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PGR 은 그 동안 자주 눈팅은 했는데, 가입은 비교적 최근에 해 글을 남기는 것은 처음인 뉴비입니다.
올드비 분들 앞에서 감히 게임게시판에 글을 써도 되나 싶긴 한데 한 번 용기내어 써 보겠습니다.
오늘은 GSTL 결승전이 벌어지는 날입니다. 그래서 그와 관련해 알아두면 재미있는, 몰라도 상관은 없는 잡 정보를 늘어놓아 볼까 합니다.
1. 창 vs 방패
많은 분들이 아시다시피 결승전은 슬레이어스 대 FXOpne, 두 팀의 대결입니다. 본진이 슬레이어스, 세컨이 FXOpen 인 저로써는
굉장히 행복하면서도 괴로운 결승전이네요.
대개는 슬레이어스의 이미지는 말끔하고 스마트한 편이고 FXO 는 악동, 그리고 외인구단으로 정리되는 편인데요,
사실 저는 정 반대 까지는 아니더라도 저 두 팀의 이미지가 조금 바뀐 게 아닌가 싶습니다.
두 팀의 팀 컬러는 사실 FXO 쪽이 좀더 '스마트하다' 에 어울리는 편입니다. 슬레이어스는 반면 버티기에 능한 편이구요.
선수 개개인이 아닌 팀으로써의 성향이 말이죠. 이번 시즌을 놓고 보면 선봉전을 제외하고 상대 선수에 대한 저격 성공률은
슬레이어스 11/18 로 약 61% 이며
FXO 12/15 로 75% 입니다.
두 팀 다 빼어난 저격 성공률이긴 하지만 FXO 의 저격 성공률이 14% 가량 높습니다. 반면 저격을 버텨내는 능력,
그러니까 자신을 노리고 들어온 선수들을 막아내는 능력은
슬레이어스 13/20 으로 65%,
FXO 7/15 로 47 % 입니다.
이렇게 놓고 보면 저격, 공격의 FXO 와 연승, 방어의 슬레이어스의 대결입니다.
간단히 연승 기록을 놓고 보면 슬레이어스 쪽이 방어에 더 능한 팀이라는 게 드러납니다.
5연승 1번, 4연승 1번, 3연승 2번, 2연승 두 번 입니다.
반면 FXO 의 경우는 3연승 세 번에 2 연승 1 번이 전부입니다.
사실 두 팀 다 공격과 방어 중 한 쪽이 상대적으로 더 강할 뿐이지 어느 하나가 꿀리는 팀은 아닙니다.
또 언제 경기가 수치와 예측대로 흘러간 적이 있나요. 다만 재미삼아 오늘 결승전은 슬레이어스가 방어에 성공하며 연승을 쌓을까?
아니면 FXO 가 저격에 성공하며 결국 마지막 세트까지 가져갈까? 도 하나의 흥미거리로 보시면 될 것 같습니다.
2. 선봉전
사실 위의 양팀 컬러를 생각하면 아무래도 선봉 승이 더 중요한 팀은 FXO 가 됩니다. 슬레이어스야 한 세트를 따 낸 뒤
연승으로 나머지 세트들을 가져갈 확률이 높지만 FXO 는 그게 좀 부족하니까요. 그렇다면 선봉전 승률은 어떻게 될까요?
슬레이어스는 3/6 으로 50 %,
FXO 는 1/4 로 25% 입니다.
...뭔가 이상합니다. 분명 선봉전 승리가 더 간절한 팀은 FXO 일텐데...
이건 바꿔 말하면 FXO 는 연승은 적게 하지만, 필요한 데서 꼭 에이스가 연승을 거둬주는 팀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역시 암만 분석해봐야 경기는 해 봐야 아는 법입니다. 실제로 위에 연승 데이터를 보시면 FXO 는 총 네 번의 연승을 거두고 있죠.
즉 매 경기 최소 2연승, 웬만하면 한 선수가 3연승은 해 준다는 이야기입니다.
...거꾸로 말하면 슬레이어스는 2, 3연승은 밥먹듯 하고 심심하면 4연승, 올킬도 튀어나온다는 이야기지만요.
아무튼 선봉전 승률은 슬레이어스가 더 높습니다. 그렇다면 정작 결승전 선봉전은 어떨까요?
