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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04/06/01 01:37:36
Name Lunatic Love
Subject 스타크래프트...그리고 나
"무슨 게임 잘해? ( ^^)y-~ "

2000년...
제대1년후 여름방학때 겜방 알바를 시작할때 사장님과 단골들의 첫 질문이었다.
당황하며 대답했다.

"온라인 바둑이요 ^-^;v"

"(-_(-_(-_(-_(-_-)_-)_-)_-)_-)..."

...

겜방 알바는 게임을 잘해야된다는 소리를 장난반 진담반으로 넘겨들으며
청소하며 은근히 어깨넘어서 봤지만,그다지 실력이 느는건 아니었다.

그 당시...디아블로2가 인기가 있고, 많이들 하고, 친구들과 어울리려고 시작했으나,
내 케릭터는 비실비실한 몸-_-과 허접한 아이템으로 주목을 받지 못했다.

그러나...

매일 켜놓고 돌고 돌다보니 아이템도 얻게 되고, 레벨도 빠르게 올라서
65정도 만들었다. 나름대로 기쁘게 그 케릭을 자랑하며 다시 시작하는 친구들을
리드하곤 했다. 하지만, 맵핵이란 것이 생겨서 지도가 다 보이게 되었고, 지도 크게
넓히는 맛에 했는데, 그 맛이 다 사라졌다.

게다가, 겜방 단골 중 한 사람의 후배가 와서 소몰이를 하며 - -0- 무~무~ -
하룻 밤을 꼬박 투자하더니 레벨을 90을 만들어 버렸다. 순간 게임에 정이 떨어져
버렸다. -_-;

실력이란 의미가 없었다.
그런 느낌이 들었다. 과연 그런 게임에 실력이라 말할 수 있는 요소가 있을까...

한동안 청소만 죽어라 했다. -_-

"겜방알바가 게임을 못하면 청소라도 잘 해야지."

그런데...그렇게 청소를 열심히 나보다 할랑~하게 놀면서 게임 잘하는 다른 알바가
더 사랑을 받았다. 억울했다. 난 10시간 땀흘리며 겜방의 때를 벗기는데, 다른 알바는
담배피우며 탱자탱자 1시간 소몰이와 메피스토를 잡아주며 길 열어줄뿐인데,
밥까지 얻어먹는다.

실력자가 되고 싶었다.
"저 사람 저 게임은 정말 잘해."
"고수 야 ..." 란 소리를 들을 게임을 찾았다.

스타크래프트가 보였다.

접속했고 게임을 시작했다. 테란을 좋아하니 테란을 하자...

4드론 훠이~_~...;;;;

단골들은 손가락질했다.
그렇게 느린 손으로 어떻게 테란을 하냐는 거였다.
비굴하게라도 배우고 싶었다. 음료수를 사고 담배를 샀다.
하지만 다들 다른 게임을 하라고 한다. 아니면 종족을 바꾸면 가르쳐 주겠다고 한다.
싫었다. 왠지 싫었다.

가끔은 포기하고 싶었다.
내 주제에 무슨 게임이냐며 25승 350패인 아이디를 보며 커피방울이 남아있는데
종이컵에 담배를 비벼서 껐다. - 패 아이디가 아니라 실제로 그당시 무지 노력했던
아이디였었다. -_- -

메카닉? 바이오닉? 그게 뭐야...나는 누구? 여긴 어디? -_-a
그래, 팀플을 하자. 그리고, 친구들과 팀플을 하면 더 늘겠지.
팀플로 친구들과 어울리고 싶었으나, 친구들은 언제나 그랬다.

"너랑 편하면 져. 그래서 하기 싫어."

"너보다 늦게 시작한 Y가 너보다 훨씬 더 잘해"

물론 그렇게 꾸사리를 주긴해도 친구들은 나와 같이 게임을 하며
나를 잘 리드해줬다. 하기사 지금 생각하면 다들 실력은 거기서 거기다. -_-
하지만, 지면 언제나 원인은 나였다.

...

2001년 ...그녀를 알게 됐다.

