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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04/05/24 15:36:29
Name lovehis
Subject
  Gallery Dahab과 미유의 압박에서 잠시 도망다니고 있는 작자가 오랜만에 쓴 단편
소설 입니다. 기괴한 이야기지만, 읽어봐 주시면 감사 드리겠습니다.

  -----------------------------------------------------------------------------------------------------------------

                                                        춤


  "이봐 음악이 들리지 않아? 들어봐."
  
  오랜 침묵을 깨고 그가 말했다. 난 그의 말에 따라 잠시 귀를 기울였다. 하지만, 내
귀에는 음악은커녕, 이곳 황무지가 들려주는 침묵과, 내 앞에서 불타고 있는 나무들의
비명소리 이상의 그 어떤 소리도 들려오지 않았다.

  "음악...무슨 음악? 난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는데..."
  
  그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고, 대신 그의 가늘고 기다란 손가락으로 박자를 타듯
의자 대신 앉아 있던 자그마한 바위를 가볍게 두드리고 있었다. 그리고, 다시 몇 년의
시간만큼 침묵의 시간이 지났다. 그는 다시 나를 바라보며 조금은 걱정스러운 얼굴로
말했다.

  "넌 들을 수 없는 거야?"

  무엇인가 내가 하지 못하는 것을 한다는 듯한 그의 표정과 목소리는 나에게 조금은
거슬렸지만, 난 담담하게 대답 하였다.
    
  "응"
  
  나의 대답에 그는 실망한 듯 잠시 나를 바라보더니, 무엇인가 결심한 듯 말했다.
    
  "그래... 어쩔 수 없지... 그럼 내가 보여 줄게."
  
  "뭐.... 보여줘?"
  
  "응... 내가 지금 듣고 있는 음악을 보여 줄게."
  
  음악을 보여준다... 난 그의 말을 이해 할 수 없었다, 어떻게 음악을 보여준다는 것
이지? 난 그의 정신의 안녕을 의심해야 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기 시작하였다.
내가 그런 생각을 하고 있을 때, 그는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나 나를 바라 보았다.
달빛과 모닥불 때문 이였을까? 그의 모습은 그전에 내가 알고 있던 그와는 조금은
다른 모습으로 나의 눈에 비쳐졌다.  그리고는 그가 춤을 추기 시작 하였다. 느린
리듬에 몸을 흐느적거리는 듯한 모습으로 시작한 그의 춤은 시간의 흐름과 함께
점차 열정적이고 비상식적인 움직임으로 변해가기 시작 했다. 그의 머리는 쉬지 않고
앞으로 뒤로 그리고 좌우로 움직였으며, 그의 팔과 다리는 사람이 생각할 수 있거나
생각 할 수 없는 방향으로 움직였다.  그의 춤은 그 비정상적인 움직임으로 인하여
조금은 흥미가 있을 수도 있었으나, 춤에 대해 관심이 없던 나에게는 그 동작들은
단지 무의미한 움직임 이였으며, 난 그의 움직임에서 피상적인 느낌 이상의 어떤
것도 느낄 수 없었다. 그리고 난 그가 보여준다던 음악은 단지 기괴한 움직임에
지나지 않는다고 생각을 했다.

  잠시 시간이 흐른 후 그는 그 기괴한 움직임을 멈추고 나에게 말했다.

  "이제 보여?"
  
  "어... 춤을 말하는 거구나. 응... 너 참 잘 춘다."

  "춤이 아니야... 너에게는 아직 안 보이는 구나."

  춤이 아니라고, 난 그의 말에 잠시 당황 하였다. 비록 지금 이곳은 인공적인 불빛을
전혀 느낄 수 없는 황무지 한 가운데지만, 그만큼 밝은 달빛과 수많은 별빛, 그리고
내 앞에 서 타오르는 모닥불의 불빛은 그의 움직임을 충분히 내 눈에 전달 할 수 있을
정도였다. 보이지 않는 다니... 그것은 있을 수 없는 일 이였다. 난 조금 의아스러운
목소리로 말했다.

  "아니, 잘 보여. 너의 움직임은... 여기는 그렇게 어둡지 않아."
  
  "그게 아니야... 눈으로 보는 것이 아니야. 너의 마음으로 날 바라 보아야만, 내가
  너에게 보여 주고 싶은 것을 볼 수 있어."
  
  "마음으로? 그게 무슨 의미야?'
  
  난 그의 말을 알아 들을 수 없었다. '마음으로 보아야만 볼 수 있다' 라니...
  
