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험기, 프리뷰, 리뷰, 기록 분석, 패치 노트 등을 올리실 수 있습니다.
Date |
2012/07/17 12:51:43 |
Name |
청보랏빛 영혼 s |
Subject |
[豫言] 예 언 |
모래 바람이 부는 곳이였다.
예전엔 커다란 성터와 단단한 기둥이 받침되는 곳이였으나 지금은 그저 움막에 비가 새지 않을 정도의 작은 막사가 전부였다.
거기에 아주 오래된 노파가 하나 있었다.
정확히 말하면 기다리고 있었다.
누군가 자신을 찾아와주기를 며칠밤 무작정 기다리고 있었다.
그것은 시대가 가고 있기 때문이였다.
그리고 거짓말 처럼 막사의 앞문이 바람과 함께 젖혀졌다.
"예언이 나왔는가?"
들어온 사내는 쫒기는 이처럼 본인의 용건만을 물었다.
"...전하가 보내셨습니까?"
기나긴 기다림 끝이였지만 노파는 급하지 않았다.
"그렇네. 그렇지 않고서야 내가 왜 왔겠나?"
급한듯 옷도 벗지 않고 의자에 앉는 사내는 가지고 온 총을 테이블위에 올려놓았다.
"...나의 전하는.. 잘 계십니까..."
하지만 노파는 여전히 급하지 않았다.
"쉿, 소리 낮추게나. 그리고 이제 전하라 부르면 안된다는 것을 모르는가?
어서 예언이나 내 놓으시게나."
주위 경계를 늦추지 않는 사내는 바람이라도 들을 새라 몸을 바짝 테이블에 엎드리며 손을 입으로 가리었다.
"나는... 전하에 대한 예언만을 받습니다.주군을 전하라 부르지 않으면 누구라 부르겠습니까."
느릿하던 노파의 말끝에 모래바람과 같은 매서움이 몰아치자 사내는 굽혔던 등을 쫙 피며 어쩔 수 없다는 듯 고개를 내저었다.
"그래,그래... 알았으니 어서 예언을 내놓으라는 말이네. 기다리고 계신다네."
사내의 재촉과는 상관없이 어디서 나타났는지 어느새 테이블 위에 떫은 맛이 날 것 같은 향의 차 한잔이 내려졌다.
"여전히.. 성격이 급하십니다.장군도 전쟁을 치른지가 몇 십년이 지나지 않았습니까. 좀 쉬시지요.
수도없이 세월이 지났습니다. 아니.. 생각한 것 보다 세월이 더 된 것 같습니다.
내가 이리 노파가 될때까지 살아있으리라 생각하지 않았는데... 죽을 기회가 얼마든지 있었는데
그때마다 무슨 핑계를 대고 살아남았던지... 이제는 기억도 나지가 않습니다."
"왜 이러는가? 시간이 없다고 하지 않았는가? 자네도 알다시피 시대가 종결되고 있네. 우린 그 끝에 서있고 말이야."
테이블을 내리치는 그의 손이 어쩐지 힘이 없다고 느껴진다면 그것은 단순한 노파의 착각인지도 모르겠다.
"맞습니다. 지나가가는 사람들이 하는 이야기를 들으니 듣도 보도 못한 신세계가 열린답니다.
이름은 바뀌지 않았으나 시간이 빨라지고 자원이 많아지며 듣자하니 이제 테란은 다시 암흑기가 온다지요.
예언가는 저인데... 세상 사람들은 더많은 예언을 뱉어내는 모양입니다.
모두들 알고는 있었지만 차마 밖으로 못 뱉었던 말들이었겠지요."
"태평하시구만. 세상 사람들 소리를 들을 시간도 있고 말이네."
"예, 저는 시간이 많이 남습니다. 이제 나에게 예언을 부탁는 이가 적으니 말입니다.
낭만의 시대에 누구도 신이 아니라고 말할 수 없던 시기에는 물한모금 마시기가 힘들게 바쁠때가 있었지요.
누가 새로운 시대의 주인이 될 것인지. 어떤 종족이 전쟁의 승리자가 될 것인지
다들 궁금해하고 지켜보고 승률을 따져가며 하루종일 이야기를 나누던 시기 말입니다.