3. 문성원 vs 고병재
웬만큼 스투를 보신 분이라면 다 아시겠지만, 사실 이 두 선수사이의 경기는 알고보면 생각보다 재미있는 이야기가 많습니다.
2011년에 펼쳐진 GSTL May 4강전, 고병재 선수와 문성원 선수의 경기는 2011년 후반기 테테전의 메커니즘에 여러가지로 영향을 끼친
경기입니다. 이는 안준영 해설과 많은 스투팬들이 동의하고 있죠. 메카닉 테란의 서막이 사실 이 게임에서 비롯되었다고 생각합니다.
더불어 바이오닉 테란의 희망도 이 게임 안에 녹아 있었죠.
많은 분들이 문성원 선수의 경기력에 대해 많이 걱정들 하실텐데 송현덕 선수와의 코드 A 2라운드 경기,
김동환 선수와의 3라운드 경기를 보고 나면 그런 걱정은 사라집니다. 거기에 이번 결승전 선봉 기용, 황태자는 경기 내적으로나
외적으로나 방황을 마친 듯 합니다. 다만 변수는 아직 테테전을 보여주진 않았는데요, 사실상 문성원 선수의 지난 시즌 침몰은 테테전이
가장 큰 원인이었기에 살짝 불안한 점이긴 합니다.
고병재 선수는 3라운드에서 박현우 선수에게패하긴 했지만 승강전도 여러번 뚫어보고 산전수전 다 겪은 선수니 이 정도는 극복하고
팀 리그에 임해주겠죠. 거기에 테테전은 최지성선수에게 희대의 밴시 킬로 승리를 거두기도 한 만큼 오히려 문성원 선수가 걱정되긴 하는데,
사실 문성원 선수는 고병재 선수의 천적입니다. GSL 전적은 3:0, 그 뿐 아니라 오래 전 이야기이긴 하지만
http://www.thisisgame.com/board/view.php?id=1088981&board=0&category=13439&subcategory=1&page=1&best=&searchmode=title&search=%EA%B3%A0%EB%B3%91%EC%9E%AC&orderby=&token=
이런 인터뷰도 한 적이 있죠. 하지만 저건 거진 1년 전 이야기이고, 이제는 고병재 선수도 예전처럼 호락호락하게 당하진 않을 것 같습니다.
오히려 문성원 선수가 기량이 회복되었다고는 하나 약간 헤메고 있던 중이니 만큼 바짝 긴장해야 겠죠.
4. 키 플레이어
슬레이어스는 부정할 수 없이 최종환 선수와 김상준 선수입니다. 두 선수는 각각 11승과 9승, 20 승으로 슬레이어스가 이번 시즌 승리한 세트
29 승 중 약 69% 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위에도 나왔지만 이 두 선수의 연승을 어떻게 끊느냐가 FXO 의 관건입니다. 반면
슬레이어스의 최선의 시나리오는 문성원 선수가 승리를 거둔 뒤 최종환 선수가 2승, 김상준 선수가 2승 등 연승을 거둬 주면서
깔끔하게 경기를 가져가는 것이겠죠.
FXO의 에이스는 고병재 선수와 이동녕 선수입니다. 위에서 말씀드렸다시피 결국 중요한 순간 FXO 는 에이스가 연승을 거둬줍니다.
그리고 그 연승을 거두는 에이스는 고병재 선수와 이동녕 선수입니다. 세 번의 3연승은 각기 한 번은 고병재 선수, 한 번은 이동녕 선수가
기록하고 있습니다. FXO 는 선봉 출전한 고병재 선수가 최대한 버티고, 고병재 선수가 내려온 뒤에는 최대한 저격을 성공시키며
슬레이어스의 카드를 소진 시킨 후, 이동녕 선수가 나와 연승으로 경기를 가져가는 게 이상적 그림이겠죠.
5. 다크 호스
사실 이 선수는 다크 호스라고 부르기가 미안한 선수인데, FXO 의 남기웅 선수입니다. 6승을 기록하고 있는 남기웅 선수는 3연승 한 번,
2연승 한 번을 거두기도 했습니다. 고병재, 이동녕과 함께 팀에서 3연승을 거둔 세 선수 중 한 명입니다. 이 선수가 미쳐 준다면 FXO 는
든든한 카드 한 장을 더 얻게 되는 셈입니다.
