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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12/06/06 09:50:05
Name 쪼꼬바
Subject 스타리그가 공식적으로 스타2리그로 바뀌는 군요.
안녕하세요. 피지알에 언제 글 썼는지도 기억 안나는 눈팅유저입니다.

오늘 스타리그가 스타2리그로 바뀐다고 공식적으로 발표가 되었네요. 사실, 모르는 분들은 없었겠죠.
오히려 스타2리그에 관한 발표라고 생각하던 분들을 허탈하게 만드는 발표였습니다.

그런데.. 공식 발표를 듣고 마음이 짠하네요. 알고는 있었지만 피부로 느끼질 못했나 봅니다.
저의 학창시절 끝자락부터, 온전한 20대와, 30대 초반까지 항상 스타리그는 저와 같이 있었거든요.
누가 우승하면 다음 시즌은 우승자 징크스를 깰 수 있을 것인지, 다음 시즌까지 엄청난 포스를 유지할 수 있을 건지 되게 궁금했었어요.

그런데 이제는 익숙한 스타1에 다음이 없군요.
마음이 허전하여 저랑 같은 추억을 공유할 사람이 있길 바라며.. 제 페이스북에 글을 올렸습니다. 그런데 역시나.. 없네요 흐흐
피지알에 글을 옮겨와 봅니다. 아쉬운 마음에 무거운 피지알 라이트 버튼을 누릅니다.

혹, 분란에 소지가 있는 부분이 있으면 댓글로 말씀해 주세요. 수정하겠습니다. 다만, 모든 표현은 애정으로 비롯된 것임을 밝힙니다.
페이스북글 시작하겠습니다. 편의상 존칭은 생략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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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ood Bye~ 스타리그!

1999년부터 시작된 스타리그가 이번시즌을 마지막으로 종료된단다. 다음 시즌부터는 종목을 바꿔서 스타2로 진행된다는구만.

어떤느낌이냐구?
...
첫사랑의 아련한 추억을 강제로 뺏기는 느낌... 절대로 과장이 아니다. 사실 더 심한 듯 하다.

1999년 기숙사에서 케이블TV를 볼 수 있는 곳은 식당아줌마들 쉬시는 쪽방이 유일했다. 점호가 끝난 뒤 몰래 기무지후이랑 현택이랑 숨어들어서 숨죽이며 99PKO를 시청했지. 그 땐 온겜넷도 개국 전이라 무려 투니버스에서 방송을 했음.

우리는 이기석의 삼각벙커에 심장이 뛰었고 최진우의 온리탱크러쉬에 전율을 느껐다.

그렇게 소꿉장난처럼 시작된 스타리그.



등짝
수달
사신

모두 피시방에서 라면을 먹으며 게임을 시작했던 그들이다. 누군가에겐 게임폐인이라고 손가락질 받기도 했지만, 신기하게도 그들의 게임엔 그들만의 스타일과 스토리가 있었다.

최강은 아니었지만 역대 최저승률로 우승을 한 박정석에게서 피투성이 영웅의 모습을 보았고,

홍진호와 최연성의 유보트혈전에서 홍진호의 땀냄새와 더불어 눈물도 느꼈다. 몇번째의 좌절인가.

패럴렐라인즈에서 몽상가의 환상적인 할루시네이션 리콜을 보며 나도 함께 꿈을 꾸는 듯 했다.
모두가 말도 안된다고..
그런 전략은 없다고 하지 않았던가.

돌이켜보면, 나의 20대는 스타와 함께했었다.
비록 나의 실제 스타실력은 형편없지만 그들의 게임에서,

화도 나고
우울하기도 하고
시샘을 느끼기도 하다가,
감동을 느꼈었다.

분명히 그랬다.

그랬던 내가,
어느순간 나이를 먹었다.
일도 하고 결혼도 해서 아들도 있다.
어느 덧, 그런 감동들은 나의 마음 한 쪽으로 밀려나 있었다.

요 근래 임이 은퇴하고, 콩이 은퇴하고, 증슥이도 은퇴했다.

마음은 그저 그랬다. 나도 일일히 게임을 챙겨보지 않는 라이트 팬이 되었었다. 게임게시판에 그들을 추억하는 글들이 일면 마음에 와닿지 않았다.

하지만 스타리그가 끝날 것이라고 생각해 본 적도 없다.
'민휘가 크면 용산에 직접가서 관람하면서 유닛들 설명해 줘야지.' 라는 생각은 어렴풋이 했다.
사실 요즘에도,
쇼파에 앉아 9개월 된 아들래미를 무릎에 앉혀놓고,
'테란 캐사기'라며 게임해설을 해주곤 했다 -_-;

그런데 오늘 마지막 스타리그라고 공식적으로 발표가 되니,

마음이 허하다. 예전 기억들이 오히려 더 살아난다.
정말 첫사랑의 감정과 비슷하지 않을까?

