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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
2011/05/21 01:04:38 |
Name |
svNClvr |
Subject |
2년 후 있을 변화를 기대하면서 |
며칠전, 드디어 한국이스포츠협회와 블리자드가 스타크래프트1과 관련된 지적재산권 갈등을 풀고 서로 상생하는 방향으로 손을 잡았습니다. 어찌보면 이는 곰TV가 스타크래프트1에 대한 지적재산권을 포기한다고 밝혔을 때부터 이미 정해진 수순이었을 지도 모릅니다만, 이것이 앞으로 단순환 스타크래프트2로의 전환만이 아닌 전반적인 국내 이스포츠 환경의 대격변의 시발점이 될 지도 모른다는 생각입니다.
대한민국의 이스포츠란 무엇일까요? 전세계 이스포츠의 발상지이자 성지이며, 2개의 전국적 케이블 방송사와 인터넷 방송을 통해서 최고 몇 억의 연봉을 받는 세계 최정상의 프로게이머들이 최상의 환경에서 연습을 하고, 그 결과를 수 개월에 걸쳐 열리는 팀단위 대회와 개인 대회를 통해 평가받아 최고의 팀, 최고의 자리에 오르며, 그 과정과 결과가 365일, 24시간 전국적으로 중계되는 전세계 유일의 곳. 이곳이 한국입니다. 오프라인으로 펼쳐지는 한국의 이스포츠산업은 기본적으로 투자되는 자본의 차이가 어마어마하기 때문에 온라인 기반으로 펼쳐지는 해외의 대회와는 본질적으로 차이가 있습니다. 또한 그러면서 10년에 걸쳐 정기적이며 안정적으로 펼쳐지기란 정말 힘든데, 그 극소수의 리그 중 대부분이 한국에 있다는 점 또한 한국의 놀라운 이스포츠 인프라를 반영합니다.
블리자드는 이러한 면에서 한국시장을 굉장히 중요하게, 물론 매출면에서도 중요하지만, 특히 상징적인 면에서 주목하고 있습니다. 그것은 바로 한국시장은 스타크래프트1을 통해서 전세계 이스포츠팬이라면 누구나 무시할수없는 탑클래스 시장이며, 전략적 트랜드를 선도하고 가장 파급력이 큰 시장이라는 것이 증명되어 왔고, 그리고 스타크래프트2가 미래 이스포츠시장을 주도하는데 그 역할을 수행해야할 중요한 전진기지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이 블리자드의 전략은 현상태에서는 여전히 답보상태입니다. 블리자드가 스타크래프트2를 발매하면서 스타크래프트1으로부터 빠른 전환을 기대하면서 벌인 한국시장에 대한 어마어마한 광고비, 대한항공과의 공동 프로모션, 수개월에 걸친 유래없는 오픈베타 등 총 공세는 결국 게이머들의 마음을 모두 사로잡는데는 실패했습니다. 그리고 이러한 실망스런 결과에 따른 전략의 수정이 바로 이번 한국이스포츠협회와의 갈등 해결이었다고 생각합니다. 스타크래프트2의 한국 성과나 양자간 갈등해결에 대해서는 이미 많은 분들이 많은 말씀을 해주셨기 때문에 제가 딱히 덧붙일 필요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대신 여기서 저는 다른 관점에서 생각해보고자 합니다. 그것은 이번 갈등으로 (어쩌면 생각지못하게) 발생한 한국 이스포츠 환경의 변화입니다.
이번 갈등 이전까지 한국의 이스포츠 환경은 한국이스포츠협회의 독단적인 (많은 분들이 흔히 얘기하는) 횡포에 의해서 좌지우지되던 환경이었습니다. 이번 갈등은 이러한 독선적인 면에서 비롯된 면또한 분명 존재합니다. 이러한 환경이 이번 갈등을 거치면서 스타크래프트2만의 협회에 상응하는 협의회가 탄생하게되는 원인이 되었습니다. 같은 프로게이머이지만, 현재 한국이스포츠협회의 공인게임으로 인정되지 않은 프로게이머가 탄생하였고, 또한 그 수가 협회에 가입된 프로게이머에 상당한 숫자로 까지 늘어 더이상 한국이스포츠협회의 등록인원만이 프로게이머라는 얘기는 하기 힘들어졌죠. (물론 자격증을 통해 얻는 금전상의 이득은 다른 얘기입니다만) 이는 대한민국의 이스포츠 생태계가 MLB나 NPB처럼(혹은 WWE처럼?) 양대리그화 되어가고 있다는 증거이기도 합니다. 즉, 스타크래프트1-한국이스포츠협회-온게임넷/엠비씨게임 으로 이어지는 계열과 스타크래프트2-스타2협의회-곰tv로 이어지는 계열이 바로 그것입니다.
