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미완성된 작품이기 때문일까요? 종족간 상성이 뒤바뀌는 것이 손바닥 뒤집듯 하네요.
바퀴 인구수 문제로 저징징이 대세였던 적이 그리 먼 과거의 일이 아니었습니다.
방업돌진광전사 + 집정관 체제의 미친 맷집으로 해불선을 씹어먹던 시대도 불과 두어달 전의 일입니다.
허나 한두달만에 감염충과 유령의 재발견으로 토스는 나락으로 나락으로…
감염충은 둘째 치고라도, 환류 및 폭풍 vs 저격 및 EMP 싸움에서 상대가 되지 않아 테프전은 7:3 ~ 7.5:2.5 까지 완벽히 무너졌으니 오죽하면 현역 프로토스 프로게이머가 “토스 때려 치시기 바랍니다”는 말까지 했겠습니까.
그런 의미에서 바로 지금 프로토스 진영의 대반격은 참 흥미롭습니다. 역시 프로는 프로네요.
테란 진영에도 훌륭한 빌드오더러(Buildorderor) 들이 많으면 많았지 적진 않겠지요. 지금 이순간에도 업토스에 대한 해법은 꾸준히 연구되고 있을 것이고, 수많은 후보들을 놓고 연습에 몰두하고 있을겁니다.
그와는 별개로, 스타를 사랑하고 즐기는 입장에서는 이에 대해 논의해보고 나름의 방향을 제시해보는 일련의 과정들이 게임 외적으로 느낄 수 있는 또 다른 재미가 아니겠습니까.
그간의 종족 상성이 뒤바뀌는 기전을 잘 살펴보면, 크게 네가지 ;
빌드조립 및 타이밍 / 조합의 변화 / 미묘한 운영의 변화 / 마법유닛의 재발견 ; 으로 볼 수 있습니다.
(스1과 다르게 조합의 변화가 포함되는 이유는 상성이 뚜렷한 스2의 특성임을 굳이 설명 안드려도 다 아시겠지요.)
하지만 “운영”이란 것은 변수도 워낙 많고, 프로들이 아닌 이상에야 글로 적어가며 논의하는건 다른 세가지 기전에 비해 상대적으로는 의미가 없다고 생각합니다.
아마도 프로들이 파고 있는 해법은 빌드, 타이밍, 운영의 변화일겁니다. “해불선유바” 자체의 뛰어난 스펙은 의심의 여지가 없으니 말이죠.
1. 빌드 조립 및 타이밍?
업토스의 1/1업 타이밍은 10분~11분, 2/2업 타이밍은 14~15분, 3/3업은 18분30초 이후입니다. (장현우선수와 정민수선수의 VOD) 가장 중요한 타이밍은 2/2업으로, 테란의 의료선이 4기 이상 갖춰지고 본격적으로 센터 교전이 이루어 지는 시기입니다. 이 타이밍까지 토스가 무난히 넘어간다면 자연스레 토스가 유리해지는, “이상한” 빌드가 현실로 나타났습니다.
(자세한 빌드는 한울님이 올려주셨네요.
https://pgr21.com/zboard4/zboard.php?id=free2&page=1&sn1=&divpage=8&sn=off&ss=on&sc=on&select_arrange=headnum&desc=asc&no=45615)
** 테란이 2공학을 일찍 돌리는 빌드가 아닌 다음에야 업그레이드는 크게 뒤처질 수 밖에 없으며, 따라서 테란 입장에서는 2/2업 타이밍 전, 1/1업 타이밍 전에 어떻게든 격차를 벌려 놓아야 업그레이드를 따라가며 후반을 바라볼 수 있다는 것이고
그나마 이 이론에 근접한 운영을 보여준 경기는 그제 한번 나왔었습니다.
(GSTL 플레이오프 4강 1경기 7세트 장현우 vs 김민혁
http://ch.gomtv.com/450/28554/451143)
김민혁선수는 반응로 더블 이후, 10분 20초경 토스의 1/1업 타이밍 전에 (장현우선수가 좀 섣불리 나간 경향이 없잖이 있었죠) 벌어진 센터교전에서 해불 산개를 통해 역장을 무력화시키고 불멸자가 포함된 병력을 잡아먹습니다. 이후 일방적으로 공세적 입장을 취했고, 탐사정도 갉아먹었으며 황금광물을 가져가며 매우 유리한 고지에 올라섭니다.