너무 좋았다. 같이 단둘이 대학로를 놀러갔던 기억은 아직도 생생하다.
그녀또한 상당히 오픈된 마인드로 나를 만났고 나또한 그랬다.
그러던 그녀가... 두-_-둥...; 갑자기 차가워졌다. 이유를 알 수 없었다.

다른 남자가 생겼었나보다. 심한 충격이 왔고, 배신감도 느껴졌다.
하지만, 난 그랬다. 無매력에 게임도 지지리 못하는 남자였다.

슬펐다. 최소한 게임을 잘하고 싶었다.
그러던, 도중 그녀는 그 남자와 오래 못가고 깨지고 다시 나와 내 친구들
사이로 다시 오게 됬다.

여전히 만나면 그 게임방에서 모여 게임을 했다.
여전히 욕을 먹고, 여전히 난 청소만 했다.

2002년 월드컵으로 뜨거웠었다.
게임이란 컴플렉스는 다행히 월드컵의 열기속에 사라졌으나
월드컵이 끝난뒤 역시나 방과후, 공강시간엔 당구장보단 겜방이었다.
학교에서도 난 초허접의 길을 정도로 걷고 있었다.

갑자기 화면이 노이즈가 생긴다. 이거뭐야-_-
아비터?

그건 다음 카페 글볼때 옆에 뜨는 케릭터를 총칭하는 말이잖아 -_-
친구들은 뒤집어 진다. 그건 아바타-_-라며....;

...

그녀는 강남으로 직장을 구했다.

나두 일하고 싶다. 근데...아직 마지막 학년을 이수해야 하고,
아무것도 잘하는게 없다. 게임은 여전하고...

그러던 도중...나 자신에게 실망하고 친구들과 그녀에게 배신감이
느껴지는 일이 있었다. 게임을 해도 있으나 마나한 존재. 친구들끼리
있어도 있으나마나 한 존재...

그런 느낌이 들었다...

한동안 그녀와 ... 친구들과도 연락을 끊었다.
단순히 나를 무시하는 그녀뿐 아니라 친구들에게도 왠지 뼈저리게
배신감이 느껴졌다.

...

2002년 겨울...
난 알바로 겜방을 또 했다. 다른 곳이다.
거기도 나름대로의 고수들이 있었다. 프토 고수란다. EMP이후에 핵을 쏴줬다. -_-

"고수는 무슨...버스에 타셨으면 오라이~ -0-"

자주오는 사람들과 스타를 하다가 친해지기도 했다.
일이 끝나면 구석에서 게임을 한두 게임한다.
마우스 AS업자에게 얻은 마소구형을 연결하고 한겜 한다.
패드는 결승전 갔다가 얻은 온게임넷 패드...

게임은 아니 스타크래프트는 이제 나의 분출구 였다.
게임을 하는 것도 좋았고, 보러가는 것도 좋았다.
심지어는 온겜넷에서 한 동생 녀석과 BoxeR를 응원하기 위해 수건을 제작해
머리에 두르고 나왔다. 그때 BoxeR는 처절테란이란 칭호를 받으면서도
준결승까지 오른 Elky를 테테전에서 거의 쓰이지 않는 벌쳐로 이겼다.

계속 게임을 하며 하루하루를 보냈고, 이젠 메카닉이 뭔지 바이오닉이 뭔지를
구분은 하게 됬다. 그리고, 최소한 옛날의 초보 딱지는 띠고 하수로써의 입지-_-를
굳히고 있었다.

2003년...가을...
난 친구들을 다시 만났다.
그녀또한 다시 만났다. 이젠 겜방을 옮긴 그당시 겜방 단골형들은
나와 스타를 안 하려 한다. 버스탈까봐...-_-...

가끔 내가 스타를 혼자하면 주변에 와서 왜 그렇게 일꾼 드래그를 하냐며 혀를 차곤한다.
웃으며 말한다...

"1:1해서 제가 지면 드래그 안할께요 ^^*"

"뷁!!  -_-+ "

2004년...

