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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12/01/12 11:24:51
Name Lilliput
Subject 가스 입구 장인이 말하는 가스 입구
가스 입구는 베스핀 간헐천의 특성을 활용한 일종의 특수 길목입니다.


가스 입구 중에 가장 잘 알려진 것이 스타리그 공식맵 트로이에 쓰인 트로이식 가스 입구입니다. 중립 어시밀레이터가 사선 배치되어 있으며, 이를 모두 부수면 길목이 차단됩니다. 그리고 그 위에 가스 채취소를 건설할 수 없습니다. 어시밀레이터가 베스핀 간헐천보다 작다는 점, 특수 에디터가 선사한 스프라이트라는 신기술(중립 건물, 중립 에그 등을 밀리맵에서도 가능하게 함), 베스핀 가스의 왼쪽 상단 끄트머리에 이동 및 건설 불가능한 타일이 와야 가스 채취소를 다시 지을 수 없다는 것, 이 3가지가 모이자 트로이식 가스 입구가 등장했습니다.    




08-09년에 쓰인 스타리그 공식맵 Troy
제작자 : 김응서 (Earthattack)


맵 제작자들 사이에서 저는 ‘가스 입구 장인’으로 통했습니다. 뒤에 소개해드릴 두 가지 형태 역시 스타크래프트 내에서는 제가 처음으로 고안했다고 매우 추정되는(?) 것들입니다. 트로이식 가스 입구에 역시 도전을 했고, 프로토 타입 형태의 맵도 내놓았습니다. 하지만 어떻게 하면 베스핀 가스를 건설 불가능으로 만들 수 있는지 그 해답을 찾지 못했습니다. 그 해답은 제가 훈련소에서 구르고 있을 때쯤에 온게임넷 맵 제작팀이 발견하고 트로이라는 신개념 공식맵을 탄생시켰습니다.


가스 입구로 있던 길목을 끊을 수 있다면 그 반대도 가능합니다. 원래 없던 길목을 새로 만드는 형태이지요. 이런 가스 입구 형태를 제 맵 이름을 빌어 ‘큰 뱀식 가스 입구’라고 지칭합시다. 중립 건물로 길을 막는 것과 비슷한 효과를 낼 수 있지만, 종족마다 입구를 넓힐 수 있는 정도가 각각 다르며 (해당 종족의 과학력에 비례합니다), 뚫린 입구를 도로 막는 것이 쉽습니다. 제가 Play XP에 게제한 맵인 ‘구렁이 계곡’은 이 큰 뱀식 가스 입구를 테스트하기 위해 만든 맵을 리메이크한 것입니다.


나머지 형태의 가스 입구는 오직 일꾼만 통과할 수 있는 등대식 가스 입구입니다. 미네랄 벽과는 달리 이 입구는 영구적입니다. 지상맵보다는 섬맵과의 궁합이 좋습니다. 질레트배 스타리그 전에 열린 2차 맵 공모전에 제가 등대식 가스입구를 활용한 맵 Lighthouse를 출품했고, Top 10 안에 들었습니다. 지금 생각해보면 창의성을 중시하는 온게임넷의 성향과 맞물려 좋은 결과를 낼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맵 구성을 놓고 보면 Top 10에 들기엔 좀 약하거든요.




어느 새 만든 지 8년이 되어가는 할아버지 맵 Lighthouse
자기 자랑 하려니 부끄럽네요....


등대식 가스 입구에서 가장 중요한 점은 3종족이 모두 가스 입구를 활용할 수 있어야 한다는 점입니다. 그렇지 않다면 이 입구의 존재가치는 별로 없습니다. 테란이야 리파이너리를 지으면 이리저리 왔다갔다하기 때문에 알아서 잘 넘어갑니다. 프로토스 또한 파일런 밀치기할 공간을 만들어주면 그리 어렵지 않습니다. 문제는 저그입니다. 익스트랙터 건설 취소 후 내려오는 방향은 항상 아래입니다. 이를 원하는 방향대로 조절할 수 있어야 합니다.