장현우선수가 2/2업 완료 직후 (15분~) 타이밍에 불멸자 2기, 거신 1기와 함께 제2멀티를 지키기 위해 진출한 병력이 해불선 + 유령을 압살하면서 경기는 토스쪽으로 넘어오게 됩니다. (넓게 펼쳐진 진영이었는데도, EMP도 잘 들어갔음에도, 거신이 쌓이지 않았음에도 말이죠.)
이 외에도 몇 가지 VOD를 계속 돌려보다가 업토스 빌드의 약간 특이한 점을 발견했습니다. 7분 30초경에 2제련소를 올리고 바로 공방업을 찍어주는데, 그전까지 가스 세이브를 해야 하기에 (관측선 및 불멸자가 2/2업까지 버티는 힘이므로 로공계열에는 가스를 아낄 수가 없습니다.) 게다가 2번째 가스가 늦습니다. (한울님 본문 참고)
그 가스를 최소한의 파수기 (이타이밍에 1~2기만으로 제한합니다.)로 세이브 하더군요. 이 빌드로 1/1/1을 어떻게 막는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추적자 비중을 늘리고 시증 불멸자로 어찌어찌 막을 수 있으니 들고 나왔겠지요. 아무튼, 이 빌드는 ‘철저히’ 더블 위주의 테란을 겨냥한 빌드입니다.
일단, 빌드 조립 측면에서는 2병영류에는 취약한 면이 있다고 보입니다. 다만 2병영임을 확인한다면 병력생산에 치중하여 (생산건물이 적은 빌드는 아니므로) 업을 늦추고 어찌어찌 막기야 하겠지요. 아니면 방송에 나오지 않은 다른 방안이 있던가요.
그러나, 2/2업 전에 어떻게든 이득을 봐야하는 테란입장에서는, (업토스 빌드가 1/1/1을 완벽히 파훼한다는 가정하에) 2병영 출발이 낫다는 생각입니다. (순전히 빌드상성만을 고려한 경우입니다.)
** 예전에 제가 만들었던 2병영 빌드가 있는데, 7분 35초(패치 고려) 경에 자극제가 완료되고 3불곰 8해병으로 찌를 수 있습니다. (1사신은 후방교란) 이 빌드든 마카류이든, 이 타이밍에 파수기를 줄여주는데 성공한다면 전체적인 토스의 그림이 1~2분가량 뒤처지게 됩니다. 하지만 테란도 멀티가 상대적으로 늦은 편이기에 이후 운영에서 어떤 그림이 그려질지는 확신은 없습니다. 요즘 제가 게임은 안하는 관계로...
(1) 10보급고 - 인구수 11/11에서 일꾼 생산 잠시 중단
(2) 미네랄 225까지 모아 병영 + 가스 동시 건설, 이후 일꾼 생산 재개 (이후로는 일꾼 쉬지 않습니다.)
(3) 14/19궤도 (보통은 15 궤도죠.)
(4) 1해병 -> 미네랄 150에 두 번째 병영 -> 궤도 완성 후 일꾼 생산 지속 (인구수 16/19)
(5) 첫 병영에 기술실 -> 사신, 충격탄 -> 두 번째 보급고 (두 번째 보급고를 지은 일꾼으로 끊임 없이 보급고를 추가해줍니다.)
(6) 두 번째 병영 반응로 부착
(7) 사신 이후 추가 1해병
(8) 충격탄 후 자극제
(9) 추가 1해병 생산 후 반응로가 완성되고, 이때부터 불곰과 해병을 1:2 비율로 생산합니다.
(10) 6해병 2불곰 진출하며 2해병 1불곰 추가생산, 이후 앞마당
** 1병영 더블로도 충분히 타이밍이 나옵니다. 그제 있었던
(GSTL 플레이오프 4강 1경기 9세트 장현우 vs 한이석
http://ch.gomtv.com/450/28554/451143)
이 경기에서, 이정훈식 1병 더블 이후 9분 30초경 2유령 동반한 찌르기 빌드가 나옵니다. 하지만 신의 한수였던 광자포! 때문에 어영부영 시간이 끌리고 1/1업 완성 및 쌓인 불멸자 때문에 결국 이도저도 아닌채로 2/2업 타이밍에 제압당했죠. 가스 세이브가 핵심인 업토스가 10분 타이밍을 넘기는 방법은 ‘광자포’가 아닐까 합니다. 하지만 이 타이밍에 한이석선수가 한번 들이밀어 봤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은 드네요.
