔렀습니다.
바로 다수를 모으기까지의 시간과 자원이 필요한 공허포격기를 생산할 자원, 9시 멀티입니다.
지속적으로 저글링과 바퀴를 통해 9시 연결체를 테러한 보상은 프로토스와의 어마어마한 물량 차이로 이어졌습니다.

암흑 기사가 저그의 일벌레를 30기 넘게 잡아내는 성과를 거두었음에도 불구하고 공 1업이 된 히드라리스크로
9시 연결체를 결국 파괴해 버립니다. 백동준 선수는 이후 기적과도 같은 컨트롤로 히드라리스크를
한 차례 막아내긴 했습니다만, 벌어진 인구수 차이를 뒤집진 못했습니다.

하지만 비록 3세트를 승리했어도 어윤수 선수의 불안 요소가 많이 드러났다는 점을 짚고 넘어가야 할 필요가 있습니다.
중반까지 무리한 히드라리스크 중규모 부대의 러시로 자원 우위를 유지하지 못할 뻔 한 점,
이 다소 이해하기 어려운 공격적인 병력 운용은 결국 마지막 6세트에서 '한 번 접지 못하는 공격으로'
울트라리스크가 전멸하는 사태의 예고편에 가까웠습니다.

또 하나는 업그레이드의 부실함입니다. 결승전 세트 내내 어윤수 선수의 업그레이드는 백동준 선수에게 밀렸습니다.
부대 단위의 전투에서 업그레이드가 갖는 파괴력은 어마어마하며, 히드라리스크 위주로 병력을 꾸렸던 어윤수 선수에게는
이길 전투도 그렇지 못한 결과를 가져오는 제 1원인이 되었습니다.

4세트에서 백동준 선수는 리그를 진행하면서 보여준 특유의 분광기 테러를 이용한 양동작전으로 승리합니다.
이 경기에서 어윤수 선수에게 아쉬웠던 점은 프로토스가 제 2 확장기지를 가져가는 약점을 찌르려는 시도가 전무했다는 사실입니다.
가로 방향이었기에 점막을 빠르게 넓히면서 기동성을 살려 소모전 또는 교란 작전을 펼쳤으면
프로토스 입장에서는 2군데 확장 기지를 모두 지키려다 모두 잃는 결과가 나올 수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어윤수 선수는 공격을 망설였고, 이는 결과적으로 프로토스가 짧은 공중 거리를 통한 분광기 테러,
그리고 이에 당황한 저그의 병력 발목을 붙잡고 늘어지는, 이득을 보는 전투로 이어졌습니다.

결국 군락이 파괴된 시점에서 저그가 이길 수 있는 방법은 없었고, 백동준 선수가 공격적으로 건설한 12시 확장기지마저 허용하며
어윤수 선수는 1:3, 핀치에 몰리게 됩니다.

5세트는 큰 의미가 없다고 생각합니다. 백동준 선수 입장에서는 통하면 좋고 아니어도 여유있는 세트에서 감행한 올인 공격,
물론 어윤수 선수의 대처와 근성은 매우 훌륭했습니다.

마지막 6세트에서 어윤수 선수는 중반까지 매우 유리했다고 봅니다. 전략적인 선택도 좋았습니다.
문제는 저글링을 소모하는 것이 인구수 확보에 큰 도움이 되지 않았던 점, 그리고 대군주 생산이 차질을 빚으며
울트라리스크가 생산되는 타이밍이 후퇴한 것입니다. (공허포격기가 대군주를 잡은 것은 덤)

1400이 넘는 광물을 제 때 소모하지 못하면서 만들어진 병력 폭발 타이밍의 공백, 결국 중앙의 병력은 대규모 귀환으로
어윤수 선수에게 '페이크다'를 시전하고, 그 사이에 11시 본진에 분광기를 타고 떨어진 '진짜' 병력 광전사들은
군락을 또 한 번 파괴하는 성과를 거두었습니다.