그 속에 황제가 태어나고 영웅이 등장하니 폭풍이 일었지요...아, 너무 옛날이야기라 하면
투신이 나타나던 시절은 어떻습니까.아, 장군이 들으면 경기를 일으킬만한 이야기이기는 하지만 말입니다.
나도 그 시절에 몇번을 원망하고 기도드렸는지 모릅니다.저그에게 그리 제국이 무너질지 어찌 알았겠습니까?
그도 아니면 육룡이 깨어나던 시기의 이야기는 어떻습니까? 아주 재미있었지요?"
정말로 신이 난 듯이 박수를 쳐가며 이야기를 이어가는 노파의 모습에서 17살 첫 예언을 받들던 날의 소녀가 겹쳐졌다.
하지만 더이상 노파의 이야기를 들어줄 시간이 없는 듯한 사내는 벌떡 일어서며 날카롭게 말을 잘라내였다.
"왜! 가장 가까운 시절의 이야기를 하시지 그러십니까!
국본으로 추대되다 이리치이고 저리치여 이제 테러리스트가 되어버린 사내의 이야기 같은거 말입니다!
아니면 갑자기 나타나 지지자도 추대자도 없었지만 오직 혼자 힘으로 신이되어 버린 사나이의 이야기는 어떻습니까?
아주 재밌어서 웃다 죽어도 모르겠습니다!!"
이후 단 몇 초였지만 노파에게 찾아온 침묵은 마치 지금껏 견뎌온 시절의 생채기에 모래가 들어간 것 처럼 아프게 다가왔다.
사내도 곧 입을 다물었다.
그에게도 상처가 되는 말이었을 테니.
"...이리 될 것을 자네는 처음부터 알고 있었는가?"
마시던 차를 내려놓는 노파의 손은 세월 때문인지 미세한 떨림에 소리를 내고 있었다.
"나는... 처음부터 알고 있었을 겁니다. 아니, 모를 수가 없지요.
테란 제국을 처음 부터 지켜봐왔으니. 나의 주군도 그리고 지금 반대편에 서있는 그분도 이리 될 것을 모르지 않았지요.
눈빛만 보아도 알겠더이다. 용맹하고 거침없고 쉼없이 칼을 닦는 모습이 윤열전하의 모습 같다고 해야하나 요환전하의 모습이라 해야하나...
세상사람들이 신이라 부르니 신을 받들기만 했던 내 입장에서는 어리둥절 하기도 하더군요.
그래도 나는... 나의 주군을 모실뿐입니다. 세상이 테러리스트라 부른다면 그리하라 두겠습니다.
테러와 전쟁의 다른 점이 무어 그리 크겠습니까.
장군도 알고 있지 않습니까. 둘의 차이가 그저 승리 한 쪽에서 붙인 이름이라는 것을요."
"그래, 그러니 어서 도움이 될 만한 예언을 내놓으란 말이네. 자네 얼굴을 보니 그리 나쁜 예언을 받은 것 같지는 않네."
찻잔을 오른쪽으로 밀어내는 노파의 손은 이제 때가 온 것이라는 뜻이기도 하였다.
"예언 하겠습니다.
이것은 지금껏 내가 했던 예언 중 가장 정확한 예언입니다."
불량했던 그간의 태도를 접고 테이블 아래로 머리를 조아린 장군은 진심으로 자신이 듣고 싶은 예언을 되내어보았다.
자신이 모시는 주군의 승리가 예언되기를...
"오늘은 테란 제국 역사의 마지막 전쟁이 될 것입니다.
이제 더는 제국이라 불리울 시절은 없어질 것 입니다.
시대는 종결될 것이고..
결국은..."
시대의 종결은... 다가오는 것인가...
조아린 사내의 머리는 감싸안은 두손과 함께 조그마한 떨림도 보이지 않았다.
"결국은 테란이 승리할 것입니다."
...뭐?.....사막의 모래바람을 뚫고 시간이 없음에도 죽을 힘을 다해 달려 도착하였건만
이 정신나간 노파가 지금 무슨 말을 짖껄이는지...
사내는 당장이라도 막사를 찢어버릴 것처럼 일어서 테이블위에 총을 겨눠 노파의 눈앞에 가져다 대었다.
