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험기, 프리뷰, 리뷰, 기록 분석, 패치 노트 등을 올리실 수 있습니다.
Date |
2013/05/22 10:30:11 |
Name |
사과씨 |
Subject |
[기타] 바이오쇼크 시리즈에 대한 짧은 생각 -하- (인피니트) |
*읽는 분에 따라 스포로 여겨질 수 있는 내용이 있습니다..
...그리고 이런 희대의 걸작의 후속편이 올 상반기에 출시되었습니다. 바로 바이오쇼크 : 인피니트 인데요. 전에 설명한 랩쳐 2부작에 비교했을 때 인피니트의 주된 테마는 순혈주의에 기반한 종교적 광신이 초래하는 비극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그리고 시리즈 전통으로 자리 잡은 플레이어의 선택이라는 컨셉은 특이하게도 게임 플레이 상의 자유도로 구현되는 것이 아니라 게임이 제공하는 스토리라인에 포섭되어 나타납니다. 이 부분은 알게 되면 스포일러이긴 한데 한 인간의 '선택'에 따라 극단으로 갈리는 운명을 평행우주라는 개념으로 풀어냅니다. 즉 인피니트는 전작들에서는 '선택'에 따라 존재하지 않는 세계가 이미 어느 시공간에 이미 존재해 있고 그 세계들이 상호간섭되어 생성되는 결과를 게이머들에게 드라마틱하게 공개해가는 구조를 가지고 있다는 겁니다.
이러한 선택들로 인해 발생한 시공간들은 미국이라는 국가가 형성되는 근현대시기의 폭력적인 역사적 사실과 결합해서 개연성을 획득하고 그런 역사적 현실 속에서 주인공이 저지른 원죄들은 피할수 없는 운명으로 귀결되는 비극의 씨앗이 됩니다. 개인적으로 이 지점에서 전작들과 인피니트의 스토리텔링의 평가가 갈린다고 생각합니다. 그 평가는 즐기는 게이머의 취향에 따라 갈리겠죠. 게이머의 능동적인 선택의 결과로 변화하는 미래를 체험할 것인가 (바이오쇼크 : 랩쳐) 아니면 이미 엎지러진 물같은 비극적인 선택의 결과의 굴레에서 벗어나는 단 하나의 엔딩을 확인할 것인가.(바이오쇼크 : 인피니트)
사실 미국을 모르는 사람은 없지만 미국사에 대해서는 그만큼 관심이 없었던 게 사실이었는데 이 게임을 계기로 미국사를 공부하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면 게임의 순기능의 사례라고 우겨도 되지 않을까요? (아직 읽지 않은 하워드 진의 미국민중사 정도는 읽어줘야 할 것 같은 기분?)
황홀할 정도로 아름다운 그래픽과 배경음악, 대체역사물에 어울리는 (뭔가 설득력있는) 공간 연출은 취향에 따른 호불호를 감안하더라도 정말 빼어납니다. 미국의 근대 문화취향과 스팀펑크 스타일이 결합되어 창조된 콜럼비아라는 아름답지만 사악한 유토피아가 극적으로 몰락해가는 연출은 이미 몰락한 채로 게이머에게 공개되는 랩쳐에 비해서 훨씬 큰 충격을 줍니다.
솔직히 말해서 인피니트의 게임 플레이 자체는 그간의 바이오쇼크 시리즈에 비해 상대적으로 자유도도 떨어지고 전투의 재미도 약합니다. 새롭게 개선된 기어 시스템은 어떻게 전략적으로 사용해야 할지 감이 잘 안오기도 하고 딱히 신경 안써도 플레이에는 큰 지장이 없습니다. (물론 하드 모드에서는 활용방법을 고민해야겠지만 하드 플레이을 안해봐서...) 게다가 소지하는 무기 개수를 제한시킨 변화는 전략적으로 무기를 선택해서 들고 다니라는 배려인 듯 추정되나 오히려 특정 무기만 집중 사용하게되어 플레이 패턴을 제한시키는 결과를 초래했죠. (사실 무기들이 이름만 다르지 그다지 차별성도 없습니다..) 물론 스카이후크를 통한 속도감 있는 공중전은 공중도시 콜럼비아의 컨셉과 맞아 떨어져서 해저도시 랩쳐에서의 폐소공포증을 유발하던 전투와 차별화 되는 재미를 주기도 합니다만 전투할 타이밍이나 주도권을 스스로 결정하지 못하고 내내 수동적으로 전투 상황에 강제돌입해야하는 인피니트의 전투 스타일은 전작보다 더 좋은 점수를 주기는 어렵습니다.
사실 인피니트에서 가장 기대됬던 개선점은 인공지능 파트너와의 유기적인 상호작용을 통한 다이나믹한 전투였습니다. 그 파트너 캐릭터가 바로 기존의 리틀 시스터의 포지션 겸 히로인의 역할까지 겸하는 엘리자베스인데요. 일단 엘리자베스의 설정이나 캐릭터 자체의 매력, 스토리텔링에서 차지하는 위치 등은 의심할 바가 없다고 생각합니다.엘리자베스의 존재 자체가 과장 좀 보태서 인피니트 스토리텔링의 거의 전부나 마찬가지니까요. 전투 이외 상황에서 장소에 따라 다양한 대사를 하는 부분이나 캐릭터성을 효과적으로 드러내는 자연스러운 모션 같은 부분은 필수적으로 감정 몰입을 해야하는 메인 히로인의 매력을 배가시킵니다. 다음 바이오쇼크 시리즈가 어떻게 전개 될 지 몰라도 엘리자베스라는 캐릭터는 꼭 다시 만나고 싶을 정도지만 인피니트 스토리 전개를 생각해 볼 때 가능할지는 모르겠군요.