상대의 체제를 확인한 백동준 선수는 이 드랍으로 거둔 이득을 그대로 2 로봇공학시설에서 생산하는 불멸자로 치환합니다.
어윤수 선수는 업그레이드를 할 여유도 없었습니다. 쫓기듯 들어간 러시에서 울트라리스크가 전멸하면서,
강력한 화력 지원을 해야 할 무리 군주가 점멸 개발도 안된 추적자에게 노출되면서 몰살, 승부에 종지부가 찍힙니다.

전체적으로 합이 잘 맞는 결승전은 아니었다고 생각하지만, 백동준 선수가 순간 순간 보여준 유연한 체제 변환
그리고 다양한 전략을 펼치는 구도와 짜임새, 어윤수 선수의 근성있는 반격과 약점을 집요하게 물고 늘어지는 모습이 어우러진,
멋들어진 결승전 중 하나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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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10/20 10:02
수정 아이콘
백동준 선수가 판짜기를 잘한거 같습니다 진경기 조차도 나름 모든 경기를 감안한 느낌이 들었구요

백동준 선수 우승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쿤데라
13/10/20 10:06
수정 아이콘
마지막 6세트에서 어윤수 선수 대군주 막힌 타이밍은 진짜 두고두고 아쉽더라구요. 충분히 5기이상 찍혀있어야 상황이였는데 극도로 긴장한 탓인지 운영미스인지는 잘모르겠습니다만 정말 아쉬운 부분이였습니다. 군심으로 넘어오면서 테저전 경기가 고착화 되면서 스2는 역시 테저전이 제일 재밌어란 말이 쏙들어간거 같습니다. 오히려 요사이는 프저전이 제일 재밌는것 같아요. 이번 결승도 여러가지 의외 흥행요소들이 있긴 했습니다만 게임 내용적으로 재밌는 결승이였습니다. 결승 리뷰 잘보고 갑니다.
13/10/20 10:28
수정 아이콘
2세트는 아무리 봐도 입구에 우관짓고 다 보여준걸 봤을때 상대방이 이걸 보고 과잉대응을 하라고 노린 것 같아요
13/10/20 11:04
수정 아이콘
어윤수선수 잘했는데, 아쉬웠어요.
가루맨
13/10/20 11:09
수정 아이콘
스타2 리뷰 글은 정말 오랫만이네요. ^^;
잘 봤습니다.
어제 결승전은 두 선수의 네임 밸류에 비해 기대 이상이었죠.
무엇보다도 백동준 선수 칭찬을 하자면, 스타1 시절보다는 조금 나아졌다고 하나 여전히 딱딱한 종족인 토스로 그렇게 유연하게 체제 전환을 하는 선수는 처음 봤습니다.
또한 어윤수 선수도 백동준 선수의 변화무쌍한 공격에 수 싸움에서 밀린 경기가 많았음에도 끝까지 포기하지 않는 엄청난 수비를 보여주며 가히 근성 저그라 불릴 만한 모습을 보여줬구요.
어윤수 선수에게 아쉬웠던 건 경기 후반에 본진 수비에 허술함을 보이며 군락이 파괴되는 경기가 두 경기나 나왔다는 것입니다.
마지막 경기에서도 영혼의 한 방 러시를 갈 때 병력을 잘 추스리고 무리군주를 전진 배치해서 천천히 압박했다면 다수의 여왕이 환류에 무력화되는 것을 방지할 수 있었겠지만, 워낙 급박한 상황이라 이런 판단을 하기는 쉽지 않았다고 봅니다.
그렇다 하더라도 마음이 너무 급한 나머지 서두르다 보니 병력이 지나치게 각개격파된 감은 있어요.
아무튼 이번 결승전은 수준 높은 명경기를 보게 되어 정말 재미있었습니다.
PS. 백동준 선수의 우승 소감 인터뷰를 보니 김유진 선수가 모든 경기에 도움을 주었다고 하더군요. 어쩌지 백동준의 플레이에서 김유진의 향기가 나더라니;;
13/10/20 11:21
수정 아이콘
안준영 해설말대로 백동준선수의 클래스가 보이더군요 소규모 대규모 컨트롤뿐아니라 피지컬, 올인, 수비..어젠 정말 완벽했습니다.
시네라스
13/10/20 11:52
수정 아이콘
모든 경기에서 처음 우주관문 체제 가져가면서도 예언자, 불사조, 공허를 자유자재로 활용하면서 유연하게 경기를 주도하는 백동준 선수의 저그전이 인상깊었습니다. 어윤수 선수가 초반 두세트에서 말린탓인지 그 이후 세트에서도 실수가 보이는 바람에 결과적으로 모든 세트에서 위험해 보이는 결과가 나오지 않았던가 싶네요 그래도 근성을 발휘해서 2세트를 따냈지만.
비참한하늘이빛나
13/10/20 11:59
수정 아이콘
어제 1~3세트를 못봤는데 좋은 리뷰글 어윤수요.
확실히 4세트에서는 해설진이나 본문글쓴이께서 지적하신대로, 2멀 막 활성화시키며 테크까지 올리는 토스에게 저그가 바드라로 적극 밀어붙여봤다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어윤수요.
6세트 최후의 교전에서도 백동준 선수의 교전컨이 대박이었던데 비해 어윤수 선수는 순간적으로 그리 정교하지가 어윤수요.