블리자드가 이번 한국이스포츠와의 계약에서 기간을 2년으로 정한 것 이유는 곰tv와 계약기간을 어느정도 맞추기 위해서 였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2년 뒤 스타크래프트2의 상태가 스타크래프트1을 압도하는 정도의(즉, 블리자드가 기대하는 만큼의) 성과가 곰tv를 통해 나오지 않는 다면, 곰tv는 스타크래프트2의 현재의 '독점'적 권리를 잃을 가능성이 매우 높습니다. 다음 확장팩에서는 스타크래프트1에서 2로의 전환을 목표로 삼겠다는 발언도 했으며, 목표를 위해서 파트너도 바꿀수 있다는 것을 블리자드는 이미 보여준 경력이 있습니다. (워크래프트3의 판매에 관한 불만족으로 유통사를 손오공으로 바꾼 적이 있습니다. 당시 기사가 네이버에서 아직도 검색되고 있으니 관심있으신 분들은 찾아보셔도 좋을 것 같습니다.) 한국이스포츠협회와 갈등을 해결한 것은 스스로 스타크래프트2의 게임성에 대한 자부심이 너무 높았던 나머지 국내의 스타크래프트1의 인기를 너무 무시했면이 있었던 전략의 실패를 인정하면서, 다음 수를 통해 꼬인 실타래를 풀려는 블리자드의 생각이 보인다고 할 수 있습니다. 블리자드가 원하는 건 현재 한국시장의 완전한 스타크래프트2로의 전환이지 어중간한 글로벌화가 아닙니다.
하지만, 블리자드가 3년 뒤 곰tv에게 리그권을 안준다고도 할 수는 없습니다. 3년이나 된 리그의 폐쇄는 역시나 엄청난 반발을 초래할 것이고, 블리자드의 신뢰성에 큰 문제를 초래할 것입니다. 곰tv는 3년뒤에도 여전히 리그개최를 연속해서 얻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문제는 독점권입니다. 이번 계약으로 만들어진 스타크래프트1과 스타크래프트2로 완벽히 분리된 시장에서 스타크래프트2로 완벽히 전환을 한다는 것은 여전히 힘듭니다. 또한 독점권으로 인해서 한국시장에서 접근성이 크게 떨어졌다는 것도 또한 블리자드는 인식하고 있을 것입니다. 그렇다면 여기서 해답은 독점권을 풀고 바로 양측 모두에게 리그권을 주는 것입니다.
양측 모두에게 리그권을 줄 경우 어떠한 상황이 전개될까요. 한국이스포츠협회의 스타크래프트1소속 게이머들의 스타크래프트2리그 출전이 허용됩니다. 이러면서 스타크래프트2 기존 강자들과 스타크래프트1의 최고의 게이머들간의 드림매치가 완성되는가 싶습니다만, 아쉽게도 그들의 로스터가 그때까지 쉽게 통합되리라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이렇게 되어 동일 게임을 플레이하는 프로게이머가 스타2협의회와 한국이스포츠협회 소속 프로게이머로 분리가 됩니다. 하지만, 팬들을 이들이 계속 나뉘어져 있는 것을 결코 원하지 않을 것입니다. 이러면서 점차 이들은 GSL과 GSTL, 그리고 스타리그/MSL과 프로리그에서 각기 다른 로스터 소속으로 뛰다가 리그 중간, 그리고 리그 마지막에 교류전, 인터리그, 그리고 그랜드파이널 등으로 해서 통합 우승자를 가리게 되는 형태로 발전합니다. 이렇게 됨으로써 국내 이스포츠는 진정한 양대리그로 발돋움하고, 나뉘어진 팬들을 통합하고, 그 규모는 훨씬 키우면서 세계적인 명품리그로 우뚝설 수 있습니다.
