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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
2011/07/31 11:05:00 |
Name |
리콜한방 |
File #1 |
smudo_20110718_1000_1001878100320_1_V1.mp4_000364966.jpg (198.3 KB), Download : 16 |
Subject |
"엠겜무한도전, 화이팅!" |
'MBCGame은 나에게 무엇이었을까'
1.
MBCGame이 위기에 '정말로' 빠졌다는 말을 들은 나는 낮은 한숨과 함께 가슴이 턱 막히게 되었다.
오랜 시기 함께 해온 한 친구가 목숨이 달린 큰 수술을 앞두고 있다는 사실을 들었을때와 같을까.
내가 고등학생일때 시작한 KPGA 투어와 종족최강전부터 함께 해온 친구, 그 친구가 지금 숨을 헐떡이고 있다.
2.
그 친구가 나에게 주었던 건 많다.
먼저 길었던 내 수험생활에 작은 활력소가 되주었었다.
그 당시 내 유일한 쉬는 시간은 MSL을 하는 목요일 저녁이었다.
특히 우주MSL 패자 결승 4경기, 박정석 선수가 1시간이 넘는 대접전 끝에 조용호 선수를 멜스트롬으로 이기고
5경기 하드코어 질럿러쉬로 플토의 천적을 누르고 결승에 갔을 때의 그 눈물나던 감동.
물론 경기는 선수가 한 것이었지만 진정 내 맘에 꽂혔던 건 그 경기와 함께하던 김철민 캐스터와 김동준-이승원 해설의 멘트들이었다.
그저 하나의 게임에 불과하지만 그 경기와 멘트들은 내겐 왜 그리 의미가 있었을까.
나 역시 아무리 어려운 고비같은 수험생활도 승리로 장식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불어넣어줬기 때문이라 생각한다.
작은 가능성이라도 진정으로 노력하면 이뤄질 수 있다는 자신감.
그 친구가 나에게 또 준 건 '쓴 추억'도 있다.
'악마가 영웅의 심장을 빼앗았던' 경기가 있었던 날, 내 인생의 첫사랑에게 무참히 차였었다.
차인 후 터벅터벅 자취방으로 돌아와 PC를 키니
마침 목요일 저녁이었고, 마침 악마와 영웅이 경기를 하고 있었고, 마침 그 악마가 마인드 컨트롤로 영웅의 심장을 빼앗았었다.
지금도 정확한 날짜까지 기억하게 만들었던 그 경기.
허나 지금은 어른의 미소로 '그땐 그랬었지' 하는 추억을 만들어준 그 친구.
3.
2007년 김택용의 시대까지 뜨겁게 함께하던 그 친구와의 관계는 이후 조금씩 멀어지게 되었다.
다른 동네 잘 사는 친구와 비교되던 행색, 계속 실패하던 결승, 잦은 리그 룰 변경 등등
매주 목요일마다 만큼은 꼭 보게 되던 그 친구와의 만남은 줄어들고 특별한 일이 있을때나 만나는 사이가 되었다.
마치 사회에서 동창회, 다른 친구의 결혼식, 장례식에서만 만나는 것처럼.
특히 그 친구가 한 번 큰 행사를 치를 때 엄청난 실수를 한 적이 있다.
온풍기 사건이라는 웃지 못할 일을 저지르고 난 후, 그 친구에게 큰 실망감을 갖게 된 건 어쩔 수 없었다.
얼마나 준비를 제대로 안 했으면 저런 일이 벌어질 수 있을까 탄식을 하며 그 친구와의 관계는 더욱 약해져갔다.
하지만 그 관계를 절대 끊을 수 없게 만들었던 건 '정'이 되버린 애정, 그리고 스타무한도전 때문이었다.
그 친구는 MSL로 감동을 주기도 하였지만 스타무한도전으로 웃음을 주기도 했다.
그 안에는 매번 팀킬로 자신의 욕구를 채우지만 언제나 플레이를 이끌어 나가는 캐릭,
잘 하려고 노력은 하지만 언제나 까임을 당하는, 필자와 같은 처지에 있는 캐릭,
경기를 잘 하지 못하지만 번뜩이는 재치와 꼼수로 게임을 풀어나가고 깨알같은 유머를 주는 캐릭,
플레이도, 전략도, 유머도 모두 일정 이상 보여주는 중심, 곰 색깔의 캐릭,
마지막으로 아무리 진심으로 화를 내도 웃기는, 존재만으로도 웃음을 주는 캐릭터가 있다.
이 캐릭터들이 매주 유즈맵을 풀어나가는 모습은 그 어떤 예능 프로그램보다도 큰 즐거움을 주었다.
그래서 이번에 그 친구의 위기를 들었을 때 가장 안타까웠 것은 어쩌면 스타무한도전이 없어진다는 데 있었을지 모른다.
코미디 프로가 아닌데도 300회가 넘도록 내게 그토록 오랜 시간 웃음을 주었던 프로그램은 스타무한도전이 유일하기 때문이다.
4.
종족최강전-KPGA투어-팀리그-MSL-스타무한도전-테켄크래시로 이어지는 나와 그 친구와의 우정은
이제 '10년'이란 숫자를 맞이하게 되었다.
그 친구는 그동안 수없이 많은 작고 큰 위기들을 넘겨오며 나와 10년이라는 시간을 함께 했다.
그 시간들 중에 이 순간이 실질적으로 가장 큰 위기라는 사실은 변함이 없다.
지금은 정말 어렵고 힘든 기간이겠지만 이 시기만 잘 넘긴다면 그 친구는 또 무한한 가능성을 보여줄 수 있을 것이라 믿는다.
물론 이 시길 극복하는데 그 친구 혼자 하도록 방임하지 않을 것이고 그래서도 안 된다.
서두에 '큰 수술을 앞두고 있다'고 표현했는데,
그런 '환자'에게 가장 필요한 건, 할 수 있다는 용기를 주고 희망을 주는 일일 것이다.
그게 우정이라는 이름으로 내가 할 역할이다.
0.
스타무한도전이 매번 경기를 시작하기 전에 하는 멘트가 있다. 바로 '스타무한도전, 화이팅!'
여기서 '스타'를 'MBCGame'으로 바꾼 다면, 지금 이 시점에서 외치고 싶은 한 마디 말이 되지 않을까.
이것도 하나의 도전이라고 생각하고 함께 잘 클리어 해보자는 뜻이 되니까 말이다.
"MBCGame무한도전, 화이팅!!
P.S : 처음 이 글을 쓸 때 스타무한도전과 그 인물에 초점을 맞춰 글을 쓰려던 것 때문에
제가 정말 아끼는 엠겜 중계진 세 분에 대한 이야기가 매우 부족합니다.
세 분에 대한 애정은 다른 분들께서도 많이 적으셔서 따로 쓰지 않는 것이니 혹시나 서운해 마셨으면 해요...
우주 최강 해설 김동준 이승원 형님, Only one 겜스터 김철민 형님, 화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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