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일에 국내에 정식 출시된 컴퍼니 오브 히어로즈 2에 대해서 이야기해볼까 합니다. RTS를 좋아하는 편이라서, 한 해에 손가락으로 세기도 민망할 정도로 점점 자리를 잃어가고 있는 상황에서, 일단 완성도니 뭐니 할 것 없이 나온 것만으로도 참 다행이라고 생각하긴 합니다.
그러나 사람 욕심이 끝이 없는 만큼, 오픈 베타 전의 베타 테스트 때부터 계속 해본 바로는 정말 아쉬운 부분도 있었습니다. 물론 참 좋았던 부분도 있었고요.
1. 배경
전작은 2차 세계 대전의 서유럽 전선, 미국이나 영국 그리고 독일 간의 전쟁을 소재로 한 게임이었죠. 그리고 2편은 독소전쟁, 소련(지금의 러시아)과 독일 간의 전쟁을 다루고 있습니다.
사실, 이 부분에 한정 지어서는 그렇게까지 마음에 들지 않는 이유는 모름지기 후속작이라면 배경이 바뀌는 것이 아니라, 양쪽 다 다루는 편이 더 좋았으리라 생각되기 때문입니다. 다만 꼭 그래야 한다기보다는 아쉬움이 남는 정도입니다.
독소전쟁을 배경으로 하다 보니, 전작과는 분위기가 다른 게임이 되었는데 빗발치는 포화 속에 병사들을 밀어넣고, 후퇴하는 병사는 즉시 사살해버리고, 눈보라 속에서 싸우다가 얼어 죽는 병사들까지, 독소전쟁이 갖는 분위기를 굉장히 잘 살렸습니다.
2. 캠페인
일단 가장 아쉬운 부분은 캠페인은 딱 소련군 입장으로만 플레이해볼 수 있다는 점입니다. 캠페인 자체가 유저에게 게임의 배경을 설명하고, 어떻게 해야 하는지 도와주는 역할도 담당한다는 것을 고려하면, 캠페인만을 끝내고 난 후에 아쉬움이 남더군요. 저야 베타 테스트 때부터 독일군도 꽤 했기 때문에, 별 문제야 없었지만 소련군만 잔뜩 하다가 독일군으로 멀티플레이를 한다면 어려울 수도 있겠죠.
하지만 캠페인의 구성 자체는 괜찮았습니다. 절대로 후퇴를 허용하지 않아서, 싸우지 않고 본진에만 머물고 있는 병력을 그 자리에서 사살해버리는 정치 장교의 모습이나, 얼어붙은 강가에서 쏟아지는 포격을 받아가면서 전진해야 하는 병사들의 모습, 빈약한 대전차 병기로 독일군의 중전차를 상대해야 하는 처절함까지 전작 이상으로 게임의 분위기는 마음에 들더군요.
다만 흔히 튜토리얼이라 부르는, 게임 설명을 위한 임무가 캠페인 전반부에 꽤 길어서 몰입을 방해했다는 점이었습니다. 그걸 벗어나고 나서, 중반부부터는 굉장히 재미있었고요. 하지만 대부분 임무 구성이 좀 단조로운 감이 없지 않아 있었습니다. 적이 다양한 것도 아니다 보니까 더욱 그런 느낌이 강했고요. 또 던 오브 워 시리즈와 달리 육성의 요소가 있다거나 한 것도 아니어서 아쉬웠습니다.
가장 아쉬운 부분은 스타크래프트 2와 비교한다면, 단조로운 유닛의 숫자가 대표적이지 않을까 싶네요. 싱글 플레이만큼은 좀 더 유닛의 활용 폭이 넓었으면 하는데, 오히려 멀티플레이보다 쓰는 유닛의 숫자가 적으니까요.
3. 시어터 오브 워
가장 높게 평가하고 싶은 부분이었습니다. RTS가 갖는 단점 중 하나가 대인전에서 갖는 부담감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편하게 AI와 싸우고, 다른 유저와도 힘을 합쳐서 플레이할 수 있는 협동 임무 컨텐츠는 굉장히 좋은 부분이라고 생각합니다. 특히 단순히 적을 물리쳐라 수준의 구성이 아니라 실제 역사상 있었던 전투를 바탕으로 해당 지역을 구현한 전장에서 싸우는 식이라서 더 좋았고요.
