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8월 4일, 브루드워 스타리그 파이널의 끝이 났습니다. 개인적으로는 피지알 승자 예상 이벤트를 임요환 선수 승리, 정명훈 선수 승리로 찍었습니다만 그건 제 바람이고 왠지 모르게 홍진호 선수와 허영무 선수의 승리 예감이 들었는데 그냥 예감대로 찍을 걸 그랬네요. 농담이고 허영무 선수의 승리 축하드립니다. 정명훈 선수에게도 수고하셨단 말을 전하고 싶네요.
Abrasax_ :D 님께서 ‘스타 1에 대한 '사랑'을 이야기한다면 LOT님이 빠질 수 없지요.’라고 이전 글에 써 주셨는데 감사합니다. 전 별로 한 일이 없는데 좋게 봐주신 것 같아서요. Abrasax_ :D 님의 말씀에 용기를 얻어 제 이야기를 해볼까 합니다. 사실 저는 PKO때부터 스타리그를 보지 않았습니다. 보지 못했다는 말이 맞겠군요. 당시 저희 집은 케이블이 안 들어왔었는데 그래도 결승전은 기억이 납니다. 명절 때만 특별히 케이블 방송을 송출했었는데 그 당시 채널을 돌리다 익숙한 장면이 나와서 깜짝 놀랐습니다. 결과는 최진우 선수의 승리였고, ‘스타도 방송을 하는구나’하며 생각만 하고 잊고 살다 다시 스타리그를 본 건 2001년 코카콜라 배 결승전이었습니다. 그 이야기는 이미 많이 한 터라 더 이상 하지 않겠습니다. 코카콜라 파이널을 접한 후 한빛소프트 전경기도 봤으니 전 한빛 배때부터 본 셈입니다. 아무튼 전 임요환 선수를 보고 꿈을 키워왔습니다. 남들하고는 조금은 다른 몸이었지만 제게는 중요치 않았지요. 그 이후 저는 스타리그 전 경기를 보며 맘 졸이기도 했고, 많은 전략도 따라하며 지냈습니다. 스타리그는 마침내 더 이상 제 취미 생활이 아니었고, 목표이자, 꿈이 되었습니다.
시간이 흘러 브루드워가 매일 중계되는 소원을 풀게 되었고, 프로리그가 찾아 온 것도 행복이었습니다. 그러나 그와는 별개로 전 다음 스타리그 즈음으로 기억되는 스타리그부터 보지 않게 되었습니다. 요환 선수가 안타깝게 예선에서 밀리고 본선에 못 올라오니 요환 선수에 대한 기대와 응원, 팬심과는 달리 보지 않게 되었습니다. 그 때 저에게는 프로리그가 있었으니까요. 그 당시에도 애청자 분들이 계셨는가 하면 ‘양산형’이라는 이유 때문에 외면하신 분도 계셨던 걸로 압니다. 어쨌든 관심이 떨어진 것이 아니라 스타리그가 사라지지 않으리라는 무한한 안심 때문이었던 것으로 보입니다.
저는 배틀넷 아이디를 자주 바꿨습니다. 연습하다가 승률이 많이 안 좋아지면 아이디를 바꾸곤 했으니까요. 요즘 용감한 녀석들이 인기몰이 중인데 그렇게 보면 전 용감한 녀석은 아닌 것 같습니다. 그렇다고 많이 플레이 했던 것도 아닙니다. 다 합쳐봐야 3,000전이나 될까요? 대신 친구들이나 형들과 랜 게임을 많이 즐겼죠. PGR 후로리그에서도 3시즌동안 뛰었습니다. 전 나름의 노력을 했지만 ‘무소속’선수도 참가 가능했던 호랑이 담배 피던 시절에라도 도전을 못해본 것이 너무나 아쉽습니다.
스타리그와 요환 선수가 있었기에 꿈을 잃지 않을 수 있었습니다. 06년에 요환 선수를 만나고 프로리그와 MSL은 참관했지만 스타리그는 가지 못한 것이 한으로 남습니다. 이번 결승전엔 기필코 가고자 다짐했건만 무위로 돌아갔습니다.