** 테란의 빠른 2공학 빌드??
아직 본적도 없고 해본적도 없으며 어떤 의미가 있을지 감도 안옵니다. 하지만 시간을 당겨쓰는 토스 앞에서 큰 효율이 있을지는 의문입니다.
2. 조합의 변화
어제 경기 이후로 토르에 대한 얘기가 커뮤니티마다 약간씩 나오고는 있는데, 그놈의 토르 마나패치 때문에 실제로 쓰이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입니다.
** 그럼 조합 변화에 대한 내용을 하기 전에, 왜 업토스가 교전시에 해불선유바를 그렇게 압도적으로 녹이는지 살펴볼까요?
(GSTL 플레이오프 4강 1경기 6세트 정민수 vs 정지훈
http://ch.gomtv.com/450/28554/451375)
(GSTL 플레이오프 4강 1경기 9세트 장현우 vs 한이석
http://ch.gomtv.com/450/28554/451143)
이 두경기는, 2/2업 타이밍에 센터교전에서 토스가 승리하였고
(GSTL 플레이오프 4강 1경기 6세트 장현우 vs 한규종
http://ch.gomtv.com/450/28554/451143)
이 경기는 3/3업 200타이밍에 토스가 졌습니다. (물론 토스 본진에 광전사 및 추적자 몇기가 남아있긴 했습니다만)
차이가 뭘까요?
추적자가 바이킹을 녹이는 속도 vs 바이킹이 거신을 녹이는 속도입니다.
똑같이 업그레이드가 앞섬에도 이런 차이가 나온 이유는, 한규종 선수 상대로는 추적자 비중이 매우 낮았었습니다. 추적자는 어차피 의료선 힐을 받는 해불상대로는 화력이 미미합니다. 주 화력원은 거신과 불멸자, 탱커는 광전사와 집정관이지요. 여기서 추적자는 바이킹 및 의료선을 점사해서 끊어줘야하는데, 위 두경기에서는 그 컨이 비교적 이루어진 반면에, 한규종 선수 상대로는 추적자 비중도 낮았을뿐더러 바이킹 점사컨이 제대로 안되어 거신이 너무 빠르게 녹았습니다.
바이킹 공업은 할지언정 (요새는 그마저도 안하는 추세죠) 방업을 누르는 테란은 없고, 추적자의 미약한 중장갑 추뎀이나마 업그레이드 효율이 보태져 바이킹 및 의료선을 빠르게 녹일 수 있는 근간이 되는 것이죠.
그렇다고 추적자 비율을 마냥 늘리면 캐망의 지름길이니, 8기 가량이 가장 이상적입니다. (공2업 추적자가 8기면 바이킹이 한방)
** EMP를 두려워하지 않는 광추 + 집정.불멸.거신은 아무리 생각해도 조합면에서 해불선유바가 밀리는건 확실합니다. 유령이 10기 넘어가고 바이킹이 두줄 쌓이고 이러면 모르겠으나, 테란도 그런 물량을 그냥 갖추는건 아니니 말이죠.
일단 저는 토르의 사용을 긍정적으로 보고 있습니다. 해불선 이후에 화염차 토르 밤까마귀를 추가하는 식의 바카닉 -> 레이트메카닉 운영을 두어달 판적이 있었는데 (글도 한번 올렸었습니다.) 이걸 다시 글로 옮기게 될 줄은 몰랐네요.
출발이야 1병영 더블 이후 이정훈식 2유령 찌르기든 2병영류든 자유롭게 출발하되, 3병영을 기반으로 유령 소수로 이득을 보아 토스의 업을 늦춘 다음 2군수 및 2우공에서 화염차 토르 밤까 바이킹을 추가하는 식입니다. 대략 14~15분경 3토르 2밤까가 갖춰지지만 바이킹까지 추가하려면 어차피 2/2업 타이밍은 내줘야 합니다. 업그레이드는 전무합니다. (지옥불 제외)
타격포 업은 현실적으로 다시 쿨타임으로 돌아오기 전에는 큰 의미가 없다고 봅니다. 타격포 자체가 토르가 다수가 아닌 다음에야 스스로 셀프턴을 유발하는 스킬이기 때문에, 차라리 평타로 때리고 맷집을 대는게 더 낫다고 생각합니다.