아니, 더 크다.
얘는 1999년부터 자그만치 14년째 사귀고 있잖아.
그런데 이제 지루하다고 헤어지자고 한다.
그런데 헤어질 수 밖에 없다.
이젠 예전 기억뿐이다.

이해가 잘 안된다고? 유치한 게임가지고 왜 이러냐고?

야구팬들 많으니 그 쪽으로 비유를 하지.
롯데자이언츠 프런트에서,
"야구는 돈이 안되니 사업을 접는다. 야구나 축구나 공 가지고 노는 건 똑같으니 앞으로는 부산 아이파크를 응원해 달라"

이제 강민호고 홍성흔이고 없다.
8888577이든 뭐든 모두 기억 저편으로만 남는거다.

뭐... 이런 상황인거다...

누군가 지금 나와 비슷한 마음 상태인 사람이 옆에 있다면, 맥주 한 캔하며 같이 추억을 나누고 싶다.
그런데 요즘 게임 보는 사람이 있나? 크
처남이면 얘기가 좀 통하겠네 크크

히밤... 맥주 한 캔 하고 자야......
자야..

아놔. 애 봐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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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TakesTwo
12/06/06 10:09
수정 아이콘
저 역시 iTV에서 했던 PKO부터 시작해서 투니버스 스타리그부터 지금까지 무려 14년이네요.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긴 시간을 스타리그와 함께 해온 사람입니다.
어제 재경기를 보면서 조마조마했는데 정말 Last Champion이라는 문구를 보니 울컥하더군요.
정말 많은 선수들을 응원하고 정말 많은 시간들을 그들의 경기를 보는데 썼었고
지금도 친구들과 가끔 팀플로 스타를 즐기고 있는데요.
왠지 모르게 마음 한켠이 착잡하네요.
안 그래도 오늘 아침에 여자친구한테 문자가 와서는 "스타리그 끝난다며??"
라고 하길래 끝나는게 아니라고 막 화를 냈습니다.
여자친구를 3년 넘게 만나는 동안 30살 다 되어가는 어른이 게임하는 거 본다고 뭐라하던 여자친구였는데.
저에게는 정말 큰 의미를 가진 스타리그라고 말해줄 걸 그랬나봅니다.

아무튼 제 반평생을 함께 해 온 친구를 이렇게 떠나보내는게 아직까지도 믿을 수가 없네요.
견성오도
12/06/06 10:19
수정 아이콘
스타1 리그가 지속되기를 바랐는데...
후원사가 없다면 성금 모집으로라도 도움이 되고 싶었습니다.
하지만 끝났네요
스타에 바쳤던 제 청춘은 아깝지 않습니다.
많은 추억과 감동을 준 스타리그
잘가.
사령이
12/06/06 10:26
수정 아이콘
어린시절의 추억이 사라져가는 느낌이 이런 기분이군요.
그냥 슬프네요. ㅠㅠ..
AttackDDang
12/06/06 11:29
수정 아이콘
시험기간이라 도서관에 있느라 못봤었는데 방금 휴대폰으로 기사를 접하고 바로 피지알 들어왔네요ㅠㅠ 눈물이 차오릅니다...다리에 힘이 풀려요..초등학교때 아버지께서 무슨 게임을 티비로 보기까지 하냐고 하셔서 그러면 제가 게임하도록 정해진 시간 차감하고 티비로 보겠다고 했던 약속부터 중학교시절 매일 학교를 마치고 학원을 갔다가 집에오면 12시에 그날의 경기 재방을 보곤했던일 vod가 유료라서 늦은밤 거실에서 소리를 틀고보면 가족들이 깰까봐 무거운 21인치 브라운관티비를 낑낑거리며 방에 들고가서 앉아서 보던 철없던 중학생때의 추억
첫 광안리 결승전 친구들과 함께 몰려가서 불량배들한테 붙잡혀서 모두 오천원씩 뺐겼던 기억 그날 제노스카이에 가장 특화된 선수라며 김현진선수를 7경에 배치한 주훈감독님 아오 발키리ㅠㅠㅠ내 T1.... 내 추억들 ㅠㅠ [m]
12/06/06 12:08
수정 아이콘
'게임'을 좋아하는 사람과 '스타'를 좋아하는 사람의 차이인가요, 사람마다 느끼는게 많이 다른가 보군요...

제게는 야구/축구의 비유보다 내가 좋아하던 헤비메탈 락커가 락 발라드를 부른다 정도의 변화 같았는데 스타와 스타2 사이에 차이를 크게 느끼시는 분이 많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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