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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11/05/26 21:26:54
Name 王天君
Subject 멘탈 알지도 못하는 놈들아, 네들이 결승 가볼래?
이 선수를 응원하게 된 계기는 의외로 시시하다. 토스와 테란 상대로 엄청난 플레이에 반한 것도 있지만, 이 정도의 실력을 가지고 프로리그나 개인리그에서 영 신통치 않은 결과만 보이니 팬심에 대한 고집이 생겼던 것이다. 얼굴도 이쁘고 노래도 잘 하는데 어째 뜨질 않는 아이돌 소속사의 사장님 같은 기분이라고 할까? 두고 봐라, 이 놈 반드시 뜬다, 하고 세상 에 도전장을 내미는 기분으로 경기를 열심히도 봤다. 퀸이라는 생뚱맞은 유닛을 들고 와서 기상천외한 플레이를 하는 그의 경기에는 그것 봐라!! 하고 통쾌해하는데 명장면 베스트 씬에서나 나오지 이 선수가 상금액수가 적힌 판넬을 들고 있는 장면은 없으니 리그가 끝나면 찜찜하기 짝이 없었다.

10년도 이영호와도 올멀티 뜨고 거하게 200 대 200으로 맞장뜰 만큼의 실력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상위라운드에 진출하지 못하는 이유로 사람들이 멘탈을 꼽는 걸 보니 이런 저런 생각이 들었다. 첫째는 경기력 자체에는 의심하는 사람이 거의 없다는 것이고, 둘째는 후반지향 운영형 플레이어는 항상 정신력으로 모호한 꼬투리를 잡힌다는 것이다. 동일한 유닛을 다루는 종족전에서 항상 발목을 잡히니 그런 지적에 반론의 여지가 없어 그의 팬으로 뭔가 억울하기도 했다. 나는 승부사 근성, 혹은 과감함을 정신적인 강함으로 바로 치부하는 것에 별로 동의하지 않는다. 그러다 지면?? 임요환의 승부사적 기질, 즉 날빌이 승리만큼이나 많은 패배를 가져왔다는 사실은 어째 잘 상기되지 않는다. 지를까 말까? 고민하는 플레이어에게 질러버려 훈수를 두는 것은 쉬운 일이다. 보는 우리는 아무 책임도 지지 않으니까.

오늘 멘탈의 약점을 극복했다는 것도 사실은 결과론적인 이야기라고 생각한다. 언제는 멘탈이 약했는가?? Fx가 피노키오 이전까지 1위를 못했던 것은 그들의 멘탈이 약했기 때문이라고 아무도 말하지 않는데. 10점 만점에 0.5점을 받은 신상호 선수의 전설적인 머뭇거림 정도가 아니라면 멘탈이 약하다라는 말은 어느 선수에게고 쉽게 적용될 말은 아닌 것 같다. 그래서 오늘 김명운의 승리는 많은 의미로 다가온다. 응원하던 선수가 이겼다는 것, 그리고 올라갈 놈은 올라간다는 세상 순리에 대한 증명, 그리고 신경정신과 전문의 김XX씨의 진단서보다 확실한 정신력 입증 등등. 역시나 프로의 확실한 자기 주장은 승리다.

이런 김명운의 멘탈을 초식동물과 연관짓는 글이 포모스에 올라와있다.
http://www.fomos.kr/gnuboard4/bbs/board.php?bo_table=mania&wr_id=81663&page=2
김명운이 임팔라나 사슴처럼 빠른 발로 육식동물에게 도망치는 초식동물이라는 묘사는 보는 눈이 좀 다른 것 같다. 게임 내에서 김명운은 절대로 도망다니며 급급하게 생존을 추구하지 않는다. 그는 언제나 느긋하게 후반을 가며 자신이 정해놓은 타이밍 전까지는 상대방의 공격을 앉아 기다릴 뿐이다. 김명운은 초식동물은 맞지만, 굳이 도망갈 필요가 없는 초식동물이다. 코끼리가 초식동물이라고 백수의 왕이라는 사자나 호랑이가 함부로 싸움을 걸 수 있을까? 고양이과 맹수가 간지나게 보여도 전투력으로는 나뭇잎 뜯어먹는 뿔 난 초식동물들의 한참 아래다. 김명운은 확실히 자신의 몸집이 거대해질 때까지 참을 줄 아는 선수다. 그는 거대한 발로 상대를 짓뭉개고 으깨어버린다. 호시탐탐 적의 빈틈을 노리는 맹수의 사냥법은 김명운에게는 어울리지도 않고 필요하지도 않다.