힌트는 패러독스에서 얻었습니다. 1시 스타팅 가스 중 하나는 익스트랙터를 짓다가 취소하면 드론이 아래 방향이 아닌 오른쪽으로 빠져 미네랄 벽에 갇혀버리는 버그를 발견한 것입니다. 이 버그를 통해 드론이 가스 입구를 빠져가나는 방향을 조절할 수 있는 기술을 터득했고, 실제로 맵에 도입까지 해보았습니다. 때마침 맵 공모전이 열려 출품하여 좋은 결과까지 얻었습니다. 3위까지만 상금이 지급되어 돈은 못 받았지만요. 온게임넷의 섬맵 금지 조치가 섬맵을 좋아하는 어떤 잉여 청소년의 꼭지를 돌게 만들었고, 이 잉간은 어떻게 하면 섬맵을 재미있게 만들지 궁리하다가 트로이를 탄생한 계기를 마련한 것입니다. 아쉽게도 트로이만큼은 다른 분들의 공이 더 들어갔지만요. 3관왕 할 수 있었는데...


그렇다면 스타2에서도 가스 입구를 쓸 수 있을까요? 트로이식과 큰 뱀식은 불가입니다. 베스핀 가스보다 정제소, 제련소, 추출장 같은 건물이 더 큽니다. 스타2 에디터는 이동 경로 발자국을 조정해서 건물 충돌 범위를 넓히거나 줄일 수 있습니다만, 그렇게 되면 섬멸전 맵이 아닌 사용자 지정맵, 다시 말해 유즈맵이 됩니다. 군단의 심장에서 있는 길목을 막는 바위가 추가될 예정이지만, 게이머가 다시 뚫을 수 있기에 한시적입니다.


등대식 가스 입구 역시 스타2에서는 어려울 줄 알았습니다. 테란은 늘 문제가 없지만, 베스핀 간헐천의 크기가 3x3으로 바뀌면서 탐사정이 수정탑 밀치기로 넘기 어렵게 바뀌었습니다. 일벌레는 추출장을 지었다 취소하면 원래 진입한 방향으로 되돌아갑니다. 그런데 XP의 한 유저분이 불완전하게나마 이런 형태를 시도한 맵을 보고 자극을 받아 여러 형태를 시험해 봤습니다. 그런데 막상 해 보니 2시간도 되기 전에 답이 나와버렸습니다. 역시 썩어도 준치~ 이걸 비교적 늦게 공개한 이유는 스타2가 어떻게 하면 게임과 밸런스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을지 고민하는 데 며칠을 허비했기 때문입니다.


이 해답은 ‘등대식 가스입구’라는 이름으로 배틀넷 상에 공개되어 있습니다.
테란은 별다른 설명이 필요하지 않겠고, 프로토스와 저그의 스타2 등대식 가스 입구 통과법을 영상으로 첨부합니다.














아래 영상들은 이 가스 입구에서 자원을 채취하면 어떻게 되는지 실험해 본 것입니다. ‘일꾼이 가스에서 들어갔다 나올 때 들어온 자리로 돌아간다’는 성질은 일벌레가 추출장으로 변이하다가 취소할 때만 발휘되는 것은 아닌 것 같습니다.














그런데 이걸 활용한 공식맵을 과연 볼 수 있을까요? 제 생각엔 아예 볼 수 없거나 아주 먼 훗날이 될 것 같습니다. GSL이 대회 포맷 혁신과 팬들과의 피드백은 잘 하는 편입니다만, 공식맵 자체는 매우 안정적으로 만듭니다. 섬맵조차 공식맵으로 쓰인 적이 없는데, 등대식 가스 입구가 쓰인 맵이라뇨? 어림도 없습니다.