물론 이것이 이루어지기 위해서는 전제조건이 있습니다. 첫째는, 프로게이머의 이적이 더욱 자유로워 져야 합니다. 로스터 분리의 또하나의 묘미는 바로 트레이드입니다. 선수 간의 트레이드가 자유로워져서 로스터 이동이 자주 일어나야 이러한 로스터 이동의 재미가 배가될 것입니다. 폐쇄적인 리그가 된다면 양대리그는 활력을 잃게 될 것이며, 이적의 자유는 곧 선수의 권리를 향상시키는 길이 됨으로써 어린 선수들이 이적 등으로 인해 상처입는 일이 줄어들게 될 것입니다. 두번째는 스타2협의회의 지위가 높아져야 합니다. 블리자드의 한국이스포츠협회와의 계약은 한국이스포츠협회와 산하 프로게이머들을 간접적으로 인정하는 형태가 되어 블리자드의 공인 프로게이머단체 지위를 얻겠다는 스타2협의회의 설립목적에 조금 금이 간 셈이 되었습니다. 물론 그것이 치명적이다 그런 것은 절대 아니지만, 현재의 스타2협의회는 사실 그 역할이 좁은것은 사실입니다. 리그 개최와 프로게이머 관리, 홍보, 스폰서쉽 등 많은 것을 하는 이스포츠협회와 달리 스타2협의회는 상당부분 곰tv에 의존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며, 협회에 비해 위상이나 자금력, 영향력 또한 현재는 상당히 떨어지는 편입니다. 이것의 해결은 앞으로 스타크래프트2 자체의 노력과 더불어서 한국이스포츠협회가 보다 관대한 자세를 보임으로써 해결될 수 있다고 생각됩니다. 세번째는, 한국이스포츠협회는 더욱 팬 지향적이 되어야 합니다. 블리자드와의 소송중에 협회에 쏟아진 많은 비난은 그것이 저작권에 국한된 것 뿐만이 아니라, 지금까지 있었던 협회의 독선과 오만에 대한 팬들의 참아왔던 분노가 모여 한꺼번에 터져나온 것이었습니다. 그동안 팀단위 단체전의 규모를 키우고, 리그를 더욱 튼튼하게 만드는데 공헌을 한 것은 분명한 만큼, 이제는 팬들과의 소통에 귀를 기울여야 할 때입니다. 특히나 소송동안에 팬들을 끌어모으기 위한 많은 홍보나 행사, 특히나 올스타전의 변화나 전국적 아마추어 대회같은 것들이 일시적인 것이 아니라 앞으로 더욱 활발히 이루어졌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블리자드의 이번 2년간 스타크래프트1에 대한 계약은 블리자드의 스타크래프트2 전환에 대한 일종의 잠정적인 목표기한이라고도 볼 수 있습니다. 시간이 지날 수록 양측에 불리해질 뿐인 법정 대결을 지양하고 다시 협력의 길에 들어서게 되었다는 것은 팬으로서 너무나 기쁜 소식이었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갈등의 뿌리는 제거되지 않고 남아있습니다. 남은 갈등을 어떻게 잘 극복하고 2년 뒤 본격적으로 시작될 대전환에 대비하고 그 이후 어떻게 협력을 잘 만들어가는가가 대단히 중요하게 될 것이라고 생각됩니다. 일단 대전환의 시작은 WCG의 온게임넷 방영으로 시작될 것 같습니다. WCG가 이번 계약의 중재자로 적극적으로 활약한 만큼 온게임넷 방영이 유력하니 말이죠.
개인적으로 2년 뒤 블리자드와의 중계권 계약이 다시 시작될 때 다시 이 글을 읽게 된다면 어떤 생각이 들까 궁금해져서 밤늦게 이 글을 이 곳에 남깁니다. 여전히 이 판은 흥미롭고 발전진행형이라고 생각합니다. 더 자라기 위한 성장통으로 이해하고 앞으로 성공적인 스타크래프트2 전환을 통해 이 판에 새로운 활력을 공급하고 한국이스포츠리그가 국제적인 명품리그로 발전해가길 바랍니다. 첫 글인데 두서없이 긴 글을 남겼습니다. 많은 가정들이 있었습니다만, 이 글에 다 포함시키지 못했기 때문에 근거가 박약한 글이 되었습니다. 댓글로 많이 보완된다면 좋겠습니다. 여기까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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