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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04/05/22 13:38:38
Name ChRh열혈팬
Subject 차라리 안티이고 싶다.
고등학교 첫 시험이 끝나는데도 불구하고 더 바빠졌습니다. 대산 청소년 문학상에 소설도 보내야 하고, 학교 숙제(맞다, 학교에서 까먹고 도덕책을 안가져왔네-_-)도 많고, 학원 숙제의 양도 만만치 않고..
이런 저런일에 신경을 쓰다보니 정작 제 자신을 돌아볼 기회가 별로 없었습니다.
예전에도 그랬지만, 요즘도 틈틈히 제가 좋아하는 프로게이머들의 이름을 한번씩 곱씹어봅니다.

최인규..
강민..
주진철..
이주영..
마재윤..
이재훈..
김근백..

그리고는 그들에 대한 생각을 마음속에서 나름대로 정리를 합니다.
"이 선수는 물량은 좋은데, 컨트롤이 좀 별로인데."
"이 선수는 너무 컨트롤에만 치우치는건 아닐까?"
요즘들어서 이런 생각이 들때마다 가슴이 답답해집니다. 왜 내가 좋아하는 프로게이머들은 방송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지 못할까?(강민선수 제외^^) 왜 자신의 단점을 고치지 못하는걸까? 연습을 너무 소홀히 하는것인가? 그들이 방송경기에서 연전 연패를 할때마다 저기압이 형성됩니다.

네, 차라리 이럴때마다 안티이고 싶습니다. 그들에 대한 안티-팬 이고 싶습니다. 그들이 방송에서 보여준 게임들, 패배의 원인들을 마음놓고 비판할수 있게 말입니다.

아름다운안티님의 글에 제가 코맨트를 달았던것처럼, 안티에 대한 저의 생각은 "안티도 팬이다."입니다. 그들도 선수에 관심이 있기 때문에 그의 경기를 보고, 그의 안좋은 성적도 비판하고 그런것 아니겠습니까?
말을 길들일때에는 채찍만 후려갈겨도 안되고, 당근만 줘도 안됩니다. 채찍과 당근을 적절히 사용해야 하는겁니다. 프로게이머도 마찬가지라고 봅니다. 프로게이머에게는 그를 열렬히 응원하는 팬이 있습니다. 그 프로게이머가 패배하더라도 그의 팬들은 그를 격려하고 응원해줍니다.
"운이 안좋았어"
"다음에 더 잘하면 되지"..
패배해서 낙담한 프로게이머에게 이러한 격려는 자신감을 채울수 있는 원동력이 됩니다.
"그래, 난 할수 있어"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나를 좋아해주고 있는데, 나를 사랑해주고 있는데. 내가 포기해서야 되겠어?"
하지만 지나친 격려는 독이 될수 있습니다.
"그래, 내가 진건 위치가 안좋았을 뿐이야."
"난 잘했어. 다만 맵 밸런스가 너무 안맞았을 뿐이야."
프로게이머가 이런식으로 자신의 패배를 합리화 시키면, 그는 결코 발전하지 못할겁니다. 자신의 패배의 요인을 분석할수 없으니까요. 이러한 점을 채워주는것이 안티입니다. 팬들이 당근이라면, 안티들은 채찍이지요.
"잔 실수가 너무 많아요."
"상대의 멀티를 너무 나뒀습니다. 정찰 능력을 기르세요."
이런식의 프로게이머에 대한 비판과, 개선 방안을 제시하는, 그런 안티 말입니다.

하지만 요즘은 이런 안티들은 찾아보기 힘듭니다. 프로게이머들은 물론 가수, 배우, 스포츠 스타들의 대다수 안티들은 그들의 사소한것, 사생활까지 들먹이며 깎아내려 합니다. 이런 사람들을 안티라고 부를 수 있을까요? 결코 아닙니다. 그들은 스타에 대한 애정이 없으니까요.


저는 안티이고 싶습니다. 프로게이머의 잘못된 플레이를 지적할수 있는, 그러면서도 프로게이머를 진심으로 사랑하는, 그런 안티이고 싶습니다. 비록, 저는 저의 개인적인 감정때문에 이 소망이 이루어지지 않더라도, 이 글을 읽으시는 다른 분들은 팬이면서, 안티가 되보시는것은 어떨까요? 그를 격려하면서도 잘못된 점을 따끔히 지적해보시는것은 어떨까요? 저는 그것이 진정으로 프로게이머들을 사랑하는 길이라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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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전제일
04/05/22 13:41
수정 아이콘
현실적으로 그렇지 못한 분들이 너무 많아서..--;;;
외려 더 방어적인 반응을 하게되는게 아닌가 싶습니다.
어떤말이든 예의를 지키는것..그정도만 해도 큰 문제는 없을텐데요.
(무슨일이 있었습니까? 왜 글들이 죄다 팬의 정체성...혹은 안티와의 관계에 대한 말인가요.--;;)
Return Of The N.ex.T
04/05/22 15:21
수정 아이콘
에고.. 결국은 이런식의 자체정화.. 좋습니다..^^
이래서 PgR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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