여전히 그녀는 나를 무시한다.
요즈음도 친구들은 팀플하면 나때문에 짜증을 낸다.
혼자 다 해먹는다구......-_- 가끔 메카닉테크타면 친구들은 광분모드다. -_-;

난 그녀의 이름으로 아이디를 만들었고, 여전히 그 아이디로 게임을 한다.

...

게임이 좋다. 내가 노력한 그 시간이 즐거웠다.
그래...왜들 게임을 하는지 알것같다. 스타가 왜 재미있는지 알거 같다.

물론 고수를 만나면 맥도 못추는 하수지만, 자신있다.
최소한 10분은 버틸 수 있다. 한두번 즈음 멋진 수비를 보여줄 수는 있다.
재수가 좋고 운도 따르면 대어를 낚을 수도 있지 않겠는가?

...

2004년 현재 그리고...오늘...

일이 끝나고 너무나 피곤하다. 여전히 그녀는 내 문자에 답변이 없다.
그녀는 내가 정말 싫을지 모른다. 아니 어쩌면 싫어할꺼다.
지겹기도 할 것이다. 이해한다.

하지만, 스타크에 부었던 노력과 열정...그녀에게도 투자하고 있고,
나 스스로의 인생에도 투자하고 있다.

아직은 인생이란 게임에 초보다.
하지만, 기다려라. 세상아...

고수가 되어서 돌아오마...

내 SCV는 정확히 4기가 각각의 광물로 갔고 동시에 광물을 캐고 있으니까...

by Lunatic 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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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06/01 02:26
수정 아이콘
흠.. 게임 이야기는 둘째로 치고.. 여자분 이야기가 웬지 조금 서글프네요.. 저두 지금 좋아하는 사람이 있지만 관심받고 싶어도 전혀 받지를 못한답니다. 하지만 ^^ 뭐든지 열심히 하면 이뤄 질겁니다. 화이팅!
04/06/01 02:30
수정 아이콘
아....멋지다. 왠지 멋지다. 이 말을 하구싶습니다. 멋지네요.
수선화
04/06/01 08:02
수정 아이콘
좋은 글이네요..일체의 장식이 없는 정말 솔직한 글 같습니다..꼭 고수가 되시길 빌고 또한 그 여자분과 좋은 인연 만들게 되시길 빌겠습니다..^^
우걀걀
04/06/01 08:14
수정 아이콘
앞으로 즐겁게 즐기면서 게임하세요^^
Ms.초밥왕
04/06/01 09:51
수정 아이콘
평소 지인에게서, 나긋나긋한 목소리로 읊조리는듯 일상의 이야기를 듣는 것처럼 그렇게 편안하고 담담하게 읽어 내려갔습니다. ^^;
읽고 나니 왜 이리 가슴이 싸~한지.........
루나틱 러브님! 힘내세요.. 이 글을 보니 언젠간 좋은 일이 있을것만 같은 그런 좋은 느낌이 드네요..^^
04/06/01 10:35
수정 아이콘
좋은글...의미있는 시간낭비라고 생각합니다.
젊음의 가장 멋진 특권 중 하나는 시간을 과소비 할 수 있다는 것이죠..
즐겁게...아프게...멋지게 사시길...^^
04/06/01 11:54
수정 아이콘
정말 스타크처럼 많은 시간과 정성을 들인 게임도 없죠. 그러나 여전히 고수의 반열에 못오르는 이유는 뭔지....
다행히 학업끝나고 취직해서부터 스타를 배웠기에 인생의 여정에서는 별 사고가 없었고, 와이프를 만날때도 중독은 아니었기에 무사히 결혼에 골인.... ^^;;
그런데 지금 2세가 세상에 나올려구 하는데도 스타에만 열중, 와이프의 구박.... 그래도 한겜만 더 하겠다는 ㅜ.ㅜ
스타의 인기는 영원할거라 봅니다. (물론 제 맘속에서요)
Return Of The N.ex.T
04/06/01 14:21
수정 아이콘
사랑은 힘듭니다.
스타도 힘듭니다.
하지만.. 끈기가 있다면 그 힘듬이 언젠가는 좋은 일이 될지도 모릅니다.
그래서 계속 도전합니다.
저도 그랬습니다.(물론 스타는 여전히 하수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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