캠페인에 비해서도, 소련군만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독일군도 가능하기 때문에 더 즐길거리가 많았고, 또 굉장히 많은 수의 도전 과제가 들어가 있었던 점도 매우 좋은 점이었습니다. 무엇보다 뒤에 언급할 멀티플레이를 이제 막 시작하려는 유저들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부분도 있었고요.
4. 멀티플레이 - 교리
우선 멀티플레이의 지휘관 시스템은 호평과 악평 둘 다 하고 싶네요. 우선 긍정적인 측면에서는 여러 종류의 교리 중 하나를 불러와서 나만의 부대를 만든다는 측면, 같은 진영이라도 지휘관에 따라서 성격이 완전히 달라진다는 측면에서 게임의 다양성을 넓히는 요소임은 분명합니다.
그러나 단점도 존재하는데, 기본적으로 지급되는 지휘관 외에는 모조리 DLC로 내놓고, 그 DLC 지휘관조차 따지고 보면 기존 지휘관의 스킬 이것 저것을 가져와서 만들어낸 수준에 불과하다는 점입니다. 애시당초 여러가지 지휘관 스킬을 자유롭게 배치하여 쓰는 방식이었다면 모를까, DLC가 자칫 지불하는 사람이 이기는 게임이 될 가능성을 마련했다는 점에서 굉장히 별로였습니다.
또 게임의 다양성을 넓혀주는 것은 맞지만, 개인적으로는 2편이 그렇게까지 자유롭고 폭이 넓어졌다는 느낌을 받지 못했는데 그 이유는 전작에 있었던 보통의 RTS의 업그레이드 요소를 사실상 없애버리고, 교리도 전작에선 하나의 교리라 해도 두 가지로 세분화되는데 비해서, 이번에는 고작 지휘관 하나당 고정적으로 다섯 가지만 존재하기 때문에, 막상 해보면 전작보다 답답할 때도 많았습니다.
그리고 가장 최악은 새로이 나온 특성인데, 왜 만든건지 이해가 안 갈 정도로 최악이었습니다. 개발진이 이 게임이 RTS인지 잠시 까먹은건가 싶을 정도로 어울리지도 않고, 체감되지도 않고, 그렇다고 재미를 유발하는 요소도 아니었습니다. 베타 테스트 때부터 이걸 이용하기 위해서 쓸데 없이 계속해서 게임을 하면서 요구 조건을 충족시켜야 할 때부터 짜증나기만 했는데, 다른 그 어떤 요소가 호불호가 갈리는 정도라고 생각된다면, 이것만큼은 당장이라도 없애버리거나 개편해야 할 요소라고 봅니다.
5. 멀티플레이 - 양상
대부분의 RTS가 갖는 문제 중 하나가 손이 바쁘다란 점인데, 그 점에서 컴퍼니 오브 히어로즈 2는 조금 입장이 다릅니다. 일단 자원 채취란 요소가 없고, 그냥 유닛을 가지고 점령만 하면서 싸우기만 하면 되므로, 그렇게 손이 바쁘지 않습니다. 스타크래프트 2처럼 병력 생산에 자원을 남기면 안 될 정도로 최적화하는데 연습할 필요가 없죠.
또한 전작은 세 가지 자원, 인력과 물자 그리고 연료를 각각의 거점에서 따로 충원해주는터라, 자원 관리가 상대적으로 어렵고 자칫 병력은 얼마 운용해보지도 못하고 질 때도 많았습니다, 특히 초보 때라면요. 그러나 이번 작에서는 이 부분을 쉽게 개편함에 따라서 상당히 편해졌더군요. 베타 테스트 때부터 정말 좋았던 부분이었습니다.
