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GR21.com
- 경험기, 프리뷰, 리뷰, 기록 분석, 패치 노트 등을 올리실 수 있습니다.
Date 2012/05/01 10:37:59
Name nickyo
Subject LOL, 새로운 E-스포츠의 붐을 위해.

LOL에 대해서는 아마 첫 글이지 싶습니다.
과거 마재윤이 조작을 하기 전, 엔투스 팀이 CJ의 스폰서를 받으며 조규남 감독님과 움직이는 프로토스 에이스 박영민과 테란 에이스 변형태. 그리고 신예 트로이카 3인방까지 스타를 열심히 봤었던 기억이 납니다. 택뱅리쌍의 시절, 그리고 그 이전 6룡의 시절. 그리고 그 이전의 4대본좌와 그 저항마들. 4대천왕과 황제. 그 사이의 많은 계보들. 스타는 말하자면 전국시대의 역사처럼 흥미로운 리그였습니다. 딱 그때까지, 이스포츠는 제게 아주 재미있는, 아니 정확히는 스타리그는 너무 매력적인 컨텐츠였습니다.


스타리그에서 멀어진건 간단합니다. 저그빠였던 저는 이제동과 김정우의 폼이 떨어지고, 이영호의 최강자 논란에 종지부를 찍는 경기력에. 그리고, 점점 옅어진 캐릭터와 스토리라인에.. 애정을 갖기가 힘들더군요. 개인적으로 2004년, 2007~8년까지를 최고의 스타리그 전성기라고 보고 있습니다.  임요환과 이윤열, T1과 KTF, 팬텍이 통신사 더비를 붙고. 그 와중에 강한 팀들 사이로 나타나는 스폰도 없는 팀들의 깜짝 돌풍 등... 개인리그면 개인리그. 팀별리그면 팀별리그 할 것 없이 참 매력적이었습니다. 그 매력의 중심에는, 명확한 '응원'이 가능한 관계도가 있었다고..생각합니다.


사실 저는 스타를 굉장히 못했습니다. 오죽하면 친구들끼리 스타하러가도 '깍두기' 혹은 '준 컴퓨터'대우였죠. 준 컴퓨터라는건, 컴퓨터만 못하다는 뜻입니다. 본진에서 가디언 뽑겠다고 9드론으로 꾸역꾸역 일하는게 저였거든요. 그런면에서 스타의 게임 내적 흐름이나 어떤 수싸움 같은건 잘 몰랐습니다. 저래도 되나 싶은게 많았고, 해설이 틀리든 말든 그런가보다 했지요. 제가 스타를 재밌게 느낄 수 있었던 건 외부적 요인 몇가지였습니다. 하나는 '팀'의 스토리에 대한 애정. (라면먹고도 우리가 최고임 GO!라든가.) 그리고 나머지 하나는 명확하게 적대시 하는 '선수'간의 관계도였죠.



임요환과 홍진호의 라이벌구도로 시작해서, 그건 T1과 KTF의 더비가되었고. 최연성을 무너뜨릴 투신의 등장부터, 가을만 되면 돌아오는 프로토스의 전설까지. 스타리그에는 너무나 명확한 대립구도와 스토리가 존재했습니다. 아주 클래식하지만 언제나 통용되는 단 하나의 플룻. '최강논쟁'과 '도전자의 스토리'는 정말 절묘하게 버무려졌지요. 최근 프로야구의 인기도 사실 이와 같다고 봅니다. 우리는 연고지가 있고, 아버지 손에 이끌린 역사도 있고, 그 회사의 이미지도 있죠. 그리고 그 내부적으로 팀의 역사나 선수의 역사에 한층 몰입해가며 '동일화'되어 갑니다. 곧 그것은, 내가 야구를 잘 알든 모르든 즐겁게 만들죠. 그리고 점점, 스타도, 야구도 알아가게됩니다. 애정이 생기니까요.




서론이 길었다면 드디어 LOL이야기입니다.

저는 이제 LOL을 4개월쯤 한것 같습니다. 크리스마스전후에 계정을 만들었죠. 다만 1월 말..정도까지는 별 플레이를 안했고, 만렙이 된 것도 3월말인가 4월 초입니다. 랭킹전 배치고사에서 1100대를 찍어나가서 재빨리 스톱하고 노말만 돌리고있죠. 어쨌거나, AOS는 LOL이전에 카오스를 많이 즐겼었습니다. 그때는 카오스리그같은것도 꽤 흥했었죠. 근데, 카오스를 많이 하는 저도 그 경기들을 안보게 됩니다. 명확한 스토리와 대립구도가 거기에는 희미했기 때문이죠. 재미가, 애정이 없었어요.



