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GSL 의 미남해설 안준영 해설님의 글입니다.
* 허락 하에 게재합니다.
* 원문 :
http://esports.gomtv.com/gsl/community/view.gom?mbid=1&msgid=16886&p=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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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란 대 테란전이 크게 변모하고 있습니다.
해병과 공성전차 위주로 상대의 모든 체제에 맞춰나가던 편한 왕도를 놓아두고
새로운 길을 위해 새로운 패턴을 위해 끊임없이 노력한 선수들의 땀과 열정이 빚은 결과이며,
그 모든 노력으로 인해 가장 눈에 띄게 변한 부분은
테란 대 테란이 '재미있어졌다.' 입니다.
1. 화염차 - 지옥으로 인도하는 불꽃
최근 테란 대 테란전에서 활용도가 가장 많이 증가한 유닛은 화염차입니다.
지옥불 조기 점화기 업그레이드가 끝난 화염차는 일꾼을 순식간에 녹일 수 있는 화력을 가지고 있으며,
애벌레 추가 생성도, 시간 증폭도 활용할 수 없는 테란의 입장에서는
(상대가 똑같이 지게로봇을 쓸 수 있는 동족 이기에) 일꾼 타격을 회복하는 것이 쉽지 않습니다.
화염차를 의료선 수송 또는 빈곳으로 강제 무빙시키는 방법을 통해
상대 일꾼 근처로 접근 시키는데만 성공하면, 화염차를 버리며 일꾼과 바꾸는 플레이를 해 줄 수 있고
그 플레이가 최근 테란 대 테란에서 강력하게 활용되고 있습니다.
과거, 지옥불 화염차가 주류로 쓰이지 않던 이유는
첫째, 아무리 큰 피해를 주어도 역으로 날아오는 밴시를 막기 어렵다.
둘째, 견제유닛으로는 훌륭하지만 주 화력으로 사용하기에 약하다. 인데요,
선수들의 수비 수준이 높아지고, 밴시 타격에 점점 익숙해짐에 따라
첫째 이유는 점점 그 존재 가치를 잃어버리고 있습니다.
둘째의 이유를 극복 할 수 있는 것은 새로운 체제의 탄생인데,
2번에서 이어가겠습니다.
2. 메카닉 - 전차 테란의 등장.
화염차를 견제용, 멧집용으로 적절히 활용하면서
공성전차를 어마어마한 수를 뽑아서 중앙 화력으로 사용하는 형태가 유행입니다.
과거 해병-공성전차 위주의 공성형 테란은
공성전차간의 팽팽한 포격전과 해병이 달려드는 백병전이 함께하는 형태였는데,
그 중 포격 능력을 극대화 시키고, 해병 백병전을 화염차로 받아주는 형태가
신 공성형 - 전차 테란의 형태입니다.
전차 테란의 후반 운영이 자리를 잡게 되면서 큰 변화를 준 것이 하나 있는데,
바로 극초반 빌드를 화염차 출발로 하기 편해졌다는 것입니다.
과거 해병-공성전차 위주의 정석 공성형 테란이 유행할 때는,
화염차 출발로 피해를 줬다고 해도 공성모드 연구, 전투 자극제 및 전투 방패 연구 등
추가 체제를 확립하는데 시간과 비용이 많이 들기 때문에,
상대의 역공에 매우 위험한 타이밍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지옥불 화염차 찌르기 이후에 좋은 타이밍에 공성모드 연구만 해주면
일단 필요한 모든 연구를 완료하게 되는 전차 테란이 가능해지면서
선 화염차 빌드의 후반 운영에 있어서 위험한 타이밍이 압도적으로 줄어들게 되었습니다.
3. 후반 운영의 또 다른 한 가지 - 공습형 테란
중후반 이후 공성전차 대치 국면에 접어들었을 때,
대치 전선에서 이득을 보거나 나아가서 상대의 전선을 무너트리기 위한 패턴 중 하나가 공습 테란 입니다.
바이킹으로 제공권을 완전히 확보한 가운데,
소수의 밴시로 상대방의 튀어나온 공성전차를 툭 툭 치면서 해병을 유인하여 잡는 형태입니다.
공습형 테란은 공성형 테란간의 대치국면을 타개하기 위해 처음 개발되었으나,
메카닉 형태의 전차 테란이 등장함에 따라, 공습형 테란이 또 한번 힘을 받게됩니다.
지대공 유닛을 완전 배제한 형태의 화염차-공성전차 메카닉 테란이,
상대에게 공대공 바이킹 교전에서 주도권을 내 줬을 경우,
단 한기의 밴시에 의해서도 전 지상병력이 회군을 해야 하는 상황이 나올 수 있습니다.
또한 공성전차의 느린 기동성과, 화염차의 대 중장갑 미약한 화력이라는 약점을 파고들어서
(제공권을 쥐고 있다는 가정 하에) 본진 불곰 드랍을 적극적으로 활용 할 경우
메카닉 테란은 심하게 휘둘릴 여지가 있습니다.