전 스타2 자유의 날개로 전향하고 연습중입니다. 초기에는 꾸준히 연습했지만 얼마 후 다른 일에 매달려야 했고, 3달간 놓아야 했습니다. 다시 실력은 떨어졌고 슬럼프를 겪다가 지지난 시즌인가 3시즌 전인가에는 브론즈 5위로 마감할뻔 하다가 15위로 끝냈고, 그 다음 시즌 종료직후부터 디아블로 때문에 잠시 외도를 했습니다. 이젠 완벽히 다시 자유의 날개로 돌아왔지만 얼마 전엔 크게 아파서 본의 아니게 다시 쉬게 되었습니다. 이런 이유들이 있긴 하지만 사실 제 게으름과 자기 관리 부족 때문이겠죠. 저는 자유의 날개도 열심히 하려 하지만 본격적으로 군단의 심장 베타 때부터 달려보려 합니다.
이런 일이 일어날 때마다 전 이런 생각을 해봅니다. ‘내가 진정 열심을 냈나? 주위에 반대와 상황 때문에 안주한 건 아니었나?’ 하고요. 다시는 이런 생각 안하도록 노력하려 합니다. 반대하는 사람과 달리 저의 도전을 옹호하는 분들은 ‘브론즈라도 나가 보라’고합니다. 왜냐하면 상향평준화가 더 진행되어 버리면 기회가 없을 것 같다는 의견에서인데 실제로 곰TV 채정원 운영팀장께 보낸 이메일의 답변에 의하면 ‘마스터 이상의 유저에게 우선권이 있으나 그 외 래더 등급 유저에게 기회 부여를 하지 않는 것은 아니다.’라는 입장을 알게 되었고 그래서 제 마음은 최소 골드 진입 후 도전해 보려 합니다. (답변을 받기 전부터 갖고 있던 목표입니다.) 물론 마스터나 그랜드마스터 유저와 붙으면 어렵겠죠. 그걸 모르는 건 아닙니다. 하지만 언제고 도전을 미룰 순 없습니다. 첫 술에 배부를까요? 그리고 저는 도전자체를 결과보다 중요하게 여깁니다. 골드라는 목표 설정은 제 자신과의 약속입니다. 자신과의 약속을 깨트리는 일은 참 어려운 일입니다. 브레기보단 골레기가 낫습니다.^^
목표 설정치에 도달하지 못함보다 쉽게 도전을 못하는 이유는 또 있습니다. 이동 문제가 해결이 나지 않으면 안 됩니다. 여러 가지 말씀드리기 어려운 사정이 있습니다. 저를 위한 빈자리를 마련해 두었는데 가지 못하면 민폐이죠. 물론 부전승이 있지만 그건 주최 측에 대한 도리가 아니지요.
아무튼 여러 일들 가운데 스타리그는 저에게 게이머와 e스포츠에 대한 의미를 다시금 재조명하게 해준 우리들의 축제입니다. 그리고 그 축제가 끝났습니다. 끝나는 그 순간 스타리그 팬 모두는 함께 울었습니다. 너무나 크게 울고 싶던 마음을 간신히 부여잡고 이 악물고 참아냈습니다. 정신 나간 사람에 속아서 이 날까지 왔다는 전용준 캐스터, 전 그런 중계진 여러분과 게이머들에 속아서 정신 나간 사람들의 집단에 속하려 애씁니다.
끝이 아닌 시작이라는 말에 혹할 수만은 없는 이 때 묻은 영혼. 지난 13년간의 추억이 손 흔들며 떠나려고 해 많이 서럽습니다. 특히나 전 어제 잠실에서 가지 말라고 떼도 못써보고 보내서 억울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새로운 친구에게 정을 주려 합니다. 그 친구에게 기대가 많거든요. 이미 전 몇 번 만나 본 친구이긴 하지만 그 녀석이 낯이나 가리지 않을는지 약간 걱정이 됩니다. 옥션 스타리그 2012, 이 자식 잘해보자.
마지막으로 엄전김. 진심으로 아낍니다. (^^) 언제 한 번 뵐 수 있길 기도합니다.
네 보시다시피 전 정신 나간 사람입니다.
두서없는 장문 읽으시느라 수고하셨습니다. 더우시죠? 이제 에어컨을 켜십시오.
Written by Love.of.Tear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