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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12/03/21 01:03:07
Name Raight
Subject 이경민 vs 이영호(준PO 2차전 3세트) - 라면은 언제부터 끓고 있었나
저격능선을 보통의 맵과 비교했을 때 구분지을 수 있는 가장 큰 특징은 아무래도 센터의 수많은 능선. 세개, 혹은 네개의 능선을 넘어야지만 상대방의 본진에 도달할 수 있기에 테플전의 경우에 테란은 능선을 잡으면 토스에게 지옥을 맛보여줄 수 있고, 토스 또한 능선 위의 드라군 배치로 초중반 테란의 푸시를 상당히 무난하게 막아낼 수 있다.

경기에서 이경민은 원게이트에서 3드라 더블이라는 평범한 빌드를 사용하는데 이영호의 SCV 정찰을 허용한다. 아쉬운 컨트롤이었지만 큰 상관은 없다. 어차피 빌드 자체는 평범했으니까. 이영호는 왠일인지 팩토리를 먼저 올리고 커맨드센터를 건설한다. 그리고 3탱크 푸시. 일명 FDF.

FDF를 사용함에 있어서 이영호는 일꾼을 굉장히 타이트하게 생산해 타이밍을 끌어올렸다. 하지만 이경민의 선택은 빠른 트리플이나 테크가 아닌 더블 후 3게이트 옵드라. 이영호가 두번째 팩토리를 건설할 때 쯤 이경민의 세번째 게이트웨이는 이미 완성상태. 제대로 카운터 빌드를 선택했다.

이영호의 푸시로 인한, 이경민 쪽 능선에서의 전투는 경기시간 약 6분 40초에 이루어졌다. 인구수는 53:52로 프로토스가 단 1을 앞선 상황. 이영호는 탱크 두기와 마린, 그리고 벌쳐를 잃었고, 이경민은 드라군을 잃었다. 20초 간의 전투 후 인구수 상황은 53:37로 프로토스 우세.

이영호는 그 와중에도 두번에 걸쳐 세 기의 벌쳐를 이경민의 본진으로 난입하는데 성공한다. 벌쳐는 약 40초동안 이경민의 본진에서 활약했고 드라군 세기와 프로브 소수를 잡는다. 물론 테란에게 압도적으로 좋은 상황. 하지만 상황 종료 후 인구수는? 55:38 프로토스 우세.

한편 벌쳐가 거의 정리되던 무렵, 이영호는 이경민의 갓 생산된 셔틀을 목격하고 그를 방어하기 위해 본진 외곽에 터렛을 건설한다. 그러면서 앞마당에 커맨드 센터를 하나 더 건설하며 세번째 자원지역에 대한 욕심을 드러낸다. 팩토리도 두개 추가.

그 순간, 이경민은 아둔을 올리면서 3게이트를 꾸준히 돌려주고 생산한 셔틀에 2질럿을 태운 다음 이영호 쪽의 능선으로 향한다. 박태민 해설위원이 '이영호 라면 끓일 필요도 없어요' 라는 멘트를 날리던 순간의 인구수는 71:46 프로토스 우세.

세번째 넥서스의 늦은 건설을, 이경민은 병력의 움직임으로 만회한다. 딱 탱크 세기밖에 보유하고 있지 못했던 이영호는 완성된 센터를 배럭과 함께 바리케이트로 쓸 수 밖에 없었고, 마치 그 상황을 보고 있는 것처럼 이경민은 테란의 발을 한참동안이나 묶으면서 오히려 세번째 자원지역의 활성화를 테란보다 앞서 완료한다. 벌쳐의 난입에 대비한 파일런 건설까지 꼼꼼한 모습. 동시에 계속 3게이트만을 유지하면서 템플러 아카이브와 스타게이트까지 소환하고 있다.

경기시작 후 11분 10초, 이영호의 세번째 센터가 드디어 세 시에 안착했을 때, 이미 25초 전에 아홉시 멀티의 자원활성화와 6게이트 건설을 완료한 이경민은 포지에서 공격력 업그레이드와 아비터 생산까지 동시에 진행하고 있었다. 그리고 13게이트 소환 시작. 인구수 104:84 프로토스 우세.

