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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
2011/07/30 01:03:16 |
Name |
XellOsisM |
Subject |
MBC GAME과 함께 했던 추억들. |
어린 시절 TV를 켜보니 즐겨하던 게임이 나오고 있었습니다.
신기하기도 했고 게임으로 무슨 방송을 하냐며 어이없어 했던 기억도 납니다.
누구와 누가 경기를 하는지도 몰랐지만, 중계진의 열정적인 모습에 압도당해 조용히 시청했습니다.
이것이 첫 MBC GAME, 그리고 제가 이 판에 첫 발을 내딘 순간입니다.
폭풍처럼 흘러간 지난 밤에 잠을 청하기 위해 누워 내가 PGR에 어떻게 오게 되었을까?
라고 생각하면서 기억을 하나둘씩 더듬고 또 거슬러 올라가기에 이르렀습니다.
근 7-8년이라는 시간동안 함께 해왔던 방송이였습니다.
그때 그 시절, 스튜디오라고 부르기엔 초라한 컴퓨터 2대 딸랑 있던 그 곳.
노란색 빨간색, 지금 보기에는 촌스러워 보일만한 옷을 입고 마주 앉는 두 선수들.
지금은 보기 힘들 잔뜩 긴장한 중계진들.
그렇게 시작된 제 스타크래프트 시청의 추억들입니다.
너무나도 많은 기억과 추억들이 제 머릿속에 존재하겠지만,
이젠 그마저도 기를 쓰고 생각하지 않으면 떠올리기조차 버겁습니다.
그렇게 열정적으로 응원하던 이 판에 내가 언제부터 이렇게 애정이 식었나 하며 헛웃음이 나오기도 합니다.
아직도 기억합니다.
알록달록 색동옷 같은 유니폼을 입고 모니터를 뚫어져라 쳐다보던 수많은 선수들.
모두가 인정한 황제, 폭풍이라 불리던 선수.
앳된 얼굴이였지만 앞마당만 먹으면 수도 없이 많은 물량으로 모두를 압도한 선수. 그래서 조금 싫어했던 선수.
쉴새없이 휴지로 콧물을 닦아내며 경기에 몰두하던 꽃밭토스, 이름때문에 기억한 그 선수, 그리고 그가 정점에 오르던 그 날.
압도적인 물량, 미칠듯한 수비, 강한 인상, 절대자라 불려도 부족함이 없는 치터라고 불리던 선수.
본좌라고 불렸던 누군가로부터 혁명을 일으킨 선수.
택뱅리쌍의 시대.
그리고 지금까지...
해외에서 새벽같이 일어나 본방사수하게 만들었던,
오늘은 누가 올킬을 할 것인가 기대하게 만들던 팀리그 그리고 프로리그.
그 속에서 탄생한 수 많은 이야기들.
선수들의 닉네임만큼이나 치열하고 화려했던 플레이와 엄지손가락 치켜세워주고 싶던 연출.
하지만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몰락으로 슬픈 프라임이라고 불리던 워크래프트3 리그.
철권을 전혀 몰랐지만, 그저 보는 것만으로도 즐거웠던 텍켄크래쉬.
챙겨보진 않았지만, 볼때마다 소소하거나 빵빵 터트리는 웃음을 안겨줬던 스무도.
기타 모든 프로그램들.
지영훈선수가 헤드셋 거꾸로 써서 웃음을 참으려 애쓰던 중계진.
아크메이지! 아크메이지! 소리지르던 이현주캐스터.
우주에서 가장 중요한 전투라고 말하던 김동준해설.
아프실때 같이 아팠고, 돌아오실때 같이 기뻐했던 KCM캐스터.
언제나 차분하게 중계하던 이승원해설.
강민, 유대현, 임성춘, 한승엽, 정인호, 서경종해설까지.
이 오랜 시간동안 함께했던 모든 것들이 사라질 위기에 봉착하니 착잡한 마음이 듭니다.
기억을 거슬러 올라가면 갈수록 이렇게도 소중한 추억들을 안겨줬는데
정작 제 자신은 이렇게 앉아서 추억을 곱씹을수 밖에 없는 현실이 안타깝습니다.
어떻게 흘러가게 될지는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현실에 치여 조금씩 멀리했고 어느덧 관심밖에 두었던 이스포츠.
저 같은 사람때문에 지금의 일이 생긴게 아닐까하고 자책도 합니다.
힘이 없기에 그냥 지켜만 봐야 될지 모르지만...
또 조금 이기적이지만 끝이 아니기를 빌어봅니다.
"리콜~~~~~!!!!!!! 우와아아아~!!!!"
"마엘스트롬, 마엘스트롬. 사이오닉 스톰!!!!"
"여러분은 왜 프로토스를 시작하셨습니까?!!!"
"GG~!!!"
누군가에게는 애들 장난 같은 방송.
누군가에게는 삶의 활력소 같은 방송.
누군가에게는 모든 것인 방송.
..이였을거라고 생각합니다.
어떤일이 있어도 언제나 멀리서나마 응원합니다.
감사합니다.
<오타, 표현 등 잘못된 부분에 대한 지적은 언제나 환영합니다. >
PS) 겜게에 어떠한 글도 쓰지 않겠다고 다짐했는데 그럴수가 없네요. 부족한 필력으로 인해 몇 번이나 퇴고를 했지만 부끄럽습니다.
근 5년만에 써보네요. 이스포츠의 미래나 방향성 같은 주제도 좋지만, 그냥 엠겜이 준 추억들에 대해서 같이 이야기 해보고 싶었습니다.
아직 끝이 아닌데 끝인것 처럼 글을 써서 불쾌함을 드렸다면 죄송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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