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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12/08/06 21:06:59
Name 엄의들김명운
Subject 미친 사람들의 끝, 그리고 새로운 시작(조금 늦은 스타리그 이야기)
언제였을까요, 스타리그를 처음 봤던게. 제대로 챙겨보기 시작했던건 2006~7년정도였던거같습니다만, 띄엄띄엄 본걸로 따지면 언제 처음 봤는지 기억도 안나네요 이제.

아마 투니버스에서 하나로통신배 스타리그 할때 스쳐지나가면서 처음 봤던것 같습니다. '뭐야, 게임으로 이런것도 하네?' 라는 생각이 들었죠. 그때부터 왠지 이 리그에 관심이 가기 시작했습니다. 사실 사내놈들 둘이서 오락질 하고, 그걸 아저씨 세명이서 중계하고... 모르는 사람들이 보면 대체 저게 뭐하는 짓이야? 라고 생각할 수 있겠습니다만, 전 그냥 좋았어요. 왠지.

그 이후 투니버스에서 온게임넷이 개국하면서, 온게임넷이 나오지 않았던 저는 스타리그를 볼 수 있는 기회가 없었습니다. 그래도 커뮤니티 사이트에 이따금씩 결과같은게 들려왔었죠. 그땐 인터넷 동영상 환경도 열악하고 자료를 제대로 찾아볼 수도 없어서 볼수있던 경기는 거의 없었어요. 그때의 스타리그는 저에게 그냥 그런 수준이었습니다.

그러다 우연히 코카콜라 스타리그 결승전 영상을 보게됐습니다. 진짜 화질도 조악해가지고 뭐가 뭔지 제대로 보이지도 않을 수준의 영상이었죠. 한경기도 몇파트씩 분할해서 올라왔었고요. 그래도 그냥 봤습니다. 재밌었어요 그냥, 그땐 빌드고 유닛이고 아무것도 모르고, 그냥 저글링 마린 이런거만 알던 시절이었지만 그래도 재밌었습니다. 치고박고 하는 그 혈전이요. 결국 우승은 못했습니다만, 끝까지 처절하게 싸우던 노란머리 저그 선수가 굉장히 인상이 깊게 남더군요. 그날 이후로 지금까지 저그라는 종족을 응원하고 있습니다.

이후로도 온게임넷이 나오지 않아서 경기는 계속 볼 수 없었지만, 스타리그의 경기결과가 올라오면 그 이름들을 검색해보고 사진을 보며 아, 이렇게 생긴 사람이 이겼구나 하고 즐거워하고 했었습니다. 지금와서 보면 그냥 사진만 봤을 뿐인데, 대체 왜 그땐 그렇게 이 사람들이 멋져보였는지 모릅니다. 그런 별거 아닌거에도 즐거워하던 그때로 돌아가고 싶을 때도 있구요.

그러다가 어느날 TV를 틀었습니다. 지방 유선방송국에서 온게임넷을 서비스해주고 있더라구요. 이게 왠 떡이냐 해서 봤었습니다. 그냥 아무것도 몰랐는데 봤어요. 사진으로만 보던 선수들이 TV화면에 나오는게 정말 좋았습니다. 얼마 안가서 왠지 끊어져버렸지만 그때의 기분을 잊을수가 없네요.

그리고 그 이후 제 속에 숨어있던 오덕후의 기질(...)이 눈을 뜨면서, 일본 애니메이션과 J-POP쪽에 빠지며 쉽게 볼 수 없던 스타리그라는 이름은 제 기억속에서 서서히 잊혀졌습니다. 새로운 취미가 나와서 이전의 취미가 시들해지는, 흔한 일이었죠.

세상이 발달하고 케이블TV가 보급화되면서, 저희 집에도 온게임넷이 다시 나오기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그때까지만 해도 딱히 찾아서 보진 않았어요. 그땐 이미 제 생활속에 스타크래프트라는 게임은 굉장히 작은 위치였거든요. 그냥 실행시켜서 어떻게 하는지 아는 정도의 게임이었죠. 그러다 우연히 온게임넷을 틀었고, 채널이 고정됐었죠. 익숙한 얼굴이 나왔거든요. 슈퍼액션에서 TNA 캐스터를 하던 전용준 캐스터였습니다. 그때 레슬링 사이트에서 엄청 욕먹던 그분 말이죠. 그분이 스타리그도 중계하고 있더라구요. 아 이사람 원래 스타 중계하는 사람이라던데 지금 하는구나, 한번 봐볼까? 하고 생각했습니다.

