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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12/07/11 00:00:11
Name To Be A Psychologist
Subject 나의 기억, 나의 스타크래프트
경기의 감격에 젖어 술 한잔 했더니 부득이하게 반말체로 작성합니다.

중학교 2학년때였을거다. 아마 브루드워가 발매한 그 때일거다.
당시 친구 중에 정말 게임에 소질이 있던 애가 있었다.
이후 얘기지만, 그 친구는 리듬게임 지역 대회에 나가서 노트북도 받아오고,
온게임넷에서 한 아머드코어3 대회에도 나가서 전파도 탔던 친구다.
암튼, 그 친구네에 놀러갔는데 브루드워가 깔려있었다.
친구가 해보라고 하면서 어떤 유닛을 가리키며 이번에 새로 추가된 유닛이라고 무조건 뽑으라고 했다.

그렇게 난

다크 아칸 200을 뽑고, 상대편 디바우어러를 마인드컨트롤하며 컴퓨터에게 발리는 것으로 스타크래프트 1 첫 경기를 마쳤다....
IMF 이후, PC방이 유행하던 시절.
친구들과 즐기던 것은

PC방에 놀러가 4:4(컴퓨터)상대로 무한맵 게임을 하는 것이었다.
패턴은 언제나 똑같았다.
프토 한명은 센터캐논을 하고 나머지는 적당히 하며
결국엔 캐리어+가디언 등 온갖 최종 유닛을 띄우며 초토화 시키기..

그렇게 게임을 같이 하던 친구들이
하나 둘 '유한 맵' 이란걸 한단다.
적응이 안됐는데.....뭔가 재밌었다.

그리고 그때 쯤, 처음 친구들 끼리 길드란걸 만들었다.

BMG...

아마 best manner guild 의 약자였을 거다.
내 첫 아이디는 SOMA 였는데.....친구들이랑 이제는 고등학교에 진학해 각자 진학한 학교의 친구들 중심으로 만들어진 길드였다.
길드에 누나 들도 몇명있었는데 다들 실력이 엄청났던 기억이 난다.

어느날 SBS를 틀었는데 KIGL 개막전이라고 중계를 한단다...그때까지만 해도 잘 몰랐다. 이게 뭔지..
그리고 또 어느날...ITV를 틀었는데...지금 프로리그의 전신이라고 할수있는 팀 대항전을 했다.
6개인가 8개팀인가 참가했던 걸로 기억하는데, 지금도 기억나는 팀은 몇개없다.
피아메일 SM
청오 SG

딱 이 두개기억난다.
그리고 또 기억나는건. 당시 게이머였던 김창선 게이머가 팀플에 출전했는데, 해설진들이 오오오오오 김창선 세계대회 입상자임
이러면서 엄청 띄워주다가...결국 상대편 팀플에 휘말려서 냅다 진 기억이 난다.
그렇게 간간히 방송을 챙겨보기 시작했다.

ITV 열전 게임챔프

이현주+이기석 진행에 스타크래프트, 피파, 에이지오브 엠파이어등 요일마다 번갈아가며 게임방송을 해줬던 프로다.
가끔 학교 컴퓨터 수업 시간에 선생님 몰래 친구들과 IPX로 게임을 하며 그렇게 스타는 내 일부분으로 들어왔다.

그러다가..언제였을까.....
고3이었을거다.
하루종일 학교에서 힘든 공부를 마치고 12시에 집에 들어와 온게임넷을 틀면.
낮에 한 스타리그 재방을 틀어주었다. 가끔 보다가..

어쩌다가 코카콜라 개인리그 결승을 라이브로 보게 되었다..
그리고..나는

스타리그에 반했다.

임요환 선수의 말도 안되는 플레이, 그에 맞서는 홍진호 선수의 폭풍. 라그나로크의 성큰 러시는 정말 아까웠다.
WCG란걸 한댄다.
우리나라 대표인 조정현 선수가 베르트랑이란 나로서는 듣보.....테란에게 핵을 맞고 탈락했을때 임요환 선수가 낙하산 드랍및 핵으로
복수하는걸 보고 정말 통쾌했었다.

그렇게 난 대학에 들어갔다.
대학에 들어가서도 스타리그는 내 삶의 일부분이었다.
2002 sky 결승전 당일 낮. 아마 시험기간이었을거다. 설레여서 공부가 안됐다. 그리고 그날.....본 경기는 정말..
그렇게 난 지금도 가장 좋아하는 프로게이머, 박정석 선수의 팬이 되었다.