그러나 두 선수 다 전반적으로 훌륭한 경기력을 어윤수요.
어윤수 선수는 왜 사람들이 근성이니 뚝심이니 하는지 알 것 어윤수요.
백동준 선수는 동족전 테란전 저그전 할 것없이 클라스를 입증하며 완전체 토스의 탄생 조짐을 어윤수요.

피라미드 무리수로 추락하는듯 했지만, 갓스스톤의 기운을 받아 토스갓으로 등극한 파라오 백동준 선수 우승을 축하합니다.
azurespace
13/10/20 12:01
수정 아이콘
2경기 예언자는 삽질이 아니었습니다. 그 타이밍에 어윤수가 뽑을 수 있는 유닛은 여왕과 저글링이 전부였는데 여왕은 점막이 없어서 기어오는 중이었고
저글링이 광전사를 잡을 수가 없게 예언자가 딱 버티고 서 있었죠. 그리고 공허가 왔을 때는 여왕을 함께 점사하면서, 빠른 이속과 공속으로 카이팅을 할 수 없게 만들었죠.

그 예언자 1기가 아니었으면 부화장이 파괴되는 시점을 상당히 늦추거나 파괴되지 않을 수도 있었다고 봅니다.
일벌레
13/10/20 19:07
수정 아이콘
7세트맵이 외로운 파수꾼이라 바드라 쓰기 좋은데 6경기 마지막에 실수만 하지 않았더라도...

어쨌든 전체적으론 딱 4:2 스코어 정도의 실력 차이였네요.
애벌레의꿈
13/10/22 04:02
수정 아이콘
어윤수 선수를 응원하면서 본 입장에선 6세트 대군주 막힌 시점이 아쉬웠지만 위에 어느분 말처럼 4:2나올만한 차이였던 것 같습니다. 판짜기와 심리적인 기세 부분에서 모두 조금씩 부족하지 않았나... 백동준 선수 소울의 오랜만의 개인 우승자 배출인데 축하드리고 어윤수 선수, 아직 끝난게 아닙니다 심기일전해서 다음 대회때는 더 자신감있는 모습으로 우승하기를.
13/10/22 16:08
수정 아이콘
이름값은 아직 높지 않은 선수들이었지만....
경기 내적으로는 상당히 수준 높은 경기들이었다고 봐요..
백동준의 심리전와 판짜기가 상당한 수준이었고, 그것에 합이 맞게 응해준 어윤수도 정말 좋은 경기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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