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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11/05/28 20:21:04
Name 더미짱
Subject 최강자의 비애
이 글은 이제동 선수를 옹호하기 위한 글입니다.
하지만 김명운 선수의 승리를 깍아내리기 위함도 아니고 이제동 선수를 신격화하려는 의도도 없습니다.
다만 응원하고 싶은 글일 뿐입니다.


제가 중 2때 스타가 처음 나왔습니다.
처음엔 관심이 없다가 친구들이 전부 해서 시대에 뒤쳐지지 않기 위해서 스타를 배웠습니다.

중 3이 되었을 때 어느덧 학교에서 스타를 제일 잘한다는 아이와 대결을 해서 이겼습니다.
물론 그 때는 브루드워도 나오지 않았을 때라
무한맵에 써플배럭벙커로 입구막고 터렛두르고 빨리 배틀 한부대 뽑는 놈이 이기는 시절이었습니다.
그래도 저는 그 승리로 학교에서 스타최강자가 되었습니다.


제가 중 3 말때 브루드워가 나왔습니다.
고등학교에 올라가서 스타를 잘한다는 여러 아이들과 차례대로 승부를 겨루면서 차례로 승리를 거두고 저는 최강자의 반열에 올랐습니다.
(그때 즐겨쓰던 빌드가 초패스트 럴커였습니다.)
여러 아이들이 저에게 대항했지만 항상 한끗차로 저는 승리를 거두고 그 자리를 오래 지켜왔습니다.


대학교 입학 당시 저는 과내에서 최강자에 올라있었습니다.
그도 그럴 것이 제 위의 선배들은 스타를 익히는 시점에 입시에 시달렸기 때문이었죠.
따라서 스타를 어느 정도 익힌 저는 스타판의 황태자였고, 형들은 항상 팀플을 할때 저를 끼어놓고 싶어했습니다.
그리고 저는 그런 형들의 기대에 부응해서 2:1도, 3:1의 상황도 역전해내며 (그 안에서) 전설과 같은 경기를 만들어냈습니다.


********************************
저는 노는데 남들보다 지는게 싫어서 항상 소속해있는 집단에서 최고의 자리를 구가해왔습니다.
그런데 항상 저의 위치를 노리며 도전해오는 사람들이 있었습니다.
중학교 때는 스타를 가장 잘한다는 애를 이긴 이후로 학교의 유명인사가 되었고,
고등학교 때는 저한테 진 자칭학교 스타랭킹 전 1위의 도전을 매일 받아야 했고,
대학교 때는 거의 매일같이 선배들의 팀플 유희에 참가해서 그들의 승수를 챙겨주어야 했습니다.
군대에선 제가 저그 유저임을 이용해서 저를 꺽으려고 테란을 하는 아이가 계속 덤벼서 고생도 했었습니다.

왠놈의 자랑을 이리도 늘어놓는건지 불만이신거 이해합니다.
하지만 제가 하고 싶은 이야기는 지금부터입니다.


군대에서 약 1년간 스타를 못하고(제가 군대를 늦게가서 08년에 갔습니다.) 외박을 받아 스타를 하러 나갔는데,
후임이 테란으로 덤벼드는 것이었습니다.
가볍게 눌러줘야지라는 마음이 들면서도 마음 한켠에 불안함이 생기기 시작했습니다.
스타를 1년간 못한데다가 저보다 어린 후임인데다 저는 나이가 27살이라 손속이 이미 퇴화하기 시작한 시점이어서였죠.
더군다나 군대에서 서로의 실력은 확인하지 못한채 전적과 입스타로밖에는 서로의 실력을 확인할수밖에 없는 시점에선
제가 이길 수 있다는 자신감이 별로 들지 않았습니다.
결과는 3:0 저의 완승이었지만(마지막 경기는 심지어 퀸으로 커맨드센터를 3개나 먹으면서 관광을 했죠.),
저는 3경기 모두 같은 빌드를 쓸 수 밖에 없었습니다.
당시 마모씨가 사용하던 전형적인 3해처리 빌드(2해처리-스포닝-본진내 1해처리추가-레어-뮤탈+히덴-럴커-하이브-디파혹가디언-울트라)
였습니다. 중요한 것은 제가 그 빌드를 사용할 수밖에 없었던 이윤데, 솔직히 저는 두려웠습니다.
제가 우위라고 평가받는 시점에서 상대방이 초반빌드나 혹은 기습빌드를 쓰면 이길 자신이 없었습니다.
그래서 당시 가장 유행하면서도 안정적인 빌드를 가져다 쓸 수밖에 없었습니다.