"더이상 장난치지마라! 너에게는 미래가 있을지 모르지만 나에게는 더이상 미래가 없다!
시대의 종결과 함께 나도 사라진 다는 것을 이미 알고 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예전 대우를 해가며 머리를 조아렸더니 뭐? 나랑 지금 말장난을 하고 있는건가!!"
곧 불을 뿜어도 이상하지 않을 총구 앞이지만
노파는 자신의 주군 이야기를 할때와 같이 단호한 눈빛을 잃지 않고 있었다.
"예언을 드렸지 않습니까. 마지막 전쟁의 승리자는 테란이 될 것입니다.
이것이 어제 내가 받은 예언의 마지막 장입니다.
알고 싶은 것이 이것 아니였습니까?"
"아니다! 당연히 아니지!! 니가 내놔야할 예언은 지난 날 연성전하와 윤열전하의 마지막 전쟁과 같은 예언이다!
누가 테란을 지배하게 될지! 앞으로 누가 제국의 황제가 될지를 이야기 하란 말이다!!"
테이블을 군화발로 짓이기는 사내의 울부짓음은
필시... 사라질 자만이 가지는 독기 같은 것이 어려있었다.
노파는 조용히 앞으로 걸어나왔다.
그가 뻗은 총을 지나치고
결국 그의 앞까지 걸어온 노파는 사내의 어깨위 훈장을 하나씩 쓸어보았다.
나의 주군이 전쟁에 승리할때마다 받은 것이리라.
주군에게 이 사내처럼 필요한 이는 또 없을 테니...
"사실, 장군에게만 드리는 말씀이지만
나는... 예언가 같은 것이 아닙니다.
그저 믿음이 있었을 뿐이지요.
강대한 대테란제국의 평범한 지지자에 불과합니다.
믿었을 뿐인데. 요환전하도 윤열전하도 연성전하까지 모두... 자신들이 해내었을 뿐입니다.
남들은 예언이라 믿겠지만 나에게는 그저 믿음이었을 뿐입니다.
내가 믿는 제국이 승리할 것이라 말하는 것이 무엇이 그리 어려웠겠습니까."
노파의 주름진 볼위로 사막에서는 보기 귀하디 귀한 물 한줄기가 낙하했다.
사내는 총구를 내리고 노파의 말에 귀기울었다.
"그리 듣고 싶으시다면 말씀드리지요. 오늘은 나의 주군이 승리할 것입니다.
국본이라 불렀던 그리고 지금은 테러리스트라 불리우는 정명훈이 새로운 시대의 주인이 될 것입니다."
"이것이 자네의 진짜 예언인가?"
"뭐라 부르셔도 좋습니다. 할 수 있으면 전해주시지요.
항상 여기 있으니 시대가 바뀌어도 떠나지 않을 테니 가끔 차를 마시러 들려달라고 말입니다."
사내는 조용히 발걸음을 돌리었다.
"아, 그리고 이것은 개인적인 부탁입니다만... 잘 싸워주십시요. 나의 주군을 위해서."
머리를 조아리는 노파를 뒤로한채 막사의 앞문이 젖혀졌다.
사내는 모진 사막의 모래바람에도 흔들리지 않고 서있는 자신의 오래된 벌쳐에 몸을 의탁했다.
그리고 노파가 해준 예언의 끝자락에 자신의 운명을 내던질 준비를 하였다.
어짜피 노파가 어떤 예언을 했더라도 상관없었다.
자신에게 남은 시간은 별로 없었고 자신에 주군에게는 승리의 예언만을 전할 예정이였으니...
사내가 떠나간 벌쳐의 뒷편으로 멈추지 않을 것 같은 모래바람이 일어났다.
-할 수 있는 것이 응원이니 응원을 해야겠지요.
정명훈 선수에게 작게나마 도움이 되면 좋겠습니다.
예언이 현실이 되도록 하고 싶은거 준비해 온거 뭐든지 다해보기를 바랍니다.
|
통합규정 1.3 이용안내 인용
"Pgr은 '명문화된 삭제규정'이 반드시 필요하지 않은 분을 환영합니다.
법 없이도 사는 사람, 남에게 상처를 주지 않으면서 같이 이야기 나눌 수 있는 분이면 좋겠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