그렇다면 토르의 역할은..?
해불 화염차가 더불어 광전사를 최단기간에 녹이는 동안의 맷집입니다. (특히 거신으로부터의 데미지) 앞서있는 광전사를 토르 뒤에서 무빙샷으로 빠르게 정리합니다. 해불이 거신의 작대기를 최소한으로 받아야 하고, 거신이 무리해서 앞으로 나온다면 달려들어 제거하면 되겠구요. 어느정도의 광전사가 정리되고 거신 수가 줄어 해불화염차가 달려들 동선이 생기면, 불멸자 집정관을 점사해서 잡아주고 추적자를 가장 마지막에 정리하여야 합니다.
3. 마법유닛의 재발견
해불선유바 vs 업토스와 비교하여, 화토해밤바(가스가 후달리기에 불곰 비중은 낮습니다.) vs 업토스는 토르 이외에도 유령대 밤까마귀의 차이가 존재합니다.
국지방어기의 지원을 받는 바이킹은 업그레이드에서 뒤처지더라도 무리 없이 거신을 먼저 제거할 수 있겠지요.
(자동포탑 한기로 광전사의 돌진 쿨을 뺏는 것도 꽤 괜찮은 효율을 보여줍니다.) 추적미사일이 어떻게 활용될지는 저도 안 써봐서 감이 안오네요.
4. 정리
- 어차피 업그레이드에서 뒤질 것이라면, 그 업그레이드를 무시하는 스킬과 메카닉 유닛을 조합하여 상대해보자 라는 것이 본문의 요지입니다.
- 업토스 빌드는 더블류 바이오닉 테란에 대한 비교적 훌륭한 파해법으로 보입니다.
- 업토스 빌드 특성상, 초반 파수기를 다수 보유할 수는 없기에 2병영류에 취약할 것이며, 이정훈식 2유령 찌르기도 분명 좋은 타이밍이라 보이는데 실제 방송경기에서 한이석선수가 안들어가는 바람에 실제로 어떻게 될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 토르가 거신데미지를 최대한 흡수하는 동안 화염차 및 해불로 광전사를 녹이고, 그동안 국지방어기로 추적자의 데미지를 흡수하며 바이킹이 거신을 녹이는데 성공한다면 교전에서 승리하는 그림이 나옵니다.
- 업토스는 불멸자의 비중이 높지는 않습니다. 2기로 중반을 안전히 넘긴 후 거신으로 넘어가기 때문에, 토르를 보고 불멸자 비중을 높이면 거신 비중이 낮아지게 됩니다.
- 환류에 대해 잠깐 언급하자면, 환류는 토르의 체력을 깎는다는 점에서 분명 장점일 수 있으나 그만큼 집정관 수가 줄어들며 (혹여나 폭풍업도 한다면) 폭풍의 숫자도 제한된다는 단점이 있습니다. 환류 한번으로 토르의 체력을 100 깎느니 (어차피 리페어 일꾼도 붙어 있을테니까요.) 차라리 집정관을 더 만들고 폭풍을 한번이라도 더 쓰는게 좋다는 것이 제 생각입니다.
제 경험상, 환류 때문에 토르를 못쓴다는건 동의하기 어렵습니다. 폭풍 안써줘서 얼마나 고맙던지.
- 불멸자 비중이 높아지면 해불이 맷집을 대면 됩니다.
- 분명 머지 않아 ‘해불선유바’ 만으로도 타이밍과 운영을 통한 테란 프로게이머들의 해법이 나오리라 생각합니다. 우리들은 프로도 아니고 초고수들의 그 미묘한 운영 차이를 예측하고 파악할 수는 없을테니, 토스의 기세가 오르는 동시에 스2판의 기세도 오르는 이 시점에서 많은 팬들이 직접 토론하고 의견을 내어보는 자리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에 글을 써봅니다.
p.s) 전 종족 통틀어 지대지 DPS 최강인 토르를 테란이 활용하지 않는건 죄악입니다!??
아악 공부해야하는데 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