그리고 실 시야 정도라고 볼 수 있는 새로운 개념의 시야 시스템도 정말 좋았는데, 유닛마다의 시야각이 존재해서 해당 지역에 유닛이 있다고 해서 그 쪽의 시야가 다 보이는 것이 아니고, 사각지대가 생기게 됩니다. 이 덕분에 철통 같이 방어선을 구축한다고 해도, 시야가 차단되거나 우회로에 병력이 배치되지 않으면 순식간에 무너지는 등, 게임에 잘 어울리는 요소였습니다. 물론 그만큼 부담스러운 요소이기도 합니다.
그러나 날씨 변화에 따른 추위 시스템은 그냥 그저 그렇더군요. 모든 전장(맵)에서 적용되는 것도 아니였고요.
6. 유료 상품
원래 예약판으로 구매할까 하다가, 그냥 포기했었는데 추가 지휘관과 스킨을 가지고 60달러짜리 게임에 40달러를 더 붙였기 때문이었습니다. 지금 와서 봐도, 예약판이 왜 이리 비싼지 이해가 안 될 정도였지요. 정확히는 DLC가 쓸데없이 비싸다라고 생각합니다.
색깔 놀음에 불과한 스킨을 개당 2달러씩 주고 파는 것도 솔직히 웃겼고, 지휘관 DLC는 앞서 말했듯이 매력부터가 없더군요. 개발사의 최근 작인 던 오브 워 II : 레트리뷰션의 유료 상품과 비교해도 오히려 퇴보 수준이었습니다.(던 오브 워의 유료 스킨은 더 비싸긴 해도, 완전히 달라지는 외형과 별도의 음성과 초상화까지 제공했죠.)
그리고 스킨도 굉장히 불합리한 것은 스킨 하나를 산다고 해서, 내 모든 유닛을 꾸밀 수 있는 것도 아니기 때문입니다. 당장 판매하고 있는 스킨은 하나의 색깔을 경차량, 중형(M)차량, 대형(H)차량으로 나눠 팔거든요. 그리고 진영 별로 나뉘기까지 합니다.
저는 DLC가 완전히 없어져야 한다고 생각하지도 않고, 오히려 DLC가 게임을 더 풍족하게 만든다는 의견에도 동의하는 편입니다만, 지금의 컴퍼니 오브 히어로즈 2의 DLC는 굉장히 형편 없다고 생각합니다.
7. 그 외
오랜 시간 이후에 나온 후속작인만큼, 전작에 비해서 사양이 높은건 당연하지만 저사양에 대한 배려가 없다시피 하더군요. 스타크래프트 2도 마찬가지였는데, 흔히들 찰흙이라고 불렀던 낮은 설정에서의 모습이 컴퍼니 오브 히어로즈 2에서도 그대로 보였습니다. 높은 설정에선 전작 이상으로 멋진 모습을 보여줍니다만, 모든 유저가 고 사양의 PC를 가진 것은 아니니까요. 그렇다고 높은 사양을 감당할만큼, 대단한 것도 아니라고 생각되고요. 이래저래 최적화도 좋게 말하긴 어렵더군요.
그리고 UI에 대해서는, 냉정히 말해서 던 오브 워 2 때보다도 퇴보한 수준이었습니다. 베타 테스트 때는 내 병력의 상황조차 제대로 들어오지 않는 정도였고, 그나마 지금은 많이 나아진 수준입니다. 그러나 지금도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마냥 자체 UI로 뜯어고치고 싶을 정도로 별로입니다. 특히 하단 창은 쓸데 없이 존재하는 수준인 것이 가장 거슬렸습니다.
8. 총평
오랜만에 나온 RTS인만큼 기대했고 만족스러운 부분도 있지만, 기대치에 못 미치는 부분도 충분히 많았습니다. 특히 유료 상품은 매력도 없고, 경쟁력도 없어보이는 수준이고, 멀티플레이의 지휘관 시스템은 절반의 성공에 불과하다고 생각합니다. 또 가장 불만인 부분은 역시 최적화였고요. UI는 그나마 이 정도로 달라진게 천만다행인 수준이었습니다.
반면에 실 시야나 자원 충원 개편은 게임의 정체성을 잘 살렸고, 전반적으로는 개발사 렐릭 특유의 점령전과 분대형 RTS의 매력을 한껏 뽐낸 작품이라고 생각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