LOL을 보면 참 흥행하기 좋다는 생각을 합니다. 특히 한국에서는요. 우리나라에서 제일 잘 먹히는 요소는 '국가대항전'입니다. LOL은 그야말로 과거 스타로 부흥했던 '이스포츠 종주국'이 최근까지 약체였었죠. 그런데 챔피언스를 통해 소위 말하는 '김치팀'들이 선전하기 시작합니다. 사람들은 이윽고 명확한 스토리와 대립구조를 갖게 됩니다. 해외vs한국. 거기다 국내팀끼리는 기존의 선수 네임벨류가 겹치며 선수끼리의 대립구조가 벌어집니다. 그 사이에는, 게임 상에서 가끔 만나고 비슷한 랭킹에서 큐를 돌리던 사람들의 이야기도 따라붙지요. 마치 스타판 초기시절, 베틀넷에 누구가 숨은 강자더라. 누가 누구에게 졌더라. 하던것처럼...



물론 개인적으로, LOL은 스타에 비해 '다변적'이지만, '인과관계를 명확히 하기 어렵다'라는 특성을 지니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게임 내적으로, LOL은 '왜 이런 결과가 나왔는가'에 대해 명확한 인과관계를 설명하기는 어렵습니다. 스킬이 어떻게들어갔고 누가 포커싱을 무빙을 이런걸 다 잡아줄수는 없어요. 팀간의 응수타진은 변수가 많고, 그것은 스타에비해 '공수전환'이 명확하지 않습니다. 즉, 스타에서는 더블커맨드와 3해처리같은 빌드싸움부터 유닛의 상성까지 '가위바위보'싸움이 지속되고 그 사이에 전략이 스며들어 '가위로 바위를 이기기위한 전략'같은게 등장하죠. 그런 게임 내적인 '가위바위보'싸움. 명확한 계단식 게임흐름이 해설에 편의를 주고 '모르는 사람'도 재밌게하며, 새로운 전략에 대해 'WOW'를 외칠 수 있게 했거든요. 반면 LOL은 거시적으로 드래곤을 먹어서, 돈을 먹어서, 킬을 따서, 광역기가 잘 들어가서, 원딜을 잘 살려서 라고는 할 수 있지만 그 과정이 세밀하고 복잡합니다. 나비효과같죠. 그런건 '아는 사람에게는 보이는 재미'지만, 모르는사람에게는 정신이 없습니다. 그걸 해설이 살려줘야하지만 LOL은 모든 스포츠와 이스포츠를 합쳐서 해설하기가 가장 까다로울거에요. 교전의 스피드는 가장 빠르고, (축구나 야구나 농구나 스타 어느걸보아도) 정적인 순간에 이뤄지는 동작들이 어떤 나비효과를 가져오는지 명확하게 결정할 수 없기 때문이죠 '이럴것이다'라는 선택이 몇개만이 예상될 뿐..



그래서 더더욱 LOL은 스토리를 키워야 합니다. 선수의 실력과 팀간의 스토리도 그렇고. 앞으로 열리는 대기업 스폰과 선수이적. 해외팀과 국내팀의 명확한 대립관계와 도전자적 입장. EU와 NA. 전통의 명가 CLG와 전세계적으로 맹위를 떨치는 M5. 그리고 그 사이에 이스포츠의 '괴물'로 유명한 한국에서 튀어나온 나진, 팀오피, 제닉스스톰, MIG까지. 작게는 국내팀간의 대립. 랭킹큐에서 벌어졌던 일들이 소문이되며 퍼지는 선수의 캐릭터화. 그리고 선수간의 대립구도. '탑 포지션 최강논란' '막눈 판타지스타설' '더블리프트 베인은 개인패치를 받았다' 그리고, 누구라면 이길것이다. 누가 더 셀것이다. 챔프와 픽밴전략. 그리고 어제 CLG가 보여준 LOL의 새로운 '전략시뮬레이션'적인 측면. 챔프들의 특성을 살려 전황을 강제하고 '수싸움'에 이기는 것. (2경기 포킹진형 지옥도) 이런것들이 합쳐지면, 충분히 새로운 이스포츠 붐을 불러일으키지 않을까 싶습니다.



지금 LOL은 스타판 초기단계같습니다. 많은 젊은이들이 즐기고, 대립구도가 명확해지고, 재야 고수들이 속속 등장하고. 소문이 커지고 대립각이 나오고 캐릭터가 생기는. 그리고 이게 점점 '아는사람들'을 통한애정이생기고, 그것이 과거 스타판처럼 점점 캐릭터가 되어 '동일화'가 되면. 그리고 그 팀간 스토리가 진행되면. 비록 LOL의 단점으로 치부되는 각종 게임 내적 초반 지루함이나 only eu같은 상황이 있더라도 아마 지금보다 훨씬 더 매력적인 리그가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카오스리그처럼 사그러들기전에, 이제는 이 판에서 과거처럼 팬들의 자발적인 스토리메이킹이 아닌 그들이 먼저 스토리와 캐릭터를 만들어가는 노력을 보여야 하지 않나 싶습니다. 스타1 리그의 흥행 10년을 고스란히 옮겼으면 좋겠습니다.