해병, 불곰, 화염차, 공성전차 등의 유닛간의 치열한 체제, 운영, 상성 싸움을 연구한 결과 끝에
결국 바이킹의 중요도가 압도적으로 올라가고 있다는 것이
테테전의 재미있는 아이러니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4. 감지탑의 재발견
최근 테란 대 테란의 대결에서 감지탑의 용도가 많이 달라지고 있습니다.
과거에는 의료선 견제를 막는 용도로서 쓰이는 것이 거의 유일한 용도였다면,
최근에는 공성전차 대치라인에 적극적으로 쓰이는 모습이 보입니다.
감지탑을 공성전차 라인에 지어두면, 상대방이 시야 싸움을 걸기 위해
공성전차들을 살짝 이동 시킬때, 이것을 감지탑으로 정확히 파악 할 수 있고,
이 타이밍에 스캐너 탐색을 통해 공성전차의 시야를 확보해 준다면
상대의 공성모드 딜레이 타이밍에 이득을 보는 교전을 할 수 있게됩니다.
기동형 테란 전성기 이후,
공성형 테란이 완전 자리 잡으면서 기동형 테란이 점점 사장되게 되고,
공성형의 장점을 극대화 하여 조합하는 전차 테란이 새로운 체제로 대두되고,
전차 테란에 대한 대항마로 기동형 테란이 슬슬 다시 모습을 보이면서
이 모든 진행과정에 의해 어느새인가 바이킹의 중요도가 압도적으로 올라가고,
그에 따른 위대한 연구 결과로
'바이킹 공대공 싸움에서 밀리거나, 바이킹을 배제했을 때 감지탑으로 대응하는법'
이라는 놀라운 노하우가 탄생하게 됩니다.
이상, 최근 테란대 테란전에 선수들의 노력으로 인하여 바뀐 여러가지 패턴들이었습니다.
이하, 오늘 있었던 멋진 테란 대 테란 경기들 리뷰 갑니다.
스포일러가 포함 되어 있으니, 경기를 보지 않으신분은 이하 내용은 읽지 마시길 바랍니다.
오늘 (6월 1일 수요일) 정종현 vs 김동주 / 김영진 vs 문성원 이라는
걸출한 테란들 간의 치열한 대결이 있었습니다.
SlayerS 팀 테란들이 메카닉에 관한 연구를 많이 해왔구나를 느낄 수 있었고,
이에 맞서서 김영진 선수의 메카닉도 수준급이라는 것을 확인 했습니다.
해병의 교전, 밴시의 컨트롤 등 일반적인 부분에서도 매우 높은 수준을 보여주는
멋진 경기들이었지만, 흔히 볼 수 없는 부부분들도 등장하여 놓칠 수 없는 경기였습니다.
1. 기동형 테란을 종결 시킨 정종현, 기동형을 다시 살려내다.
공성형 테란의 끝을 보여주면서 기동형 테란 시대의 종결을 선언했던 정종현 선수가,
메카닉 전차 테란에 대항하면서 기동형 테란의 끝을 다시 한번 보여줍니다.
첫번째 세트 듀얼사이트에서, 정종현 선수는 해병 불곰 위주의 병력의 기동성을 극대화 시키면서
넓게 자리한 공성전차들의 끄트머리 약점만 자르고 도망가는 플레이를 반복해줍니다.
많은 선수들이 공성전차 라인을 한번에 뚫어서 전멸시켜야 한다는 압박감에서 자유롭지 못한 편인데,
정종현 선수는 '해병 불곰은 의료선으로 체력 재생이 수월히 가능하다' 라는 점을 적극 활용,
일부의 병력만 잡고 빠져서 재정비 이후 다시 교전을 해주는 현명한 플레이를 해냅니다.
2. 메카닉만 준비해 온것이 아니다. 공습형으로 마침표를 찍은 김동주
젤나가 동굴의 교차 교전에서, 자칫 잘못하면 듀얼사이트의 경기 재판이 나올 여지도 있었습니다.
해병 불곰을 끊임없이 돌아다니면서 김동주 선수의 빈틈을 찾던 정종현,
이에 맞서서 김동주 선수는 공중 유닛으로 답을 내는데 성공합니다.
김동주 선수는 전차형으로 출발 했지만, 자원을 짜내어 공성전차만 뽑아내는데 그치지 않고,
적절한 타이밍에 바이킹을 확보해줌으로서, 알게 모르게 은근히 의료선을 제법 잡는 성과를 냅니다.
정종현 선수가 보여줬던 해병 불곰의 재생력이라는 가장 큰 무기를 원천봉쇄 하는데 성공하고,
이후 상대와의 교차공격에서 밴시를 좋은 타이밍에 생산해줌으로서
자신을 크게 위협할 수 있었던 불곰들을 '일방적으로', '순식간에' 제압해내는데 성공합니다.