그렇게 스타리그는 내 동반자가 되어갔다.

올림푸스 결승, 비프로스트의 불패신화가 무너질 찰나 12시 다리로 달려가는 마린메딕 한부대 반 가량의 병력으로 결국 지켜진 불패신화
패러독스라는 맵에서 말도 안되는 역전승을 보여줬던 임요환.
아방가르드에서 패스트 스카웃이라는 전략을 보여줬던 박동욱
아방가르드 전맵을 도망다니며 결국 승리한 임균태
토토전에서 다크커세어를 선보였던 강민...
강민의 기요틴 첫 패배를 안긴 차재욱의 조이기. 그리고 그걸 무브로 이동한 강민.
괴물의 공격유닛이 크립조차 못 밟은 그날...
광안리 그날... 김선기로부터 시작된 대 파란이 나도현의 승리로 이어지기까지...
so1......다크가 홍진호의 진영으로 달리던 그 순간...
조용호의 성큰 밭을 방1업 마린으로 뚫던 박성준
프로리그 결승전에서 조용호를 이기고 가만히 의자에 파묻혀 미소를 짓던 차재욱.
천재를 몰아붙이며 7전제에서 우승해버린 마술사.
마지막 폭풍을 몰아치던 홍진호
헤드셋을 쓰던 박정석...
알카노이드에서 광전사로 변하던 변형태
목장을 뚫고 나온 김준영
혁명을 보여줬던 김택용

그 모든 시간에 난 라이브로 그들의 경기를 지켜보았다.
그리곤 나이를 먹었다.
20대 후반...
....원치 않던 소식이 터져나왔지만, 나는 여전히 이판을 믿었다.
포기할수없었다.
우리들 하나하나가 모인게 이판이기에.

그렇게 30이 되었다. 나는 원치 않는데, 그들과 이별을 하란다.
.....어쩔수없겠지.........시장, 돈이 아니고서는 아무것도 안되는게 이 세상이니까.
혹시 이별의 기회조차 갖지 못하는건 아닌가? 하는 걱정만 들뿐.
다행히 기회는 있었다.
그리고 그 기회는 아직 끝나지 않았고...
그 순간마다....

가슴이 울컥하는 감정을 느낀다.
오늘도 다른 이별의 인사를 보며..

지금까지 스타를 보면서 눈물 난적은 없는데.
오늘은 처음으로 눈물이 났다.

고마웠다.

내 13년간을

친구로 있어줘서.

멋졌다. 이렇게 노력하는 그대들이.

누군가 나에게 20대에 받은 선물들을 꼽으라면...

그들의 경기를 지켜봤다는게, 그들의 노력을 보았다는게.
그 순간에 있었다는게.

정말 큰 선물이었다고.
자랑스레 말할 것 같다.

thank to

강도경 홍진호 김준영 이제동 박성준
변길섭 차재욱 나도현 임요환 변형태
박정석 전태규 오영종

이 게이머들은 내가 '정말' 좋아했던 게이머들이고...

and
모든 프로게이머들, 중계진, 관계자분들.....




아...결승전 생애 첫 오프란걸 뛰어보려했는데,
바로 그날 그 장소 옆 다른 공간에서...
직장이 참가하는 행사를 한다.....이게 무슨 운명의 장난인가.
심지어 방송도 못보잖아 이러면...
빠이빠이도 못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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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봐라
12/07/11 00:07
수정 아이콘
위에 나열하신 경기들 저도 라이브로 챙겨본게 많네요.
그중에 프로리그 결승전 마지막 경기 이후 의자에 앉아있던 차재욱 선수
이부분도 기억에 남는 장면중의 하나인것 같습니다.

마지막경기가 조용호 선수대 차재욱 선수였던걸로 기억하는데,
막강 KTF 상대로 마지막 까지 간 상태에서 차재욱선수가 우승하고 부스안에 남아 있던 모습은..
음 뭐랄까 여운이 많이 남았었어요.

정말 나의 20대에 추억중의 하나인 스타가 마지막이라니 아쉽네요.
영웅과몽상가
12/07/11 02:09
수정 아이콘
스타가 지는 것이 저에게 가슴아프네요 10년을 함께 했던 오랜 친구가 사라지다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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