뭐 어쨌든 음침한 해저도시에서 1인칭 시점으로 폐쇄된 공간을 묵묵히 헤쳐나갔던 플레이어들은 약간의 취향차이는 있겠지만 엘리자베스와의 상호작용으로 보다 매끄럽게 전개되는 스토리텔링과 상황연출에 더 높은 점수를 주지 않았을까 생각해봅니다. 최소한 제게는 엘리자베스가 스토리 진행의 조력자로서의 역할만 따지면 무슨 라디오 드라마 해설자 마냥 무전만 날려대는 기존 시리즈의 조역보다 훨씬 다이나믹하고 임팩트있었다고 생각하거든요. (그리고 바이오쇼크 사상 모델링이 제일 이쁜 여캐이기도하고... 이 점이 포인트인가?)
하지만 전투에서 파트너 역할을 수행하는 엘리자베스는 사실 좀 애매합니다. 여타 공주님 캐릭터처럼 민폐를 끼치진 않지만 그렇다고 딱히 전투에서 변수를 만들거나 극적인 상황을 연출하거나 하지도 않습니다. 그냥 상황에 맞게 아이템을 던져주거나 테어라는 초능력을 통해 전투 옵션을 추가해 주는 정도? 개인적으로 전투에서 만큼은 언차티드 시리즈에 등장하는 설리만큼의 존재감도 없습니다. 오히려 게임 중후반에 엘리자베스가 납치된 이후에 전투 몰입도가 급상승하더군요. 얘가 무슨 안 좋은일이라도 당하지 않을까하는 걱정과 분노로 전투력이 상승한 탓이었을까요? 물론 이렇게 과도하게 엘리자베스에 감정 몰입할수록 게임 막판에 느껴지는 멘탈 붕괴는 상상을 초월합니다. 이게 제작자가 노린 포인트였다면 어쨌든 성공했다고 봐야겠군요.
게임 플레이의 자유도와 능동적인 선택을 희생하고 설정의 방대함과 복잡한 퍼즐이 한순간에 맞춰지는 반전을 노린 게임 치고는 스토리의 전모를 파악하기 위한 단서를 획득하게 하는 과정이 좀 불친절한 것도 흠입니다. 이런 부분을 보완하기 위해 수많은 단서를 복소폰이라는 형태의 퍼즐조각으로 맵상에 뿌려 놨는데 사실 1회차 이상 플레이하기 힘든 이 게임의 특성과 스토리 진행이 반강제적으로 떠밀려가듯이 진행되는 측면이 전작들에 비해 강하기 때문에 이런 단서를 여유있게 찾아서 읽어보고 상념에 빠져보고 할 시간이 없습니다. 지금 눈 앞에 광신도들이 기관총 세례를 퍼부어대고 엘리자베스는 빨리 치료하라고 약상자를 던져 주고 있는데 게임 단서 생각할 겨를이 없죠. 전작들은 이런 단서들을 찾아 보든 안 보든 핵심 진행상황을 이해하는데 큰 문제는 없었거든요. 그리고 전투 타이밍을 능동적으로 선택하는게 가능하기 때문에 여유있게 단서들을 찾아보는 플레이도 마음만 먹으면 쉬웠죠.
사실 위 서술한 단점들에 비해 워낙 프랜차이즈 특유의 장점이 많고 인피니트 자체의 강점도 있고 단점이라 서술한 면도 게이머의 취향이나 성향에 따라 단점이라 보기 애매한 것도 많습니다. 아마 그런점들 때문에 많은 게이머들이 이 게임을 2013년 유력한 고티 수상작으로 예상하는거겠죠. 허나 단 하나 실드를 쳐줄 수 없는 최악의 단점은 스토리텔링이 거의 알파이자 오메가인 이 게임이 한글화 되지 않은 채 국내 시장에 발매 됬다는 점입니다. 대강 영어는 그럭저럭하니까 플삼으로 즐겨보자고 게임을 시작한게 얼마나 후회스러웠는 지... 대강 한 챕터하고 이해 안되는 부분 대사집에서 찾아보고 하는 짓을 반복하다보니 이게 뭐하는 짓인가 싶더군요 ㅠㅠ 그렇다고 게임 하나 때문에 pc를 사는 것도 상황이 여의치않고...
아무튼 요약하자면 취향에 따라 평가가 오갈 수 있지만 인피니트는 바이오쇼크 프랜차이즈에 걸맞는 훌륭한 작품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그리고 한 마디 덧붙이자면 딱히 반전의 기미는 보이지 않지만 제발 패키지 게임 시장이 활성화되서 이런 스토리텔링 위주의 작품들은 왠만하면 한글로 즐길 수 있는 세상이 오길 바라지만.. 꿈이겠죠?
|
통합규정 1.3 이용안내 인용
"Pgr은 '명문화된 삭제규정'이 반드시 필요하지 않은 분을 환영합니다.
법 없이도 사는 사람, 남에게 상처를 주지 않으면서 같이 이야기 나눌 수 있는 분이면 좋겠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