3. 미래에 유용하게 쓸 수 있는것, 그리고 당장 필요한것 - 문성원
젤나가 요새에서 문성원 선수는 김영진 선수의 초중반 견제에 심하게 타격을 입으면서 불리한 출발을 합니다.
어찌어찌 피해를 복구하고 역공을 시도하는 과정에서 어느정도 불리함을 줄여준 문성원,
하지만 중앙 공성전차 대치라는 정면 대결이 그 앞을 기다립니다.
그 때, 문성원 선수는 바이킹을 생산하여 대공을 장악함으로서 시야 싸움을 거는 플레이를 해주지 않고,
감지탑을 이용한 시야 싸움을 시도하게 됩니다.
바이킹이란 유닛은 그 자체가 지상 화력에 직접적 도움을 주는 역할이 미비하기 때문에
'유리함을 굳힐 때', '팽팽하여 당장 밀리지 않는다는 판단이 들 때' 활용하는 유닛입니다.
문성원 선수는 그런 '굳히기' 유닛을 생산하는 것은 불리한 상황에 맞지 않다고 판단하여,
상대적으로 적은 자원으로 시야 확보에 도움을 줄 수 있는 감지탑을 적극적극적으로 활용하며,
우주공항에서 바이킹을 누르는 대신 의료선을 꾸준히 확보합니다.
바이킹은 뽑아두면 분명 미래에 도움으 되는 훌륭한 공대공 보조유닛입니다.
하지만 문성원에게 당장 필요한것은 미래가 아닌 현재.
당장 벌어진 격차를 좁히기 위한 견제 유닛이 필요했기에 의료선을 생산하여 상대를 흔들어주고
상대적으로 약할 수 있는 시야 싸움을 극복하기 위한 감지탑을 짓는 판단을 합니다.
우월하다 라고 표현하고 싶은 좋은 판단으로 문성원 선수는 암울해보이던 경기를 뒤집는데 성공합니다.
4. 자신의 약점을 정확하게 파악하다 - 김영진
십자포화 맵에서 김영진 선수가 구사한 메카닉도 상당한 수준급이었습니다.
문성원 선수의 운영에 밀려 압박감이 느껴지는 전선까지 몰렸음에도 불구하고
끊임없이 화염차 견제를 시도하면서 메인 병력인 공성전차를 모으는 플레이는 좋았습니다.
하지만 '해병이 지상에서 받쳐주고 있다' & '감시탑을 쥐고있다'
라는 든든한 보험이 있는 문성원 선수가
'밀리더라도 크게 상관없다' 는 생각으로 과감하게 바이킹대 바이킹 교전을 시도하고,
이 때 바이킹 교전에서 패하여, 대공 능력이 없어진 김영진 선수는 큰 위기에 처합니다.
상대의 밴시가 단 한기라도 생산되면 전략적 요충지에서 자신의 모든 공성전차를 후퇴시키며
확장기지를 눈뜨고 내줄 수 밖에 없는 상황의 김영진,
그 때 김영진 선수는 토르를 생산하는 판단력을 보여줍니다.
토르를 보유한 메카닉 테란은 한두기 정도의 밴시로 부터 공성전차를 거뜬히 지켜낼 수 있게됩니다.
그렇게 자신의 최대 약점을 바로 알고 보완해주는 훌륭한 플레이를 김영진 선수가 해줬으나,
하늘에서 떨어지는 불곰과 함께 밀려들어온 강력한 기동 병력들에
토르는 제대로 활약도 못해보고 생산 직후에 잡혀버리는 운명이 됩니다.
16강에서의 김동주 선수와 문성원 선수의 테테전 경기를 기대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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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테테전은 분명 깁니다. 게임내 시간으로 20분이 넘어가는 일도 잦죠.
하지만 게임이 길게 이어지더라도 테테전의 스피드는 점점 빨라지고 있습니다. 밀도가 높아졌다 해야 하나요.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이정훈 선수의 해병혁명,
http://ch.gomtv.com/427/28099/391490
그리고 변현우 선수의 업테란 컨셉,
http://ch.gomtv.com/450/28270/405432
그리고 김동주 선수의 견제플레이
http://ch.gomtv.com/450/28368/409695
이렇게 여러가지 방향에서의 테란의 발전이 이어지며
테란은 거점중심의 요새형 플레이를 고대 유산으로 치부하면서
서로의 속도를 극한까지 끌어올리는 테테전을 거쳐
이제는 그 다음단계인 '무언가' 에 진입했다고 봅니다.
글솜씨도 게임 보는 눈도 서툴러 그게 무엇인지 잘은 모르겠지만
오늘 2번의 테테전과
이 글이 얼마간의 실마리가 되었던것 같습니다.
* 그건 그렇고 슬레이어즈 테란은 정말 참 징합니다. 정말로.
쫀득함과 장쾌함이 공존하는 느낌입니다.
* 그리고 임재덕 선수는......아니 임재덕님은.....오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