1분 50초간의 휴전기간이 끝나고 맵 중앙지점에서 대규모 교전이 펼쳐질 때 프로토스는 2아칸을 포함한 공1업 질럿 드라군 병력과 함께 한기의 아비터를 가지고 있었다. 테란 역시 나름의 강한 병력을 구축하고 있었지만 앞선에서의 바리케이트 역할을 할 건물이 없다시피 했고 마인의 매설 또한 완벽하다고 보기는 힘든 상태였다. 생산기반 수 차이는 13게이트 vs 5팩토리. 인구수는 181:132 프로토스 우세. 더 이상 말이 필요한지?

이경민의 경우, 준비된 빌드(3드라 더블 후 3게이트 물량집중으로 FDF 방어, 트리플 후 물량폭발)를 굉장히 잘 소화했는데 인상적이었던 점은 가스활용의 극대화를 해냈다는 점이다. 겨우 투가스만을 가지고 아비터, 공1업, 13게이트 물량, 그리고 투아칸까지 생산했는데, 앞마당 생산 후 30초만에 어시밀레이터를 건설하는, 굉장히 빠른 투가스 타이밍이 만들어낸 조합 이었다.

경기 내에서는 긴장했는지 미숙한 컨트롤로 인해 드라군을 마인에 폭사시키는 모습을 자주 보여줬지만 큰 그림을 잘 그렸기 때문에 천하의 이영호 라 할지언정 원사이드하게 밀어버리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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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이 경기는 경기 자체보다는 해설에 대한 지적이 더 중요한 의미를 가질 듯 싶다. 시종일관 인구수를 20 이상 뒤쳐진 테란, 병력도, 생산시설도, 자원도, 업그레이드도, 테크도. 어느 하나 앞서지 못한 테란이 단지 이영호라는 이유 하나만으로 마치 게임을 전부 다 이긴 것처럼 취급받았다. 심지어 이경민의 셔틀 한기에(단 한번도 이영호의 본진에 들어가지 않았던) 터렛을 네기씩 지어버리는 모습을 보여줘도 해설들은 이영호의 꼼꼼함을 칭찬하기 여지 없었다.

물론, 이영호는 강하다. 하지만, 이영호도 인간이다. 좀 더 전문적인 눈을 지니고 있는 해설위원이라면, 상황에 좀 더 냉철한 시각을 가졌으면 한다.



라면은 처음부터 끓고 있었다. 쉬지 않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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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수르
12/03/21 01:16
수정 아이콘
좋은 분석글입니다.
저도 공감하는바도 많고요
이영호선수가 워낙 보여준게 많아서 해설진들이 그런 평가를 보여주는게 아닐까 싶습니다.
이번시즌 전적도 이경민선수까지 3번졌으니 말 다 했죠
그리고 제가 인정한 역대 최강자라고 생각하는 최연성을 일개 단기 포스로 만들어버린 장기적인 포스도요
그런 이영호를 속된말로 빠는 해설진들의 코멘트는 어찌보면 당연하다고 봅니다.
sHellfire
12/03/21 01:18
수정 아이콘
카운터빌드에 fd가 막히면서 라면은 끊고있었다는 얘기군요... 하지만 그 라면은 모조품이었죠.

진정한 이영호라면은 이영호라면?이 이영호라면!으로 바뀌는 순간에 완성되니까요.
스웨트
12/03/21 02:00
수정 아이콘
사실 예전부터 이영호 라면은 이건 말도 안되 이길수가 없어! 라고 하는 상황을 역전하면서 생겨난거라
8:2의 불리함을 메꾸는 경기를 보다가 6:4의 경기를 보니 이영호 라면인가 아닌가 하는거죠 뭐 허허

이건 뭐 제가 며칠전에 vs이성은 메두사 대혈전을 다시봐서 그러는거일지도 모릅니다.
vs이성은 메두사 혈전이랑 vs정명훈 빅파일4강 보면 이건 사람인가 싶어져서..
제일앞선
12/03/21 09:22
수정 아이콘
얼마전에 아프리카라는 곳에서 어느 전프로 bj가 선수들을 자기 나름대로 평가하는데 누군 뭐가 좋고 누군 뭐가 좋고
누군 그림을 잘그리는데 뭐는 좀 아쉽다 그런데 이영호 선수 얘기면 없는겁니다 그래서 누군가
이영호는 어떤가요? 하고 묻자 그사람을 강퇴하고나서 bj가 한마디 하더군요 "이영호는 말이 필요없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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