  "넌... 네가 가지고 있는 상식으로 날 바라볼 뿐이야. 넌 네가 보고 싶은 나의 모습을
  보고 있는 것 이라고. 내가 보여 주고 싶은 것은 네가 아직까지 경험해 보지 못한
  것이야. 그러니 너의 상식으로는 날 볼 수 없는 것이지. "
  
  '상식, 보고 싶은 모습... 경험해 보지 못한....' 난 문득 수줍은 바람이 날 스쳐 지나가는
것을 느꼈다. 밤의 다섯 딸 중 큰딸인 '혼란'이 바람을 통하여 지금 이 자리에서 장난을
치고 있는 것인지, 난 그의 말을 쉽게 이해 할 수 없었다. 단지 혼란스러웠다. 자주
들어 낯익은 목소리였지만, 지금 이순간 그의 목소리는 잔인할 정도로 매혹적 이였고,
내가 느끼는 혼란을 아는지 모르는지, 그는 매혹적인 목소리로 말을 이어갔다.

  "네가 가지고 있는 모든 것을 잠시 잊고, 날 바라봐. 내가 너에게 보여주고 싶은
  것을 보기 위해서는 넌 아무 생각할 필요 없는 거야. 그냥 현상을 바라보고, 네
  마음이 이끄는 대로 느끼면 되. 네가 네 인생을 걸쳐 정성스럽게 만든 그 진부한
  가치관은 지금 여기에서는 필요 없는 것이야. 넌 너무 많이 가지고 있어. 잠시 네가
  가진 것을 저 멀리 잊고 나를 바라봐. 나를 바라보면... 내가 보여주고 싶은 내가
  보일 꺼야."
  
  그 순간 난 또 한번의 바람이 내 옆을 지나갔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밤의 다섯
딸 중 둘째 딸인 '매혹'이 나를 지나친 것이다. 그의 목소리에서 난 피할 수 없는 어떤
힘을 느꼈고, 그의 말은 더 이상 나의 귀가에 들려오는 소리가 아닌 나의 마음속에서
느껴지는 울림 이였다. 그는 다시 춤을 추기 시작 하였다.

  난 그의 말처럼 그가 보여주는 것을 마음으로 보려 노력 하였다. 그의 움직임은
아까보다 몇 배는 기괴하고 강렬할 뿐 아니라, 마치 사냥을 하는 육식 동물처럼 눈에
보이지 않을 정도로 빠르게 움직이기 시작 하였다. 난 그런 그의 모습을 놓치지
않기 위하여 노력 하였고, 그런 노력 때문 이였는지 난 아무런 생각도 할 수 없어졌다.
그런 이유로 밤의 다섯 딸 중 셋째인 '감금'이 내가 가진 것 들을 내가 알지 못하는
내 마음속 어디엔가에 감금 시켰다는 것 조차 느끼지 못하였다. 또한 밤의 다섯 딸 중
넷째인 '은닉'이 그 동안 내가 알 수 없게 은닉시켜온 순수했단 그 무엇인가를 내게
가져다 주었다. 난 이제 춤추는 그의 모습을 마치 아이의 그것처럼 순수한 눈으로
바라 볼 수 있었다.

  자신의 소중한 딸들만 이 자리에 보낸 아버지의 염려로 몰래 다녀간 '밤'이 남기고간
환상 때문 이였을까? 순간 난 그가 두 명으로 보이기 시작 하였다... 아니 네 명... 아니
여덟 명... 아니.. 셀수 없을 정도로 많은 그가 내 눈앞에서 서로 다른 춤을 추고 있었다.

  이제 그는 Grrr, SamJang, HOT, Boxer, Garimto, Yellow, IntotheRain, Nada, Xellos,
Reach, Elky, Kingdom, Nal_rA, Chojja, Silent_Control, July_Zerg 등등의 수 많은
이름으로 그 자신만의 춤을 추고 있었다. 조금은 느린 춤, 조금은 빠른 춤, 혼자 흥에
겨워 추는 춤, 둘이 손잡고 추는 춤...  그 지나친 개성에 조금은 혼란스러울 수도 있
었지만, 그 모습은 왠지 질서 정연한 군무를 연상 시킬 정도로 완벽한 조화를 이루었고,
그런 개성 속의 조화는 나에게 감동을 주기 충분 하였다.

  난 숨도 쉴 수 없는 충격으로 그의 춤을 바라보았고, 일어나 같이 춤을 추고 싶었다.
하지만, 언제나처럼 내 몸은 무엇인가가 잡고 놓아주지 않는 무엇인가를 느끼고는
조용히 앉아 있을 수 밖에 없었다. 그 때 갑자기 그 중 어떤 그가 아니... 그 중 어떤
그들 이였을 지도 모르는 그가 춤을 멈추고 나에게 속삭였다.

  "이제 너도 보이는 구나."
  
  난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나랑 같이 춤출래?"
  
  그의 권유에 그렇게 오랫동안 나를 잡고 있던 무엇인가가 갑자기 사라지는 것을
느꼈다. 난 그의 손짓에 따라 가볍게 자리에서 일어 날 수 있었으며, 자리에서 일어
난다는 지금까지 수 천 번도 더 했던 동작이 주는 신비한 감동을 느낄수 있었다. 난
그만 아무도 모르게 내 가슴속에 묻어 놓았던 눈물을 보일 수 밖에 없었다. 그리고 난
이제 느꼈다. 밤의 다섯 딸 중 막내인 '꿈'이 그의 모습으로 나에게 다가 왔음을...