수출콩, 혹은 GMO 콩이라 불리는 양준식 선수는 근래 페이스가 좋습니다. 다만 해외 대회에서 3연준을 거두는 바람에 콩라인에 편입했죠.
어쨌든 바꿔 말하면 그만큼 경기력이 물이 올라왔다는 소리이고, 무엇보다 양준식 선수는 GSTL 결승에서 뜬금 3연승을 거둔 적이 있습니다.
그것도 황강호 - 임재덕 당시 가장 무서운 저그 두 명을 잡아내면서요. 양준식 선수가 그 때의 기억을 되 살릴 지도 재미있는 변수입니다.
해외대회에서도, GSL 에서도 항상 실력은 나름대로 보여주지만 상위 라운드 진출은 못 하는 김동원 선수도 주요 전력 중 한 명입니다.
유독 GSTL 에서 3, 4 연승을 거두는 기록은 적은 김동원 선수이지만 저격 카드로써의 성공률은 나름 쏠쏠한 편이니까요. 당장 이번
시즌에도 팀을 준결승으로 끌어올리는 저격에 성공했습니다. 한이석 선수였지요. 예전부터 최지성 선수를 잡는 등 테테전 저격 카드로
자주 등장하던 김동원 선수이니만큼 고병재 선수를 비롯 FXO 의 테란 선수에 대해 프로토스나 저그 카드에 앞서 투입될 가능성도
있다고 봅니다. 연승을 거둘 실력이 충분히 되는 선수이니 연승을 거둬주면 슬레이어스 입장에서는 더 할 나위 없겠지요.
6. 뜬금포
야구나 축구나, 어떤 스포츠를 막론하고 단기전에서 이유없이 미쳐주는 선수 한 명이 깝둑튀하면 그만한 공포가 따로 없습니다.
FXO 에서는 어거지 테란이라 불리며 날빌을 잘 쓰는 김찬민 선수, 그리고 촉수왕이라는 별명을 지녔던 이인수 선수를 눈여겨 볼 만 합니다.
사실 이인수 선수는 저그 치고는 초반 러시와 타이밍 공격을 굉장히 즐겨하는 선수입니다. 그래서인지 개인 리그에는 몇 번 얼굴을 비추고
이후로는 잘 보이지 않는데, 단판 세트제인 GSTL 에서는 김찬민 선수와 마찬가지로 무서운 선수죠. 바퀴 러시 두 번만 적중하면
연승이니까요.
슬레이어스에서는 한규종 선수를 기대해 볼만 합니다. 이젠 코치가 되겠지만 아직 이번 결승까지는 선수 엔트리에 있더군요.
한규종 선수도 여전히 저격 카드로써의 실력은 갖추고 있습니다. 지난 TSL 과의 경기에서 보여준 실력은 솔직히 코치로 돌아가는 게
조금 아쉬울 정도였으니까요.
7. ...?
그 외 슬레이어스 선수들은 정승일 선수, 전종범 선수 등이 있긴 하지만 연패중인 전종범 선수나 생존왕 기질은 보여도 상위 라운드와
GSTL 에서 약해지는 정승일 선수는 조금 불안합니다. FXO 의 이형섭 플레잉 감독은 프프전이긴 해도 도재욱 선수한테 밀리기도 했고
이대진 선수도 예선으로 떨어진 이후에는 좋은 모습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는 것 같아서...
하지만 위에서 말씀드렸다시피 이런 분석이야 틀리라고 있는 것인만큼, 뜬금없이 정승일 선수나 이형섭 플레잉 감독이 올킬을 거두는
일도 충분히 가능하겠죠. 그러면 다른 의미에서 여러 커뮤니티가 떠들석해지겠지만요. 아마 스투 망하는 날까지 짤방이 돌지 싶습니다,
정말 그런 일이 벌어지면.
이상 뉴비가 잠이 안 오는 밤 올림픽 개막식을 보며 끄적여 보았습니다. 그냥 심심풀이 삼아 보시고 GSTL 결승전을 다 같이
즐겼으면 하는 바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