그리고 오늘 맹수성으로, 독으로 비견되는 이제동을 완파하면서 김명운은 먼저 왕좌에 한발짝 더 다가서있다. 오히려 더 빠르게, 민첩하게 적을 몰아붙이고 자신을 물려는 어금니를 피하는 그 모습에서 나는 김명운이 초식동물로서의 정체성을 버릴 줄도 알 만큼 지혜로운 선수라는 인상을 받았다. 이 두 선수의 대결은 서로가 가지고 있는 이미지에서 이 두 동물의 대결이 연상되었다.


생각해보면 참 오래 걸렸다. 누구나가 실력은 인정하지만 오히려 이름값과 성적이 실력을 못따라주는 기이한 상황, 결승은 제쳐두고라도 4강이라도 한번 가보자며 팬들의 가슴을 녹아내리게 하던 때가 엊그제같았는데 말이다. 이제는 인터뷰에서 화면보다 실물이 나으니 결승전 무대에 직접 보러 오랜다. 아웅다웅하던 팀 동료에게 고맙다는 인사와 함께 이런 농을 치는 걸 보니 그 느긋한 초식동물의 여유는 어디 가지는 않은 것 같다. 귀엽다고 얕보면 큰 코 다친다. 독 앞에서 날렵하게, 발톱 앞에서는 묵직함으로 맞설 수 있는 게 김명운 이니까 말이다.

*응원글입니다. 저와는 다르게 선수들을 보고 사랑하시는 분들의 견해를 존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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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ush본좌
11/05/26 21:35
수정 아이콘
느긋하게 기다리기만 하는 김명운이 아니라는걸 오늘 여실히 보여준것 같습니다. 결승전 정말 기대됩니다.
Go_TheMarine
11/05/26 21:36
수정 아이콘
그런데 김명운선수 이번이 첫4강인가요?
예전에 간적있지 않았었나요?
Shiningday87
11/05/26 21:57
수정 아이콘
오늘 정말.........
4경기 이제동 선수가 gg 선언할때 왜 제 코가 찡해져 오는건지 ㅠ

한빛시절의 영광도 함께 응원해왔던 저로써는
최근 몇년간 웅빠로써 많이 좌절하기도 했고 힘들기도 했었는데,
오늘 김명운 선수의 결승 진출로 그 시간들을 보상 받는 기분이었습니다

김명운 선수~ 웅진 창단 후 최초 결승 진출 축하드려요!!!
부디 한빛 명문 시절을 다시 한번 일으키는데 선봉장이 되어주시길!!!
오늘만큼은 웅진 팬들 다 같이 위아더월드 가 됐으면 좋겠습니다 ^-^

퀸명운 화이팅!!!!!!
야색마 화이팅(읭? 크크크크크)!!!!!!
러브투스카이~
11/05/26 22:00
수정 아이콘
무엇보다도 김명운선수가 드디어 저그전을 극복한게 큰것 같네요 그것도 msl에서 저그전 강자 김윤환, 이제동을 상대로 말입니다
11/05/26 22:09
수정 아이콘
메.. 멘알못;;
개념은?
11/05/26 22:20
수정 아이콘
명필입니다. 추천을 안누를수가 없네요.
특히 멘탈 부분 심하게 동의합니다. 사실 판짜기라는것도 이기면 대단한것이요, 지면 어설픈것이죠.
오늘 이제동선수의 4연속 12앞빌드, 만약 이겼다면 엄청난 배짱의 판짜기로 칭송받았을테지만, 졌으니 안좋은 평가를 받을 수 밖에 없었던 것이겠죠.