이것은 몇가지 의미가 있는데, 첫째로 저는 이전까지는 제가 불리해도 구력(?? 당구용어긴 한데)으로 장기전 끌고 가면 이긴다는
자신이 있었지만 1년간의 공백이 이것을 깨어 놓았습니다.
둘째로, 그래서 확고한 승리에 대한 자신감이 사라졌고, 안정적인 빌드로 어떻게든 장기전으로 끌고가려 했습니다.
(어쩄든 장기전으로 가면 경험이란 측면이 중요하게 작용하니까요.)


이제동 선수가 처음 뮤짤을 들고 나왔을 때 정말 경악했습니다.
그 때 당시 테란은 알면서도 뮤짤에 경기가 끝나는 경기가 허다했습니다.
저그전 역시 마찬가지였죠. 기본적으로 저저전의 시스템이 9드론<12드론스포닝<12해포닝<9드론인데,
공포의 뮤컨은 1단계 후미에 처해도 경기를 역전하게 만들었죠.
그리고 이러한 자신감은 경기를 더욱 넓게 보는 시야를 가져다 주었고, 이제동 선수에게 무적의 저저전의 포스를 주었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뮤컨이 어느샌가 모든 선수의 전유물이 되고, 타종족입장에선 방어해낼 수 있는 시점이 되었을 때
이제동 선수는 슬럼프를 겪습니다.
그것이 작년 이영호선수와의 대결에서의 완패이고, 김윤환 선수와의 2009 아발론msl경기였다고 생각합니다.

그만의 컨트롤이 모든 선수에게 전유되고 타종족이 방어해낼 수 있는 인공지능을 키워냈을 때,
이제동 선수는 무너지지 않기 위해 부단히도 애를 썼습니다.
중요한 것은 컨트롤이 더이상 특화될 수 없을때 대신 무기로 삼은것이 무엇이냐인데,
저는 그것이 경험과 멀티테스킹, 그리고 하이테크 유닛에 대한 파악이라고 생각합니다.

데뷔시절부터 주목받던 손속과 큰 대회에서의 여러 경험은 어떤상황에서도 당황하지 않고 침착하게 대처하며
힘든 상황을 역전해내게 만들었으며,
저그 유닛에 대한 기본적인 높은 이해력이 남들보다 우수했기에 이전의 전투중심에서 운영중심의 경기방향으로 전환해내는데 성공했습니다.


하지만,
스타판이 새로운 인물이 수혈되기보단 기존의 선수들이 계속 업그레이드되는 방식으로의 전환이 계속되면서
경험이라는 특수성과 멀티테스킹, 그리고 저그유닛에 대한 이해도라는 특수한 우위를 점차 사라지게 만들었습니다.
이러한 상황은 그나마 타종족전에서는 아직 유효했지만,
오히려 동족전인 저저전에서는 불안요소로 자리잡게 되었습니다.

특히 뮤컨이 평준화된 시점에서 저저전의 포인트는 다시금 위에서 언급한 빌드싸움으로 되돌아갈 수밖에 없었고,
이제동 선수를 최강자로 인정하는 분위기에서 타 선수들은 파격적인 빌드로 맞서는 경향으로 나아갔습니다.
(이를테면 저저전에서는 12앞마당, 저테전에서는 노배럭 더블, 저프전에서는 포지더블넥 혹은 파일런 더블넥 등으로요.)
만약 이제동 선수가 09년만 되었어도 가장 정석인 빌드를 택했어도 불리해도 장기전 가면 이긴다는 마인드가 작동했을 것입니다.
하지만 선수들의 수준이 평준화된 시점에서 이제동 선수는 빌드에서 우위에 서야 한다는 압박감에 시달린 것 같습니다.

실제로 보면 이제동 선수는 타 저그 선수들에 비해 9드론 스포닝풀을 택하는 경우가 상당히 많습니다.
(통계로 내보진 않았지만, 제가 느끼기에 체감상으로는 확실히 그랬습니다. 그리고 오히려 이영호 선수라든지 상대적으로 네임밸류가
높은 선수들과 할때 빌드선택의 선택폭이 훨씬 높다고 느껴졌습니다.)
이는 자신을 이기기위해 무리수를 두는 멀티지향이나 혹은 깜짝 전략(센터게이트나 배럭 빌드)을 잡아내기 위한
어쩔수 없는 고육지책으로 보이는데, 그나마 타 종족전에서는 9드론 스포닝풀이 이익을 못보더라도 개개 유닛의 활용을
극대화해서 곧잘 이겨냈습니다.