통합규정 1.3 이용안내 인용

"Pgr은 '명문화된 삭제규정'이 반드시 필요하지 않은 분을 환영합니다.
법 없이도 사는 사람, 남에게 상처를 주지 않으면서 같이 이야기 나눌 수 있는 분이면 좋겠습니다."
12/05/01 10:47
수정 아이콘
스토리적인 부분은 개인이 아닌 팀이라서 더 힘들듯 합니다.
모리아스
12/05/01 10:53
수정 아이콘
흥행엔 나진이 제격인데..
플레이스타일 측면에서 분명 막눈 다이브는 흥행요소인데...왜 안 통하는 걸까
위원장
12/05/01 11:27
수정 아이콘
저는 아직도 카오스리그를 보고 있다는... CCB18은 기약없지만 대신 카오스온라인을 보고 있지요.
LOL은 몇번 보긴 봤는데 저에겐 보는 재미는 카오스보다 덜해서 안보게 되더라구요.
게임을 하면 보는 재미도 더 있을 것 같은데 지금 제가 게임을 할 수 없는 입장이라..ㅠ.ㅜ
근데 디아3는 왜 할 거 같지... 자제해야되는데... 어쨌든 LOL은 올해 말은 되야 제대로 볼 수 있을 것 같네요.
12/05/01 15:00
수정 아이콘
처음 LOL을 접했을때 튜토리얼 해보고 이걸 왜 사람들이 재밌다고 하는거지? 하면서 삭제했습니다.
그러다 우연히 방송경기로 접하게 된 뒤, 요즘은 빠져살고 있습니다.
저도 비슷한 시기에 시작해서인지 글 내용에 공감가는 부분이 많네요.
재밌게 잘 읽었습니다. 앞으로도 좋은 글 부탁드립니다.
다만, 하단 세 번째 줄의 olny를 only로 수정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목록 삭게로! 맨위로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추천
46962 AZUBU LOL The Champions Spring - 4강, MiG Frost vs Xenics Storm #1 [231] 키토6211 12/05/02 6211 1
46961 2012 HOT6 GSL Season 2 - Code S, 8강 1회차 [101] kimbilly4733 12/05/02 4733 0
46960 스2 프로리그와 GSTL이 따로 운영된다면, 어떤식으로 운영해야 할까요? [10] RPG Launcher4834 12/05/02 4834 0
46958 군단의 심장이 한국에서 성공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할까. [61] 피로링6700 12/05/02 6700 0
46957 온게임넷 스타리그 문호개방한다고 합니다!(예정) [44] 파라디소8766 12/05/02 8766 0
46956 노말 저렙게임에서도 eu스타일 요구하니 진짜 피곤하네요. [80] kdmwin7245 12/05/02 7245 0
46955 스타크래프트2 e스포츠 공동 비전 선포식 - "이제 모두가 함께 합니다!" [58] kimbilly12269 12/05/02 12269 0
46954 [lol]총상금 300만달라, 시즌2 월드챔피온쉽 일정발표 [39] 마빠이8754 12/05/02 8754 0
46953 최근 가장 핫한 LOL플레이어 [20] 뚫훓쀓꿿삟낅7853 12/05/02 7853 0
46952 NLB Spring - 4강 A조, 거품게임단 vs SemicolonS #2 [93] 키토6067 12/05/01 6067 0
46951 스타크래프트2 군단의 심장 올해 6월 ~ 7월 베타 테스트 실시 [21] RPG Launcher6335 12/05/01 6335 0
46950 NLB Spring - 4강 A조, 거품게임단 vs SemicolonS #1 [216] 키토5854 12/05/01 5854 0
46949 닭말의 심해탈출 (특별게스트 꼬마) [171] 아리온8867 12/05/01 8867 1
46948 LOL, 새로운 E-스포츠의 붐을 위해. [13] nickyo6961 12/05/01 6961 0
46947 2012년 4월 다섯째주 WP 랭킹 (2012.4.29 기준) [2] Davi4ever5315 12/05/01 5315 0
46946 철권 태그2 대회를 위한 가장 기본적인 태그2 시스템 소개 [25] dsfsdfdsf8807 12/04/30 8807 1
46943 LOL 나진팀의 부진 무엇이 문제인가? [38] 키토7462 12/04/30 7462 0
46942 프로리그 병행에 맞추어 스2를 처음 접하는 분들을 위한...스2 기초글 (4) [10] 캐리어가모함한다5534 12/04/30 5534 3
46941 LOL Battle Royal 2주차 NaJin vs CLG #3 [277] 키토5655 12/04/30 5655 0
46940 LOL Battle Royal 2주차 NaJin vs CLG #2 [216] 키토5076 12/04/30 5076 1
46939 LOL Battle Royal 2주차 NaJin vs CLG #1 [205] 키토6016 12/04/30 6016 0
46938 프로리그 병행에 맞추어 스2를 처음 접하는 분들을 위한...스2 기초글 (3) [17] 캐리어가모함한다7704 12/04/30 7704 3
46937 [lol] 게임을 하다가 셧다운제를 찬성하게 되었습니다 [42] Nitin Sawhney7454 12/04/30 7454 0
목록 이전 다음
댓글

+ : 최근 6시간내에 달린 댓글
+ : 최근 12시간내에 달린 댓글
맨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