4강도 그랬지만 결승도 마찬가지 일것입니다. 신동원이든, 이영호든 누가 올라오든지 김명운선수가 부족하다는 사실은 제 머리속에서 변함이 없을터... 오히려 전 할만하다는 평가를 받을때가 가장 위험한 순간이라고 생각합니다. 김명운은 부족해야 제맛인 느낌이랄까요?
그래도 다시 한번 부딪혀보자고요. 어차피 아쉽다는평가.. 하루이틀도 아니었으니까요~ 크크
11/05/26 22:32
수정 아이콘
사실 근데 김명운선수의 멘탈 이야기는 경기에서 막 질때 매우 아쉬워하면서 한숨 쉬는 그런 모습들때문에 그런게 아닌가 싶네요;;

윤용태선수도 그렇고요..... 그런 모습이 좀 유독 카메라에 자주 잡히다 보니 그런게 아닌가 싶기도.... 그런것때문에 마인드컨트롤이 좀 약하다고 평가받은게 아닌가 싶습니다. 이영호선수도 뭐 낮은곳에서 탈락하면 매우 아쉬워하지만 의외로 5전제에서 한판 질때 그럴때는 표정 변화가 별로 없거든요.......

에결 승률도 꽤 나빴던것도있었고....
sHellfire
11/05/27 00:16
수정 아이콘
사실 4강 선수들중에 승부욕이나 멘탈이 가장 약해보이던 선수가 김명운선수였는데 오늘 경기에서 그런이미지를 확 벗어버리듯이 달라진 모습을 보여주더군요. 그리고 마지막에 본인도 감격에 겨워 웃을때 저마저도 감격스럽더군요.
11/05/27 01:46
수정 아이콘
멘탈 이야기는 실력과 무관하죠

김명운 선수는 불리할때도 곧장 역전하고, 택뱅리쌍에도 전혀 꿀리지 않으며, 우승 해도 우스운자 소리 안들을 몇 안되는 선수 임에도 불구하고

멘탈이 약하다고 소리 듣는 이유는

후반지향적 운영플레이를 해서가 아니라

유리한 상황에서 갑자기 클래스에 맞지 않는 방심하는, 이해할 수 없는 플레이를 보여주기 때문에 그런거지요

차라리 이 선수가 후반운영능력이 허접하면 원래 후반운영을 못하는 선수구나 하면 되는데

그게 아니거든요 김명운 만큼 운영 잘하는 저그가 몇명이나 있다고

유리한 상황에서 곧장 뒤집혀서 역전 당하거나, 겨우겨우 이겨서 멘탈 약하다는 소리 듣는것 같습니다

어쨋거나 약하다는 저그전 극복한 이상 결승에서도 이영호 선수와 좋은 모습 보여줄 거라 믿습니다(저저그전 결승은 진짜 싫어요.)
11/05/27 02:11
수정 아이콘
아 다 좋은데 지금 결승무대 확정인가요?

스토리도 너무 좋고 지금 msl만 열리고 있어 관심도도 높고 스폰도 최고인데

좀 넓은데로 옮겼으면 좋겠네요. 신동원 선수에겐 너무 죄송하지만

이영호 선수가 올라오면 진짜 한번 고려해봤으면 합니다

적어도 인쿠르트 결승무대였던 코엑스가 4000석이면 꽉 채우고 넘칠것같은데

msl 너무 좋은 기회이고 해설진도 원조로 돌아온만큼 더 넓은 무대에서 멋진 경기 봤으면 하네요..
11/05/27 02:23
수정 아이콘
이제동선수가 올라왔으면 정말 자존심싸움이 되었을텐데(금뱃지를 혼자 증정하는 굴욕이냐, 아니면 2개씩 나눠먹기냐)

김명운선수가 올라왔으니 이영호는 이제 생각없는 김민철과의 두뇌싸움을 준비해야겠네요. 크크
11/05/27 08:48
수정 아이콘
제목이 누군가를 디스하는 것 같은데..?
제 착각이겠죠?

크크크 '';;

제목과 깊은 연관을 짓고 계신 분도
요새 프로리그에서 살아나고 계시니까..

/애도

크크 '';;
inte_gral
11/05/27 09:29
수정 아이콘
겜알못에 이은 멘알못 인가요.크크.
paulha1013
11/05/27 11:33
수정 아이콘
근데 야색마는 어디서 유래된건가요?;
재이님
11/05/27 11:37
수정 아이콘
폭군의 뮤탈을 잡으며
웃는 그의 모습에
저도 웃게 되더군요^^

우승했으면 좋겠습니다 이선수
크크
LogicPowerII
11/05/27 12:54
수정 아이콘
실력이 곧 멘탈이 아닐런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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