하지만 퓨전형 섬맵은 언젠가는 GSL에서 꼭 필요한 요소로 자리잡아야 합니다. 섬맵에 지상맵적 요소를 넣느냐, 아니면 지상맵에 섬맵적 요소를 넣느냐는 그리 중요하지 않습니다. 핵심은 공중 유닛의 활용성을 지상맵보다 다소 높이는 것입니다. 새로운 형태의 전장은 게이머들에게 새로운 전략을 요구하며, 팬들은 이 새로운 볼거리를 통해 리그에 관심을 유지할 수 있습니다. 온게임넷의 이런 노력은 스타크래프트가 지금까지 유지될 수 있었던 근간의 한 축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게다가 양대 방송사들의 경험을 참고한다면 GSL은 상대적으로 수월하게 괜찮은 퓨전형 맵을 만들어낼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퓨전형 섬맵을 비롯한 새로운 형태의 맵은 GSL에 숙명처럼 등장할 것입니다. 그 맵에 등대식 가스 입구가 들어갈 지의 여부는 여전히 미지수이지만요.


-p.s : 이걸로 저의 그닥 도움도 되지 않는 재능 기부를 마무리짓습니다. '어떻게 하면 게임이 재미있어질짜?' 라는 고민의 주어를 이제 '사회와 세상'으로 바꿔볼 생각입니다. 이제는 평범하게 게임을 즐기는 게이머로 돌아가고자 합니다. 별로 재미있지도 않은 자기 자랑 글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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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리는나의빛
12/01/12 11:32
수정 아이콘
신기하네요 근데 저그같은 경우 일꾼이 더 필요한게 흠이네요..
the hive
12/01/12 12:19
수정 아이콘
트로이의 첫 아이디어 고안자가 여기있었군요!
12/01/12 15:28
수정 아이콘
글쎄요. 회의적인게 애초에 스타크래프트2는 섬맵에 대한 고려가 전혀 없는 게임입니다. 애시당초 전체 맵 중에서 섬맵이 하나 밖에 없을 정도로요. 본문에 공중 유닛의 활용성을 높혀야 한다고 하셨는데 이유가 뭔지 궁금합니다.

만약 저 요소가 블리자드가 생각하기에도 괜찮다면 군단의 심장에 등장한 새로운 파괴물처럼 만들겁니다. 섬맵이 GSL에 등장하지 않는 이유는 그냥 애시당초 재미가 없기 때문입니다. 개발사조차 고려를 안 했을 정도로 밸런스가 불안정하고 그렇다고 재미가 있는 것도 아니니까요.
12/01/12 16:02
수정 아이콘
트로이 하면 공명토스 박영민 vs 김택용의 프프전 이 생각나네요

상대 병력을 유인한뒤 가둬버린닷!
오직니콜
12/01/12 16:13
수정 아이콘
반섬맵은 제가알기로 거의 대부분 흥행했을텐데... 왜안쓰는지모르겠네요
12/01/12 17:00
수정 아이콘
밸런스가 좀 안맞는부분이 많아서 그렇지 명경기 들이 많이 나왔던걸로 기억합니다. 특히 815같은 맵은 홍진호 김준영선수였나? 그 경기도 있고 트로이에서는 한동욱선수가 패스트 핵을 썼던 기억도 있네요
12/01/12 22:34
수정 아이콘
그때보단 지금이 훨씬 선택형 섬맵을 하기 좋은 상황입니다.
테란은 날리고 내리는것이 일상화되었으며. 대규모의 의료선운영이 일반적이 되었고.
이미 토스의 관문은 어디서든 소환이 가능해졌고, 저그는 점막이 없어도 땅굴망을 가동할수있습니다.

지상맵이 아닌 한정적인 섬맵이라면 공간을 극도로 활용하는 경기가 나올가능성이 높다고 봅니다.
예전 섬맵들의 단점인 일격으로 끝난다는것은 이미 스타2 게임자체가 해결해줘버렸으니..
마늘향기
12/01/13 08:34
수정 아이콘
섬맵류가 보통 루즈하고 재미없는데, 가끔 희한한 대박 명경기가 나오긴 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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