아마 제 기억이 맞다면 그게 신한은행 스타리그였던걸로 기억합니다. 그리고 홍진호 선수가 나오면서 그때의 기억이 다시 떠올랐어요. 야, 이사람 아직도 스타 하는구나, 이제 노란머리도 아니네. 그렇게 옛날을 기억하면서 봤습니다. 그렇게 계속 보다가 홍진호 선수는 높은 무대에 올라오지 못하게 되더군요. 약간 실망하면서 이걸 내가 계속 봐야되나라고도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갑자기 왠 저그선수가 올라오더니 우승을 하더라구요. 네, '그때 당시'에는 선수였던 그 인간이었습니다. 그래도 저그가 우승했다고 좋아서 계속 봤었죠. 그리고 다음 시즌, 왠 안경쓴 모범생같은 저그 선수가 쭉쭉 올라가더니 결승전에 진출했죠. 그리고 우승하더군요. 그때 알았습니다. 이건 단순한 게임이 아니다. 사람들의 스토리다.

2012년 8월 4일, 제 만 25번째 생일이었던 날. 저의 영웅들의 이야기는 끝났습니다. 홍진호와 박성준의 매섭던 저글링의 발톱도, 임요환의 때론 싫어서 학을 땔 정도였던 전략도, 박정석과 강민, 오영종의 사나이의 싸움도 끝났습니다.

하지만 이 이야기는 끝나지 않았습니다. 8월 4일날 끝난 이야기는 과거 영웅들의 1막의 끝입니다. 이제 1막의 끝부분에 등장했던, 그리고 앞으로 시작될 2막의 영웅들, 그리고 새롭게 시작하는 LOL이란 이야기의 영웅들의 스토리가 시작됩니다.

사실 제대로 피지 못하고 조기종영된 스토리들도 많았습니다. 심지어 이 메인 스토리에서도 그런 일이 발생했었죠. 그 스토리에 땀과 힘을 쏟던 이들에겐 안타까운 일입니다. 정말 많은 리그들이 생겨났었고, 소리소문 없이 사라졌습니다.

하지만, 이 메인 스토리는 다릅니다. 이스포츠의 시작을 알렸던 이 게임의 이야기는 앞으로도 계속될 것입니다.

온게임넷이 말한대로, 끝이아닌 새로운 시작이니까요. 다음 시즌 옥션 스타리그에서 만날 날을 기대하며, 이만 글을 줄이겠습니다.

P.S:지금 티빙 스타리그 관련해서 영상을 하나 만들고 있습니다. 아직 작업은 시작 안했고 자료 모으기 단계일 뿐입니다만... 이번주 내론 완성하도록 하겠습니다. 출근해야되는데 이게 뭐하는 짓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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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08/06 22:30
수정 아이콘
Not end, New beginning
무엇이든지 처음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옥션스타리그의 흥행을 기원합니다.
12/08/06 22:53
수정 아이콘
다음주 스타리그 조지명식이 기대됩니다. 프로토스가 많기는 한데 연맹 소속 진출 선수들이 화려하고 내일 케스파 듀얼토너먼트 맴버들도 쟁쟁하기 때문에 누가 올라오든 기대가 됩니다. 허영무 선수가 누구를 지명할지가 제일 궁금합니다.
미소천사선미
12/08/06 23:43
수정 아이콘
지금 보면 이상하고 부끄럽지만 그 때는 정말 멋있었던 스타 유니폼들,
엄마가 스타 보는 것을 싫어하셔서 형과 스타 결승이 끝날 때 까지 결과 안 보고 기다리다가 새벽에 다운 받아 보던 추억,
개 초보 친구들과 모여서 스타 경기를 분석하던 나날들,
좋아하는 선수과 우승하고 울 떄 나도 모르게 같이 울던 그 순간,

사실 전 이제는 스타를 보지 않던 떠난 팬이였습니다.
너무 많은 경기 들은 스타를 질리게 했고 몇 개의 게임들을 제외하고는 선수 이름만 가리면 그 경기가 그 경기 같았으니깐요.
그래도 내 청소년 시절을 웃고 울게 해주던 스타리그가 떠난다니 가슴이 먹먹해지네요.

전 스타2는 보지 않을 생각입니다.
또 다른 팬이 생기고 또 다른 드라마가 나오겠지만...

제 가슴 속에 최고의 드라마는 스타 브루드워 결승으로 남겨 둘 생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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