  -----------------------------------------------------------------------------------------------------------------

  우리가 잊고 있던 꿈을 현실로 만들어 주고 있는 모든 선수들에게 감사하는 마음을
전하고 싶습니다.

  -----------------------------------------------------------------------------------------------------------------

  나름대로  많은 의미를 숨겨 놓았다고 생각 합니다. 그 의미를 찾아 보시는 것도 재미
있을지도 모르겠지만... 재미 없다면... 에잉....


  "쪽지로 말해줘 이~~잉."
  
  그럼 이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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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라몬드
04/05/24 16:09
수정 아이콘
내 상식으로만 남을 보면 진정을 발견할 수 없다는 것인가요? 그렇겠네요! 마음을 비워야만 상대가 뭘 하는지 보다 객관적으로 판단하는 것이 겨우 가능할진데 하물며...

혼란 --> 매혹 --> 감금 --> 은닉 --> 꿈
시퀀스 맞추기가 조금 어렵군요. 갤러리 다합 압박합니다.

그리고 밤이 딸기딸딸기 아빠인 줄은 처음 알았습니다.
총알이 모자라.
04/05/24 16:18
수정 아이콘
나는 내가 경험한 것으로 이루어진 기억의 덩어리이다.
기억은 언제나 미화되거나 왜곡되거나 단절되거나 잊혀질수 있다.
그런 불완전한 기억으로 무엇인가를 판단 할 때 끊임없는 갈등은 필연적이다. 단지 보다 정제되고 다듬어진 기억을 가지려 하지 않는한 나는 온갖 오류로 점철된 기억만으로 세상을 바라보게 될 것이다.
04/05/24 16:33
수정 아이콘
그럼에도 불구하고... 삶이 따듯하다고?!
쉽게... 그저, 눈을 감고 맥박에 맞춰 리듬을 타는거야..............
본호라이즌
04/05/24 17:38
수정 아이콘
혼란 매혹 감금 은닉 꿈... 을 보니 즈믄누리가 생각나네요. 밤의 딸에 대한 설명은 원래 어디에 나오는 것인가요? 이영도 님의 창작인 줄 알고 있었는데 그것이 아닌 모양이네요...
세이시로
04/05/24 18:15
수정 아이콘
잊고 있던 꿈이 이루어지는걸 지켜보며 오늘도 가슴 한구석에서 뭔가가 움직입니다. 멋집니다.
사일런트Baby
04/05/24 18:35
수정 아이콘
아주 진지하다가,,끝쪽에는 유게 분위기로,,
초콜렛
04/05/24 19:05
수정 아이콘
예술과 스포츠의 공통점이 있다면 우리에게 감동을 준다는 것이죠.

Grrr, SamJang, HOT, Boxer, Garimto, Yellow, IntotheRain, Nada, Xellos, Reach, Elky, Kingdom, Nal_rA, Chojja, Silent_Control, July_Zerg
그들은 단순히 자신의 방식으로 게임을 하지만 꿈을 위해서 열정을 다하는 모습을 보면 저 자신도 잊고 있는 무언가가 생각납니다.
바로 내 심장을 미친듯이 두근거리게 했던 꿈이죠.

소설이 밤을 무대로 한 것처럼 프로게임의 무대는 저의 현실과는 상당히 거리가 있지만 충분히 매력적입니다.

저도 같은 느낌을 받는답니다. (헛다리 집었으면 대략 낭-_-패)
Return Of The N.ex.T
04/05/24 19:16
수정 아이콘
음..
몸치는 어쩌죠? -_-;
아케미
04/05/24 20:20
수정 아이콘
마음으로만 볼 수 있는 것이라… 어디선가 들려오는 노랫소리의 빛깔, 이름 없는 풀꽃들의 웃음, 뭐 그런 걸까요? ^^
조용히 드래그해 워드프로세서로 옮겨갑니다. 제 마음에 늘 무언가를 심어주고 가는 선수들이 새삼 고마워집니다.
…그건 그렇고, Gallery Dahab은 멀었나요? ㅠㅠ
피그베어
04/05/24 20:29
수정 아이콘
아케미님//
저번 어떤 글에선가 Gallery Dahab은 더이상 연재되지 않는다고 하신듯..
아케미
04/05/24 20:59
수정 아이콘
피그베어님//lovehis님이 분명히 제게 "쓰고 있지만 오래 걸릴 거다"라고 말씀하셨거든요^^; 실제로 그 일부분을 살짝 보기도 했습니다. 조금 보니 감질나서 더 기대되더군요. 흑흑.
남자이야기
04/05/25 09:28
수정 아이콘
기적의 챔프는 왜 거론조차 없습니까!!!
04/05/25 10:14
수정 아이콘
Dahab, 이유, CC, 주간 PGR 리뷰.... 정말... 저질러 놓은 일은 많이 있네요.....

역시 도망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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