하지만 이는 저저전에서는 잘 통하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김명운 선수와의 대결에서 오히려 역으로 이제동선수가 4경기 연속 12앞마당이라는 같은 빌드를 내밀며
평소에 자신이 9드론빌드를 적극 사용하는 것을 역으로 이용해서 상대가 12스포닝을 선택하기 바랬던 노림수를 썼던 것 같습니다.
이는 제가 후임을 상대로 안정적인 빌드를 쓸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우위자의 입장(9드론 스포닝풀을 쓸것이라는)을 이용해서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빌드(12드론 스포닝)를 쓰려는 입장을 역 이용해서 더 나은 빌드(12앞마당)를 선택한 것으로 보입니다.

결과적으로 이제동 선수는 완패를 했습니다.
김명운 선수나 김민철 선수가 이제동선수의 심리적 상황을 어느정도까지 예상하고 그런 빌드를 냈는지는 정확하지 않습니다.
그리고 이제동 선수가 정말 저의 심리대로 움직였는지도 확실치 않습니다.


하지만 마지막으로 변호를 해보자면,
빼앗으려는 자와 지키는 자는 입장이 다르다는 것.
빼앗으려는 자는 어떤 수단을 써서든 빼앗으면 칭찬받지만, 지키는 자는 그 어떠한 수단이 오던지 간에 방어해야하기에
안정지향성을 띌수 밖에 없다는 점(물론 이것은 압도적인 실력차가 있는 시점-09년-에선 성립되지 않습니다.).
그리고 이-안정지향성-를 둘러싼 심리싸움에서 웅진 저그가 완승을 거두었다는 점입니다.

누구 말마따라 6회 연속 4강에 올라도 슬럼프라는 말을 들어야 하는 최강자의 입장이 사고를 갇히게 만들고,
극단적인 방향으로 나아가게 했다고 믿고 싶습니다.



그리고 그것은 역으로 아직 이제동 선수의 실력이 딸려서 패배한 것은 아니라는 증거가 된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저는 아직도 이제동 선수의 우승을 굳건히 믿습니다.
하나, 둘, 셋, 이제동 화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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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필리아
11/05/28 20:30
수정 아이콘
본문에 언급하신 이영호 선수에게 완패한 것과 김윤환 선수와의 09 아발론 msl 경기..
모두 4강 이상의 경기 아니였나요. 거기서 패했다고 해서 슬럼프..라고 할 것 까지 있나요 ;;

글의 요지에 대해서는 공감합니다. 특히, 지키려는 자와 빼앗으려는 자의 입장이 다르다는 것 특히 공감되네요.
너구리매니아
11/05/28 20:32
수정 아이콘
엄청난 스덕후의 포스가 느껴지는 글입니다~ 잘 읽었습니다.

하나, 둘, 셋, 이제동 화이팅!! (2)
3rD oFFicer
11/05/28 20:55
수정 아이콘
저는 골수까지 이제동빠입니다
이제동 선수가 지고나서 자책하는게 보기 싫어서 이번 김명운 선수와의 경기도 보지 않았어요..
이런경우가 한두번도 아니고...언제 그랬냐는 듯이 다시 뛰어난 경기력을 보여줄것을 의심치 않습니다
Han승연
11/05/28 20:57
수정 아이콘
이제동이라면 언제그랬냐는듯 다시 최고의 모습을 보여줄꺼라 믿습니다!
11/05/28 21:03
수정 아이콘
여담이지만 이제동선수가 뮤짤들고 털때보다 투신이 뮤짤털때 더 경악을 ....
sHellfire
11/05/28 21:36
수정 아이콘
이제동선수가 예전만해도 빌드가 불리해도 저그전에서 곧잘 역전승을 거두곤 했는데 이젠 더이상 압도적인 피지컬에만 기대하긴 힘든 상황이 됬군요.
왠지 이제동선수가 다시한번 저그전을 연마해서 개인리그에서 패배한 선수들에게 복수할 날이 올것같군요.
bisushield
11/05/29 09:26
수정 아이콘
맵의 영향인거 같은데요 4인용맵이 많아서

몬테는 구드론이 안좋다고 하고 이제동 입장에선 김명운은 구드론을 안하는 선수 설사 구드론을 한다해도 4인용이라 막을 자신이 있다 이렇게 생각 한거 같아요

개인적으로 안정적으로 할꺼였음 4연12풀을 했어야 맞다고 보고요 4연12앞은 승부수 였죠
iDea2ideA
11/05/30 12:30
수정 아이콘
좋은 글이네요~ 추천합니다! 저도 비슷한;; 경험을 해본 입장에서 공감가게 잘 써주셨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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