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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
2003/12/27 02:45:20 |
Name |
글곰 |
Subject |
[경기분석] NHN 한게임 온게임넷 스타리그 2003/12/26 1경기 |
바로 아래에 잡담글을 썼는데, 잡담만 써서는 안 돼...라는 자책감에 경기 분석을 씁니다. 물론 날림공사식 글은 아닙니다.^^
2003년 12월 26일에 열린 온게임넷 스타리그 16강전 1경기. A조 박용욱 선수(P) 대 나도현 선수(T)의 경기입니다. 맵은 기요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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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시작과 동시에 맵 하단에 보이는 양 선수의 진영. 박용욱 선수 7시, 나도현 선수 5시.
엄재경 해설 위원이 서두를 꺼낸다. 보통 플토대 테란에서 거리가 멀면 멀수록 플토가 좋아하지만, 초반 악마적인 프로브 견재로 유명한 박용욱 선수는 그 반대라고. 그 말대로 초반 견재를 작정했는지 박용욱 선수는 연속해서 프로브 정찰을 내보낸다. 하나. 음 정찰가는군. 둘. 둘씩이나? 꼭 프로브 견재하겠다는 거네. 셋. 얼라리오?
무려 세 기의 프로브를 빼서 나도현 선수의 본진에 견재보내는 박용욱 선수. 게임을 길게 가져가지 않겠다는 의지인 듯했다.
반면 나도현 선수는 그럭저럭 평범한 위치에 배럭을 짓고 있었다. 옆마당 멀티 입구쪽에 배럭을 지어 그대로 플토 본진으로 날리는 플레이는 이 맵에서 종종 나왔던 플레이. 하지만 서플라이-배럭으로 입구를 막는 것이 프로토스 상대로 더 안전하지 않을까 생각하는 필자였다. 더군다나 위치도 7시인데.(입구 막은 후 마린도 본진 쪽으로 나오고, 건물 짓던 SCV도 프로브에 견재를 덜 당한다.)
마린이 나오기 전, 텅 빈 본진으로 난입한 프로브 3마리는 SCV의 자원 채취를 지속적으로 방해하나 SCV를 잡는 성과까지 거두진 못한다. 하지만 이미 본진 안을 본 박용욱 선수. 분명 두려운 생각이 덜컥 들었을 것이다.
'아니, 아직까지 가스가 올라가지 않아? 이건... 바카닉도 아닌 바이오닉? 아니야. SCV를 다수 동반한 치즈러쉬다!'
배럭에서 나온 마린 1마리에 프로브 3기를 모두 본진으로 회군시키는 박용욱 선수. 나도현 선수가 올리는 두번째 배럭은 보지도 않았건만 아예 확인할 필요도 없다고 생각한 것일까. 본진에는 벌써 두번째 게이트웨이가 올라가고 있다. 과연 훌륭한 대처.
그러나 나도현 선수도 이왕 뽑은 칼. 그대로 내려쳐 버린다. 2배럭에서 모은 마린 몇 기와 SCV다수를 이끌고 흡사 99배럭 BBS를 방불케 하는 치즈러쉬를 감행한다. 이 때 본진에 남아 일하던 SCV는 덜렁 3기. 그야말로 혼신의 힘을 다 한 러쉬였다.
여기서 박용욱 선수는 결정적인 실수를 해 버린다. 자신의 게이트웨이로 좁혀진 입구 쪽에 질럿을 배치해 둔 것. 4기 이상의 질럿이면 옆쪽으로 미리 빼 두거나 해서 위치를 잘 잡았을 때 분명 SCV를 피해 마린들만 잡을 수 있었건만, 그냥 본진 입구에 대기만 하고 있다 밀러오는 SCV들에게 길목을 내 주고 만다. 마린을 향해 달려갈 길을 완전 봉쇄한 채 용접기 따위를 들고 감히 질럿을 가로막는 SCV들. 비겁하게 그 뒤에 숨어 총이나 쏘고 있는 마린들. 하지만 이미 질럿들은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다. 날카로운 사이오닉 블래이드를 사용해 보지도 못하고 이리저리 허둥대다 하나씩 산화해 가고 만다. 그리고 마린들 근처에서 SCV한 기가 짓고 있는 벙커를 보았을 때, 프로토스의 사령관 박용욱 선수는 이미 패배를 예감했을 것이다. 늦게나마 프로브를 동원해 저항했지만 그 때는 이미 나도현 선수의 본진에서 충원된 마린들이 다수 모여 있었다.
그리고 완성되고야 만 벙커. 마린들은 벙커에 숨어 총만 내놓은 채 열심히 쏘아 댔고, 급기야 게이트웨이 하나가 파괴되고 만다. 그리고 마지막 저항으로 인해 얼마 남지 않은 프로브. 사령관의 판단만을 기다리고 있는 만신창이의 질럿. 박용욱 선수는 떨리는 손으로 GG를 선언한다.
나도현 선수가 처음부터 치즈 러쉬를 생각하고 있었는지, 아니면 정찰해서 대각선이 나오자 치즈러쉬를 감행했는지는 확실치 않다. 하지만 박용욱 선수의 3프로브 견재에 휘둘리지 않고 묵묵히 자신의 전술을 원하는 대로 진행시켜 나간 나도현 선수. 듬직하니 멋진 플레이였다. 박용욱 선수도 빠른 판단으로 두번째 게이트웨이를 소환한 것은 좋은 선택.
그러나 안타까운 것은, 박용욱 선수가 질럿을 세 마리 정도 미리 앞마당 입구 쪽에 빼 놓았으면 치즈러쉬를 막을 수도 있었다는 점이다. 뒤에서 달려드는 질럿 세 마리와 본진 쪽에서 생산된 질럿으로 양방에서 공격하면 마린이 질럿에게 뒤를 내 주고 치즈러쉬는 붕궤될 가능성이 있었건만, 박용욱 선수가 우직하게 정면에서 질럿만으로 막으려 했던 건 분명 큰 실수였다.
과연 온게임넷 스타리그의 징크스, 전 대회 우승자의 부진은 계속 이어질 것인가?
-글곰 이대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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