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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
2012/07/11 09:52:54 |
Name |
말랑 |
Subject |
이제는 돌아와 다시 웅진의 저그 |
저는 아버지가 해태팬이어서 타이거즈 팬이 된 흔한 한국의 모태야구팬 1인 중 한명입니다. 뭐 그 전에도 야구는 호황이었으니 아예 안본 건 아닙니다만 '해태가 나의 팀이다' 라고 생각한 건 98년부텁니다. 하필이면 이종범 나가고 임창용 팔려가는 시절부터 저는 해태를 응원했습니다. 정말 예술적인 타이밍입니다. 타팀에 자랑할 만한 존재래봐야 장성호 이호준이었는데 한명은 SK 가버렸고...
스타즈를 좋아한지는 오래 되었습니다만 '스타즈가 나의 팀이다' 라고 생각한 건 05년부텁니다. 하필이면 그파 끝나고 망해갈때부터.
웅진이라는 이름으로 출격하게 되면서 웅진의 에이스들은 새가슴에 멘탈문제를 꾸준히 지적받게 됩니다. 그리고 그건 지금도 똑같이 이어져 오고 있습니다. 사실 저는 그 말이 맞다고는 생각합니다만 별 의미는 두지 않습니다. 자기 플레이가 안 돼서 패색이 드리울 때 멘탈이 부서지는 건 스타가 아니라 스포츠의 전통입니다. 앞서 야구만 써 놨습니다만 야구 아니라 배구고 농구고 뭐 할 거 없이 싹 다 그랬죠.
김명운 이야기를 하죠. 김명운은 한빛 말기 에이스들인 김준영 윤용태랑은 성격이 다릅니다. 단순히 멸망 직전이던 한빛을 버텨왔다는 이력의 차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어쨌든 김명운은 그네들보다 당차고 호기로운 면이 있습니다. 인터뷰 스타일만 봐도 이친구는 그네들과는 다른 면모가 있습니다. 그리고 솔직하기도 합니다. 자기 실력이 안되거나 생각도 못한 전략에 당한 것에 대해 대단히 쿨합니다. 뭐 물론 거기에 대처하는 방법이 어떤지는 차치하더라도.
어제 결승은 마지막이라는 분위기에 치닫는 절정과 거기에 꼭 맞는 허영무의 프로토스 특유의 뚝심이 뭉쳐 모든 사람들이 위아더월드를 외치는 명경기였습니다. 하지만 웅진과 김명운을 응원하는 저는 결승이 끝나고 나서도 컴퓨터 앞에서 2시간동안 앉아서 풀리지 않는 분을 생수나 들이키면서 삭혔드랬습니다. 윤용태가 이영호한테 탈탈 털리면서 4강토스로 끝날 때에도 그런 생각은 전혀 들지 않았는데. 김준영이 인크루트 4강에서 정명훈한테 발키리로 멀리 갔을 때도 그런 생각은 전혀 들지 않았는데. 김명운은 본인 말대로 '방심하지 않으면 이기는' 경기를 방심해서 졌습니다. 4경기도 그렇고 5경기도 그렇고 모든 팬들이 하나같이 말하는 것은 김명운이 이길 수 있었다는 겁니다. 그리고 이건 김명운이 중요한 타이밍에 무너질 때마다 매번 듣던 말입니다. 김명운은 최후의 스타팬들이 모두 지켜보는 최고의 무대에서 '나는 변하지 않았다' 는 것을 만천하에 드러내고 말았습니다. 거기다 PGR은 아니었지만 다른 곳의 사람들은 가끔 '김민철이면 이겼겠다' 는 말도 합니다. 더 억장이 무너집니다. 요즘 폼이 좋은 것도 아니고 개인리그 통과도 장담 못하는 선수가 대안이 될 줄이야!
어쨌든 스타 1은 황혼의 붉은 빛을 화끈하게 불태우며 사그러들고 있습니다만 결국 스타 2로 그들은 대부분 넘어갈 것입니다. 김명운 선수도 역시 그럴 것이고, 웅진도 그럴 것입니다. 세상은 돌아가고 e-sports는 돌아가고 그들의 무대는 끝나지 않았습니다. 웅진때문에 술을 빨아도 결국은 웅진팬이고, 김명운때문에 화병이 돋아도 결국 김명운 화이팅을 외칠 게 분명합니다. 저는 강합니다. 웅진팬은 강합니다. 윤용태는 우승이 아니라 스타리그 '진출'을 몇년을 기다렸는지 모릅니다. 김준영은 MSL 진출하는 모습 한번을 못보고 보내줘야 했습니다. 기아는 우승하는 꼴 한 번 보려고 12년을 기다렸습니다.
솔직히 그들에 비하면 김명운을 기대하는 저의 마음은 어쩌면 훨씬 편안하고, 가능성 있는 기다림일지도 모릅니다.
스타리그는 분명 김명운에게 멘붕할 거리임에 충분합니다. 이 날 이후 연패를 하면서 부진할 가능성도 있습니다. 그렇지만 저는 그 정도는 하도 자주 보던 일이라 별 의미 없습니다. 오히려 김명운이 탈탈 털고 일어나면 저는 또 '김명운이 그래도 변했다!' 며 좋아라 하겠죠. 저는 아직도 윤용태가 우승할 수 있겠지 하는 생각도 하는 놈입니다. 쿰은 태워야 제맛이죠.
먼 훗날 한 시대의 웅진의 저그 에이스로 남을 김명운이 이제 다시 출발점에 섰습니다. 영원히 기다립니다. 오지 않을지도 모르지만, 그들이 오를 목표의 끝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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